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양그룹 오너 4세 부동산 쪼개기 투자 추적

‘역시 금수저’ 투기도 조기교육?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삼양그룹 오너 4세들이 한때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의 나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12억원에 가까운 토지를 매입한 이들은 대부분 10대, 20대였다.
 

▲ 최근 삼양그룹 오너 4세들이 한때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성준 기자

삼양그룹은 2조 매출을 자랑하는 대기업이다. 올해 창립 96주년을 맞는 등 국내서 손꼽히는 장수 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화학·식품·바이오다. 삼양라면의 삼양식품과는 다른 회사다.

그룹은 독특한 승계 전통을 잇고 있다. 바로 ‘형제·사촌’ 경영이다. 이들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권을 번갈아 맡는다. 현재까지 특별한 경영권 분쟁은 없다.

형제·사촌
경영 전통

김연수 창업주는 3남 고 김상홍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고 김상홍 명예회장은 자신의 장남이 아닌 동생 김상하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다시 김상하 회장은 고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에게 경영권을 건넸다.

김윤 회장은 그의 형제, 사촌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윤 회장 동생은 김량 삼양홀딩스 부회장이다. 김윤 회장의 사촌이자 김상하 회장의 장·차남은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이다.


이 같은 승계 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양그룹 오너 4세는 모두 10명이다. 김윤 회장의 장·차남은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1983년생)와 김남호씨(1986년생)다. 김량 부회장은 슬하에 1남1녀로 김민지씨(1986년생)와 김태호씨(1988년생)를 뒀다.

김원 부회장의 세 딸은 김남희씨(1989년생), 김주희씨(1993년생), 김율희씨(1997년생)다. 마지막으로 김정 부회장에겐 2남 1녀인 김희원씨(1993년생), 김주형씨(1997년생), 김주성씨(2000년생)가 있다.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4세는 김건호 상무가 유일하다. 김건호 상무는 지난 2014년 삼양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삼양사 AMBU 해외팀장 등을 역임하며 화학사업 해외시장 확장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그룹의 화학, 식품, 패키징 사업의 글로벌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오너 4세들에겐 별다른 직책이 없다. 나이도 비교적 어린 편으로 삼양그룹 지주사 삼양홀딩스 지분을 쥐고 있을 뿐이다.

독특한 승계 전통…일가 4세까지
83년생부터 00년생까지 모두 10명

눈길이 가는 건 오너 4세들의 부동산 투자전력으로, 이들 나이가 주목할만하다. 당시 김건호 상무가 31세로 가장 많은 나이였다. 그 외 오너 4세들은 10대, 20대에 불과했다. 반면 초기 투자비용은 12억원에 달했다.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너 4세들은 지난 2013년 5월 충청북도 소재 토지 6곳을 매입했다. 면적은 모두 2500평을 넘었다. 부동산 법인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지 취득 비용은 11억9000만원으로 파악된다.

오너 4세들이 매입한 토지는 ▲4278m²(6억453만원) ▲2229m²(3억1498만원) ▲1355m²(1억9148만원) ▲503m²(7110만원) ▲32m²(452만원) ▲24m²(339만원) 등이었다(표1).

토지 소유권은 각자 지분을 통해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김건호 상무(15%)·태호씨(15%)·남호씨(10%)·민지씨(10%)·남희씨(8.5%)·주희씨(8.25%)·율희씨(8.25%)·희원씨(7.5%)·주형씨(8.75%)·주성씨(8.75%) 등이다. 모든 토지에 대한 지분은 동일했다.
 

▲ ▲▲ ⓒ고성준 기자

당시 이들의 나이는 12억원에 가까운 토지를 취득하기엔 비교적 어렸다. 김건호 상무가 31세인 점을 제외하면 태호씨(26)·남호씨(28)·민지씨(28)·남희씨(25)·주희씨(21)는 모두 20대였다.

율희씨(17)·희원씨(21)·주형씨(17)·주성씨(14)는 겨우 10대였다. 이들이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11억9000만원
그 나이에?

삼양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개인자금 출처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너 4세들은)삼양홀딩스 주주로서 배당을 통한 일정 수입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너 4세가 소유한 토지는 이후 분할됐다. 대상이 된 토지는 3곳(4278m², 2229m², 1355m²)이었다. 해당 토지는 모두 15곳으로 나뉘어졌다. 나머지 3곳(503m², 32m², 24m²)은 변동이 없었다. 즉, 토지 6곳이 18곳으로 재편된 셈이다(표2).

분할된 토지는 다양하게 활용됐다. 크게 ▲일반 매매(표3) ▲기부채납(표4) ▲현물출자(표5) 등이다. 세부적으로 일반 매매 10건, 기부채납 3건, 현물출자 5건이었다.

일반 매매는 지난 2015년 성사됐다. 6개 토지는 그해 10월 팔렸다. 521m²(1억6000만원), 521m²(1억5800만원), 507m²(1억5000만원), 483m²(1억4500만원), 38m²(1200만원), 24m²(800만원) 등이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4개 토지가 거래됐다. 2075m²(5억9073만원), 503m²(1억4300만원), 140m²(3984만원), 128m²(3643만원) 등이었다.

오너 4세들은 토지 매매를 통해 14억4300만원을 취득했다. 초기 비용 11억9000만원과 비교해봤을 때, 차익은 2억5300만원이었다.


약 1년 뒤 이들은 토지 4곳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1월 549m², 63m², 30m² 등에 대한 기부채납이 이뤄졌다.
 

▲ ▲ⓒ고성준 기자

기부채납이란 국가나 지자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정비사업 등의 사업시행자가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제공하면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이 완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물출자는 지난 2018년 4월 성사됐다. 현물출자란 회사를 설립하거나 신주를 발행할 때 재산을 출자해 주식을 배정 받는 것이다.

대상이 된 토지는 93m², 1336m², 53m², 1325m², 32m² 등이었다. 오너 4세들은 현물출자로 그해 5월 ‘우리’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5년 안에
작업 마무리

우리는 부동산 임대업과 주차장 관리업을 영위한다. 발행주식 223만5514주에 자본금은 111억7000만원이다.


우리 임원들은 오너 4세와 삼양그룹 직원으로 채워졌다. 대표이사는 김건호 상무다. 사내이사에는 김량 부회장의 장남 태호씨, 김원 부회장의 삼녀 율희씨가 있다.

김정 부회장의 장남 주형씨는 법인설립 당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3월 사임했다. 빈자리는 김정 부회장의 장녀 희원씨가 대신했다. 감사는 삼양홀딩스 재경팀장 송모씨다.

앞서 우리는 삼양그룹 ‘승계 지렛대’로 조명 받은 바 있다. 삼양그룹과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운 뒤, 삼양홀딩스 지분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삼양그룹 측은 우리와 그룹 사업의 접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즉 내부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양그룹과 우리 간 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른 나이 토지 매입…자금 출처는?
매매에 법인 출자까지 다양하게 활용

우리가 삼양홀딩스 지분을 취득할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공시에 따르면 우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4억7000만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억8000만원으로 기타수익도 300만원 발생했다. 순이익은 1억7500만원으로 흑자를 봤지만 규모 있는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오너 4세들이 회사 가치를 높인 뒤 유상감자를 진행하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이 마련되는 시나리오다. 다만 우리가 경영 승계와 무관한 회사라는 게 그룹 측의 입장이다.

10명의 오너 4세들은 모두 삼양홀딩스 지분을 쥐고 있다. 김건호 상무(2.23%·19만1080주)에게 가장 많은 지분이 있다. 이어 태호씨(1.73%·14만8464주), 남호씨(1.49%·12만7993주) 등은 모두 1%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의 장·차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머지 오너 4세들의 지분율은 1% 미만이다. 차례로 희원씨(0.94%·8만736주), 민지씨(0.75%·6만4620주), 주희씨(0.66%·5만6376주), 남희씨(0.66%·5만6283주), 주형씨(0.52%·4만4551주), 주성씨(0.52%·4만4358주), 율희씨(0.29%·2만5191주) 등이다.

김량 부회장의 장녀 민지씨를 제외하면 모두 김원 부회장, 김정 부회장의 자녀들이다.

보유 주식
수십억대

이들의 지분은 미미한 듯하지만 가치는 상당하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5만8500원) 김건호 상무의 지분 가치는 111억7800만원이다.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겼다.

태호씨와 남호씨는 각각 86억8500만원, 74억8700만원이다. 희원씨는 47억2000만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민지씨의 지분 가치는 37억8000만원이다. 주희씨와 남희씨는 32억9000만원으로 비슷하다.

1997년 동갑내기 율희씨와 주형씨는 각각 14억7000만원, 2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생 주성씨의 지분 가치는 25억9000만원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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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