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강연계 BTS’ 김창옥의 힐링 메시지

상처 가득한 맨몸을 드러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김창옥 강사는 현재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이들에게 거의 신격화된 존재다. 유머를 가미해 아픈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그의 강연은 듣는 이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강연을 듣는 순간만은 왠지 모르게 현재의 아픔이 깨끗하게 잊히는 마력이 있다. 그가 ‘강연계의 BTS’라 불리는 이유도 그 힘 덕분이다. 아픔을 보듬어주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김 강사가 용기를 냈다. 강사라는 철갑을 벗고 인간 김창옥이라는 민낯을 보여주는 용기.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에서는 김 강사의 상처 가득한 맨몸이 보인다.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 김 강사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강연계의 BTS’로 불리는 김창옥 강사

‘소통전문가’라 불리는 김창옥 강사에게도 아픔이 있을까. 강연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좋지 못하다고 털어놓기는 하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픔이 그리 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스스로 소통전문가라 칭하는 그에게 인간관계서 오는 아픔이 크면 또 얼마나 크겠느냐는 얕은 편견도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우울증만 두 번, 몇 년 전에는 정신과 치료도 받은 적이 있는 그였다. 반백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아버지와 교감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한 그는 꽤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경험을 통해 깨우친 깨달음을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솔직하게 전하는 그의 이면에는 해묵은 숙제가 있었다.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아버지의 귀를 치료하는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아버지의 귀를 치료하는 과정, 이것은 사실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 자신이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엿볼 수 있다. 늘 바쁘게 빨리, 열심히 사는 동안 얻게 되는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영화를 통해 드러난다. 

영화는 그가 내면의 아픔과 불안을 직면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몇 개월을 담고 있다. 


아버지와 가족 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조금은 더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는 영화 <들리나요?>의 김 강사를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서 만났다. “영화를 보고 부끄러웠고, 쪽팔렸다”고 말하는 그는 영화 촬영 이후 조금씩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숨겨져있던 속살을 내비친 작품인데. 기자간담회 때도 창피하다고 말하긴 했었는데. 

▲아마 그렇게 찍겠다고 했으면 안 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제가 보기엔 제가 너무 ‘돌아이’ 같더라. 내가 화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화가 많더라. 속내를 너무 드러낸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더 한 게 많았는데, 편집하고 드러낸 게 그 정도였다. 

-그렇게 자신의 민낯을 봤는데, 그 느낌은?

▲제일 먼저 선명했던 감정은 ‘부끄럽다’였다. 더 명확하게 말하면 ‘쪽팔린다’에 가깝다. 되게 당황스러웠다. 나조차 한 번도 못 본 내 등을 저 큰 스크린으로 본 것이다. 메이크업을 안 한 내 얼굴을 많은 사람과 함께 본다는 것에 당혹감이 있었다.
 

▲ ▲▲ 김창옥 강사 ⓒ트리플픽쳐스

-평소에 강연할 때 자신이 가면을 쓴다고 했다. 그래도 그렇게 민낯을 보여주고 나니 후련하다는 감정은 없었나?

▲사실 가면이 나 자신을 숨긴다는 의미의 가면이 아니라, 영화서 표현하는 캐릭터의 형태로 사용한 가면이었다. 강연할 때 나는 광대처럼 군다. 사실 광대 표정을 안 하고 싶을 때도 많다. 광대 표정을 지어야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 그래야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들어간다. 


남에게 보이는 나와 실존의 나가 있었는데, 실존의 나를 보여줬다. 시원하긴 하다. 이제 커밍아웃을 했으니. 이런 면은 나 혼자만 죽을 때까지 알고 있을 부분이었는데, 다 깠다. 이 영화가 없었다면 나는 남에게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에 계속 살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내 모습을 다 알고 있는데, 또 내게 관심조차 없는데 나 혼자만 노심초사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귀를 치유하는 과정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건가?

▲큰딸과는 잘 지냈는데, 쌍둥이 아들들에겐 엄하고 무뚝뚝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서 문제를 일으켜 상담을 받아보니 아빠와 소통이 없어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제가 아버지와 소통을 하지 못했다. 그게 제 아들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묵은 숙제를 풀어야겠구나, 아버지와 못했던 소통부터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부끄럽고 쪽팔렸지만 후련하다”
“영화 속 모습 ‘돌아이’ 같았다”

-영화서 보면 비판에 취약한 면이 나온다. 비속어를 강렬하게 쓴다. 그런데 일부 지인 중에 비판적인 요소가 강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괜찮았나.

▲3명 정도는 의절했다. 하하. 나한테 절대 인터뷰를 보여주지 않았다. 나도 시사회 가서 처음 본 것이다. 배우 조달환은 먼저 사과도 했다. 달환이는 ‘영화를 봤는데 내가 뭐라고 말을 저렇게 했는지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래서 내가 ‘아니다. 괜찮다. 그러니 이제 그만 보자’라고 했다. 하하. 농담이다.

속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 말이 맞다. 하지만 70은 맞아도, 20∼30은 너희 시점으로 본 거다’라는 생각. 내가 저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내 방식의 삶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칼로 훅 찌르는 느낌도 있었다. 언어가 좀 강했다.

-여행작가로 나오는 분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김 강사가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올리는 모습을 보고 힘들게 사는 것 같다고 여겼다. 남에게 보이는 나에 집착하는 듯이 말했는데, 실제로 그런가. 

▲사실 그 말은 좀 서운했다. 왜냐면 그건 그의 시선으로 날 바라본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경 강사는 홍보를 정말 잘한다. 100만명의 구독자가 있다. 정말 잘한 거다. 난 스스로 고집이 있어 홍보를 잘 안 했다. 교묘하게 치고 빠지고 사라지는 게 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도 안 했다. 나는 내 개인의 삶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안 했는데, 책을 내든 전국투어 콘서트를 하든 비즈니스적 측면에선 전혀 관리를 안 한 게 됐다.
 

▲ 강연 중인 김창옥 강사 ⓒ트리플픽쳐스

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홍보가 잘 안 돼서 서비스를 못 받는 상황이 나왔다. 내 최소한의 양심은 책을 냈으면 적어도 홍보를 해야 하는건데, 그냥 책 소개만 달랑 올리면 인간미가 없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어서 홍보하려 했던 거고, 숙제하듯이 한 건데, 마치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여겼다. 그 부분은 사실 많이 서운했다.

-그러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가.

▲강사 김창옥으로서는 의식을 많이 한다. 강사로서 깔끔해 보여야 하는 게 있어 옷을 가린다거나 수염을 기르지 않는 것이 그 예다. 누군가 돈 많이 벌었다고 할까봐 시계도 안 찬다. 어쩌면 이 모습이 나로 못 사는 셈이다. 평소 비속어도 안 쓰고 싶고, 웬만하면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나는 긍정적인 방향의 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건데, 정반대로 해석을 해버리니까 화도 좀 나고 그러더라.


-아버지의 귀는 좀 어떤가?

▲맨 처음에는 귀 수술을 해드리려고 한 게 아니라 검사만 받으려고 했다. 어차피 안 들릴 것으로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소리를 듣게 되시지 않나. 근데 소리가 들리는 거랑 언어가 해석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소리와 언어가 매칭이 돼야 한다. 언어 재활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엄마가 해야 한다. 엄마는 까막눈이다. 엄마가 그걸 하기엔 너무 짜증이 나는 거다. 단순하지가 않다. 

그래서 언어 재활센터에 보냈었다. 버스를 30분 넘게 타고 가야 하기에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갔다 오셔서 2시간을 짜증냈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비를 드리려고 했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아깝다고 못 타신다고. 그래서 결국 아버지가 안 한다고 하셨다. 

-너무 희망적이지 않은 결과 아닌가. 

▲정말 희망적이지 않다. 하하. 어디서 얘기하기도 아름답지도 않고.

-자료에 보면 이 영화를 개봉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한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건 많이 떨린다. 강연의 경우에는 사람이 많이 안 와도 돈을 준다. 이건 사람이 오는 대로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욱 홍보를 열심히 한다. 사실 처음에는 개봉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극장서 엄마와 아빠와 처음 영화를 보는 셈이다. 엄마는 글을 못 읽으셔서 외화를 못 보고, 아버지는 못 들으셔서 한국 영화를 못 본다.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

근데 이 영화는 가능하다. 그것만으로 엎드려서 감사드린다. 그래서 개봉 안 해도 좋다고 했더니, 김봉한 감독이 내 돈은 어떡하냐고 해서, 개봉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 분이라도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아버지 귀, 희망적이진 않은 결말”
“코로나로 오히려 성숙해지는 단계”

김창옥 강사에게 <들리나요?>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 

-공고를 나와 군대 다녀와서 대학에 갔다. 성악과였다. 전혀 상관없는 강연의 길로 접어들었다. 살아온 굴곡을 보면 여러 시련이 있었다. 어떻게 강연을 선택하게 된 것인가. 

▲강연을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노래를 계속했다. 합창단 단원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할 때 잘한다고 정의를 내린다. 나는 언젠가 남들이 나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이 나에게 잘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안 주면 사실 잘하는 게 아니다.
 

▲ ▲

회사서 ‘기사 좋다’고 하는데, 돈을 안 준다면 그건 취미가 된다. 나의 노래는 페이를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한테 ‘성악을 하면 잘 하겠다. 재능이 있다’고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였다.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을 찾다가 강연을 하게 됐다. 

-영화는 소통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영화를 통해 고백을 많이 했다. 사실 강연을 봐도 다른 거장과의 강연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김 강사의 가장 큰 무기는 일상의 이야기라고 본다.

▲나는 거장의 학문을 공부하지 않았다. 심리학이나 철학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현장에서는 학문적인 언어보다는 현장의 언어가 통한다. 사람들이 쓰는 용어로 다가가야 그들도 마음을 연다. 나는 실제로 비속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속어를 좋아해서 그런 표현을 많이 쓴다. 

정형화된 아나운서 톤이 어쩌면 나랑은 더 잘 맞는 용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유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폭넓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일상의 언어라는 무기를 갖게 된 것 같다. 

-요즘 SNS가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남과 비교하면서 더욱 박탈감을 느끼는 삶으로 인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SNS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목욕물이 더럽다고 물만 버려야지 그 안에 있는 아이를 버릴 수는 없지 않나. SNS는 많이 더러워졌다. 하지만 이 안에 아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고급 콘텐츠가 늘어난다면 유튜브든 SNS든 얼마든지 깨끗한 채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영상산업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종목은 게임과 포르노다. 유튜브도 어쩌면 시작단계다. 점차 고급 콘텐츠가 나오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연계도 상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어떻게 살고 있나. 

▲영화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서 난 요즘 좀 지쳐있는 것 같다. 강연은 내 인생을 다 먹어버린 철갑이었다. 그 철갑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지키는 무기였다. 지금은 그걸 벗고 싶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소명은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쉬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제주도에 있었는데 유튜브만 봤다. 제주도서 서울서 해도 되는 유튜브만 본 것이다. 살면서 쉼이라는 건 내게 늘 부정적이었다. 

아버지가 석공 일을 하셨는데, 비가 오면 일을 못 했고, 추우면 일을 못 했다. 그러면 불안감이 생긴다. 쉬는 날이면 아버지는 화투를 치셨다. 그리고 와서 엄마를 때리고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내게 휴식이란 문제만 일으키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여태 일하려고 쉬었다. 쉬려고 일한 게 아니라. 처음으로 그냥 몽땅 쉬어버렸다. 처음에는 쉬고 있는 내가 너무 어색했는데, 이제 조금씩 자연스럽게 쉬고 있다. 몸이 많이 지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몸도 좋아졌다. 강연중독자가 억지로 쉬면서 좋아진 것이다. 

-오랜 굴곡을 지나왔는데, 혹시 스스로 듣고 싶은 말이 있나.

▲애썼다. 혹은 욕봤다. 수고했다와는 다른 것 같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