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알바만도 못한 열정페이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2 14:23:09
  • 호수 12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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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차비도 안 되는 허드렛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020년 시급은 8590원이다. 주 8시간으로 가정한다면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월급이 17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근무 강도가 약하거나 일을 배운다는 의미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곳도 많다. 여전히 ‘열정페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열정페이’란 단어가 시대를 관통했다. 무급이나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로, 청년층이 특히 공감을 했다. 2020년 현재도 그 단어는 유효하다. <일요시사>는 청년들의 노동착취가 지금까지도 이뤄지는 특수 직종들을 정리했다. 

공부하면서
돈도 번다고?

▲헬스장 트레이너= 피트니스센터에는 견습생 트레이너가 있다. 견습생 트레이너란 다른 트레이너들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사람을 말한다. 센터 내 업무로는 내부 청소, 전단지 팜플렛 관련해 홍보활동 등이 있다. 

트레이너 희망자들은 견습생 트레이너가 돈을 벌면서 교육도 받고, 경험도 쌓고, 실무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센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반 트레이너와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 일반 트레이너의 급여가 100만∼12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고 견습 트레이너는 이보다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 트레이너의 경우 PT라는 주 수입원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소수의 센터에서는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라는 곳도 있다.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이라면 해부학, 영양학, 역학, 세일즈, 트레이닝 방법론, 운동 등 전문성이 띠지 않더라도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다수의 센터서 잡일만 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 알려준다고 해도 자기와 운동하면서 원판 옮기기나 시키지, 자신의 운동이라도 제대로 전수하는 곳은 드물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트레이너 견습생들은 며칠 또는 1∼2개월 교육 받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버티고 버티면서 자기 운동하고 공부해서 센터서 자리 잡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그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트레이너의 인성에 따라 다르지만, 괜히 트레이너 견습생에게 텃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견습 기간은 보통 2개월서 3개월로 정해져있지만, 센터마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견습 트레이너, 퍼블릭 트레이너, 퍼스널 트레이너 등 3단계로 나뉜다. 보통 기본적인 교육이 끝나면,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테스트 통과 시 퍼블릭 트레이너로 진급시켜 주고, 회원 OT를 진행시킨다. 기본적인 회원 OT를 진행하면서 배운 것을 실습한다고 보면 된다.

시간 지나도 1일 12시간 근무
근무 강도 낮아서 저임금 지급

자체 교육 후 퍼스널 트레이닝 교육 과정 이수증을 발급하는 곳도 있지만 이 같은 이수증 및 수료증은 다른 센터서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센터에서는 기본적인 머신 사용법만 지도한 후, 몇 가지 트레이닝 매뉴얼을 주고 바로 PT를 진행하는 센터도 있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다 보면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센터에 남을지, 이직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체계적인 교육과 더불어 트레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센터들도 있긴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트레이너들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근무시간만 늘어난 상태다. 팀장급들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데 많이 받아야 월급 15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일반 트레이너들도 하루 9시간 근무하는데 80만원서 100만원을 받는다. PT를 받는 회원이 없는 상태서 기본임금을 말하는 것이고, 자기가 알아서 회원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실 총무= 독서실은 낮은 근무 강도로 인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독서실 자리를 하나 준다는 명목으로 독서실 총무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개 동네 고급화 독서실이 평균 시급이 2500원∼3500원 수준이고, 소규모 일반 독서실은 시급이 1000원대까지 떨어지거나 그 미만을 주는 경우도 많다. 독서실 관리감독 업무는 하루 4시간 독서실 청소, 회원등록과 응대, 내부 온도조절 등이다. 
 

해당 업무를 하루 4시간씩 하고 받는 월급은 30만원수준, 시급으로 따지면 2500원이 된다. 독서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20만원을 월급에 더해도 시급은 4000원정도 수준에 머문다. 2020년 최저임금 8590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 독서실 근로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업무가 쉽고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받는 돈이 너무 적어 자괴감이 든다”며 “프리미엄 독서실서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이 빨리 합격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업주들에게 최저임금을 달라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사례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에서는 최근 독서실 총무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 교육을 진행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서도 이런 불법고용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거나 오히려 장려하기 때문에, 독서실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피해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수긍하면서 프리미엄 독서실의 최저임금 미준수와 관련된 민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으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무법인 리인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받지 못한 임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민원절차가 복잡해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한 커뮤니티에 페*****는 “독서실 총무로 하루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하루 쉬는데 월급 50만원 줘서 놀랐다. 근데 또 찾아보니 이렇게 주네. 물론 하는 일이 없어서 이해는 간다만 이런 건 법에 안 걸리나?”라고 게시했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는 독서실 총무대신에 ‘무료회원’이라고 표기한 뒤 사람을 채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독서실 총무 자리를 두고 근로자인지 대한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철저히 무시되는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과거 독서실 총무 경험이 있다는 한 공무원은 “5년 전 내가 독서실서 일했을 때와 지금 그곳 임금이 똑같다. 그러나 당시에도 어느 누구도 최저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직원은 없었다. 그곳은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분은 취업포털 업체들도 자세히 인지하고 있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독서실이나 고시원의 경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점 등 그런 특수성이 존재하는 부분도 있다. 구인공고를 낼 때 최저임금이 아니면 등록 자체가 되지 않게 돼있는데, 일부 사업주들이 일단 최저시급으로 설정해놓고 상세모집요강서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 급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모니터링 과정서 발견되면 해당 공고를 삭제 조치한다”고 말했다.

▲미용실= 지난 2013년 청년유니온이 미용실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실태를 폭로하고 나섰다. 미용실 스태프들은 하루 최대 12시간, 주 6일을 근무하고도 평균 93만원의 월급을 받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당시 시간당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다. 그러나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한 미용실 스태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980원이었다. 


“못 받아도 
꿈 때문에”

언론은 청년유니온을 비롯해 각종 노동연구소서 발표한 노동 실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고용노동부도 집중 근로감독을 벌여 일부 제재를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20년 현재도 미용업계의 열정페이는 이어지고 있다.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해서 받아가는 돈은 100만원 수준이다. 

미용업계는 전형적인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미용전문대학을 나와 기본기술을 습득하거나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해도, 결국은 매장서 최소 3년의 실습경험을 쌓아야 미용사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스태프들은 ‘인턴(교육생)’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미용실서 원장이나 수석 디자이너, 실장급 디자이너로부터 머리감기부터 커트, 펌, 염색 기술 등 미용실서 이뤄지는 각종 기술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미용실서 1∼2년의 스태프 경험이 있어도 3년을 채우지 못하면 또 다른 미용실에 가서도 처음부터 다시 스태프 기간을 밟아야 한다. 

교육을 명목으로 한 각종 착취가 이뤄져도 버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이나 학원서 배우는 ‘기술’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비의 액수가 15만원서 20만원까지 책정돼있는 관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회당 10만∼20만원의 교육비를 스태프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받고 있다. 이 돈은 결국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업주 입장에선 세금 포탈의 방식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급여명세서상의 지급액과 실지급액은 교육비 및 각종 재료비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스태프 한 명당 50만∼80만원을 돌려받았다면, 스태프 10명 기준으로 약 500만∼800만원의 돈이 지출내역만 있을 뿐 매달 사업주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간 셈이다. 일부 사업주는 ‘돌려받기’를 감추기 위해 사업주 명의 계좌가 아닌 수석 디자이너나 부원장급 디자이너의 계좌로 스태프들의 교육비를 돌려받고, 그 돈을 현금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정당한 대우 못 받아 퇴사 고민
휴게시간도 제대로 인정 못받아

스태프들은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설령 근로계약서에는 ‘1일 2시간의 휴게시간 제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도 실제 2시간을 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미용실 스태프들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합해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미용업계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을 통해 운영되고, 그런 과정서 실습비 명목으로 노동자에게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최저임금 지급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 미용업계라는 이야기다. 김 부소장은 2013년 서비스산업 노동과정 실태 기획연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헤어숍 헤어 디자이너와 스태프 노동 과정’을 연구한 당사자다. 

김 부소장은 “이쪽 업계는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개선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용 스태프들은 잦은 이직으로 고용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업계의 유입과 이탈이 많아 특정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줄임말인 ‘게스탭’은 부정적인 의미로 알려졌다. 게스탭은 게스트하우스서 근무하면서 노동의 대가로 급여 대신 숙식을 제공받는다.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직원이 숙식 제공으로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예전에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서 ‘낭만페이’ 논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서 직원이 아닌 ‘스태프’를 모집한다고 해 돈이 아쉬운 청년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간단한 소일거리라고 생각한 청년들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지원한다. 게스트하우스 업주는 스태프에게 손님 체크인과 안내 등 게스트하우스 내 잡무를 시킨다. 또 바비큐파티와 관련해 준비 및 정리도 해야 한다. 게스탭은 청소 2시간, 잡무 6시간 등의 노동을 하게 된다. 이로써 게스탭은 근로 과정서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자에게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으며, 근로의 대가를 받는 종속관계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월급 받아도
교육비로 반납

다만, 게스트하우스의 사업주와 스태프는 1∼2개월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명확한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게스탭 경험자였던 A씨는 “게스탭으로서 과중하게 노동을 부담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정당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호받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게스트하우스느 스태프를 모집할 때 근로시간과 휴게 시간을 명확하게 표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배움 핑계로…아직도 도제식 교육?

대가로 기술 배울 수 있어도제는 상인과 장인의 직업 교육 제도이며 젊은 세대를 업무에 종사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도제와 제자도 경력을 구축할 수 있으며, 공공 기술 인증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제는 고용주와 계약한 기간 지속적인 노동에 종사하여 대가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디자이너부터 포토그래퍼, 연극 배우 등 예술업계에서 하는 일에 비해 터무니없는 것이 월급과 대우로 그곳을 쉽게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 스튜디오나 헤어샵 등은 대부분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배우는 도제식 근무가 많은 데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았다.

배움을 핑계로 적은 월급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넘기는 식의 불공정한 대우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사진과를 졸업한 김모(30)씨는 작년까지 모 작가의 스튜디오서 일했다.

계약한 기간 지속적 노동

그는 스튜디오 실장 밑에서 사진 기술을 배우고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도제식 교육이 일반화된 업계 특성상 개인의 권리를 챙기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김씨는 “매일 출근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100만원 초반대의 월급을 받고 일한다. 최근에 일하러 갔던 한 스튜디오에서는 하루에 4만원을 받고 수습 기간이 끝나면 건 당 수입을 받는 것으로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4만원이면 시급 5000원꼴이다. 그렇게 일을 배운 신입 포토그래퍼는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해 자기가 배운 것을 반복한다. 결국 뿌리 깊은 사진업계의 악습은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개인이 추구하는 사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스튜디오가 있는 전문가의 경우 그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실력 향상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내에서 부당대우를 받더라도 쉽게 내부고발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업계가 좁아 섣불리 고발했다간 불이익을 얻을까 두렵다는 것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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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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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