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 3세 경영의 현주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서 유영하고 있다. 오너 3세 남태훈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대와 함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적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잦아드는 모양새다. 다만 남 사장이 리베이트 관련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남태훈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남태현 국제약품 대표이사 ⓒ국제약품

국제약품은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창업주는 고 남상옥 회장으로 지난 5·16군사정변 당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국제약품도 성장가도를 달리며 197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군사정변
성장가도

경영권은 장남이 이어받았다. 오너 2세 남영우 국제약품 회장은 1973년 입사한 뒤, 부친의 별세로 국제약품 회장이 됐다.

최근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에 올랐다. 유력한 승계 후보는 남 회장의 장남 남태훈 국제약품 사장이다. 남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남 사장은 1980년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에 입사했다. 이듬해인 2009년 국제약품으로 거취를 옮겼다. 이후 마케팅부 과장, 기획관리 차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1년에는 영업관리실 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약품 주식도 최초로 확보했다.

그해 4월 남 사장은 568주를 매입했지만 약 4개월 뒤 전량에 가까운 560주를 매각했다. 8주를 쥔 채 한동안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

변화는 2013년에 발생했다. 남 사장이 판매부분 부사장으로 올랐을 때다. 그해 7월 남 사장은 2만3400주를 매입하면서 모두 2만3408주(0.15%)를 보유하게 됐다.

이듬해인 2014년엔 국제약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되면서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그해 2월 1만3520주, 1만1200주씩 두 차례 주식을 매입했다. 그 다음달에는 702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 결과 남 사장의 보유 지분은 4만8830주(0.31%)로 상승했다.

제약업계 최연소 일찌감치 사장으로
승진·주식 취득 동시에…입지 다져

남 사장은 2015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4세였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지분 매입도 동반됐다.

그해 3월 2441주, 6월 2만6019주를 사들이면서 모두 7만7290주를 쥐게 됐다. 2016년에는 6531주, 1만주를 확보하면서 9만3821주까지 끌어모았다.


남 사장은 지난 201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입사 10년이 채 안 된 시점서 국제약품 ‘꼭대기’에 올라선 셈이다. 이후 그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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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남 사장은 4차례에 걸쳐 7만5186주를, 3월에는 15차례에 걸쳐 13만5080주를 사들였다. 이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규모였다. 같은 해 8월 236주를 매입하면서 30만4323주까지 수직상승했다. 지분 취득에만 사용된 자금은 6억5000만원을 넘었다.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2018년 3월 1만2172주, 7월 4690주, 10월 4만6684주를 끌어모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7357주, 8월 1만1793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남 사장은 국제약품 주식 38만7019주를 최종 확보했다. 올해 지분 매입 소식은 지난달까지 없었다.

현재 국제약품은 3인 공동대표 체제다. 남 회장과 남 사장, 그리고 안재만 대표이사가 함께한다.

업계 일각에선 남 사장의 승진을 두고 우려를 제기했다. 너무 무거운 왕관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남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국제약품 실적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냉탕, 온탕 
그 다음은?

최근 3년간 국제약품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33억원, 1076억원, 1111억원으로 불규칙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5억원, 32억원, 5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은 10억원, 21억원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4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직전년도에 비해 ‘기타비용’과 ‘법인세 비용’이 껑충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성적표는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국제약품 매출액은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3.02% 증가한 3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0% 가까이 증가한 61억원, 순이익은 2.5배 가깝게 뛴 49억원이었다.

국제약품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요인은 ‘메디마스크’였다. 메디마스크는 국제약품이 제작한 마스크로, 코로나19 여파가 확대되기 전 과감하게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남 사장이 해당 사업에 속도를 내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약품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자체 마스크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마스크 외에도 손세정제 등 기존 의약품 수요 증가도 1분기 실적에 기여했다.

다만 남 사장은 자신의 커리어에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리베이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 지분
14% 조금 넘어

지난 2018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제약품 전·현직 임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 100여명에게 42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였다.

당시 경찰은 국제약품 영업기획부서가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관리해 리베이트 제공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제약품은 지난 1분기 보고서에 재판 결과를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 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임원들은 징역 6월∼1년에 전원 집행유예 2년이었다. 국제약품 법인도 벌금 3000만원이 부과됐다. 국제약품은 1심 판결에 승복,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량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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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약품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회사 차원서 내놨다.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내부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원 교육훈련 강화도 포함됐다.

남 사장은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완전한 승계까지는 요원할 전망이다. 국제약품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렇다.


남 사장이 보유한 국제약품 지분은 2.1%에 불과하다. 부친인 남 회장의 지분은 8.52%다. 남 사장의 누나인 남혜진(NAM JENNIFER YOUNG) 국제약품 전 상무에게는 0.1% 지분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지분 합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리베이트 혐의 유죄 확정 항소 취하
오너 리스크, 실적 개선으로 타개?

이 외에 친인척(1.09%), 임원(0.88%)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14%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오너 일가 지배력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약품 최대주주는 계열사 ‘우경’인데 2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곳의 최대주주는 남 회장(85.43%)이다. ‘남 회장→우경→국제약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결국 남 사장의 우경 최대주주 확보에 따라 승계가 좌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계열사 전반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강화된다. 우경은 ‘효림산업’ 최대주주(60.72%)다. 또 국제약품은 ‘국제피앤비’ 최대주주(24.83%)이면서 종속회사로 ‘케이제이케어’를 두고 있다. 남 사장은 계열사 효림산업과 국제피앤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효림산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효림산업은 수처리 설비와 기자재를 생산하는 환경설비 전문기업이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효림산업은 680억원 매출과 111억원 영업손실, 2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8년 회사 매출액은 468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6억, 순이익 98억원의 흑자 회사로 전환됐다. 지난해 매출 역시 236억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16억원, 순이익은 1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제피앤비는 화장품과 건강기능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남 사장과 안광민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2018년 회사는 매출 9억원과 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억원과 순손실 3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모두 2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사에 
달린 승계

남 사장은 실적 향상을 통해 승계 연착륙을 꾀하고, 오너 리스크를 타개할 전망이다. 남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국제약품 시무식서 성장을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을 주문했다. 그는 “성장 없는 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이익 없는 성장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며 “목표가 달성되도록 최대한 지원과 관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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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