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2세 경영’의 민낯

‘뒤로 뒤로…’ 황태자의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푸르밀이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등을 도모하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공교롭게도 푸르밀의 부진한 행보는 오너 2세 체제 가동과 시기와 맞물린다.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황태자는 경영 능력 입증은 고사하고 헛발질의 연속이다.
 

▲ 신동환 푸르밀 대표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유제품 제조업체다. 푸르밀의 계열 분리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얄궂은 인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선 찾더니
최악을 선택

고 신 명예회장의 막내 남동생인 신 회장은 오랫동안 형과 함께하며 롯데건설·롯데제과 대표이사, 롯데햄·우유 부회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신 회장은 1990년대 중반 형제 간 분쟁을 거치며 그룹의 모든 직위서 해임됐고, 신 회장은 2007년 4월 롯데햄으로부터 롯데우유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했다. 2009년 1월 사명을 푸르밀로 바꾼 건 롯데그룹의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롯데라는 우산을 벗어 던진 푸르밀은 짧은 숨고르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2009년 남우식 대표이사를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가 신의 한 수였다. 남 대표 취임 첫해 거둔 매출 2000억원 돌파와 분사 이래 첫 흑자라는 결과물은, 푸르밀의 홀로서기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후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매출은 2012년 3000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흑자 행진은 2017년까지 쉼없이 이어졌다. 꾸준히 순이익을 발생시킨 덕분에 남 대표 취임 직전 129억800만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2012년부터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2017년에는 이익잉여금만 271억900만원이 쌓일 만큼 내실이 탄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푸르밀의 고공행진을 이끌던 남 대표 체제는 2017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유업계 경쟁 심화와 유류 소비 하락이라는 겹악재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적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남 대표의 마지막 임기였던 2017년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수준인 15억400만원으로 떨어졌고, 순이익은 10억원 밑으로 주저앉는 등 2008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던 만큼 눈앞에 닥친 수익성 악화를 이겨낼 만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변혁을 꾀하고자 꺼낸 카드는 놀랍게도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였다. 2017년 12월31일부로 사임한 남 대표의 후임 대표이사직은 같은 날 신 회장이 넘겨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흘 뒤에는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환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됐다. 표면상 두 명의 대표가 지휘하는 형태였지만, 사실상 오너 2세로 경영권이 승계쯤으로 비춰졌다.

신 대표는 취임과 함께 변화를 도모했다. 특히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1998년 롯데제과 기획실에 입사해 롯데우유 영남지역담당 이사, 푸르밀 부사장 등을 거친 신 대표는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며 신 대표 취임 첫 해에 신규 출시한 가공유 제품만 30개에 육박했다. 다른 유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머뭇거리는 모습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신 대표가 불러온 신선한 바람이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쯤으로 여겨졌다.

하는 건 많은데
결과물은 글쎄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물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신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는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반등은커녕 뒷걸음질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취임 첫해부터 고꾸라진 실적은 제품 개발에 쏟은 신 대표의 열정을 순식간에 퇴색시켰다.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된 최근 2년간 푸르밀의 주요 실적 지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취임 직전이던 2017년에 2574억85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이듬해 2301억2600만원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 2011억3800만원을 찍은 2009년 이래 최악의 결과물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더욱 처참했다. 신 대표 임기 첫 해였던 2018년에 영업손실만 15억200만원에 달하면서 10년 만에 적자전환됐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88억9600만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판관비(579억7200만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전년 대비 약 75억원 줄어든 매출총이익(490억7600만원)이 마이너스를 키웠다.

같은 시기에 순손실로 전환도 이뤄졌다. 2018년과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각각 4억3500만원, 71억2300만원이다. 거듭된 순손실의 여파로 인해 2017년 기준 271억900만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95억52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하면 올해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상반기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올렸을 거라고 예상되는 수순”이라며 “푸르밀 또한 비슷한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빚은 쌓이고…총체적 난국
회사 어려워도 경영권 굳건

좀처럼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푸르밀의 현 상황은 작지 않은 위험 요인을 내포한다. 일단 해를 넘길수록 커지는 부채 규모가 자칫 회사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경향은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되면서부터 부쩍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로 손꼽혔다. 이 같은 특징은 부채비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푸르밀의 2017년과 2018년 부채비율은 각각 87.1%, 77.7%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부채비율이 102.8%로 높아지는 등 매우 양호했던 재정건전성에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한 건 2016년 이래 3년 만이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회사의 실적 악화 와 부채 증가가 엇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신준호 푸르밀 회장

총자본의 지속적인 감소가 부채비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656억87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푸르밀의 총자본은 2018년 651억29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579억5900만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요동친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띠기 시작한 총부채 때문이다. 2018년 505억82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부채는 1년 사이 595억8200만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증대됐다.

시간 갈수록
기대치 하락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푸르밀의 재정건전성이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준이 됐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2017년 81.1%로 가뜩이나 기준치를 하회했던 푸르밀의 유동비율은 이듬해 78.8%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63.5%로 후퇴한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유동부채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556억4500만원을 나타냈는데, 유동부채의 급격한 오름세는 차입금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2017년 202억24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224억71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25억79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빚에 기대는 경향이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라는 건 차입금의존도를 통해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2017년 16.5%였던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19.4%에 이어 지난해 27.7%로 치솟았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수준으로 인식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위험요인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매년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차입금 항목서 두드러진 특징은 차입금 전액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환 부담으로 연결된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단기차입금이 244억1045만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으며, 장기차입금 중 만기도래를 앞둔 유동성장기차입금 62억원과 매출채권 양도액 중 만기 미도래분 18억8900만원까지 단기성 차입금으로 분류 가능하다. 연도별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3%서 지난해 27.7%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또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탓에 순이익 감소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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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농업중기자금대출 형식으로 농협은행으로부터 장기차입금으로 빌렸다가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변환된 62억원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연이자율이 0.53∼1.57%였던 반면, 산업은행으로부터 회전대출 및 운전자금 용도로 단기 차입했던 140억원의 경우 연이자율이 2.4∼2.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빌려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매년 5억∼6억원가량의 순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예년에 비해 높게 책정돼있음을 감안하면 올해는 차입금에 따른 이자부담이 예년보다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푸르밀이 오너 경영 체제를 천명한 이상 최근 드러난 부진한 성과는 신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능력과 연결될 소지를 남긴다. 물론 신 대표 체제서 드러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물이 당장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긴 힘들다. 푸르밀의 지분 구조와 승계 구도서 신 대표의 입지가 워낙 견고한 까닭이다.

롯데우유 계열 분리 과정서 지분 100%를 인수한 신 회장은 인수 직후 우리사주조합에 10%가량을 주고 나머지 90%를 보유해왔다. 신 회장은 2012년 7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운데 30%를 아들과 딸, 손자들에게 증여하며 지분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삽질 거듭해도
확고한 입지

현재 신 회장이 푸르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2대 주주는 딸 신경아 푸르밀 이사(12.6%)다. 신 대표는 지분 10%를 보유한 3대 주주지만, 두 아들인 재열·찬열군이 각각 보유한 4.8%와 2.6%를 더하면 사실상 2대 주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승계 1순위였던 동학씨는 2005년 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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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