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옥죄는 ‘삼각 포위망’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15 11:39:41
  • 호수 12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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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아미타불’ 다시 긴장모드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한은 대화의 창구를 끊었으며, 국내에선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가 안팎에선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중략)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중략) 6월9일 12시부터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

갑작스런
태도 변환

이는 지난 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담화를 낸 지 닷새 만이다. 지난 4일 그는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차단하라는 북한 측의 압박이다.

북한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섰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이 설치 2년 만에 끊겼다. 청와대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6월20일 핫라인을 개통한 직후 4분19초 동안 북한 측과 시험통화를 하기도 했다.
 

▲ 판문점 남측 분계선 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핫라인은 문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정책의 상징이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문 대통령의 핫라인 사용 여부가 관심을 받았다. 청와대는 실제 핫라인을 사용했는지 밝힌 적은 없다.

핫라인은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남북 정상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끊긴 것은 청와대 핫라인뿐만이 아니다. 통일부·국방부와도 연락이 끊겼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국방부는 같은 날 남북 간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여정, 남북 연락선 모두 차단
반기문·주호영 “대북정책 잘못”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긴급 속보로 다뤘다. AFP 통신은 지난 9일, 통신연락선 차단에 대한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전하며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조치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가 북한 액션플랜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조치가 김 부부장 등이 심의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첫 단계라고 밝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북한의 다음 액션 플랜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예상된다. 그중 남북군사합의는 문 대통령이 자랑해온 대북관계서의 성과 중 최고로 꼽힌다. 지난 2018년 9월19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만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 즉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 바 있다.

남북협력 교류를 넘어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존폐 위기다. 2016년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지만, 평화의 상징으로서 가치가 있다. 북한이 실제 개성공단 철거에 나선다면 이는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이런 상황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6일 현충일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평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가되,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숙고하고 통찰해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흔들림 없는 국제공조를 이뤄, 북한의 핵 도발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문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 안보 의식에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합의
위태롭다

반 전 총장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대통령 직속 기구(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위원장이다.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은 문 대통령의 대북유화정책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래 유화 메시지를 북한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은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보낸 바 있다.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임 4년 차를 맞은 상황서 보수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안보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불통적인 대북유화정책을 포기하고 현실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북한 측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적대관계로 전환해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폭언을 한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주영대사관 공사였던 탈북민 출신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 대남전략은 대적투쟁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대적투쟁을 우리 민족끼리로 포장했을 뿐이고 수틀리면 대적투쟁 본색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북한이 도발 명분을 찾는 데 미국에 (시비를)걸지 못하고 가장 비겁하게도 치졸하게도 힘 없는 탈북민이 보낸 삐라(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 몇 장을 가지고 도발 명분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 이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서 “이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며 적대감을 보였다.

남남 갈등
더욱 고조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같은 날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 리영철의 글을 통해 “평양과 백두산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 같아서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고,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들과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20일 백두산 천지를 찾았을 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비판은 이례적이다. 그간 북한이 문정부에 대한 비방 때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갔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동력이 힘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 입장서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는 급랭됐으며, 과거 보수정권 때보다 더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북한은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대적사업 계획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여당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혔지만,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해도 북한의 격앙된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논설을 낸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당 기관지다. 북한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당장 미국의 도움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내부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등이 열리며 어지러운 상황이다.

군사 도발 가능성↑
대북유화정책 기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9일(현지시각) 북한의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폐기에 대해 “실망했다”고 표현하자,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같은 날 “제 집안일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권 국장은 미국의 어지러운 내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남남갈등으로 시끄럽다. 통일부가 지난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일부가 불과 몇 달 전엔 단속할 근거가 없다더니 ‘김여정 하명’이 있고 나서 이제는 남북교류법으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오래전부터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를 일체 중지했고, 북한 측도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대남전단 살포를 중지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통합당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 여론도 팽팽히 맞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1일 발표한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50.0%, 반대가 41.1%, 잘 모르겠다가 8.9%로 집계됐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같은 조사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전주보다 1.6%포인트 하락한 57.5%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도보다 대북전단 금지법 찬성이 7.5% 낮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원하지 않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미연합
합동훈련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19남북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 만약 북한이 9·19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면,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 통합연동훈련을 실시했다. 대적사업계획 등 군사도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김정은 대신 김여정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종합하면, 남측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변환시킬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서 열린 통일연구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통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우의’ 차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를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김 부부장은 자신 명의의 첫 담화서 청와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서 대남정책을 의제로 거론하지 않은 점 또한 김 위원장이 적대적인 대남정책을 주도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으로 읽힌다.

홍 위원은 “보도는 안됐지만, 이 정치국 회의서 최근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모종의 의논이 있었을 것”이라며 “보도된다면 김 위원장이 이걸 주도하는 것처럼 해석이 되기 때문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려는 게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계획된 수순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백두산을 등정했을 시점부터 대남정책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 후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대남정책 전환이 늦춰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이 진단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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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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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