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⑦> 통합당 허은아 “당 브랜딩 새로 맡겨달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일곱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허은아 비례대표와 함께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청년과 미래’를 바라보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점을 늘 마음에 품고 실천하며 나아가겠다.”

이미지 전략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허은아 의원은 21대 총선서 비례대표 19번을 배정받아 막차에 올랐다. 허 의원은 지난 1월 통합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영입인재로 발탁됐다. 정계 입문 전 다채로운 이력 덕분이다. 그는 승무원, 교수, 컨설턴트,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서 활동하며, 인증된 ‘이미지 전략가’로서 정치인 및 기업 임원 퍼스널 브랜딩 코칭을 맡아 활약했다.

업무상 정계 인물들과 여러 차례 교류할 기회가 있었으나 ‘주자’로 직접 뛰고 싶진 않았다. 20년간 쌓아 올린 탄탄대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후배들을 양성해 존경받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당의 러브콜이 여러 번 있었지만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내 꿈은 정치인이 아니라, 청년과 여성들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거였다. 그런데 작년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다. 딸이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할 때, 무슨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103석을 얻으면서 유례없는 참패를 겪었다. 정치권에선 당이 비호감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진단들이 쏟아졌다. 이미지 컨설턴트인 그가 짚은 패배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 스스로에 대한 평가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했다. 주변서 잘한다고만 아부 하니까 내가 왜 ‘꼰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지, 왜 욕을 먹고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부족했다. 당내 능력 있는 엘리트 분들이 많은 건 큰 장점이다. 다만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친절하지 않고 잘난 척 하며, 기득권 행세를 하려고 하니깐 잘못된 것이다.”

“이제 통합당은 기득권이 아니다. 잘나갔던 때를 생각하면 안 된다. 공정, 정의, 자유를 제대로 외치는 능력 있는 정당임을 알려야 한다. 지금까지 ‘차무남'(차갑고 무능력한 남자) 이미지를 보였다. 당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여러 번 친절하게 설명하고 소통해야 한다.”

허 의원은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명수다)’의 간사를 맡아 기획 및 인물 섭외에 힘쓰고 있다. 깊이 있는 배움은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박형준 통합당 전 선대위원장과 같은 중량급 인사들을 불러 총선 참패의 원인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연 확장을 위해 청년 비대위를 비롯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들과의 모임도 계획했다.

“아침 시간인데도 스무명이 훨씬 넘게 오신다. 오늘도 의자가 부족했다. 의원님들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 인기 좋은 대선주자 몇 분도 섭외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대표님을 섭외하고 싶다. 우리 당에 오셔야 하는데.(웃음) 똑똑한 것도 있지만, 이미지가 정말 좋으시더라.”

통합당 무능한 모습, 비호감 탈피 관건
“욕먹어도 차근차근 세심히 살피겠다”

허 의원은 인터뷰 내내 청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결과와 실적으로 승부해야 하는 기업의 우두머리였다. 하지만 회사에 면접을 보러온 청년들로부터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감정이 앞서 자주 울컥하곤 했다. 이는 허 의원이 국회서 인기 없는 상임위로 꼽히는 과방위를 선택한 이유와도 관련이 깊다.

과방위는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컨트롤 타워로,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추구해야 하는 건 미래다. 우리를 바라봐주시는 건 청년이다. 청년들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건 과학기술밖에 없다. 상당히 인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왜 없는지 모르겠다. IT, 유튜브 등 청년들이 주로 관심 갖는 의제들은 다 과방위 소관 아닌가.

허 의원은 지금껏 기업서 시장의 동향을 읽고 고객을 브랜딩화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정치권서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는 작업과 같다. 실제로 그는 대화서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메라비언 법칙’을 들어 지난 미국 대선서 트럼프 승리를 예견했다.
 

▲ ⓒ문병희 기자

“내년 1월까지 대선주자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리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미스터트롯>처럼 경쟁해서 뽑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실제 대선 현장서 상당히 친절했다. 또 모든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쉽고 친근한 단어를 선택했다. 대선 정국에선 친절하고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에게 표를 주실 것이다.”

정치 선배들과 차별화된 허 의원의 경쟁력은 탁월한 ‘홍보가’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전주혜·지성호 의원과 함께 ‘국회대학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청년층의 보수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 그는 당과 동료 의원들을 새로 브랜딩 하고자 한다. 셀프 홍보에 집중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볼 수 없는 신선함이다.

“저는 성과를 낼 줄 안다. 고객만족을 이끌어내는 사업을 20년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표를 주시는 국민들은 내게 고객이라 보면 된다. 정치 언어와 생태계를 잘 모르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모르니깐 덤빌 수 있다. 의원님들의 모습을 보면 다 훌륭하다. 괜히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더라. 의원들 한 분 한 분, 다 빛나게 하고 싶다. 다들 똘똘 뭉쳐서 큰 빛을 보고 싶다.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니깐 세상에 그런 국회의원은 없다고 하더라.(웃음) 그렇게 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국민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다.”

대선까지 2년.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이번 기회에 ‘분골쇄신’ 하지 않으면 당의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의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 들어온 초선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소통, 또 소통

“국민 분들이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빨리 가려다 많은 실수를 했다. 욕을 먹더라도 차근차근 세심히 살피겠다. 제대로 당을 쇄신해 국민들 앞에 제대로 나서겠다. 많이 반성하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협치가 뭔지 보여주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고, 희망을 볼 수 있는 국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sangmi@ilyosisa.co.kr>
 

[허은아는?]

▲대한항공 승무원
▲주식회사 예라고 대표이사
▲경일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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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