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 3세 경영의 현주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서 유영하고 있다. 오너 3세 남태훈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대와 함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적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잦아드는 모양새다. 다만 남 사장이 리베이트 관련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남태훈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남태현 국제약품 대표이사 ⓒ국제약품

국제약품은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창업주는 고 남상옥 회장으로 지난 5·16군사정변 당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국제약품도 성장가도를 달리며 197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군사정변
성장가도

경영권은 장남이 이어받았다. 오너 2세 남영우 국제약품 회장은 1973년 입사한 뒤, 부친의 별세로 국제약품 회장이 됐다.

최근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에 올랐다. 유력한 승계 후보는 남 회장의 장남 남태훈 국제약품 사장이다. 남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남 사장은 1980년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에 입사했다. 이듬해인 2009년 국제약품으로 거취를 옮겼다. 이후 마케팅부 과장, 기획관리 차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1년에는 영업관리실 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약품 주식도 최초로 확보했다.

그해 4월 남 사장은 568주를 매입했지만 약 4개월 뒤 전량에 가까운 560주를 매각했다. 8주를 쥔 채 한동안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

변화는 2013년에 발생했다. 남 사장이 판매부분 부사장으로 올랐을 때다. 그해 7월 남 사장은 2만3400주를 매입하면서 모두 2만3408주(0.15%)를 보유하게 됐다.

이듬해인 2014년엔 국제약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되면서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그해 2월 1만3520주, 1만1200주씩 두 차례 주식을 매입했다. 그 다음달에는 702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 결과 남 사장의 보유 지분은 4만8830주(0.31%)로 상승했다.

제약업계 최연소 일찌감치 사장으로
승진·주식 취득 동시에…입지 다져

남 사장은 2015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4세였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지분 매입도 동반됐다.

그해 3월 2441주, 6월 2만6019주를 사들이면서 모두 7만7290주를 쥐게 됐다. 2016년에는 6531주, 1만주를 확보하면서 9만3821주까지 끌어모았다.


남 사장은 지난 201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입사 10년이 채 안 된 시점서 국제약품 ‘꼭대기’에 올라선 셈이다. 이후 그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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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남 사장은 4차례에 걸쳐 7만5186주를, 3월에는 15차례에 걸쳐 13만5080주를 사들였다. 이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규모였다. 같은 해 8월 236주를 매입하면서 30만4323주까지 수직상승했다. 지분 취득에만 사용된 자금은 6억5000만원을 넘었다.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2018년 3월 1만2172주, 7월 4690주, 10월 4만6684주를 끌어모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7357주, 8월 1만1793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남 사장은 국제약품 주식 38만7019주를 최종 확보했다. 올해 지분 매입 소식은 지난달까지 없었다.

현재 국제약품은 3인 공동대표 체제다. 남 회장과 남 사장, 그리고 안재만 대표이사가 함께한다.

업계 일각에선 남 사장의 승진을 두고 우려를 제기했다. 너무 무거운 왕관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남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국제약품 실적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냉탕, 온탕 
그 다음은?

최근 3년간 국제약품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33억원, 1076억원, 1111억원으로 불규칙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5억원, 32억원, 5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은 10억원, 21억원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4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직전년도에 비해 ‘기타비용’과 ‘법인세 비용’이 껑충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성적표는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국제약품 매출액은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3.02% 증가한 3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0% 가까이 증가한 61억원, 순이익은 2.5배 가깝게 뛴 49억원이었다.

국제약품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요인은 ‘메디마스크’였다. 메디마스크는 국제약품이 제작한 마스크로, 코로나19 여파가 확대되기 전 과감하게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남 사장이 해당 사업에 속도를 내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약품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자체 마스크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마스크 외에도 손세정제 등 기존 의약품 수요 증가도 1분기 실적에 기여했다.

다만 남 사장은 자신의 커리어에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리베이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 지분
14% 조금 넘어

지난 2018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제약품 전·현직 임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 100여명에게 42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였다.

당시 경찰은 국제약품 영업기획부서가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관리해 리베이트 제공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제약품은 지난 1분기 보고서에 재판 결과를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 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임원들은 징역 6월∼1년에 전원 집행유예 2년이었다. 국제약품 법인도 벌금 3000만원이 부과됐다. 국제약품은 1심 판결에 승복,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량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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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약품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회사 차원서 내놨다.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내부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원 교육훈련 강화도 포함됐다.

남 사장은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완전한 승계까지는 요원할 전망이다. 국제약품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렇다.


남 사장이 보유한 국제약품 지분은 2.1%에 불과하다. 부친인 남 회장의 지분은 8.52%다. 남 사장의 누나인 남혜진(NAM JENNIFER YOUNG) 국제약품 전 상무에게는 0.1% 지분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지분 합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리베이트 혐의 유죄 확정 항소 취하
오너 리스크, 실적 개선으로 타개?

이 외에 친인척(1.09%), 임원(0.88%)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14%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오너 일가 지배력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약품 최대주주는 계열사 ‘우경’인데 2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곳의 최대주주는 남 회장(85.43%)이다. ‘남 회장→우경→국제약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결국 남 사장의 우경 최대주주 확보에 따라 승계가 좌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계열사 전반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강화된다. 우경은 ‘효림산업’ 최대주주(60.72%)다. 또 국제약품은 ‘국제피앤비’ 최대주주(24.83%)이면서 종속회사로 ‘케이제이케어’를 두고 있다. 남 사장은 계열사 효림산업과 국제피앤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효림산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효림산업은 수처리 설비와 기자재를 생산하는 환경설비 전문기업이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효림산업은 680억원 매출과 111억원 영업손실, 2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8년 회사 매출액은 468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6억, 순이익 98억원의 흑자 회사로 전환됐다. 지난해 매출 역시 236억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16억원, 순이익은 1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제피앤비는 화장품과 건강기능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남 사장과 안광민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2018년 회사는 매출 9억원과 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억원과 순손실 3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모두 2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사에 
달린 승계

남 사장은 실적 향상을 통해 승계 연착륙을 꾀하고, 오너 리스크를 타개할 전망이다. 남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국제약품 시무식서 성장을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을 주문했다. 그는 “성장 없는 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이익 없는 성장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며 “목표가 달성되도록 최대한 지원과 관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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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