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편 결제서비스’ 토스의 함정

쉽다고? 다 날릴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초간편 모바일 금융서비스 앱 ‘토스’의 일부 이용자들 계좌서 최근 부정결제 사고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토스 측은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토스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4개월 전, 생체인증 방식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도 발생한 것이 드러나며 모바일 금융 플랫폼에 대한 안전망 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문병희 기자

1700만명이 가입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앱 ‘토스’의 일부 가입자 계좌서 본인도 모르게 돈이 빠져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토스 측은 개인정보 단순 도용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간편성을 무기로 한 신생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부정 결제 

토스 측에 따르면 지난 3일, 토스 가입자 4명이 고객센터로 연락해 본인이 결제하지 않은 결제 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토스 측은 문제가 발생한 사용자의 계정을 즉시 차단 조치하고, 의심되는 IP로 접속된 계정을 미리 탐지·차단해 사고 확산을 막았다. 이후 해당 온라인 가맹점서 추가로 4명에 대한 부정결제 건을 확인해 가입자에게 통지했으며, 고객 8명에 대한 부정결제 건 938만원 전액을 환급 조치했다고 밝혔다.

토스를 통해 결제된 곳은 게임업체와 상품권업체다. 부정결제범은 도용된 가입자 개인정보를 이용해 게임 아이템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미리 마련된 대포통장으로 돈을 송금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토스 측은 이와 관련해 “일부 사용자의 경우, 타사 서비스를 통해 이미 부정결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한 것을 근거로 도용된 개인정보가 활용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본 건은 토스를 통한 정보 유출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가입자들의 탈퇴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지난 2월에도 토스의 생체인증 방식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으로 200만원을 부정결제당하는 사고가 드러나 소비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SNS에는 ‘혹시 몰라 토스 연동 계좌를 삭제했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검색 포털 사이트에는 ‘토스 탈퇴’ ‘토스 계좌 삭제’ 등이 토스 연관 검색어로 올라왔다. 토스는 아예 계좌를 삭제하려는 고객을 상대로 ‘토스를 통한 정보 유출이 아니니 안심해달라’는 팝업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토스 측 설명처럼 부정결제범이 토스의 서버를 해킹해 가입자 정보를 빼가거나 보안시스템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돈을 빼간 것이 아니라면 통상 자주 일어나는 개인정보 도용 사고로 볼 수 있다.

한 금융보안 관련 전문가는 “카드사에서도 다른 곳에서 빼돌린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한 부정결제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며 “이번에 토스서 발생한 금융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유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토스의 경우 기존 금융업계의 복잡한 인증 방식을 과감히 간소화하는 ‘간편성’을 전면에 내세워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끌어모았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금융사고 경우에도 본인 소유의 휴대전화가 아닌 PC 등을 이용해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와 결제 비밀번호(PIN)만 입력하면 결제가 되는 ‘웹 결제’ 방식이 이용됐다.

‘간편성’ 내세우더니…내부정보 유출 의혹
이용자들 불안감 증가 속 탈퇴 문의 빗발


그런데 웹 결제 방식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휴대전화 인증을 거치는 것이 통상적인데 토스의 경우 이를 생략했고 이 때문에 가입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 부정결제가 이뤄질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PC서 휴대전화 문자 등을 통한 인증을 한 번 더 거친다”며 “강제가 아닌 선택적인 규정이긴 하지만 PC서 내 PIN 번호만 넣는 것은 인증절차 하나가 빠진 꼴”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온라인 상거래는 물론이고 돈이 오가지 않는 온라인 서비스 가입 시에도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인증을 거치는 것이 통상적인데 토스는 이런 절차를 너무 간소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토스 측은 “전체 가맹점 중 5%, 실제 결제액 기준으로는 1%가 웹 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방식 변경이 필요할 경우 가맹점과 협의를 거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간편성을 강조해오다가 금융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인증 절차를 하나 더 추가하는 셈인 만큼 한발 늦은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이번 사고를 통해 신생 핀테크 업체의 보안시스템이 기존 금융업체에 비해 허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FDS(Fraud Detection System,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이다. FDS는 결제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패턴을 만든 후 패턴과 다른 이상 결제를 잡아내고 결제 경로를 차단하는 보안 방식이다.

토스 역시 FDS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금융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을 전후해 FDS가 작동하지 않았다. 토스 관계자는 “4명 가입자의 민원 제기 이후에 이상 거래를 확인하고 나머지 4건의 이상 거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토스의 FDS 자체에 결함이 있다기보다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핀테크 업체의 경우 FDS의 고도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FDS가 고도화돼있지만 토스를 비롯한 신생 핀테크 업체의 경우 사업기간이 짧아 FDS를 고도화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FDS는 데이터가 있어야 패턴을 학습시킬 수 있다”며 “토스의 경우 FDS를 고도화할 데이터나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퇴 러시

한 금융 전문가는 “결국 단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업체의 경우 고도의 보안시스템을 갖추더라도 금융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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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