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밀린’ 마지막 동네서점 이야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2 15:14:43
  • 호수 1276호
  • 댓글 0개

대형서점 들어서니 ‘매출 반토막’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해 있던 한 대형서점이 암사동으로 이전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지난해 천호역 인근에 교보문고가 입점이 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교보문고의 입점은 동네 서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인근 상점들은 큰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소상공인들은 대기업들이 지역상권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형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빵집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침해가 ‘자영업 고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해온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대기업 추가 규제’를 기다리고 있다. 

생계형 업종 

중소벤처기업부는 민간 전문가와 업계 대표로 구성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처음 지정했다고 지난해 10월3일 밝혔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년간 예외적 승인사항 이외에 사업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위반매출의 5%에 해당하는 강제이행금이 부과된다.

중기부에 따르면 서점업의 경우 사업자의 90%가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소상공인 중심 업종이다. 사업 역시 평균 연 매출 2억2600만원, 영업이익 2100만원, 임금 610만원을 기록하는 등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심의위원회도 대기업 서점 1개가 출점할 때마다 인근 4km의 중소서점이 18개월 만에 3.8개씩 폐업하고 월평균매출도 310만원서 270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영향이 크다며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규제를 받게 된 대기업 등에 속한 서점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서점명 반디앤루니스), 그리고 대교문고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는 신간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서점에 진출할 경우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4월, 천호동엔 교보문고가 입점했다. 당시 2km 반경에는 총 18개의 서점이 위치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형서점의 영향력은 반경 5km 이내의 서점들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교보문고 천호점서 한 블록 건너 마을버스 정류장 역 바로 앞엔 2011년부터 영세서점인 예림문고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예림문고는 강동구 천호동 인근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곳 중 한 곳이었다. 북카페를 표방했던 이 서점은 내부에 커피숍이 있었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됐다.

서점에 비치된 책들을 가져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읽을 수 있었는데 다른 서점과 달리 책을 파는 매대 가운데 커피를 팔았다.

2016년까지 매출이 좋았던 예림문고는 교보문고 천호점이 지난해 입점하고 난 뒤부터 급격한 매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1억5000만원이던 한 달 매출은 7000만원으로 약 절반이너 떨어졌다. 또 참고서보다 마진이 큰 단행본 손님마저 빼앗기면서 학습지의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예림문고 천호점 점장은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천호점을 운영하려면 한 달에 최소 매출 1억원을 달성했어야 했다. 하지만 교보문고가 들어온 뒤 단행본 손님을 다 빼앗겼다. 교보문고가 입점하면서 참고서 비중을 10%에서 40%로 올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마진 되는 단행본 손님도 뺏겨
골목상권 200평 규모서 20평으로


이어 “단행본 1권 파는 게 참고서 3권 파는 것과 똑같은 이윤을 남긴다. 그러다 보니 돈이 되는 손님들은 죄다 빼앗겼다”며 “교보문고에 이어 코로나19 영향까지 이어지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천호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약 1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곳은 서울 시내 핵심상권 중의 하나로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다닌다. 로데오거리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이마트, 주꾸미 골목 및 먹자 골목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지역상권이 이미 활성화됐다. 또 천호사거리는 강동지역의 관문이며 하남·광주·성남 방면으로 통하고, 지하철 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충지다. 

결국 예림문고는 상권이 좋은 천호점을 포기하고 지난 1일, 암사동으로 이전했다. 200평이었던 규모를 20평으로 대폭 줄이면서 북카페도 포기해야 했다. 참고서 비율은 90%로 높이면서 베스트셀러 100권만 비치했다. 
 

▲ ▲예림문고 내부 전경

해당 점장은 “교보문고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 같았으면 머리에 띠 두르고 반대했겠지만,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고 암사동으로 이전해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동네서 오래 서점을 운영한 덕분에 현재 4만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비록 학습지 위주라 마진이 덜 남는 건 사실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림문고는 이전에 비해 가게도 좁아지고 직원도 줄어들었지만 참고서를 찾는 학생들은 늘었다. 단행본 대신 참고서 비율을 높인 전문 서점으로의 변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천호동 입점에 대해 교보문고 측은 “천호점은 배후수요를 보고 들어왔다. 천호점에 인근 서점들의 매출을 떨어 뜨리려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 주변 상권에 아무것도 없던 몰(mall) 안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호를 비롯해 2015년부터 신도시나 허허벌판인 상권에 들어간 것이다. 이전에는 주위에 서점 영향에 대해 분석하거나 고려를 많이 했지만 요즘에는 그에 비해 덜한 것이 사실이다. (예림문고)천호역 인근 서점에 이전에 대해서는 교보문고의 영향인지, 사람들의 책을 읽지 않아서인지, 온라인주문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교보문고의 영향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이전했다는 것은 억측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생 노력”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상생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취지에 맞게 해당 법을 잘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동네 서점과 상생을 하는것이다. 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라는 동네 서점이 대부분 가입돼있는 곳이 있다. 우리도 가입돼있어 새로운 곳에 입점할 때마다 동네서점 측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를 같이 나눈다. 이런 활동도 동네서점과 상생을 이어나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