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아동학대 천태만상

학교 못 가니…사각지대 아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 아동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보호자인 부모에게 학대당했다. 일각에서는 연이어 터지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을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상서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아동학대

지난 1일 충남 천안서 9세 A군이 여행용 가방 안에 감금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초 신고자인 의붓어머니가 A군을 가방 안에 가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A군은 3일 오후 끝내 사망했다. 

부작용

경찰 조사 결과 의붓어머니는 A군을 가로 50㎝·세로70㎝ 정도 크기 대형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외출해 3시간 후 돌아왔다. 이후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그보다 작은 중형 가방(가로 44㎝·세로60㎝)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의붓어머니는 A군이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서 가방 안에 가뒀다고 진술했다. 

경남 창녕에선 9세 B양이 부모의 학대를 피해 도망쳤다가 시민의 도움으로 구조된 사건이 일어났다. B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께 잠옷 차림에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도로를 뛰어가다가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됐다. 

B양은 눈 등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으며, 손가락은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B양의 손에 남은 화상은 의붓아버지가 ‘지문을 지우고 나가라’며 프라이팬으로 지진 흔적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경남지방경찰청와 창녕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일경 B양 의붓아버지의 협조를 받아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프라이팬, 사슬, 막대기 등 압수한 물품이 실제 학대에 사용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B양은 자신을 구해준 시민에게 “파이프(막대기)로 맞고 쇠사슬에 묶였다”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쉬기 힘들어 죽을 뻔 했다” 등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 

천안·창녕서 끔찍한 사건
사망하고, 도망친 이후에야

천안과 경남 창녕 등 잇따라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서 피해 아동들은 가정뿐만 아니라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군은 심정지가 일어나 병원에 옮겨진 이후, B양은 집에서 도망쳐 나온 이후에야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연기되면서 피해 아동들은 담임 선생님 등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였다.

실제 천안 사건의 경우 A군은 한 달여 전에도 의붓어머니에게 옷걸이와 리코더로 두들겨 맞았다. 당시 A군은 머리가 1㎝가량 찢어지고 손과 엉덩이 군데군데 멍든 채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A군의 방문 이틀 뒤인 지난달 7일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신고 다음날인 8일 부모에게 전화로 ‘학대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학대 피해 발생 8일 만인 지난달 13일 A군의 집을 찾았지만 아이는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로 몸에 상처가 생겼다고 한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군의 학대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A군에 대한 격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학교는 코로나19 사태로 휴교 중이었다. A군의 담임 선생님은 아동보호기관 조사관과의 통화서 “특별한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과정서 A군을 학대한 의붓어머니는 ‘반성한다’며 아동보호기관 등의 조사를 교묘하게 피해나갔다. 이후 계속된 의붓어머니의 학대에 A군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창녕 B양의 경우에도 학교와 이웃은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코로나19로 4월16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 100%에 참석했다. 하지만 대면수업이 아니라 학교 측은 B양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이 학습꾸러미를 전달하러 B양의 집에 3차례나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B양의 친모는 ‘집에 갓난아기가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면서 담임 선생님을 돌려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그 여파로 인한 아동학대 건수가 유의미하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월 112에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559건으로 전년 동기(1369건)에 비해 13.8%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 참여했지만
아이 상황은 파악 못해

서울지방경찰청이 1월부터 집계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614건으로 평소보다 8.3%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어른이 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점, 상담소나 아동보호기관 등이 비대면 상담 위주로 운영된 점 등을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2016년 ‘원영이 사건’으로 학교서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시행됐다. 2016년 3월 평택서 7세 신원영군이 의붓어머니 김씨의 학대 끝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김씨는 사망한 원영이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김씨는 전처의 아들인 원영이를 2년여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망에 이를 때까지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방도 되지 않는 화장실에 가뒀다. 

원영이가 화장실서 나오려 할 때마다 주먹과 플라스틱 청소용 솔을 휘두르며 갈비뼈, 쇄골, 팔 등을 부러뜨린 김씨는 2016년 1월 청소용 락스를 원영이에게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다. 친부는 락스 세례를 맞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원영이를 구하는 대신 찬물을 끼얹고 그대로 방치했다. 

원영이 사건의 후속 조치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2일 이상 무단으로 결석할 때 학교장이 출석 독촉과 함께 필요한 경우 가정방문까지 할 수 있는 법안이 시행됐다. 독촉 후 3일이 지나거나 3회 이상 독촉했는데도 가정의 반응이 없다면 아동 거주지 읍·면·동의 장과 교육장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원영이 사건 이전에는 아동이 무단결석을 하더라도 학교서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칼 빼나

법무부는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률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민법상 친권자에게 보호·교양의 권리·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징계권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뜻으로 오인되고 자녀를 부모의 권리 행사 대상으로 바라보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무부는 구체적 개정안 마련을 위해 아동인권 전문가와 청소년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