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2세 경영’의 민낯

‘뒤로 뒤로…’ 황태자의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푸르밀이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등을 도모하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공교롭게도 푸르밀의 부진한 행보는 오너 2세 체제 가동과 시기와 맞물린다.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황태자는 경영 능력 입증은 고사하고 헛발질의 연속이다.
 

▲ 신동환 푸르밀 대표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유제품 제조업체다. 푸르밀의 계열 분리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얄궂은 인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선 찾더니
최악을 선택

고 신 명예회장의 막내 남동생인 신 회장은 오랫동안 형과 함께하며 롯데건설·롯데제과 대표이사, 롯데햄·우유 부회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신 회장은 1990년대 중반 형제 간 분쟁을 거치며 그룹의 모든 직위서 해임됐고, 신 회장은 2007년 4월 롯데햄으로부터 롯데우유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했다. 2009년 1월 사명을 푸르밀로 바꾼 건 롯데그룹의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롯데라는 우산을 벗어 던진 푸르밀은 짧은 숨고르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2009년 남우식 대표이사를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가 신의 한 수였다. 남 대표 취임 첫해 거둔 매출 2000억원 돌파와 분사 이래 첫 흑자라는 결과물은, 푸르밀의 홀로서기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후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매출은 2012년 3000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흑자 행진은 2017년까지 쉼없이 이어졌다. 꾸준히 순이익을 발생시킨 덕분에 남 대표 취임 직전 129억800만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2012년부터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2017년에는 이익잉여금만 271억900만원이 쌓일 만큼 내실이 탄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푸르밀의 고공행진을 이끌던 남 대표 체제는 2017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유업계 경쟁 심화와 유류 소비 하락이라는 겹악재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적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남 대표의 마지막 임기였던 2017년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수준인 15억400만원으로 떨어졌고, 순이익은 10억원 밑으로 주저앉는 등 2008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던 만큼 눈앞에 닥친 수익성 악화를 이겨낼 만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변혁을 꾀하고자 꺼낸 카드는 놀랍게도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였다. 2017년 12월31일부로 사임한 남 대표의 후임 대표이사직은 같은 날 신 회장이 넘겨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흘 뒤에는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환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됐다. 표면상 두 명의 대표가 지휘하는 형태였지만, 사실상 오너 2세로 경영권이 승계쯤으로 비춰졌다.

신 대표는 취임과 함께 변화를 도모했다. 특히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1998년 롯데제과 기획실에 입사해 롯데우유 영남지역담당 이사, 푸르밀 부사장 등을 거친 신 대표는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며 신 대표 취임 첫 해에 신규 출시한 가공유 제품만 30개에 육박했다. 다른 유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머뭇거리는 모습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신 대표가 불러온 신선한 바람이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쯤으로 여겨졌다.

하는 건 많은데
결과물은 글쎄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물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신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는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반등은커녕 뒷걸음질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취임 첫해부터 고꾸라진 실적은 제품 개발에 쏟은 신 대표의 열정을 순식간에 퇴색시켰다.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된 최근 2년간 푸르밀의 주요 실적 지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취임 직전이던 2017년에 2574억85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이듬해 2301억2600만원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 2011억3800만원을 찍은 2009년 이래 최악의 결과물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더욱 처참했다. 신 대표 임기 첫 해였던 2018년에 영업손실만 15억200만원에 달하면서 10년 만에 적자전환됐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88억9600만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판관비(579억7200만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전년 대비 약 75억원 줄어든 매출총이익(490억7600만원)이 마이너스를 키웠다.

같은 시기에 순손실로 전환도 이뤄졌다. 2018년과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각각 4억3500만원, 71억2300만원이다. 거듭된 순손실의 여파로 인해 2017년 기준 271억900만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95억52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하면 올해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상반기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올렸을 거라고 예상되는 수순”이라며 “푸르밀 또한 비슷한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빚은 쌓이고…총체적 난국
회사 어려워도 경영권 굳건

좀처럼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푸르밀의 현 상황은 작지 않은 위험 요인을 내포한다. 일단 해를 넘길수록 커지는 부채 규모가 자칫 회사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경향은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되면서부터 부쩍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로 손꼽혔다. 이 같은 특징은 부채비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푸르밀의 2017년과 2018년 부채비율은 각각 87.1%, 77.7%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부채비율이 102.8%로 높아지는 등 매우 양호했던 재정건전성에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한 건 2016년 이래 3년 만이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회사의 실적 악화 와 부채 증가가 엇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신준호 푸르밀 회장

총자본의 지속적인 감소가 부채비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656억87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푸르밀의 총자본은 2018년 651억29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579억5900만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요동친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띠기 시작한 총부채 때문이다. 2018년 505억82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부채는 1년 사이 595억8200만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증대됐다.

시간 갈수록
기대치 하락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푸르밀의 재정건전성이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준이 됐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2017년 81.1%로 가뜩이나 기준치를 하회했던 푸르밀의 유동비율은 이듬해 78.8%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63.5%로 후퇴한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유동부채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556억4500만원을 나타냈는데, 유동부채의 급격한 오름세는 차입금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2017년 202억24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224억71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25억79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빚에 기대는 경향이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라는 건 차입금의존도를 통해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2017년 16.5%였던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19.4%에 이어 지난해 27.7%로 치솟았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수준으로 인식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위험요인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매년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차입금 항목서 두드러진 특징은 차입금 전액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환 부담으로 연결된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단기차입금이 244억1045만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으며, 장기차입금 중 만기도래를 앞둔 유동성장기차입금 62억원과 매출채권 양도액 중 만기 미도래분 18억8900만원까지 단기성 차입금으로 분류 가능하다. 연도별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3%서 지난해 27.7%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또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탓에 순이익 감소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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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농업중기자금대출 형식으로 농협은행으로부터 장기차입금으로 빌렸다가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변환된 62억원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연이자율이 0.53∼1.57%였던 반면, 산업은행으로부터 회전대출 및 운전자금 용도로 단기 차입했던 140억원의 경우 연이자율이 2.4∼2.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빌려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매년 5억∼6억원가량의 순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예년에 비해 높게 책정돼있음을 감안하면 올해는 차입금에 따른 이자부담이 예년보다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푸르밀이 오너 경영 체제를 천명한 이상 최근 드러난 부진한 성과는 신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능력과 연결될 소지를 남긴다. 물론 신 대표 체제서 드러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물이 당장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긴 힘들다. 푸르밀의 지분 구조와 승계 구도서 신 대표의 입지가 워낙 견고한 까닭이다.

롯데우유 계열 분리 과정서 지분 100%를 인수한 신 회장은 인수 직후 우리사주조합에 10%가량을 주고 나머지 90%를 보유해왔다. 신 회장은 2012년 7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운데 30%를 아들과 딸, 손자들에게 증여하며 지분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삽질 거듭해도
확고한 입지

현재 신 회장이 푸르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2대 주주는 딸 신경아 푸르밀 이사(12.6%)다. 신 대표는 지분 10%를 보유한 3대 주주지만, 두 아들인 재열·찬열군이 각각 보유한 4.8%와 2.6%를 더하면 사실상 2대 주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승계 1순위였던 동학씨는 2005년 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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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