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Part.2

한국미술, 100년의 시간여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전 ‘현대 HYUNDAI 50’ 2부가 관람객들을 찾아온다. 2부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갤러리현대와 동행한 한국 작가 16명과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 70여점이 소개된다. 
 

▲ 곽덕준 작

갤러리현대는 1980년대 초중반부터 세계화 비전을 전시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1981년 3월 호안 미로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마르크 샤갈, 1983년 3월 헨리 무어의 개인전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80년∼현재

1987년 한국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미술을 국제무대에 알렸다. 장르와 매체가 다변화하고 작품 규모가 확대된 1990년대에는 동시대 미술의 최신 경향을 반영해 전시장을 새롭게 마련했다. 2000년대는 윈도우갤러리, 두아트, 16번지 등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운영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2부에서는 이승택·곽덕준·박현기·이건용·이강소 등 한국의 주요 실험미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서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10여년에 걸쳐 다섯 작가의 기념비적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연이어 개최했다. 세계 미술사의 거대한 흐름과 맥락에 맞춘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 이승택의 ‘고드랫돌’과 2016년 이건용의 퍼포먼스 사진 ‘장소의 논리’는 런던 테이트미술관에, 2018년 박현기의 대표작 ‘무제(TV돌탑)’는 뉴욕 현대미술관서 소장하는 등 이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갔다. 


다섯 작가는 한 장르나 특정 사조에 포섭되지 않는 전위적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이들의 작품에는 자연과 인공, 삶과 예술, 물질과 관념, 전통과 혁신, 실재와 환영 등 미술사를 가로지르는 첨예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4∼5월 1부 전시 이어
7월19일까지 2부 전시

다섯 작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중반의 한국미술계는 한국의 실험미술이 꽃 핀 시기라 할 수 있다. 앵포르멜 이후 한국 화단의 새로운 조형질서를 모색하고 창조하려던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결성됐다. 

이승택은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비조각이라는 자신만의 핵심 개념을 담은 전위적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번 특별전에 출품된 ‘무제’에는 이승택의 비조각 개념은 물론 작품이 놓이는 환경에 관한 작가의 관심이 녹아 있다. 1982년 관훈미술관서 열린 개인전서 처음 발표한 이 작품은 40년 만에 관람객들과 다시 만난다. 

한국과 일본 미술계서 활약한 곽덕준은 명확하고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의 구조와 질서에 난센스의 미학으로 답했다. 이런 창작 활동의 배경과 태도는 그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 박현기 작

일본 국적으로 일본서 거주하던 작가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 국적을 박탈당했다. 재일한국인이 된 그는 1960년대 말 석고와 호분, 수지 등이 들어간 독특한 회화로 미술계에 데뷔한 이후 사진, 이벤트, 영상, 퍼포먼스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한 작업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박현기는 돌과 나무, 흙과 같은 자연의 물질과 TV, 거울, 유리와 같은 인공의 물질을 병치하거나 자연 풍경을 담은 영상을 건축적 설치와 결합하는 등 관념적인 비디오 아트의 세계를 구축했다. 


2010년 갤러리현대는 박현기의 10주기를 기념하며 회고전을 개최, 그의 작품 세계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박현기가 제1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한 대표작 ‘무제(TV돌탑)’와 ‘물 기울기’를 내놨다. 자연물과 복제된 자연물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또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질문하는 작품들이다. 

실험미술의 선구자들 작품
해외 유명 작가들도 조명

이강소는 누구보다 새로운 실험미술에 몰두한 작가다. 1970년 소규모 미술 그룹인 ‘신체제’를 결성했고 1973년 현대미술초대 작가전을 개최, 1974년부터 시작한 ‘대구현대미술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갤러리현대는 2018년, 1970년대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개인전 ‘소멸’서 갈대를 석고와 시멘트로 고정해 실내에 전시한 설치작품 ‘여백’, 화랑을 주막으로 변신시키는 ‘소멸(선술집)’ 등을 재현했다. 

이건용은 한국 실험미술 운동을 대표하는 S.T. 설립 멤버이자 A.G. 주요 작가로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다. 두 그룹에 모두 몸담은 작가는 이건용이 유일하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흐름의 최전선에 있던 이건용은 1973년 파리 비엔날레,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해 1970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 이강소 작

본관 전시장을 실험미술의 선구자들인 다섯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몄다면 신관은 현대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해외 작가와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등 한국 동시대 미술가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구성됐다. 

1층 전시장에는 지그재그를 그리는 12개의 네온 빛이 공간을 재정의하는 프랑스와 모틀레와, 밤하늘의 무수한 별자리가 한 장의 지도처럼 화면에 쏟아지는 이반 나바로의 아름다운 신작이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2층 전시장서 색과 형태, 언어와 이미지, 기호와 의미 사이의 다층적인 상호 작용이 만들어낸 놀라운 시각적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50년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통해 갤러리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 미술사 100여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한국 최초로 서양화가 도입된 시기에 제작된 구상회화부터 새로운 조형 언어를 꿈꾼 추상미술 1세대, 한국적 추상미술을 완성한 모노크롬 회화, 미술의 본질을 끊임없이 질문한 실험미술, 격변하는 시대의 아픔을 기록한 민중미술, 동시대 미술까지를 포괄하는 뜻깊은 시간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며 “갤러리현대는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 미래 나아가 국제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함께 호흡해 나갈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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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