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미래통합당 플랜B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개원부터 꽉 막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으로 미래통합당은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상임위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회군론’이 나온다. 하지만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 역시 만만찮다. 통합당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 피켓 항의 중인 미래통합당 의원들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통합당 의원 45명을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국회법 48조 1항에 따르면 상임위·특위 위원의 선임 요청 기한(총선 후 첫 임시회 집회일부터 2일 이내)까지 요청이 없을 경우 국회의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상임위 강제 배정이 이뤄진 건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눈 뜨고
당할 판

통합당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폭거”라고 규정하며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본회의 이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찾아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해주시길 강력하게 말씀드렸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는 국회 활동을 할 수 없단 점도 다시 한 번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통합당의 갈등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시작됐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입법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원장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16대 국회서부터 야당의 몫이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라는 뜻에서다. 예외적으로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잠시 맡았지만, ‘법사위원장=야당의원’이라는 공식은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혔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통합당이 상임위 18개를 다 내놓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임기가 2년 남은 문재인정부의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 완수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공수처 설치법과 같은 검찰 개혁의 후속 입법이 발목 잡힐 수 있다.

53년 만에 각 상임위 강제 배정
통합당 “헌정 폭거” 반발하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 강제 배정 직후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 온 법사위를 지켜내지 못했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그는 현재 충청 지역의 사찰에 칩거해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돌아오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의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그는 칩거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민주당이 매번 우리가 발목 잡는다고 했는데, 우리 없이 단독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의사발언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하지만 정치권에선 주 원내대표의 휴지기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갑작스런 행보가 국민들에게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전략을 구상한 후 곧바로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재신임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 아니라, 다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당내 최다선이자, 전략가로 불리는 주 원내대표의 자리를 채울 ‘다크호스’도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주호영 지도부 재신임을 동의했다. 주 원내대표에게 당무 복귀를 설득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며칠 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

주호영 칩거
재신임 주목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 원내대표의 사퇴에는 ‘힘으로 야당을 짓밟고 있는 민주당과 무슨 협상을 더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마음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법사위원장을 대표직을 걸고 사수하라는 당내 강경 일변도 주장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연히 재신임해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가 밀어붙일 수 있게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의 재신임보다는 민주당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후 다시 재신임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개원부터 끌려 다니게 된 상황인 만큼 기싸움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주 원내대표의 공백 상태서 협상을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다.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 한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없는 상황이라 민주당도 협상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이대로 계속 가는 게 부담스럽다. 주 원내대표의 공백이 더 길어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통합당은 한동안 출구전략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7석의 민주당이 양보 없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시절 장외투쟁을 남발해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통합당으로선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여론조사 역시 통합당에게 불리하게 발표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은 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안보 위기 국면서 야당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보이콧을 계속한다면 민심의 동정보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강경론
회군론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더라도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세다. 이미 법사위원장을 빼앗긴 상태서 주요 상임위가 돌아온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체 상임위를 갖겠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는 것)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우리는 국민 앞에 떳떳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파행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몇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정책 경쟁에 집중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면 된다는 태도다.


다만, 통합당은 의원들로 구성된 자체 위원회를 꾸려 일하는 야당의 모습을 최대한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은 상임위에 참여하는 대신 자체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열었다. 당면한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자 함이다.
 

▲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문병희 기자

박진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은 “여당의 일방적 상임위 구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외교통일위, 국방위 등에 강제 배정된 우리 당 의원들이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당 특위서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의 ‘각자도생’이 국민들에게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지는 미지수다. 통합당 특위는 회의를 위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불렀지만, 두 장관은 응하지 않았다.

반면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외교·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에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회군론’도 제기된다. 북한 도발에 대해 ‘안보 정당’다운 존재감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 장관들에게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허망하게 보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서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감행했다.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국방위, 외통위 정도는 가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에 국회가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통합당은 3대 외교안보 상임위(국방위·외통위·정보위)에 참여해 북한 위협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북한 도발 전화위복?
돌파구 찾기 고심 중

비슷한 궤로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원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북한 도발이 출구전략이 부족한 야당에게 안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줄 기회로 보고, 현 시점에 적용할 수 있는 가용한 대안을 준비해서 신속히 판단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이 상임위로 복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장제원 의원이나 하태경 의원의 발언은 오히려 당내서 일탈적인 소수의견으로 취급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원했고, 어제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가 여당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상임위 배정 철회 등의 조치 없이는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헌정사상 유례없이 국회의장 단독선출 및 상임위 강제배정을 단행한 박병석 의장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통합당을 하청업체 다루듯이 한 데 대한 상처가 크다”고 직격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남은 시간에 원이 어떻게 구성될지 여당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한다”며 “과연 이런 식으로 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나.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본회의장 빠져나가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통합당은 민주당의 원구성 협상을 계속해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의장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강제 배정한 상임위원들은 사보임이 불가피하다. 원구성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위원 선임 요청 없이 위원을 선임해 발생하는 문제는 추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위원 개선(사보임)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 이 경우 투쟁력이 있는 의원들을 상임위 간사로 배치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벌였던 힘겨루기 무대를 상임위로 옮겨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통합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통합당이 버티면 버틸수록 당이 탈피하고자 했던 ‘일하지 않는 당’이라는 대전제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가경정 예산안도 꽉 막혀 있다.

협치 없인
역풍 분다

일각에선 극단적 대치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물밑협상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서도 이대로 밀고 간다면 결국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협치’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개원부터 제1야당과의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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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