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⑧> 통합당 황보승희 “새로운 피 수혈해야 당이 건강”

“새로운 피 수혈해야 당이 건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여덟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과 함께했다.
 

▲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지역서 지방의원으로 15년간 일했다. 주민들께서 지방의회서 오래 활동했던 경력을 보고 국회서도 일을 잘할 거라 판단하고 뽑아주신 것 같다. 주민들께 약속했던 공약들을 착실히 이행하고 항상 가까이 소통하면서 요청 사항들을 국회서 정책으로 발명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왔다.”

최연소 구의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보승희 의원은 15년간 기초의회서 일한 잔뼈 굵은 신인이다. 황보 의원은 대학 졸업 전인 1999년, 김형오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7개월간 국회 비서로 일했다. 졸업 후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2004년 구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복귀했다. 당시 나이 만 27세로 전국 최연소 구의원이었다. 지역 통장과 같은 정치활동은 전무했다. 영도가 배출한 ‘토박이’ 여성 청년이라는 점을 주민들이 신선하게 봐준 덕이 컸다. 이후 그는 영도구의원 3선, 부산시의원 2선 등 지역 정치인으로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자라고 난 고향서 시작한 정치였지만 녹록지 않았다. 서민 가정, 여성 청년 정치인, 국회 보좌진 8급 수준에 그치는 세비…. 자금이 필요한 선거철에는 은행서 대출 받아 선거가 끝난 후 보전을 받아 갚아나갔다. 당의 주요 의제서 밀려난 지역 정치와 청년 정치를 몸소 겪으며 자립했기에 당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9급 비서로 시작해 20년 만에 국회에 입성했다. 흔치 않은 경우다. 민주당은 청년 출마자들에게 50퍼센트 대출해주고 보전 받을 수 있게 했다. 우리 당도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 하지만 똑똑하고 국가를 위해 일할 열정이 있는 청년들에게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황보 의원은 통합당 초선 의원 공부모임인 ‘초심만리’를 꾸렸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에 모여 당의 개혁 방안에 대해 토론한다. 논의 내용을 정리 후 당 비대위에 전달해 개혁을 선도하고자 함이다. 황보 의원은 최근 ‘2030세대 지지 확보 전략’이라는 내용을 발제해 토론을 이끌었다. 청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역 단위의 청년리더클럽(Young Leader’s Club)을 구성 ▲독일 기민당의 영유니온을 롤모델로 한 한국형 청년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40대 이하의 인구 비율이 높다. 통합당이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이라는 건 이미 증명이 됐다. 그분들을 어떻게 당으로 유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1차적으로는 원내에 있는 의원들부터 ‘꼰대’스럽지 않아야 한다. 선거철에 밖에서 인재를 영입하면 우리가 양성하려고 했던 인력들의 지속적인 활용이 어렵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내부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까지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게끔 말이다. 새로운 인재들을 계속 키워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우리 당이 건강해질 수 있다.”

국회는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서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의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통합당 의원 45명을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53년 만의 상임위 강제 배정이다. 통합당 의원 45명은 박 의장을 찾아 항의한 뒤 국회에 상임위원 사임계를 제출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9급 비서로 시작해 20년 만에 드디어 입성
베테랑급 신인…지역·청년 정치 두루 경험

“의석 수가 아무리 많이 차이가 난다지만 그래도 제1야당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32년간 야당 몫이었다. 정권이 법원과 검찰을 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도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나머지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포기할 테니 이 자리만 달라고 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협치를 하려면 양보가 필요하다. 힘의 논리와 숫자로 밀어붙이면 의회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 다소 무력하지만 여당이 독주를 하더라도 우리는 상임위에 들어가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여당과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국회 내에서 합법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

지난 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유화정책에 있다고 비판했다.
 

▲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왜 단호하게 대처를 못하나. 한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과 끊임없는 구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게 없다. 180억 들어간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비핵화가 되지도 않았다. 민간단체서 북한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차원서 하는 것인데 여당에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살포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했다. 누구를 대변하는 정부인지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평화를 위해 유하게 할 때는 해야 되지만, 대한민국과 자국민을 보호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황보 의원은 자녀들까지 포함해 5대째 부산 영도에 살고 있다. 지역의회 경험도 탄탄한 데다 지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황보 의원이 지역구 현안과 관련된 ‘원도심 활성화 패키지 법안’을 1호로 대표 발의한 배경이다. 법안에는 도시재생 특별법, 대중교통법, 역세권법 개정안으로 각각 ▲노면전차(이하 트램)를 이용한 도시재생사업 근거 마련 ▲트램을 대중교통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범위에 추가 ▲트램역 주변 역세권 개발 및 사업성 확보를 위한 개발구역 지정 근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중구영도구는 원도심 지역이다. 인프라도 열악하고 6·25전쟁 때 지어진 집들이라 산자락 밑에 주거지가 형성돼있다. 그러다 보니 재개발과 재건축도 용이하지 못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신도시를 찾아 떠난다. 원도심에는 신도시가 갖고 있지 않은 상징성이 있으니 그것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관광 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트램과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 도입이 필요하다.”

황보 의원은 당내 초선들의 의욕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기존 정치인의 언어나 룰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상식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역시 당의 중도 외연확장을 위해 여성 청년 정치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당한 발걸음

“거대 여당의 양보와 대화 속, 협치를 이루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의원들 중 길거리에 나가서 장외투쟁하고 시위하고 싶은 분은 없다. 의회 안에서 일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원으로 남고자 한다.”


<sangmi@ilyosisa.co.kr>


[황보승희는?]

▲이화여대 영어영문학 학사
▲제4대 부산광역시 영도구의회 의원
▲제5대 부산광역시 영도구의회 의원
▲제6대 부산광역시 영도구의회 의원
▲제6대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제7대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제21대 국회의원 (부산 중구영도구/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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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