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 3세 경영의 현주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서 유영하고 있다. 오너 3세 남태훈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대와 함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적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잦아드는 모양새다. 다만 남 사장이 리베이트 관련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남태훈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남태현 국제약품 대표이사 ⓒ국제약품

국제약품은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창업주는 고 남상옥 회장으로 지난 5·16군사정변 당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국제약품도 성장가도를 달리며 197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군사정변
성장가도

경영권은 장남이 이어받았다. 오너 2세 남영우 국제약품 회장은 1973년 입사한 뒤, 부친의 별세로 국제약품 회장이 됐다.

최근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에 올랐다. 유력한 승계 후보는 남 회장의 장남 남태훈 국제약품 사장이다. 남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남 사장은 1980년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에 입사했다. 이듬해인 2009년 국제약품으로 거취를 옮겼다. 이후 마케팅부 과장, 기획관리 차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1년에는 영업관리실 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약품 주식도 최초로 확보했다.

그해 4월 남 사장은 568주를 매입했지만 약 4개월 뒤 전량에 가까운 560주를 매각했다. 8주를 쥔 채 한동안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

변화는 2013년에 발생했다. 남 사장이 판매부분 부사장으로 올랐을 때다. 그해 7월 남 사장은 2만3400주를 매입하면서 모두 2만3408주(0.15%)를 보유하게 됐다.

이듬해인 2014년엔 국제약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되면서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그해 2월 1만3520주, 1만1200주씩 두 차례 주식을 매입했다. 그 다음달에는 702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 결과 남 사장의 보유 지분은 4만8830주(0.31%)로 상승했다.

제약업계 최연소 일찌감치 사장으로
승진·주식 취득 동시에…입지 다져

남 사장은 2015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4세였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지분 매입도 동반됐다.

그해 3월 2441주, 6월 2만6019주를 사들이면서 모두 7만7290주를 쥐게 됐다. 2016년에는 6531주, 1만주를 확보하면서 9만3821주까지 끌어모았다.


남 사장은 지난 201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입사 10년이 채 안 된 시점서 국제약품 ‘꼭대기’에 올라선 셈이다. 이후 그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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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남 사장은 4차례에 걸쳐 7만5186주를, 3월에는 15차례에 걸쳐 13만5080주를 사들였다. 이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규모였다. 같은 해 8월 236주를 매입하면서 30만4323주까지 수직상승했다. 지분 취득에만 사용된 자금은 6억5000만원을 넘었다.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2018년 3월 1만2172주, 7월 4690주, 10월 4만6684주를 끌어모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7357주, 8월 1만1793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남 사장은 국제약품 주식 38만7019주를 최종 확보했다. 올해 지분 매입 소식은 지난달까지 없었다.

현재 국제약품은 3인 공동대표 체제다. 남 회장과 남 사장, 그리고 안재만 대표이사가 함께한다.

업계 일각에선 남 사장의 승진을 두고 우려를 제기했다. 너무 무거운 왕관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남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국제약품 실적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냉탕, 온탕 
그 다음은?

최근 3년간 국제약품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33억원, 1076억원, 1111억원으로 불규칙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5억원, 32억원, 5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은 10억원, 21억원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4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직전년도에 비해 ‘기타비용’과 ‘법인세 비용’이 껑충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성적표는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국제약품 매출액은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3.02% 증가한 3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0% 가까이 증가한 61억원, 순이익은 2.5배 가깝게 뛴 49억원이었다.

국제약품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요인은 ‘메디마스크’였다. 메디마스크는 국제약품이 제작한 마스크로, 코로나19 여파가 확대되기 전 과감하게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남 사장이 해당 사업에 속도를 내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약품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자체 마스크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마스크 외에도 손세정제 등 기존 의약품 수요 증가도 1분기 실적에 기여했다.

다만 남 사장은 자신의 커리어에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리베이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 지분
14% 조금 넘어

지난 2018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제약품 전·현직 임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 100여명에게 42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였다.

당시 경찰은 국제약품 영업기획부서가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관리해 리베이트 제공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제약품은 지난 1분기 보고서에 재판 결과를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 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임원들은 징역 6월∼1년에 전원 집행유예 2년이었다. 국제약품 법인도 벌금 3000만원이 부과됐다. 국제약품은 1심 판결에 승복,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량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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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약품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회사 차원서 내놨다.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내부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원 교육훈련 강화도 포함됐다.

남 사장은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완전한 승계까지는 요원할 전망이다. 국제약품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렇다.


남 사장이 보유한 국제약품 지분은 2.1%에 불과하다. 부친인 남 회장의 지분은 8.52%다. 남 사장의 누나인 남혜진(NAM JENNIFER YOUNG) 국제약품 전 상무에게는 0.1% 지분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지분 합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리베이트 혐의 유죄 확정 항소 취하
오너 리스크, 실적 개선으로 타개?

이 외에 친인척(1.09%), 임원(0.88%)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14%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오너 일가 지배력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약품 최대주주는 계열사 ‘우경’인데 2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곳의 최대주주는 남 회장(85.43%)이다. ‘남 회장→우경→국제약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결국 남 사장의 우경 최대주주 확보에 따라 승계가 좌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계열사 전반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강화된다. 우경은 ‘효림산업’ 최대주주(60.72%)다. 또 국제약품은 ‘국제피앤비’ 최대주주(24.83%)이면서 종속회사로 ‘케이제이케어’를 두고 있다. 남 사장은 계열사 효림산업과 국제피앤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효림산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효림산업은 수처리 설비와 기자재를 생산하는 환경설비 전문기업이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효림산업은 680억원 매출과 111억원 영업손실, 2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8년 회사 매출액은 468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6억, 순이익 98억원의 흑자 회사로 전환됐다. 지난해 매출 역시 236억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16억원, 순이익은 1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제피앤비는 화장품과 건강기능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남 사장과 안광민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2018년 회사는 매출 9억원과 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억원과 순손실 3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모두 2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사에 
달린 승계

남 사장은 실적 향상을 통해 승계 연착륙을 꾀하고, 오너 리스크를 타개할 전망이다. 남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국제약품 시무식서 성장을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을 주문했다. 그는 “성장 없는 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이익 없는 성장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며 “목표가 달성되도록 최대한 지원과 관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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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