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김무성의 컴백

한 지붕 두 킹메이커 ‘불편한 동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차기 대선을 대비한 ‘마포 모임’을 꾸렸다. 당내 ‘김무성계’ 인물들은 이들과 물밑 교류를 이어가며 세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통합당 내에서 두 킹메이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

“대권주자로 활약할 인물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흥행 과정을 통해 자유경쟁을 붙이면 2년 뒤 국민에게 충분히 인정받을 후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범보수 진영의 ‘킹메이커’를 자임했다. 그는 지난 ‘이명박근혜’정부 출범에도 큰 공로를 기여한 바 있다.

귀환

김 전 의원은 최근 가까운 전직 의원 40여명이 주축이 된 ‘마포 모임’을 꾸렸다. 국정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다음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매달 최소 2번 이상은 정기 모임을 가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포 모임은 현역 의원보다는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전직 의원들이 참여했다. 중심축인 대구·경북(TK) 출신 중에는 강석호·박명재·최교일·백승주·정태옥·강효상 전 의원 등이 모임에 합류했다. 김 전 의원은 현역 의원보다는 전직 의원을 포함한 원외 인사들로 꾸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선 준비를 위해 중진급 현역 의원들과의 뭍밑 교류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포 모임의 세미나 첫 연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다. 김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했다.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치적 궤가 비슷해, 마포 모임과 김 위원장의 교감설이 한때 돌기도 했다. 마포 모임 측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 위기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한 연사 선정일 뿐”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마포 모임에는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만큼, 차기 대권주자 양성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임의 실무를 맡고 있는 강석호 전 의원은 “모임의 로드맵은 정권 재창출, 킹메이커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며 “전직 의원들이 의정 경험 지식, 각종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정권을 되찾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앞으로 1년이 남았으니 두각을 드러내는 대권주자들이 나올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통할지는 모르지만 나름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역시 김 전 의원과 뜻을 함께하는 원내 모임 격으로 여겨진다. 포럼의 대표인 장제원 의원과 초대회장인 김학용 전 의원은 대표적 ‘김무성계’ 인물이다. 미래혁신포럼은 이날 원희룡 지사의 특별강연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향후 당 안팎의 대선주자들을 연사로 두루 초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 입장서 마포 모임은 달갑지 않은 독자 세력이다. 이번 총선서 통합당의 중량급 의원들의 대거 낙선으로 당내 세력 결집이 어려운 상태였다. 게다가 김 비대위에 반대한 중진들이 비대위원서 제외됐다. 자칫 비대위의 독주 체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 이를 견제할 만한 구심점이 생긴 것이다.

‘마포 모임’ 통해 정권 재창출 로드맵 마련
‘김무성계 헤처 모여!’ 대선 전 세력 결집?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로 중진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를 출범시킨 주역으로, 최근엔 ‘기본소득제’와 같은 진보적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불만을 표출한 대표적 인물이 장제원 의원이다. 장 의원은 최근 SNS에 김 위원장를 향해 연일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내건 기본소득제에 대해 “꿈의 정책이다. 말만 던지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양치기 정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들어온 이후, 대여 투쟁력이 현격하게 약화되고 있다”고 공격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김 위원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미래혁신포럼서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며 용병과 외국 감독에 의한 승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한 것을 저격한 셈이다.
 

▲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문병희 기자

당내 중진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최근 김 위원장은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0일 당내 중진의원들과의 회동서 그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하긴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정책도 내놓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당장 실시하자는 게 아니라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김 전 의원과 김 위원장은 동시에 차기 대통령 후보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론되는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다르다. 김 위원장은 ‘40대 기수론’을 앞세우며 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대권주자로 키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실제 김 위원장이 김세연 전 의원과 홍정욱 전 의원 둘 중에 한 명이 하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고 전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40대 기수론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두 의원에 대한 야박한 평가를 내렸다.

김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홍 전 의원에 대해 “이미지만 가지고 되나. 선배가 먼저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극성과 자기 의지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김세연 전 의원을 향해선 “자기 집(통합당)보고 없어질 정당이고 좀비라고 하고 해체하라고 하면 되겠나. 그런 정열이 있으면 당내서 싸워야지”라고 말했다.

역할은?

김무성계가 보수 재집권 플랜 가동에 들어가면서 킹 메이커들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포 모임의 강석호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를 흔들 이유가 없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외부서 보완하고 도울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김 위원장의 ‘창조적 파괴’를 돕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장점을 ‘메시지’로 꼽으며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도였다. 좌우 필요 없다. 이제는 실용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