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코로나 시대, 공교로운 공감 ‘#살아있다’

▲ ⓒ롯데컬쳐웍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 코로나 시대’. 외국에 다녀오거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그 즉시 자가격리 조치를 받는다.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여론의 맹비난과 함께 행정적인 불이익을 받는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전에 없던 생경한 장면을 목격한다. 

배우 유아인과 박신혜가 출연하는 신작 <#살아있다>는 이 같은 시대 상황과 정확히 맞닿으며 공교로운 공감을 일으킨다. 갑작스럽게 좀비들이 횡행하면서, 인터넷과 TV 등 모든 통신이 끊긴 가운데 아파트 안에서 홀로 시간을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한국 좀비물이다. 장르적 특성은 적당히 살리면서 인간과의 유대감과 홀로 있을 때의 외로움 등 인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FPS 게이머이자 스트리머인 준우(유아인 분)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해가 뜬 오전 10시에 일어나 비비적거리며 게임 세계로 들어간다. 온라인서 만난 친구들은 갑자기 화들짝 놀란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베란다로 나간 준우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고 있고, 그리고 그 사람은 어딘가 미친 듯 행동한다. 가족은 밖에 나가 있다. 홀로 집을 지켜야 하는 신세가 됐다.

TV에선 똑같은 뉴스를 반복하고,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은 끊겼고,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외로움에 준우는 넋이 나간다. 가족의 생사는 알 수 없고 불안한 생각만 든다. 그렇게 20여일, 아버지의 양주가 유일한 양식이었던 준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 그때 우연히 살아있는 여성 유빈(박신혜 분)을 만난다. 반대편 아파트에 있던 그녀와 연락이 닿는다. 그리고 구조를 위해 합심한다. 이들은 구조될 수 있을까.

준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좀비의 출몰로 문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미 아파트의 복도는 좀비들이 점령했다. 통신도 마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창구가 없다. 극도의 외로움에 빠진 찰나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용기를 얻는다. 인간과의 유대감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극단적 공포 상황서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건 유아인이다. 당황하고 놀란 상황 속에서 바뀌지 않는 현실로 인해 충격을 받고, 억누를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려 오열하기까지, 유아인의 퍼포먼스는 상당하다. 유아인은 “초‧중반부를 지루하게 느끼면 이 영화는 실패”라고 말했는데, 적어도 유아인이 홀로 채운 앞부분은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롭다.
 

▲ ⓒ롯데컬쳐웍스

중반부 우연히 알게 된 유빈과의 과정까지 꽤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를 교감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까지 즐겁다. 감성적인 준우에 비해 이성적이고 냉철한 유빈을 만든 박신혜도 눈에 띈다. 인물에 대한 해석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기존 좀비물의 강렬한 서스펜스 대신 좀비 시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선명히 드러나는 제작 의도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잘 쌓은 이야기는 후반부부터 급격히 무너진다. 좀비로 번진 아파트를 벗어나기 위해 유빈과 준우가 도망치는 과정은 상당히 어설프다. 이럴 거라면 뭐하러 그 오랜 시간을 참았나 싶다. 액션도 어설프다. 유빈이 좀비들과 싸우는데 구경만 하는 좀비도 있고, 그리 강력해 보이지 않는 구타에 좀비들이 나가떨어진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두 사람이 어영부영 살아남는 장면은 헛웃음마저 나온다. 

우여곡절 올라와 8층서 만난 한 사람이 가진 잘못된 신념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과의 혈투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액션 장면서 좀 더 정교한 아이디어와 연출이 필요했다. 적당한 편집으로 넘어가려 하는 제작진의 ‘꼼수’가 엿보인다. 8층과 옥상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비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딩 부분은 <부산행>이나 <킹덤>만큼 강렬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시원한 맛은 있다. 굳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편히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좀비물답지 않게 귀여운 맛도 있으며,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적지 않다. 일부 개연성이 부족한 측면 때문에 갸웃거리겠지만, 비교적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관서 나올 것 같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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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