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일이냐 삶이냐’ 유아인의 속내 

“내 인생의 관찰자가 됐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유아인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2003년 열일곱의 나이에 KBS2 <반올림>을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매 작품 열정을 보인 그는 방송과 영화계서 캐스팅 0순위였다. 배우로서 커다란 명예인 칸 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도 밟았다. 스스로 “세속적인 성공은 충분히 이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삶은 비교적 풍요로워 보인다.
 

▲ ▲배우 유아인 ⓒ고성준 기자

유아인은 새로운 성공을 노리고 있었다. 경제적 성공을 넘어서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 중이었다. 오락물에 가까운 영화 <#살아있다>를 선택한 이유도 변화와 맞닿아 있다. 삶에 있어 더욱 깊이 고민 중인 유아인의 속내를 살펴봤다.

배우 유아인의 작품은 대부분 무겁고 깊었다. 선생 말을 지지리 안 듣는 고등학생(<완득이>)과 의상부터 언행까지 모든 것이 불량한 성균관 유학생(<성균관 스캔들>)을 넘나들었고, 나라가 망하는 것에 인생을 베팅해 큰돈을 거둬들인 주식 재벌(<국가부도의 날>)이자, 인간에게 치욕을 주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재벌 2세(<베테랑>)이기도 했다.

스무 살이나 많은 유부녀와 사랑을 나눈 피아니스트(<밀회>)였으며, 배경이 조선일 때는 복잡한 사연으로 혼재한 사도세자(<사도>), 이방원(<육룡이 나르샤>), 숙종(<장옥정, 사랑에 살다>)이었으니, 그가 걸어온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파도가 몰아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유아인이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살아있다>다. 정체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뜯어먹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인근이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전화와 인터넷 등 모든 통신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까지,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좀비물이다. 좀비가 횡행하는 때에 사람 간의 유대감을 조명한 작품. 유아인은 극중 게이머이자 20대 청년 준우를 연기한다. 


이제껏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온 유아인은 <#살아있다>에서는 다소 선명하고 단순한 성향을 가진 준우를 표현한다. “비교적 가벼운 오락물을 선택한 것 역시 도전이었다”는 유아인은 긴 러닝타임의 중반부까지 혼자 이끌고 간다. 그 홀로 있는 시간이, ‘자가격리’를 쉽게 볼 수 있는 요즘가 긴밀히 맞닿아 있어, 공교로운 공감이 일어난다.

가족이 외출한 사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좀비들로 인해 오랫동안 홀로 아파트 안에 갇혀 있었던 준우의 일상으로 꽤 오랜 시간을 채운다. 다소 모험적인 선택이었음에도, 영화가 전혀 지겹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아인의 입체적인 표현력 덕분 아닐까. <#살아있다>를 통해 또 한 번 진면목을 보인 유아인의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웃음 짓는 배우 유아인 ⓒ고성준 기자

-지난 16일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소감을 말한다면?

▲어려운 시기에 작품이 나오게 됐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고 계셔서 아직까지는 기대가 된다. <#살아있다>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공감대를 드리고 좋은 느낌을 드릴 수 있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초·중반부까지 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사실 부담이 컸다. 그 부담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의 미션을 돌파해나가는 재미랄까.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고, 장르적 특성도 살아있으면서 인물색도 강했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 사실 나 혼자만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부를 지루하게 느낄까 여전히 걱정된다. 그 부분이 지루하면 실패하는 영화다. 부디 많은 관객이 준우와 함께 호흡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유아인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색이 분명했다. <#살아있다>의 준우는 그 색이 불분명하다. 일상에 있는 누군가를 표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꽤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옆집 청년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물론 옆집 청년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크게 거슬리지 않고 현실성이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게임 속에서 활약하고 장난치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영화 내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나?

▲처음에 게임 화면 속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어려웠다. 게임을 하지 않아서 보통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 일상적이고 평범함이 묻어나는 대사였는데, 그런 장면이 부담스러웠다. ‘하이하이’라는 대사는 현실성이 없고, 설정 같고 흉내 내는 모습 같았다. 

<#살아있다> 홀로 이끈 그만의 진면목
‘코로나 시대’ 공교롭게 공감 가는 영화

인물의 성향은 평범하지만 상황은 극단적으로 몰린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이 뭔가. 

▲가장 염두에 둔 키워드는 편안함이다. 두드러진 매력이나 기운보다 편안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일상의 자연스러움과 극한의 감정으로 가는 과정이 리드미컬하게 자연스럽길 바랐다. 또 귀여움도 보여주고 싶었다. 애교를 잘 떨어서 나오는 귀여움이 아니라,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귀염성을 가진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중 준우는 스트리밍을 하는데, 대사가 많지 않다. 충분히 대사를 넣어서 인물의 색을 넣어줄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없었다. 편집된 것인가?

▲<#살아있다>는 진행이 상당히 빠른 영화다. 캐릭터 소개가 아주 선명하게 나오지도 않고, 상황 설명도 크지 않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어야 했다. 구체적인 설명과 표현들은 지양됐던 현장이었다. 

-이 영화는 좀비 혹은 괴생명체의 발생 근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모호함이 크고 방향성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 

▲모호함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 명확해지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더 약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답을 주지 못하고, 그냥 벌어진 사건이고, 상황에 맞게 일일이 대처하면서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영화 내의 상황이 일어난다면 추측만 할 뿐 누구도 정답을 갖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오열 신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눈물인데, 해당 장면서 인물의 감정의 정도도 보이고, 후반부 상황이랑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 오열신은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았는데...

▲사실 그 장면은 욕심냈다. 대본에 그 정도로 잘 설명돼있지는 않았다. 되려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많았다. 오열 후에 오히려 슬픈 정보를 인지하게 되는데, 그 전에 눈물을 터뜨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고립된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슬픈 정보 때문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만들어진 외로움. 그런 감정이 배설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정답은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혼자 리허설까지 해서 보내드리고 했다. 
 

▲ 배우 박신혜와 포토타임 갖는 유아인 ⓒ고성준 기자

-중후반부부터 박신혜가 등장한다. 박신혜와의 촬영은 어땠나?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지만, 그런 점이 없어서 아쉬운 면이 있다. 되려 판에 박힌 현장서 만나는 것보다 이런 재미가 있는 현장서 만나는게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의견을 피력할 때는 강하게 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전혀 굴하지 않고 신혜씨도 자기 의견을 냈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내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재미가 있었다. 현장서도 일상서도 그런 사람이 훨씬 재미있고 좋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다. 의외의 선택이다. 심적인 변화가 있었나?

▲준우를 표현함에 있어 가장 크게 생각한 게 편안함이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 이야기인즉슨, 편하지 않게 살았다는 것이다. 불편해도 신념을 갖고 움직이거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좋아했다. 계속 그렇게 살아가려면 쉬는 순간도 필요했다. 그런 생각들이 이런 오락적인 장르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예능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다. 삶의 권태로부터 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종의 환기를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대를 몽땅 연기에 투자했는데, 30대가 되고 나서보니 삶의 목적이나 방향성이 불분명해졌다. 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냥 불분명할래’라는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잃었다고 했다. 좀 더 주체적인 삶의 변화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 


▲내가 생각해온 신념이나 목적이 동기가 분명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 주입된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했다. 그 성취를 위해 20대를 쏟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로만 살아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인가?

▲그냥 주변서 벌어지는 일이 삶이 되는데, 관찰자의 입장이 됐다. 내 인생에 내가 관찰자이자 주변인 같은 태도가 생겼다. 덜 애쓰고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 과거엔 모두 너무 잘하고 싶어했었는데, 이제는 좀 내려놓게 됐다. 예전에는 인터뷰할 때 똑같은 질문이 다섯 개가 나오면, 어떻게든 다른 대답을 하려고 했다. 이제는 그냥 허용치까지만 한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질 때가 있다. 실제로 숨이 가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목적 잃은 삶, 날 불안하게 해”
“삶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사랑”

번아웃을 느낀 것인가.

▲그런 것일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 <버닝>이 생각난다. 버닝이 태운다는 의미인데, ‘우리가 태우고 있는 게 진짜 태워지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 부정적인 단어를 쓰고 싶진 않다. 남들처럼 살려고 쫓아가지 말자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된다. 

-유아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원동력은 무엇인가?

▲사랑인 것 같다. 하하. 그게 맞는 것 같다. 오그라들어도. 사랑과 미움은 동시에 존재한다. 내가 어디에 집중할지를 선택하는 게 삶이면서, 내게 주어진 권한이다. 점점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택하고 기대할 수 있는 건 사랑 뿐인 것 같다. 그것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아인이 밝힌 SNS 설전 이유
“사회에 대한 애정 때문에…”

지난 2017년 유아인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트위터를 통해 설전을 벌였다. 멘션과 답글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설전으로 크게 번졌다. 사람들은 소위 ‘애호박 대첩’이라고 명명했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남긴 유아인의 글은 그를 폭력적인 인간과 여성을 혐오하는 인간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네티즌들을 넘어 일부 셀럽들과도 다투기도 했다. 당시의 유아인이 보여준 전투력과 순발력은 그 분야에 상징과도 같은 진중권 교수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일부는 그에게 환호하며 ‘빛아인’이라 칭했고, 반대 측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로 그를 비난했다. 상처가 남을 법한 사안이었다. 잃을 것이 많은 스타였던 유아인은 왜 상처뿐인 싸움에 최선을 다했던 것일까.

3년 전 ‘애호박 대첩’ 화제
일부 셀럽들과 글로 다투기도

“그때 말고도 나는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발언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그 행위를 거리낌 없이 펼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당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거다. 그냥 그들을 소비자로 생각했다면, 쉬운 방법은 더 많았다. 많이 지쳤지만, 소통의 기회를 열게 되는 이유도 역시 사랑인 거 같다. 어떤 것이든 편견으로 판단한다면 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사랑으로 진심으로 던진 것이다. 이제는 그런 똑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부당한 일 앞에서는 충분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기 바란다. 인터넷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대중에게 연예인으로서 가진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