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아동학대 천태만상

학교 못 가니…사각지대 아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 아동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보호자인 부모에게 학대당했다. 일각에서는 연이어 터지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을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상서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아동학대

지난 1일 충남 천안서 9세 A군이 여행용 가방 안에 감금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초 신고자인 의붓어머니가 A군을 가방 안에 가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A군은 3일 오후 끝내 사망했다. 

부작용

경찰 조사 결과 의붓어머니는 A군을 가로 50㎝·세로70㎝ 정도 크기 대형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외출해 3시간 후 돌아왔다. 이후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그보다 작은 중형 가방(가로 44㎝·세로60㎝)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의붓어머니는 A군이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서 가방 안에 가뒀다고 진술했다. 

경남 창녕에선 9세 B양이 부모의 학대를 피해 도망쳤다가 시민의 도움으로 구조된 사건이 일어났다. B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께 잠옷 차림에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도로를 뛰어가다가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됐다. 

B양은 눈 등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으며, 손가락은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B양의 손에 남은 화상은 의붓아버지가 ‘지문을 지우고 나가라’며 프라이팬으로 지진 흔적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경남지방경찰청와 창녕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일경 B양 의붓아버지의 협조를 받아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프라이팬, 사슬, 막대기 등 압수한 물품이 실제 학대에 사용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B양은 자신을 구해준 시민에게 “파이프(막대기)로 맞고 쇠사슬에 묶였다”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쉬기 힘들어 죽을 뻔 했다” 등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 

천안·창녕서 끔찍한 사건
사망하고, 도망친 이후에야

천안과 경남 창녕 등 잇따라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서 피해 아동들은 가정뿐만 아니라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군은 심정지가 일어나 병원에 옮겨진 이후, B양은 집에서 도망쳐 나온 이후에야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연기되면서 피해 아동들은 담임 선생님 등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였다.

실제 천안 사건의 경우 A군은 한 달여 전에도 의붓어머니에게 옷걸이와 리코더로 두들겨 맞았다. 당시 A군은 머리가 1㎝가량 찢어지고 손과 엉덩이 군데군데 멍든 채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A군의 방문 이틀 뒤인 지난달 7일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신고 다음날인 8일 부모에게 전화로 ‘학대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학대 피해 발생 8일 만인 지난달 13일 A군의 집을 찾았지만 아이는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로 몸에 상처가 생겼다고 한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군의 학대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A군에 대한 격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학교는 코로나19 사태로 휴교 중이었다. A군의 담임 선생님은 아동보호기관 조사관과의 통화서 “특별한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과정서 A군을 학대한 의붓어머니는 ‘반성한다’며 아동보호기관 등의 조사를 교묘하게 피해나갔다. 이후 계속된 의붓어머니의 학대에 A군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창녕 B양의 경우에도 학교와 이웃은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코로나19로 4월16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 100%에 참석했다. 하지만 대면수업이 아니라 학교 측은 B양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이 학습꾸러미를 전달하러 B양의 집에 3차례나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B양의 친모는 ‘집에 갓난아기가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면서 담임 선생님을 돌려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그 여파로 인한 아동학대 건수가 유의미하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월 112에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559건으로 전년 동기(1369건)에 비해 13.8%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 참여했지만
아이 상황은 파악 못해

서울지방경찰청이 1월부터 집계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614건으로 평소보다 8.3%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어른이 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점, 상담소나 아동보호기관 등이 비대면 상담 위주로 운영된 점 등을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2016년 ‘원영이 사건’으로 학교서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시행됐다. 2016년 3월 평택서 7세 신원영군이 의붓어머니 김씨의 학대 끝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김씨는 사망한 원영이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김씨는 전처의 아들인 원영이를 2년여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망에 이를 때까지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방도 되지 않는 화장실에 가뒀다. 

원영이가 화장실서 나오려 할 때마다 주먹과 플라스틱 청소용 솔을 휘두르며 갈비뼈, 쇄골, 팔 등을 부러뜨린 김씨는 2016년 1월 청소용 락스를 원영이에게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다. 친부는 락스 세례를 맞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원영이를 구하는 대신 찬물을 끼얹고 그대로 방치했다. 

원영이 사건의 후속 조치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2일 이상 무단으로 결석할 때 학교장이 출석 독촉과 함께 필요한 경우 가정방문까지 할 수 있는 법안이 시행됐다. 독촉 후 3일이 지나거나 3회 이상 독촉했는데도 가정의 반응이 없다면 아동 거주지 읍·면·동의 장과 교육장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원영이 사건 이전에는 아동이 무단결석을 하더라도 학교서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칼 빼나

법무부는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률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민법상 친권자에게 보호·교양의 권리·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징계권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뜻으로 오인되고 자녀를 부모의 권리 행사 대상으로 바라보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무부는 구체적 개정안 마련을 위해 아동인권 전문가와 청소년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