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⑧> 통합당 황보승희 “새로운 피 수혈해야 당이 건강”

“새로운 피 수혈해야 당이 건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여덟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과 함께했다.
 

▲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지역서 지방의원으로 15년간 일했다. 주민들께서 지방의회서 오래 활동했던 경력을 보고 국회서도 일을 잘할 거라 판단하고 뽑아주신 것 같다. 주민들께 약속했던 공약들을 착실히 이행하고 항상 가까이 소통하면서 요청 사항들을 국회서 정책으로 발명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왔다.”

최연소 구의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보승희 의원은 15년간 기초의회서 일한 잔뼈 굵은 신인이다. 황보 의원은 대학 졸업 전인 1999년, 김형오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7개월간 국회 비서로 일했다. 졸업 후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2004년 구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복귀했다. 당시 나이 만 27세로 전국 최연소 구의원이었다. 지역 통장과 같은 정치활동은 전무했다. 영도가 배출한 ‘토박이’ 여성 청년이라는 점을 주민들이 신선하게 봐준 덕이 컸다. 이후 그는 영도구의원 3선, 부산시의원 2선 등 지역 정치인으로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자라고 난 고향서 시작한 정치였지만 녹록지 않았다. 서민 가정, 여성 청년 정치인, 국회 보좌진 8급 수준에 그치는 세비…. 자금이 필요한 선거철에는 은행서 대출 받아 선거가 끝난 후 보전을 받아 갚아나갔다. 당의 주요 의제서 밀려난 지역 정치와 청년 정치를 몸소 겪으며 자립했기에 당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9급 비서로 시작해 20년 만에 국회에 입성했다. 흔치 않은 경우다. 민주당은 청년 출마자들에게 50퍼센트 대출해주고 보전 받을 수 있게 했다. 우리 당도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 하지만 똑똑하고 국가를 위해 일할 열정이 있는 청년들에게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황보 의원은 통합당 초선 의원 공부모임인 ‘초심만리’를 꾸렸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에 모여 당의 개혁 방안에 대해 토론한다. 논의 내용을 정리 후 당 비대위에 전달해 개혁을 선도하고자 함이다. 황보 의원은 최근 ‘2030세대 지지 확보 전략’이라는 내용을 발제해 토론을 이끌었다. 청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역 단위의 청년리더클럽(Young Leader’s Club)을 구성 ▲독일 기민당의 영유니온을 롤모델로 한 한국형 청년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40대 이하의 인구 비율이 높다. 통합당이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이라는 건 이미 증명이 됐다. 그분들을 어떻게 당으로 유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1차적으로는 원내에 있는 의원들부터 ‘꼰대’스럽지 않아야 한다. 선거철에 밖에서 인재를 영입하면 우리가 양성하려고 했던 인력들의 지속적인 활용이 어렵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내부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까지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게끔 말이다. 새로운 인재들을 계속 키워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우리 당이 건강해질 수 있다.”

국회는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서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의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통합당 의원 45명을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53년 만의 상임위 강제 배정이다. 통합당 의원 45명은 박 의장을 찾아 항의한 뒤 국회에 상임위원 사임계를 제출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9급 비서로 시작해 20년 만에 드디어 입성
베테랑급 신인…지역·청년 정치 두루 경험

“의석 수가 아무리 많이 차이가 난다지만 그래도 제1야당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32년간 야당 몫이었다. 정권이 법원과 검찰을 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도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나머지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포기할 테니 이 자리만 달라고 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협치를 하려면 양보가 필요하다. 힘의 논리와 숫자로 밀어붙이면 의회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 다소 무력하지만 여당이 독주를 하더라도 우리는 상임위에 들어가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여당과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국회 내에서 합법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

지난 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유화정책에 있다고 비판했다.
 

▲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왜 단호하게 대처를 못하나. 한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과 끊임없는 구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게 없다. 180억 들어간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비핵화가 되지도 않았다. 민간단체서 북한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차원서 하는 것인데 여당에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살포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했다. 누구를 대변하는 정부인지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평화를 위해 유하게 할 때는 해야 되지만, 대한민국과 자국민을 보호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황보 의원은 자녀들까지 포함해 5대째 부산 영도에 살고 있다. 지역의회 경험도 탄탄한 데다 지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황보 의원이 지역구 현안과 관련된 ‘원도심 활성화 패키지 법안’을 1호로 대표 발의한 배경이다. 법안에는 도시재생 특별법, 대중교통법, 역세권법 개정안으로 각각 ▲노면전차(이하 트램)를 이용한 도시재생사업 근거 마련 ▲트램을 대중교통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범위에 추가 ▲트램역 주변 역세권 개발 및 사업성 확보를 위한 개발구역 지정 근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중구영도구는 원도심 지역이다. 인프라도 열악하고 6·25전쟁 때 지어진 집들이라 산자락 밑에 주거지가 형성돼있다. 그러다 보니 재개발과 재건축도 용이하지 못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신도시를 찾아 떠난다. 원도심에는 신도시가 갖고 있지 않은 상징성이 있으니 그것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관광 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트램과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 도입이 필요하다.”

황보 의원은 당내 초선들의 의욕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기존 정치인의 언어나 룰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상식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역시 당의 중도 외연확장을 위해 여성 청년 정치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당한 발걸음

“거대 여당의 양보와 대화 속, 협치를 이루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의원들 중 길거리에 나가서 장외투쟁하고 시위하고 싶은 분은 없다. 의회 안에서 일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원으로 남고자 한다.”


<sangmi@ilyosisa.co.kr>


[황보승희는?]

▲이화여대 영어영문학 학사
▲제4대 부산광역시 영도구의회 의원
▲제5대 부산광역시 영도구의회 의원
▲제6대 부산광역시 영도구의회 의원
▲제6대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제7대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제21대 국회의원 (부산 중구영도구/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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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