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기다리는 선수들- 영국 여자 육상 에이미 헌트

  • JSA뉴스 jsanews@jsanews.co.kr
  • 등록 2020.06.22 10:06:23
  • 호수 1276호
  • 댓글 0개

역사 속으로 뜨거운 발을 담그다

[JSA뉴스] IOC는 최근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과 관련, 주어진 1년의 기간 동안 참가 선수들은 어떻게 자신들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주인공은 영국 여자 육상선수 에이미 헌트다.
 

▲ 에이미 헌트

2019년 6월, 에이미 헌트(Amy Hunt)는 독일 만하임서 18세 이하 200미터 단거리 육상 세계기록을 세우며 역사 속으로 뛰어들었다. 영국의 이 스프린터는 인터뷰를 통해 왜 도쿄올림픽 연기가 그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고의 일이었는지를 설명한다.

[열기]

에이미 헌트가 영원히 기억하는 순간은 레이스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 첫 번째 100미터 구간서 치열한 경쟁자 중 한 명을 압도적으로 따돌렸을 때, 상대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꺽었던 코너 부근서의 강력한 질주, 그리고 22.42초의 세계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던 순간도 아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열기’, 열기 그 자체가 그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트랙이 너무 뜨거웠다. 심지어 내가 출발선서 대기하고 있을 때도 나는 내 손이 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나는 ‘우리가 이 경주를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더웠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경주를 시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질주하던 순간에도 내 발은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기억이다. 내 발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마지막 50미터는 무아지경에 빠져 달려나갔다.”


[출발]

헌트는 인내 그 이상의 것을 해냈다. 비록 당일 레이스의 세세한 것들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날 경기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단거리 선수가 됐다.

그는 현재 18세 이하 여자 선수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그의 기록은 나이를 불문하고 영국 선수들이 세웠던 역대 200미터 달리기 세 번째 기록이다.

“도쿄올림픽 연기는 최고의 일”
주위 환경 이용해 몸 상태 유지

더욱 인상적인 것은 에이미 헌트가 200미터 단거리 종목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전 그는 단지 다섯 차례 정도의 200미터 단거리 실외 경기에 출전했을 뿐이었고, 그 출전 경험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기록을 내기 전까지 내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100미터 단거리였다. 200미터 종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전까지는 많이 달려 본 적도 없었다. 200미터를 달리고 주저앉으면 어지럽고 기절할 것 같았고, 그래서 별로 좋아하는 종목이 아니었다.”

[기록]


그러나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헌트와 코치는 200미터 종목의 출전을 결정했고, 그 결정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200미터에 출전했던 유일한 이유는 바로 한 주 전에 출전했던 주니어 대회서 100미터를 뛰었기 때문이었다. 유럽 주니어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한 번쯤 재미삼아 (200미터 종목에)출전한 것이었다. 한 주 전에 100미터를 세 번이나 뛰었고, 그래서 기분도 전환할 겸 이번에는 200미터를 뛰자고 한 것이다.”

그 레이스 이후 헌트의 스파이크는 말 그대로 녹아내렸다. 그의 인생과 200미터 단거리 종목의 세계신기록도 바뀌게 됐다.
 

“경기 후 공항에 도착해서야 스파이크를 벗을 수 있었다. 선수들끼리 각자의 스파이크를 비교해 봤는데, 정말 스파이크 바닥들이 다 녹아버린 상태였다. 어떤 브랜드이건 밑창의 플라스틱 부분이 전부 녹아 있었다. 경기장의 트랙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말이 안 될 정도로 그만큼 더웠다.”

[재능]

에이미 헌트는 재능이 많다. 현재 그는 18세 이하 200미터 단거리 육상 세계기록 보유자일 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보로스서 열린 유럽 20세 이하 챔피언십서 200m 금메달을 따낸 뒤 영국 육상 기자협회서 수여하는 ‘올해의 청년 여자 체육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재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헌트가 이제 겨우 18세고, 그가 목표로 했던 것을 전부 이뤄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케임브리지대학교로부터 영문학과 입학 제의를 받은 그는 현재 훈련 중인 영국 최고의 스포츠 대학 ‘러프보로(Loughborough)’ 진학 사이서 고민하고 있다.

재능 있는 첼로 연주자이기도 하다. 영국 전역이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되기 전에 학교에서 현악단을 운영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학교 공부와 음악 공부,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육상훈련을 지속한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칠 테지만 에이미 헌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헌트는 자신의 열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언젠가 지금을 돌이켜보면, ‘맙소사! 어떻게 그런 것들을 전부 할 수 있었지?’라고 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고, 어떻게든 다 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정말 터무니없이 바빴다.”

[일상]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헌트의 일상에도 변화가 왔다. 그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던 때와는 다른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헌트는 훈련 일정을 지키고 있다. 차고에 훈련장을 만드는 등 주위 환경을 이용해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큰 공원 근처에 살기 때문에 그곳에서 훈련을 하거나 빈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근처에 언덕이 있어서 오르막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스피드 강화 훈련하기에도 좋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거주지 근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참 행운이다.”

즐거운 격리 생활
도쿄를 향한 시선

헌트는 당연히 도쿄올림픽을 생각하고 있다. 인터뷰 주제가 내년 올림픽으로 바뀌자, 헌트는 대회 일정 연기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헌트에게 남은 1년은 세계 최고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연기는 나에게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올해에도 출전 준비가 돼있었겠지만, 추가의 1년은 나를 더욱 강하고 빠르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압박]

만약 그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면, 헌트는 자신이 항상 우러러 봤던 많은 우상들과 이제는 경쟁하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어떤 선수들은 승부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때 좋은 성적을 내곤 한다. 하지만 에이미 헌트의 경우, 지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대회를 돌이켜 보면 헌트는 압박감이 없을 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대회 이후에 참 많이 생각해 봤다. 그저 대회를 즐기려고 해서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었던 것일까? 확실히 그렇다. 스스로가 매우 편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비슷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스스로 부담 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상황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전의 경험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 자체만 놓고 본다면 나는 완전히 집중하고 싶다. 남은 1년 동안 나의 기량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영국서 가장 촉망받는 육상 선수인 헌트에게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한 시간이 1년 더 생겼다. 내년 여름 도쿄 날씨가 매우 덥고 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헌트가 다시 한 번 놀라운 일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