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44)환희(완결)

꿈을 그리다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리.”

아련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았다.

별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으려 하고 있었다. 누운 체로 가만히 하는 양을 바라보던 허균이 별의 손을 잡아당겼다.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지요.”

아침을 맞다

그리 말하는 별이 당당했다. 지난 저녁에 보았던 햇병아리의 수줍음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이리 들어 오거라.”

“밖에서 나리를 찾고 있는데요.”

“그냥 내버려 둬.”

옷을 입으려던 별이 손에서 옷을 놓고는 맨몸으로 이불 속으로 아니, 허균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나리.”

품안에 들어 온 별의 가슴을 만지려던 순간 삼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느냐.”

“이제 그만 기침하시지요, 길을 나서야 합니다요.”

허균의 손이 봉긋하게 솟아오른 별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아파요.” 

“지금 몸이 아프니 잠시 기다리거라.”

별의 찡그러진 얼굴에서 원망의 시선이 허균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리, 너무 짓궂으십니다.”

“그런가.”

짧게 말을 마친 허균이 손을 치우고 대신 입으로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비릿비릿한 냄새가 풍겨나고 있었다. 그 냄새를 지우기라도 하듯 작은 돌기를 자근자근 깨물기 시작했다.

“아야.”


별의 신음소리였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잘근잘근 깨물다가 쭈욱 빨아들였다.

“밤새 물고 빨았는데 아직도… 너무 얼얼해…….”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

밖에 있는 삼복이 허균이 아프다는 소리에 궁금증이 더해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문을 열어젖힌 삼복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방안에서 벌어지는 전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별이 화들짝 놀래며 급히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 과정에 별의 머리가 허균의 턱을 스쳐 지나가면서 가벼운 충돌이 일어났다. 

“어허, 이런 놈이 있나!”

말은 그리하면서도 상체가 훤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을 가리지 않고 삼복에게 미소 보내는 일을 잊지 않았다. 

“나리, 어디가 아프시다…….”

말하다 말고 아프다는 그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삼복이 히죽거렸다. 

“나리, 그런데 언제 바뀌었습…….”

“저런 몹쓸 놈이 있나. 그건 네가 알아서 무엇 하려고 그러느냐. 어서 문 닫고 잠시 밖에서 기다리거라.”

삼복의 급작스런 등장으로 막 힘이 들어가려던 물건에서 급속하게 힘이 빠지고 있었다.

삼복이 방문을 닫자 이불을 들쳤다.

별이 힘이 빠지는 물건을 아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별의 엉덩이를 가볍게 내리쳤다.

“저놈의 성화 때문에 이만하고 다음을 기약해야겠구나.”

막상 별이 아쉬운 모양으로 가벼이 한숨을 토해 냈다. 웅크리고 있는 별을 떼어내자 가볍게 떨기까지 했다.

“네 몸은 앞으로 나의 것이니 함부로 굴리면 절대로 안 되느니라.”

“염려마세요, 나리. 어느 누구도 이 몸에 손도 못 대게 하겠어요.”

허균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만 일어나도록 하자.”

달리 이야기하려다 말고 허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집어 들다 곁에서 옷을 입고 있는 별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소리 나게 내리쳤다.

‘짝’ 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기겁한 별이 급히 옷을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옷을 차려입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리, 소녀 매창이옵니다. 기침하셨는지요.”

허균이 깊이 기지개를 켜며 방문을 열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매창이 다가오고 있었다.

허균이 매창의 소매를 이끌었다.

방으로 들어온 매창의 허리를 가만히 껴안았다.

“언제 갔던 게요.”

매창이 고개 들어 허균을 바라보았다.

“소녀가 어디를 갔었다고 하시는지요.”

허균이 눈동자를 굴렸다.

“소녀는 한시도 이곳에서 떠난 적이 없사옵니다.”

구름 위에서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다
허균과 매창이 함께 그린 <홍길동전>

허균의 품에서 매창이 허균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그래, 내가 그를 잠시 잊고 있었구려. 그대가 밤새 이 가슴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꿈이라고 생각했었으니 말이오.”

매창이 허균의 가슴에 가만히 얼굴을 묻었다.

그 머리를 허균의 손이 소중하게 감쌌다.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향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나리.”

은근한 시선으로 매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꿈속이 어떠하든가요.”

“그곳에는 하얀 구름이 가득했었지. 그 구름 위에서 그대는 거문고를 타고 나는 곁에서 시를 읊고 있었어.”

“그리고는요.”

“그대의 마음을 그리고 있었지. 백지 위에 그대의 마음을 말이야.”

“소녀의 마음이 어떻게 그려지든가요.”

허균이 대답 대신 매창의 허리를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온몸에서 포만감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한 일이요. 한참을 그리다가 백지를 들여다보면 다시 원래의 백지 상태로 돌아가더란 말이오.”

매창이 웃었다.

“왜 웃는 게요.”

“나리!”

허균의 입이 매창의 이마로 향했다.

“그 그림은 나리 혼자 그리면 아니 되지요. 반드시 소녀와 함께 그려나가야 할 그림임을 잊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럽시다, 우리 둘이 아니 한마음인 우리가 그려나갑시다.”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서요.”

매창의 눈에서 환희의 구슬방울이 떨어지자 방바닥에서 푸르디푸른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에필로그

후일, 매창이 세상을 떠난 후 허균은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집필한다.

그 배경이 된 부안 위도가 이상사회를 지칭하는 율도국으로 등장하는 사실을 살피면 소설 <홍길동전>은 허균과 매창이 함께 그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억측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끝>
 

그동안 <허균>을 애독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 주부터 황천우 작가의 <식재료 이력서>로 찾아뵙겠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