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영화 ‘야구소녀’ 이주영, 단단하고 멋있는 찐 걸크러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이주영은 최근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는 배우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로 데뷔해 발칙하고 기발한 영화 <메기>에 이어 트렌스젠더를 연기한 JTBC <이태원 클라쓰>까지 최근 그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눈부시다. 그리고 <야구소녀>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약 100분을 완벽하게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냈다. 요즘 거론되는 라이징스타 중 가장 빼어난 실력과 결과를 보이는 이주영을 만났다. 이제 겨우 29세임에도, 단단한 내공이 엿보였다. 
 

▲ ⓒ싸이더스 픽쳐스

영화 <야구소녀>는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입소문이 자자했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분명하면서도 공감 가는 메시지, 주·조연을 막론한 탄탄한 연기 등 호평 일색이었다. 

내공

그 중심에는 시속 130km 강속구를 뿌리는 주수인을 연기한 배우 이주영이 있다. 여성으로서는 월드클래스 급 최고 구속이지만, 남자들 사이에서는 떨어지는 시속인 130km의 직구를 무기로 남성의 전유물인 프로야구단 입단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수인. 

가족이나 코치, 친구까지도 그의 성공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높아만 보이는 벽을 넘으려 도전한다. 결국 수인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힘을 만들어낸다. 단단하고 멋있는 ‘진짜 걸크러쉬’주수인을 이주영이 표현했다. 그 시작은 이야기의 매력이었다.

“이야기에 매료됐어요. 여자 야구선수라는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고, 현실적으로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또 수인이가 주는 기운이 좋았어요. 수인은 결국에 자신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잖아요. 요즘 시대에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도 그가 프로야구단에 입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수인을 가장 지지해야 할 가족이 먼저 그를 말리는 형국이다. 오랫동안 그를 본 감독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까 예견한다. 사회의 편견 앞에서 수인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한다. 그는 강속구를 버리고 너클볼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연마한다. 

“수인이는 작은 히어로예요.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부담을 느끼거나 좌절하지 않고 최대한 깨고 나려고 하잖아요. 이 아이가 했던 고민이 입체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저 자신과 싸움뿐. 저는 수인처럼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수인의 뚝심이 저에게도 있으려나요. 수인이를 존경하면서 연기했어요.”

연기는 인물을 마음 속에 집어넣는 행위라고도 한다. 일종의 무당과 같은 방식이다. 배우의 내공이 인물을 품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면, 캐릭터는 붕 뜬다. <야구소녀> 속 이주영은 매력적인 수인을 만들어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완벽에 가까운 야구 실력이었다. 투구폼과 글러브 질은 실제 선수들의 그것과 흡사했다. 한 달 동안 집중 훈련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고 하기엔, 각고의 노력이 엿보인다.

“시간상으로 느끼기에는 한 달이 부족한 시간이었어요. 실제 프로에 가려고 하는 고교야구 선수들과 훈련을 했거든요. 실제로 몸으로 부딪치면서 그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보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비교하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잘한다고 해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절제력이다. 온갖 노력에도 수인은 일반적인 남자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남성의 세계서 늘 소외됐고, 번번이 사회의 벽에 부딪힌다. 감정이 치밀어오를 만도 한데, 수인은 감정을 숨긴다. 그 해석은 이주영의 몫이었다.

“수인은 작은 히어로…존경하면서 연기”
“서로가 서로를 질투하는 동료 전소니”

“다른 사람들에게 화낼 법도 하죠. 수인이가 처한 상황을 보면요. 그런데 수인이가 편견에 대항하는 모양새를 보면, 어떤 반대를 이겨내는 게 아니라 자기의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좀 더 속으로 끓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정호(곽동연 분)에게 ‘130이 뭐. 150을 던져야지’였어요. 수인이는 여자치고 잘한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대사에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겼다고 느껴져요.”


영화는 여성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지만, 꼭 여성을 위한 영화만은 아니다. 어떤 높은 벽에 도전하는 모두가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작품이다. 

“감독님하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여성 서사고 여성이 벽을 깨나가는 이야기지만, 어떤 상황, 어떤 위치에 놓은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우리 모두가 함께 깨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요.”
 

▲ 배우 이주영 ⓒ싸이더스 픽쳐스

수인과 이주영은 어딘가 닮아있다. 작은 작품부터 천천히 쌓아 올린 것도 그렇고,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노력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도 비슷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주영의 생각은 달랐다.

“이 직업은 정점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나도 열심히 하는데,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존재하고요. 질투도 많이 느껴요. 최근에는 그냥 ‘내가 하는 것을 인정하자’는 마인드를 가지려고 해요. 그러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이다음에 뭐가 있을지 모르고 더 예측할 수 없어서, 만족을 느끼기 어려운 작업인 것 같아요. 늘 비교당하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친구이자 동료 전소니를 꼽았다. “소니한테 질투를 엄청나게 느꼈어요. 반대로 영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 친구를 통해 많은 걸 배웠어요. 서로서로 엄청나게 질투하거든요. 그런 대화를 솔직하게 나누기도 했고요.”

신념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주영은 연기에 대한 신념조차 일반적이지 않았다. 평생 연기하면서 살고 싶다는 게 일반적인 배우들의 발언이라면, 이주영은 달랐다. 그는 “신념이라고 말하긴 거창한데, 제가 연기를 하면서 더 좋은 양질의 감정을 느낄 때까지는 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저를 희생해야 한다거나 제 에너지가 소진되는 순간이 오면 연기를 붙잡을지 모르겠다. 그때는 왠지 타협할 것 같다. 그때까진 소신껏 제가 하고 싶은 배역을 잘 골라가며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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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