‘전지현 휴대폰 복제 파문’ 풀리지 않는 의문점 <넷>

‘연기 먼저 피워보고 ’진실게임‘은 나중에

톱스타 전지현이 휴대폰 무단복제로 문자메시지 내용 등이 타인에게 노출된 것으로 밝혀져 연예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번 사건에 소속사의 개입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소속사가 어떤 이유로 전지현의 휴대폰을 복제해 1년 넘게 도청해 왔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지현의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문점을 추려봤다.


하나 재계약 히든카드?
전지현은 오는 2월말 소속사인 싸이더스HQ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일각에서는 소속사가 전지현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유리하게 진행할 목적으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전지현과 싸이더스HQ는 재계약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기획사와 연예인은 계약 만료 몇 개월 전에 소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전지현과 싸이더스HQ는 최근까지 구체적인 계약 논의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예 관계자는 “으레 재계약을 앞두고 연예인과 소속사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전지현의 향방을 파악하고 그와 접촉하는 기획사를 사전에 알아내려는 목적이 아니었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속셈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일부 소속사의 경우 연예인의 사생활을 문제삼아 계약 조건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면서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엔 일부로 몰카를 설치해 약점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톱스타들의 몸값은 드라마 출연료를 비롯해 CF, 영화 개런티에 이르기까지 한 해 매출액이 수 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높아졌다. 많은 스타들을 보유한 연예 기획사일수록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예기획사들은 톱스타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될 즈음이면 재계약의 의지를 보이며 안간힘을 쓰곤 한다.

둘 스캔들을 차단하라?
여배우에게 스캔들은 ‘독’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전지현 휴대폰 복제 파문 역시 자사 연예인의 스캔들 차단과 밀접하다는 주장이다. 전지현의 경우 배우보다 CF 스타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소속사 측에서 ‘스캔들=치명타’라는 공식을 세웠을 거란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전지현은 1997년에 데뷔한 이래 완벽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10년 이상 최고의 CF 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럼에도 불구 크고 작은 열애설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04년 소속사 대표와의 뜻하지 않은 결혼설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재미교포와의 열애설로 구설에 휩싸였다.
실제로 연예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가을 일부 매체에 보도된 바 있는 전지현의 미국 열애설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전지현 측은 이 같은 이야기에 대해 “어처구니없다. 친구 결혼식을 도와주러 미국에 들렀을 뿐이다”라고 부인한 적이 있다.     
매니지먼트사가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에 민감한 까닭은 무엇일까. 스캔들은 이미지에 치명타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획사가 ‘광고주는 스캔들을 싫어한다’는 옛날 생각에 잡혀있다”면서 “소속 연예인이 스캔들에 민감한 이유는 결국 돈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속사의 전근대적인 사생활 관리 시스템은 늘 존재해왔다. 전지현은 소속사라면 스타의 애정사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논리에 희생당한 것이다”라면서 “특히 전지현의 경우 소속사의 대표격이다 보니 극단적인 관리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계약 유리하게 진행할 목적으로 일거수일투족 파악 의혹 제기
재미동포와 열애설 ‘진짜 이유’ 추측… 여배우에게 스캔들은 ‘독’

셋 전지현-소속사 2월 결별?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 전지현은 소속사와 무난하게 재계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전지현과 소속사 대표 J씨는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오며 스타와 매니저의 모범사례로 불릴 만큼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전지현이 싸이더스HQ와 결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복제폰 파문이 불거진 지난 19일에도 소속사는 “전지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예전 같지 않은 사이임을 보였다.
최근 CF 퀸으로 꼽히는 한예슬이 싸이더스HQ로 이적하며 전지현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지현이 더 이상 의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지현이 자신을 발굴하고 할리우드 진출까지 성공시킨 J씨를 떠나는 것도 큰 부담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싸이더스HQ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과 아직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던 걸로 안다”면서 “전지현의 향후 행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경제불황으로 연예계 자금줄이 말라붙은 현실에서 전지현급의 ‘대어’를 영입할 회사가 쉽게 나올지도 의문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급의 톱스타의 전속 기간이 만료되면 연예기획사 어디라도 관심을 쏟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지현 영입을 제안할 기획사가 몇 군데나 되겠느냐”며 “전지현이 싸이더스HQ와 결별한다면 다른 기획사로 옮기기보다는 독자적인 매니지먼트 회사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넷 회사차원에서 지시했나?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복제폰 제작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다. 경찰의 첩보처럼 계약 만료를 앞둔 연예인의 동향 파악을 위해 복제폰이 사용됐다면 위법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도의적인 비난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대표가 복제폰까지 동원해 연예인의 사생활을 감시했다면 싸이더스HQ의 모회사인 SK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J 대표가 복제폰 제작을 지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담당 직원들이 보고하지 않고 복제폰을 만든 뒤 J 대표가 이를 뒤늦게 알았을 가능성 또한 있는 만큼 경찰 소환 조사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향방은 열쇠를 쥔 J 대표의 진술과 혐의 내용 입증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이들이 복제폰 제작에 가담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정보통신비밀법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싸이더스HQ P씨 등 세 명은 작년 11월21일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전지현의 휴대전화를 복제했고, 통화내역과 송수신 문자메시지를 본인 모르게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예인 사생활 침해…어디까지?
 “누군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
 
    
톱스타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 파문이 일면서 관리를 빙자한 연예 기획사들의 연예인 사생활 침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형 연예기획사 1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해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수정 또는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조항은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이었다. 이 유형의 예로는 ‘을은 자신의 위치를 항상 갑에 통보해야한다’(올리브나인, 웰메이드스타엠, 팬텀엔터테인먼트), ‘을이 출국할 경우에는 사전에 갑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IHQ), ‘을은 을의 신상문제, 사생활(신변, 학업, 국적, 병역, 교제, 경제활동, 사회활동, 교통수단 등)과 관련해 사전에 갑에게 상의해 갑의 지휘감독을 따라야 한다’(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있었다.
당시 공정위는 “계약서에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등 불공정계약 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력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연예인들이 수시로 자기 위치를 기획사 측에 보고하는 것은 기본 의무에 속한다. 일부 연예인들은 활동을 안 하는 시기에도 하루 2~3회쯤 전화를 해야 한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도 양자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지곤 한다.
미행도 한다. 흥신소에 의뢰를 하거나 로드 매니저가 직접 뒤를 밟는다. 연예인이 ‘엉뚱한 짓’ 안 하고 제때 잠을 자는지 확인하기 위해 로드 매니저가 집 앞을 지키는 경우는 더 많다.
영화배우 J씨의 매니저 출신인 A씨는 “연예인이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나도 몇 차례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여배우가 남자를 사귀는데 그걸 매니저가 모르고 있으면 일 터지고 나서 수습하기 힘들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미리 파악을 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행한다.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배우가 다음 날 ‘피곤해서 못 일어나겠다’며 얼굴이 부어 있으면 그건 100%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신인들의 경우 기획사나 매니저가 통장을 관리하기도 한다. 매니저 B씨는 “대형기획사는 그렇지 않지만 소규모 기획사에서는 그런 상황이 간혹 생긴다”며 “아주 드물지만 자금을 관리해주겠다며 여배우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매니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획사들은 연예인과 로드 매니저가 너무 친밀한 사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연예인이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되면 뜻 맞는 로드 매니저와 따로 회사를 차려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까지 연예기획사 대표를 지냈던 C씨는 “각 연예인들에게 붙여주는 로드 매니저는 통상 6개월, 짧게는 3~4개월에 한 번씩 교체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입을 통해 직접 알려진 ‘악덕관리’의 유형도 있다. 이는 특히 신인의 경우 종종 발생하는 사례로 연예인 데뷔를 미끼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감금을 시키기도 하는 등 일부 연예기획사의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로 가수 솔비는 지난 2007년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전 소속사의 부당행위를 밝히기도 했다.
솔비는 당시 방송에서 “고등학교 시절 여성 3인조로 데뷔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엉터리 연예기획사에서 밥이며 청소를 하게 하고 외출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이후 함께 준비하던 두 명과 숙소를 탈출했고 나를 제외한 두 친구는 소속사와 소송까지 진행했다”고 고백했다.
이밖에 사생활에 대한 불법 비디오 촬영분을 보관, 이를 소속사 잔류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연예기획사의 예도 이전의 여성 연예인 비디오 사건 등을 통해 공공연히 알려진 바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아직도 연예인을 악덕 관리하는 행태가 남아있어 양심적으로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인권을 침해하는 소속사의 불법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연예기획사들은?  
“우린 아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펄쩍

톱스타 전지현 휴대폰 복제 파문과 관련해 전지현과 같이 한류 톱스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전지현 휴대전화의 복제는 엄연한 불법이다”라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지현 휴대폰 불법 복제 사건으로 봐야한다. 연예계의 관례로 해석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속 연예인을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휴대전화 복제, 해킹은 도를 넘은 처사다”라며 “결코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국내 톱스타가 대거 포진한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 역시 “소속사가 연예인의 휴대전화를 복제해서 감시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결코 관행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배우 매니지먼트만 15년을 해온 한 매니저는 “여배우의 경우 신변보호차원에서 배우와 매니저 상호 협의하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신청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호협의하에 진행되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의 경우 사생활 침해라고 보긴 힘들다. 배우 역시 매니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점에서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연기자 매니지먼트사 대표 A씨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소속사가 배우의 사생활까지 관여할 수 있겠느냐”며 “특히 톱배우들의 경우 매니지먼트사들은 말이 관리지, 떠받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 무단복제는 처음 들었는데 어이없고 놀라울 뿐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싸이더스HQ가 국내를 대표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유명한 만큼 이번 일로 인해 대중들이 연예인과 소속사 간 관계를 오해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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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