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휴대폰 복제 파문’ 풀리지 않는 의문점 <넷>

‘연기 먼저 피워보고 ’진실게임‘은 나중에

톱스타 전지현이 휴대폰 무단복제로 문자메시지 내용 등이 타인에게 노출된 것으로 밝혀져 연예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번 사건에 소속사의 개입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소속사가 어떤 이유로 전지현의 휴대폰을 복제해 1년 넘게 도청해 왔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지현의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문점을 추려봤다.


하나 재계약 히든카드?
전지현은 오는 2월말 소속사인 싸이더스HQ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일각에서는 소속사가 전지현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유리하게 진행할 목적으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전지현과 싸이더스HQ는 재계약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기획사와 연예인은 계약 만료 몇 개월 전에 소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전지현과 싸이더스HQ는 최근까지 구체적인 계약 논의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예 관계자는 “으레 재계약을 앞두고 연예인과 소속사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전지현의 향방을 파악하고 그와 접촉하는 기획사를 사전에 알아내려는 목적이 아니었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속셈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일부 소속사의 경우 연예인의 사생활을 문제삼아 계약 조건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면서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엔 일부로 몰카를 설치해 약점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톱스타들의 몸값은 드라마 출연료를 비롯해 CF, 영화 개런티에 이르기까지 한 해 매출액이 수 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높아졌다. 많은 스타들을 보유한 연예 기획사일수록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예기획사들은 톱스타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될 즈음이면 재계약의 의지를 보이며 안간힘을 쓰곤 한다.

둘 스캔들을 차단하라?
여배우에게 스캔들은 ‘독’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전지현 휴대폰 복제 파문 역시 자사 연예인의 스캔들 차단과 밀접하다는 주장이다. 전지현의 경우 배우보다 CF 스타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소속사 측에서 ‘스캔들=치명타’라는 공식을 세웠을 거란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전지현은 1997년에 데뷔한 이래 완벽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10년 이상 최고의 CF 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럼에도 불구 크고 작은 열애설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04년 소속사 대표와의 뜻하지 않은 결혼설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재미교포와의 열애설로 구설에 휩싸였다.
실제로 연예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가을 일부 매체에 보도된 바 있는 전지현의 미국 열애설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전지현 측은 이 같은 이야기에 대해 “어처구니없다. 친구 결혼식을 도와주러 미국에 들렀을 뿐이다”라고 부인한 적이 있다.     
매니지먼트사가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에 민감한 까닭은 무엇일까. 스캔들은 이미지에 치명타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획사가 ‘광고주는 스캔들을 싫어한다’는 옛날 생각에 잡혀있다”면서 “소속 연예인이 스캔들에 민감한 이유는 결국 돈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속사의 전근대적인 사생활 관리 시스템은 늘 존재해왔다. 전지현은 소속사라면 스타의 애정사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논리에 희생당한 것이다”라면서 “특히 전지현의 경우 소속사의 대표격이다 보니 극단적인 관리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계약 유리하게 진행할 목적으로 일거수일투족 파악 의혹 제기
재미동포와 열애설 ‘진짜 이유’ 추측… 여배우에게 스캔들은 ‘독’

셋 전지현-소속사 2월 결별?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 전지현은 소속사와 무난하게 재계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전지현과 소속사 대표 J씨는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오며 스타와 매니저의 모범사례로 불릴 만큼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전지현이 싸이더스HQ와 결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복제폰 파문이 불거진 지난 19일에도 소속사는 “전지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예전 같지 않은 사이임을 보였다.
최근 CF 퀸으로 꼽히는 한예슬이 싸이더스HQ로 이적하며 전지현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지현이 더 이상 의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지현이 자신을 발굴하고 할리우드 진출까지 성공시킨 J씨를 떠나는 것도 큰 부담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싸이더스HQ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과 아직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던 걸로 안다”면서 “전지현의 향후 행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경제불황으로 연예계 자금줄이 말라붙은 현실에서 전지현급의 ‘대어’를 영입할 회사가 쉽게 나올지도 의문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급의 톱스타의 전속 기간이 만료되면 연예기획사 어디라도 관심을 쏟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지현 영입을 제안할 기획사가 몇 군데나 되겠느냐”며 “전지현이 싸이더스HQ와 결별한다면 다른 기획사로 옮기기보다는 독자적인 매니지먼트 회사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넷 회사차원에서 지시했나?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복제폰 제작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다. 경찰의 첩보처럼 계약 만료를 앞둔 연예인의 동향 파악을 위해 복제폰이 사용됐다면 위법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도의적인 비난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대표가 복제폰까지 동원해 연예인의 사생활을 감시했다면 싸이더스HQ의 모회사인 SK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J 대표가 복제폰 제작을 지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담당 직원들이 보고하지 않고 복제폰을 만든 뒤 J 대표가 이를 뒤늦게 알았을 가능성 또한 있는 만큼 경찰 소환 조사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향방은 열쇠를 쥔 J 대표의 진술과 혐의 내용 입증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이들이 복제폰 제작에 가담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정보통신비밀법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싸이더스HQ P씨 등 세 명은 작년 11월21일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전지현의 휴대전화를 복제했고, 통화내역과 송수신 문자메시지를 본인 모르게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예인 사생활 침해…어디까지?
 “누군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
 
    
톱스타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 파문이 일면서 관리를 빙자한 연예 기획사들의 연예인 사생활 침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형 연예기획사 1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해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수정 또는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조항은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이었다. 이 유형의 예로는 ‘을은 자신의 위치를 항상 갑에 통보해야한다’(올리브나인, 웰메이드스타엠, 팬텀엔터테인먼트), ‘을이 출국할 경우에는 사전에 갑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IHQ), ‘을은 을의 신상문제, 사생활(신변, 학업, 국적, 병역, 교제, 경제활동, 사회활동, 교통수단 등)과 관련해 사전에 갑에게 상의해 갑의 지휘감독을 따라야 한다’(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있었다.
당시 공정위는 “계약서에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등 불공정계약 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력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연예인들이 수시로 자기 위치를 기획사 측에 보고하는 것은 기본 의무에 속한다. 일부 연예인들은 활동을 안 하는 시기에도 하루 2~3회쯤 전화를 해야 한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도 양자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지곤 한다.
미행도 한다. 흥신소에 의뢰를 하거나 로드 매니저가 직접 뒤를 밟는다. 연예인이 ‘엉뚱한 짓’ 안 하고 제때 잠을 자는지 확인하기 위해 로드 매니저가 집 앞을 지키는 경우는 더 많다.
영화배우 J씨의 매니저 출신인 A씨는 “연예인이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나도 몇 차례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여배우가 남자를 사귀는데 그걸 매니저가 모르고 있으면 일 터지고 나서 수습하기 힘들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미리 파악을 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행한다.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배우가 다음 날 ‘피곤해서 못 일어나겠다’며 얼굴이 부어 있으면 그건 100%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신인들의 경우 기획사나 매니저가 통장을 관리하기도 한다. 매니저 B씨는 “대형기획사는 그렇지 않지만 소규모 기획사에서는 그런 상황이 간혹 생긴다”며 “아주 드물지만 자금을 관리해주겠다며 여배우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매니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획사들은 연예인과 로드 매니저가 너무 친밀한 사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연예인이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되면 뜻 맞는 로드 매니저와 따로 회사를 차려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까지 연예기획사 대표를 지냈던 C씨는 “각 연예인들에게 붙여주는 로드 매니저는 통상 6개월, 짧게는 3~4개월에 한 번씩 교체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입을 통해 직접 알려진 ‘악덕관리’의 유형도 있다. 이는 특히 신인의 경우 종종 발생하는 사례로 연예인 데뷔를 미끼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감금을 시키기도 하는 등 일부 연예기획사의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로 가수 솔비는 지난 2007년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전 소속사의 부당행위를 밝히기도 했다.
솔비는 당시 방송에서 “고등학교 시절 여성 3인조로 데뷔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엉터리 연예기획사에서 밥이며 청소를 하게 하고 외출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이후 함께 준비하던 두 명과 숙소를 탈출했고 나를 제외한 두 친구는 소속사와 소송까지 진행했다”고 고백했다.
이밖에 사생활에 대한 불법 비디오 촬영분을 보관, 이를 소속사 잔류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연예기획사의 예도 이전의 여성 연예인 비디오 사건 등을 통해 공공연히 알려진 바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아직도 연예인을 악덕 관리하는 행태가 남아있어 양심적으로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인권을 침해하는 소속사의 불법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연예기획사들은?  
“우린 아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펄쩍

톱스타 전지현 휴대폰 복제 파문과 관련해 전지현과 같이 한류 톱스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전지현 휴대전화의 복제는 엄연한 불법이다”라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지현 휴대폰 불법 복제 사건으로 봐야한다. 연예계의 관례로 해석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속 연예인을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휴대전화 복제, 해킹은 도를 넘은 처사다”라며 “결코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국내 톱스타가 대거 포진한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 역시 “소속사가 연예인의 휴대전화를 복제해서 감시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결코 관행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배우 매니지먼트만 15년을 해온 한 매니저는 “여배우의 경우 신변보호차원에서 배우와 매니저 상호 협의하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신청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호협의하에 진행되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의 경우 사생활 침해라고 보긴 힘들다. 배우 역시 매니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점에서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연기자 매니지먼트사 대표 A씨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소속사가 배우의 사생활까지 관여할 수 있겠느냐”며 “특히 톱배우들의 경우 매니지먼트사들은 말이 관리지, 떠받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 무단복제는 처음 들었는데 어이없고 놀라울 뿐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싸이더스HQ가 국내를 대표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유명한 만큼 이번 일로 인해 대중들이 연예인과 소속사 간 관계를 오해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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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