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양그룹 오너 4세 부동산 쪼개기 투자 추적

‘역시 금수저’ 투기도 조기교육?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삼양그룹 오너 4세들이 한때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의 나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12억원에 가까운 토지를 매입한 이들은 대부분 10대, 20대였다.
 

▲ 최근 삼양그룹 오너 4세들이 한때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성준 기자

삼양그룹은 2조 매출을 자랑하는 대기업이다. 올해 창립 96주년을 맞는 등 국내서 손꼽히는 장수 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화학·식품·바이오다. 삼양라면의 삼양식품과는 다른 회사다.

그룹은 독특한 승계 전통을 잇고 있다. 바로 ‘형제·사촌’ 경영이다. 이들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권을 번갈아 맡는다. 현재까지 특별한 경영권 분쟁은 없다.

형제·사촌
경영 전통

김연수 창업주는 3남 고 김상홍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고 김상홍 명예회장은 자신의 장남이 아닌 동생 김상하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다시 김상하 회장은 고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에게 경영권을 건넸다.

김윤 회장은 그의 형제, 사촌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윤 회장 동생은 김량 삼양홀딩스 부회장이다. 김윤 회장의 사촌이자 김상하 회장의 장·차남은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이다.


이 같은 승계 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양그룹 오너 4세는 모두 10명이다. 김윤 회장의 장·차남은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1983년생)와 김남호씨(1986년생)다. 김량 부회장은 슬하에 1남1녀로 김민지씨(1986년생)와 김태호씨(1988년생)를 뒀다.

김원 부회장의 세 딸은 김남희씨(1989년생), 김주희씨(1993년생), 김율희씨(1997년생)다. 마지막으로 김정 부회장에겐 2남 1녀인 김희원씨(1993년생), 김주형씨(1997년생), 김주성씨(2000년생)가 있다.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4세는 김건호 상무가 유일하다. 김건호 상무는 지난 2014년 삼양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삼양사 AMBU 해외팀장 등을 역임하며 화학사업 해외시장 확장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그룹의 화학, 식품, 패키징 사업의 글로벌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오너 4세들에겐 별다른 직책이 없다. 나이도 비교적 어린 편으로 삼양그룹 지주사 삼양홀딩스 지분을 쥐고 있을 뿐이다.

독특한 승계 전통…일가 4세까지
83년생부터 00년생까지 모두 10명

눈길이 가는 건 오너 4세들의 부동산 투자전력으로, 이들 나이가 주목할만하다. 당시 김건호 상무가 31세로 가장 많은 나이였다. 그 외 오너 4세들은 10대, 20대에 불과했다. 반면 초기 투자비용은 12억원에 달했다.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너 4세들은 지난 2013년 5월 충청북도 소재 토지 6곳을 매입했다. 면적은 모두 2500평을 넘었다. 부동산 법인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지 취득 비용은 11억9000만원으로 파악된다.

오너 4세들이 매입한 토지는 ▲4278m²(6억453만원) ▲2229m²(3억1498만원) ▲1355m²(1억9148만원) ▲503m²(7110만원) ▲32m²(452만원) ▲24m²(339만원) 등이었다(표1).

토지 소유권은 각자 지분을 통해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김건호 상무(15%)·태호씨(15%)·남호씨(10%)·민지씨(10%)·남희씨(8.5%)·주희씨(8.25%)·율희씨(8.25%)·희원씨(7.5%)·주형씨(8.75%)·주성씨(8.75%) 등이다. 모든 토지에 대한 지분은 동일했다.
 

▲ ▲▲ ⓒ고성준 기자

당시 이들의 나이는 12억원에 가까운 토지를 취득하기엔 비교적 어렸다. 김건호 상무가 31세인 점을 제외하면 태호씨(26)·남호씨(28)·민지씨(28)·남희씨(25)·주희씨(21)는 모두 20대였다.

율희씨(17)·희원씨(21)·주형씨(17)·주성씨(14)는 겨우 10대였다. 이들이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11억9000만원
그 나이에?

삼양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개인자금 출처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너 4세들은)삼양홀딩스 주주로서 배당을 통한 일정 수입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너 4세가 소유한 토지는 이후 분할됐다. 대상이 된 토지는 3곳(4278m², 2229m², 1355m²)이었다. 해당 토지는 모두 15곳으로 나뉘어졌다. 나머지 3곳(503m², 32m², 24m²)은 변동이 없었다. 즉, 토지 6곳이 18곳으로 재편된 셈이다(표2).

분할된 토지는 다양하게 활용됐다. 크게 ▲일반 매매(표3) ▲기부채납(표4) ▲현물출자(표5) 등이다. 세부적으로 일반 매매 10건, 기부채납 3건, 현물출자 5건이었다.

일반 매매는 지난 2015년 성사됐다. 6개 토지는 그해 10월 팔렸다. 521m²(1억6000만원), 521m²(1억5800만원), 507m²(1억5000만원), 483m²(1억4500만원), 38m²(1200만원), 24m²(800만원) 등이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4개 토지가 거래됐다. 2075m²(5억9073만원), 503m²(1억4300만원), 140m²(3984만원), 128m²(3643만원) 등이었다.

오너 4세들은 토지 매매를 통해 14억4300만원을 취득했다. 초기 비용 11억9000만원과 비교해봤을 때, 차익은 2억5300만원이었다.


약 1년 뒤 이들은 토지 4곳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1월 549m², 63m², 30m² 등에 대한 기부채납이 이뤄졌다.
 

▲ ▲ⓒ고성준 기자

기부채납이란 국가나 지자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정비사업 등의 사업시행자가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제공하면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이 완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물출자는 지난 2018년 4월 성사됐다. 현물출자란 회사를 설립하거나 신주를 발행할 때 재산을 출자해 주식을 배정 받는 것이다.

대상이 된 토지는 93m², 1336m², 53m², 1325m², 32m² 등이었다. 오너 4세들은 현물출자로 그해 5월 ‘우리’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5년 안에
작업 마무리

우리는 부동산 임대업과 주차장 관리업을 영위한다. 발행주식 223만5514주에 자본금은 111억7000만원이다.


우리 임원들은 오너 4세와 삼양그룹 직원으로 채워졌다. 대표이사는 김건호 상무다. 사내이사에는 김량 부회장의 장남 태호씨, 김원 부회장의 삼녀 율희씨가 있다.

김정 부회장의 장남 주형씨는 법인설립 당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3월 사임했다. 빈자리는 김정 부회장의 장녀 희원씨가 대신했다. 감사는 삼양홀딩스 재경팀장 송모씨다.

앞서 우리는 삼양그룹 ‘승계 지렛대’로 조명 받은 바 있다. 삼양그룹과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운 뒤, 삼양홀딩스 지분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삼양그룹 측은 우리와 그룹 사업의 접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즉 내부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양그룹과 우리 간 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른 나이 토지 매입…자금 출처는?
매매에 법인 출자까지 다양하게 활용

우리가 삼양홀딩스 지분을 취득할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공시에 따르면 우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4억7000만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억8000만원으로 기타수익도 300만원 발생했다. 순이익은 1억7500만원으로 흑자를 봤지만 규모 있는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오너 4세들이 회사 가치를 높인 뒤 유상감자를 진행하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이 마련되는 시나리오다. 다만 우리가 경영 승계와 무관한 회사라는 게 그룹 측의 입장이다.

10명의 오너 4세들은 모두 삼양홀딩스 지분을 쥐고 있다. 김건호 상무(2.23%·19만1080주)에게 가장 많은 지분이 있다. 이어 태호씨(1.73%·14만8464주), 남호씨(1.49%·12만7993주) 등은 모두 1%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의 장·차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머지 오너 4세들의 지분율은 1% 미만이다. 차례로 희원씨(0.94%·8만736주), 민지씨(0.75%·6만4620주), 주희씨(0.66%·5만6376주), 남희씨(0.66%·5만6283주), 주형씨(0.52%·4만4551주), 주성씨(0.52%·4만4358주), 율희씨(0.29%·2만5191주) 등이다.

김량 부회장의 장녀 민지씨를 제외하면 모두 김원 부회장, 김정 부회장의 자녀들이다.

보유 주식
수십억대

이들의 지분은 미미한 듯하지만 가치는 상당하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5만8500원) 김건호 상무의 지분 가치는 111억7800만원이다.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겼다.

태호씨와 남호씨는 각각 86억8500만원, 74억8700만원이다. 희원씨는 47억2000만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민지씨의 지분 가치는 37억8000만원이다. 주희씨와 남희씨는 32억9000만원으로 비슷하다.

1997년 동갑내기 율희씨와 주형씨는 각각 14억7000만원, 2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생 주성씨의 지분 가치는 25억9000만원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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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