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쫄지 마 이겨내면 돼” ‘야구소녀’

▲ ⓒ싸이더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여자는 야구 못해.” “여자라서가 아냐. 실력이 없어서야.”

영화 <야구소녀> 속 시속 130km 강속구를 뿌리는 수인(이주영 분)에게 돌아오는 말이다. 정교한 제구력에 여자로서는 월드클래스급 직구를 갖고 있지만, 남자 프로선수들 사이에서는 그저 그런 실력에 불과하다. 남자들도 가기 어려운 프로야구팀 입단은 수인에게 유리천장과도 같다.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엄마(염혜란 분), 새로 부임한 코치 진태(이준혁 분)도 프로야구선수가 꿈인 수인에게 꿈을 포기하라고 권장한다. 이미 수인의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는 박 감독은 수인이 알아서 그만둘 것이라 예견한다.

모두 부정적인 시선 앞에서 수인은 쫄지 않는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에만 몰두한다. 

수인은 “150km를 던져야 프로에 간다”는 말에 어깨가 빠질 듯이 공을 던진다. 어깨보다 손바닥 살갗이 다 까져 야구공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을 던진다. 그 노력에 감동한 진태는 강속구가 아닌 너클볼을 연마하길 제안한다. 100km도 안 되는 느린 공으로 타자의 리듬을 흐트러트리라는 것. 빠른 공보다 타자가 공을 못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이를 받아들인 수인은 너클볼을 연마하기 위해 마운드에 선다. 

그 노력은 점차 수인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다. 트라이아웃의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타자 한 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제 프로선수에게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낸다. 수인의 묵묵한 노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곡의 벽’이나 다름 없는, 프로 입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야구소녀>는 야구선수의 꿈을 꾸고 있는 수인의 성장 드라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실제 선수들을 롤모델로 각색한 작품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불합리한 사회제도 또는 편견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개인의 자세인가를 수인을 통해 말한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간 수인의 노력은 누군가에게 뒤따라 걸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든다. 젠더 이슈와 밀접하게 맞닿아있지만, 넓은 의미서 보면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 ⓒ싸이더스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서 교훈적인 요소는 없으며 노골적인 대사도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수인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최윤태 감독의 영리한 연출이 영화 말미에는 뭉클한 감동으로 전달된다. SBS <스토브리그>가 감독판이라면, <야구소녀>는 선수판 힐링 드라마다. 

수인을 연기한 이주영은 실력파 연기자로서의 진면목을 선보인다. 실력파 야구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글러브질과, 투구폼을 연마했다. 한 달 동안 준비했다는 그의 실제와 같은 플레이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아울러 감정을 폭발해도 됨에도, 꾹 누르고 절제한 선택은 후반부 감동의 밑거름이 된다.

100분 가까이 타이틀롤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주영의 진면목이 <야구소녀>서 발휘된다. 극중 수인처럼 더 높고 넓은 환경서 주목받는 배우가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츤데레 코치인 진태 역의 이준혁, 늘 짜증 섞인 말투로 히스테릭의 절정을 보여준 엄마 역의 염혜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수인의 미래를 지지하는 박 감독 역의 김종수, 수인을 지지하는 아빠 송영규와 리틀 야구단부터 수인과 선의의 경쟁을 한 정호 역의 곽동연, 수인처럼 연예인의 꿈을 꾸는 친구 주해은 등 출연 배우들 모두 작품에 들어맞는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이들의 모든 집중력이 <야구소녀>의 수준을 드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누구도 언젠가 어떤 순간에는 약자이고 소수가 될 수 있다. 그때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자’는 응원이 담긴 영화기도 하다. 어떤 도전 앞에 머뭇거리고 있다면, <야구소녀>를 통해 용기를 받자. 그리고 이겨내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