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미래통합당 플랜B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개원부터 꽉 막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으로 미래통합당은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상임위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회군론’이 나온다. 하지만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 역시 만만찮다. 통합당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 피켓 항의 중인 미래통합당 의원들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통합당 의원 45명을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국회법 48조 1항에 따르면 상임위·특위 위원의 선임 요청 기한(총선 후 첫 임시회 집회일부터 2일 이내)까지 요청이 없을 경우 국회의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상임위 강제 배정이 이뤄진 건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눈 뜨고
당할 판

통합당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폭거”라고 규정하며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본회의 이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찾아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해주시길 강력하게 말씀드렸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는 국회 활동을 할 수 없단 점도 다시 한 번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통합당의 갈등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시작됐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입법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원장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16대 국회서부터 야당의 몫이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라는 뜻에서다. 예외적으로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잠시 맡았지만, ‘법사위원장=야당의원’이라는 공식은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혔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통합당이 상임위 18개를 다 내놓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임기가 2년 남은 문재인정부의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 완수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공수처 설치법과 같은 검찰 개혁의 후속 입법이 발목 잡힐 수 있다.

53년 만에 각 상임위 강제 배정
통합당 “헌정 폭거” 반발하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 강제 배정 직후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 온 법사위를 지켜내지 못했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그는 현재 충청 지역의 사찰에 칩거해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돌아오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의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그는 칩거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민주당이 매번 우리가 발목 잡는다고 했는데, 우리 없이 단독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의사발언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하지만 정치권에선 주 원내대표의 휴지기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갑작스런 행보가 국민들에게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전략을 구상한 후 곧바로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재신임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 아니라, 다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당내 최다선이자, 전략가로 불리는 주 원내대표의 자리를 채울 ‘다크호스’도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주호영 지도부 재신임을 동의했다. 주 원내대표에게 당무 복귀를 설득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며칠 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

주호영 칩거
재신임 주목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 원내대표의 사퇴에는 ‘힘으로 야당을 짓밟고 있는 민주당과 무슨 협상을 더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마음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법사위원장을 대표직을 걸고 사수하라는 당내 강경 일변도 주장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연히 재신임해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가 밀어붙일 수 있게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의 재신임보다는 민주당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후 다시 재신임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개원부터 끌려 다니게 된 상황인 만큼 기싸움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주 원내대표의 공백 상태서 협상을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다.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 한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없는 상황이라 민주당도 협상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이대로 계속 가는 게 부담스럽다. 주 원내대표의 공백이 더 길어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통합당은 한동안 출구전략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7석의 민주당이 양보 없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시절 장외투쟁을 남발해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통합당으로선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여론조사 역시 통합당에게 불리하게 발표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은 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안보 위기 국면서 야당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보이콧을 계속한다면 민심의 동정보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강경론
회군론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더라도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세다. 이미 법사위원장을 빼앗긴 상태서 주요 상임위가 돌아온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체 상임위를 갖겠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는 것)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우리는 국민 앞에 떳떳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파행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몇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정책 경쟁에 집중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면 된다는 태도다.


다만, 통합당은 의원들로 구성된 자체 위원회를 꾸려 일하는 야당의 모습을 최대한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은 상임위에 참여하는 대신 자체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열었다. 당면한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자 함이다.
 

▲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문병희 기자

박진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은 “여당의 일방적 상임위 구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외교통일위, 국방위 등에 강제 배정된 우리 당 의원들이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당 특위서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의 ‘각자도생’이 국민들에게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지는 미지수다. 통합당 특위는 회의를 위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불렀지만, 두 장관은 응하지 않았다.

반면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외교·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에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회군론’도 제기된다. 북한 도발에 대해 ‘안보 정당’다운 존재감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 장관들에게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허망하게 보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서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감행했다.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국방위, 외통위 정도는 가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에 국회가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통합당은 3대 외교안보 상임위(국방위·외통위·정보위)에 참여해 북한 위협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북한 도발 전화위복?
돌파구 찾기 고심 중

비슷한 궤로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원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북한 도발이 출구전략이 부족한 야당에게 안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줄 기회로 보고, 현 시점에 적용할 수 있는 가용한 대안을 준비해서 신속히 판단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이 상임위로 복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장제원 의원이나 하태경 의원의 발언은 오히려 당내서 일탈적인 소수의견으로 취급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원했고, 어제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가 여당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상임위 배정 철회 등의 조치 없이는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헌정사상 유례없이 국회의장 단독선출 및 상임위 강제배정을 단행한 박병석 의장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통합당을 하청업체 다루듯이 한 데 대한 상처가 크다”고 직격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남은 시간에 원이 어떻게 구성될지 여당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한다”며 “과연 이런 식으로 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나.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본회의장 빠져나가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통합당은 민주당의 원구성 협상을 계속해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의장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강제 배정한 상임위원들은 사보임이 불가피하다. 원구성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위원 선임 요청 없이 위원을 선임해 발생하는 문제는 추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위원 개선(사보임)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 이 경우 투쟁력이 있는 의원들을 상임위 간사로 배치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벌였던 힘겨루기 무대를 상임위로 옮겨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통합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통합당이 버티면 버틸수록 당이 탈피하고자 했던 ‘일하지 않는 당’이라는 대전제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가경정 예산안도 꽉 막혀 있다.

협치 없인
역풍 분다

일각에선 극단적 대치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물밑협상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서도 이대로 밀고 간다면 결국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협치’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개원부터 제1야당과의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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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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