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일이냐 삶이냐’ 유아인의 속내 

“내 인생의 관찰자가 됐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유아인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2003년 열일곱의 나이에 KBS2 <반올림>을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매 작품 열정을 보인 그는 방송과 영화계서 캐스팅 0순위였다. 배우로서 커다란 명예인 칸 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도 밟았다. 스스로 “세속적인 성공은 충분히 이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삶은 비교적 풍요로워 보인다.
 

▲ ▲배우 유아인 ⓒ고성준 기자

유아인은 새로운 성공을 노리고 있었다. 경제적 성공을 넘어서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 중이었다. 오락물에 가까운 영화 <#살아있다>를 선택한 이유도 변화와 맞닿아 있다. 삶에 있어 더욱 깊이 고민 중인 유아인의 속내를 살펴봤다.

배우 유아인의 작품은 대부분 무겁고 깊었다. 선생 말을 지지리 안 듣는 고등학생(<완득이>)과 의상부터 언행까지 모든 것이 불량한 성균관 유학생(<성균관 스캔들>)을 넘나들었고, 나라가 망하는 것에 인생을 베팅해 큰돈을 거둬들인 주식 재벌(<국가부도의 날>)이자, 인간에게 치욕을 주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재벌 2세(<베테랑>)이기도 했다.

스무 살이나 많은 유부녀와 사랑을 나눈 피아니스트(<밀회>)였으며, 배경이 조선일 때는 복잡한 사연으로 혼재한 사도세자(<사도>), 이방원(<육룡이 나르샤>), 숙종(<장옥정, 사랑에 살다>)이었으니, 그가 걸어온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파도가 몰아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유아인이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살아있다>다. 정체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뜯어먹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인근이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전화와 인터넷 등 모든 통신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까지,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좀비물이다. 좀비가 횡행하는 때에 사람 간의 유대감을 조명한 작품. 유아인은 극중 게이머이자 20대 청년 준우를 연기한다. 

이제껏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온 유아인은 <#살아있다>에서는 다소 선명하고 단순한 성향을 가진 준우를 표현한다. “비교적 가벼운 오락물을 선택한 것 역시 도전이었다”는 유아인은 긴 러닝타임의 중반부까지 혼자 이끌고 간다. 그 홀로 있는 시간이, ‘자가격리’를 쉽게 볼 수 있는 요즘가 긴밀히 맞닿아 있어, 공교로운 공감이 일어난다.

가족이 외출한 사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좀비들로 인해 오랫동안 홀로 아파트 안에 갇혀 있었던 준우의 일상으로 꽤 오랜 시간을 채운다. 다소 모험적인 선택이었음에도, 영화가 전혀 지겹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아인의 입체적인 표현력 덕분 아닐까. <#살아있다>를 통해 또 한 번 진면목을 보인 유아인의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웃음 짓는 배우 유아인 ⓒ고성준 기자

-지난 16일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소감을 말한다면?

▲어려운 시기에 작품이 나오게 됐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고 계셔서 아직까지는 기대가 된다. <#살아있다>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공감대를 드리고 좋은 느낌을 드릴 수 있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초·중반부까지 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사실 부담이 컸다. 그 부담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의 미션을 돌파해나가는 재미랄까.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고, 장르적 특성도 살아있으면서 인물색도 강했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 사실 나 혼자만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부를 지루하게 느낄까 여전히 걱정된다. 그 부분이 지루하면 실패하는 영화다. 부디 많은 관객이 준우와 함께 호흡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유아인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색이 분명했다. <#살아있다>의 준우는 그 색이 불분명하다. 일상에 있는 누군가를 표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꽤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옆집 청년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물론 옆집 청년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크게 거슬리지 않고 현실성이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게임 속에서 활약하고 장난치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영화 내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나?

▲처음에 게임 화면 속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어려웠다. 게임을 하지 않아서 보통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 일상적이고 평범함이 묻어나는 대사였는데, 그런 장면이 부담스러웠다. ‘하이하이’라는 대사는 현실성이 없고, 설정 같고 흉내 내는 모습 같았다. 

<#살아있다> 홀로 이끈 그만의 진면목
‘코로나 시대’ 공교롭게 공감 가는 영화

인물의 성향은 평범하지만 상황은 극단적으로 몰린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이 뭔가. 

▲가장 염두에 둔 키워드는 편안함이다. 두드러진 매력이나 기운보다 편안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일상의 자연스러움과 극한의 감정으로 가는 과정이 리드미컬하게 자연스럽길 바랐다. 또 귀여움도 보여주고 싶었다. 애교를 잘 떨어서 나오는 귀여움이 아니라,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귀염성을 가진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중 준우는 스트리밍을 하는데, 대사가 많지 않다. 충분히 대사를 넣어서 인물의 색을 넣어줄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없었다. 편집된 것인가?

▲<#살아있다>는 진행이 상당히 빠른 영화다. 캐릭터 소개가 아주 선명하게 나오지도 않고, 상황 설명도 크지 않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어야 했다. 구체적인 설명과 표현들은 지양됐던 현장이었다. 

-이 영화는 좀비 혹은 괴생명체의 발생 근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모호함이 크고 방향성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 

▲모호함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 명확해지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더 약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답을 주지 못하고, 그냥 벌어진 사건이고, 상황에 맞게 일일이 대처하면서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영화 내의 상황이 일어난다면 추측만 할 뿐 누구도 정답을 갖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오열 신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눈물인데, 해당 장면서 인물의 감정의 정도도 보이고, 후반부 상황이랑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 오열신은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았는데...

▲사실 그 장면은 욕심냈다. 대본에 그 정도로 잘 설명돼있지는 않았다. 되려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많았다. 오열 후에 오히려 슬픈 정보를 인지하게 되는데, 그 전에 눈물을 터뜨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고립된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슬픈 정보 때문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만들어진 외로움. 그런 감정이 배설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정답은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혼자 리허설까지 해서 보내드리고 했다. 
 

▲ 배우 박신혜와 포토타임 갖는 유아인 ⓒ고성준 기자

-중후반부부터 박신혜가 등장한다. 박신혜와의 촬영은 어땠나?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지만, 그런 점이 없어서 아쉬운 면이 있다. 되려 판에 박힌 현장서 만나는 것보다 이런 재미가 있는 현장서 만나는게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의견을 피력할 때는 강하게 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전혀 굴하지 않고 신혜씨도 자기 의견을 냈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내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재미가 있었다. 현장서도 일상서도 그런 사람이 훨씬 재미있고 좋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다. 의외의 선택이다. 심적인 변화가 있었나?

▲준우를 표현함에 있어 가장 크게 생각한 게 편안함이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 이야기인즉슨, 편하지 않게 살았다는 것이다. 불편해도 신념을 갖고 움직이거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좋아했다. 계속 그렇게 살아가려면 쉬는 순간도 필요했다. 그런 생각들이 이런 오락적인 장르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예능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다. 삶의 권태로부터 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종의 환기를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대를 몽땅 연기에 투자했는데, 30대가 되고 나서보니 삶의 목적이나 방향성이 불분명해졌다. 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냥 불분명할래’라는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잃었다고 했다. 좀 더 주체적인 삶의 변화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 

▲내가 생각해온 신념이나 목적이 동기가 분명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 주입된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했다. 그 성취를 위해 20대를 쏟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로만 살아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인가?

▲그냥 주변서 벌어지는 일이 삶이 되는데, 관찰자의 입장이 됐다. 내 인생에 내가 관찰자이자 주변인 같은 태도가 생겼다. 덜 애쓰고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 과거엔 모두 너무 잘하고 싶어했었는데, 이제는 좀 내려놓게 됐다. 예전에는 인터뷰할 때 똑같은 질문이 다섯 개가 나오면, 어떻게든 다른 대답을 하려고 했다. 이제는 그냥 허용치까지만 한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질 때가 있다. 실제로 숨이 가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목적 잃은 삶, 날 불안하게 해”
“삶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사랑”

번아웃을 느낀 것인가.

▲그런 것일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 <버닝>이 생각난다. 버닝이 태운다는 의미인데, ‘우리가 태우고 있는 게 진짜 태워지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 부정적인 단어를 쓰고 싶진 않다. 남들처럼 살려고 쫓아가지 말자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된다. 

-유아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원동력은 무엇인가?

▲사랑인 것 같다. 하하. 그게 맞는 것 같다. 오그라들어도. 사랑과 미움은 동시에 존재한다. 내가 어디에 집중할지를 선택하는 게 삶이면서, 내게 주어진 권한이다. 점점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택하고 기대할 수 있는 건 사랑 뿐인 것 같다. 그것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아인이 밝힌 SNS 설전 이유
“사회에 대한 애정 때문에…”

지난 2017년 유아인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트위터를 통해 설전을 벌였다. 멘션과 답글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설전으로 크게 번졌다. 사람들은 소위 ‘애호박 대첩’이라고 명명했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남긴 유아인의 글은 그를 폭력적인 인간과 여성을 혐오하는 인간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네티즌들을 넘어 일부 셀럽들과도 다투기도 했다. 당시의 유아인이 보여준 전투력과 순발력은 그 분야에 상징과도 같은 진중권 교수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일부는 그에게 환호하며 ‘빛아인’이라 칭했고, 반대 측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로 그를 비난했다. 상처가 남을 법한 사안이었다. 잃을 것이 많은 스타였던 유아인은 왜 상처뿐인 싸움에 최선을 다했던 것일까.

3년 전 ‘애호박 대첩’ 화제
일부 셀럽들과 글로 다투기도

“그때 말고도 나는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발언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그 행위를 거리낌 없이 펼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당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거다. 그냥 그들을 소비자로 생각했다면, 쉬운 방법은 더 많았다. 많이 지쳤지만, 소통의 기회를 열게 되는 이유도 역시 사랑인 거 같다. 어떤 것이든 편견으로 판단한다면 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사랑으로 진심으로 던진 것이다. 이제는 그런 똑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부당한 일 앞에서는 충분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기 바란다. 인터넷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대중에게 연예인으로서 가진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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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