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삼진제약 2세 경영 밑그림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08 20:11:07
  • 호수 12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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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창업 우정 지켜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삼진제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동창업자들이 자녀에게 지분 증여를 하며 2세 경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측은 2세들이 10년 전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 삼진제약 ⓒ삼진제약

삼진제약은 김영배, 조의환, 최승주, 공정오 등 4명의 동업으로 시작됐다. 1968년이 설립연도지만 1972년 대한장기식품을 인수, 주식회사 삼진제약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제약사로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공동경영

공동창업자 중 가장 연장자인 김영배 회장이 2001년 말 유일한 계열사였던 일진제약으로 옮겼고, 김 회장 이전에 일진제약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공정오도 2002년 초 삼진제약의 공식 직함서 물러났다. 이후 공동창업자 가운데 동년배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의 경영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친구 간 경영으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삼진제약은 최근 실적서 주춤한 모습이다.

삼진제약 공시를 살펴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471억원으로 전년(595억원) 대비 2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2600억→2419억원)과 순이익(255억→139억원)도 각각 7%, 45.4% 줄었다.


삼진제약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적은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57억원, 173억원을 기록해 직전년도와 비교해 7.98%, 27.91% 감소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액은 1920억원서 26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01억원서 595억원으로 늘었다. 해당 기간 매년 전년대비 성장했지만, 지난해 ‘세무조사’ 관련해 잡손실이 발생해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진제약이 최근 세금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성장에 돌입 중이다. 올해 실적은 2018년도 수준으로 회복을 계획하고 있다”며 “삼진제약의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20.7% 증기한 2553억원, 569억, 당기순이익은 동기간 209.2%증가한 431억원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삼진제약은 2세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세대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조 회장은 지난 4월 초, 보유하고 있던 주식 15만주를 장남인 조규석 전무와 차남인 조규형 상무에게 각각 7만5000주씩 증여했다. 조 회장은 이어 4월25일 각 10만주 씩 두 아들에게 또 다시 증여했다. 이번에 증여된 삼진제약 지분 17만5000주는 6월5일 종가 기준(주당 2만7400원)으로 48억원의 가치다. 

조 회장은 증여로 보유 주식 수가 168만9322주(지분율 12.15%)서 133만9322주(지분율 9.64%)로 줄었다. 두 형제들은 각각 17만5000주(지분율 1.26%)를 보유하게 됐다.

조 전무는 미국 미국 텍사스대 대학원서 회계학 석사를 받고, 삼일회계법인서 근무했다. 이후 2011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경리 및 회계 업무를 맡으며 2015년 12월에 이사, 2017년 12월에 상무로 승진했고, 올해 전무로 승진했다. 

두 회장 올해 80세 내년 임기만료
자녀들 10년 전 입사해 경영 수업


또 다른 공동창업주 최 회장도 지난달 15일과 21일 외동딸 최지현 전무 등에게 증여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5일, 44만주를 이준원·최지윤·송동욱·송해성·송해강·최지선·PARK MIN KYU·박윤서 등에게, 지난달 21일에는 36만주의 보유주식을 최지현·이남규 등에게 부여했다. 이 중 최지현 전무를 뺀 나머지는 삼진제약에 근무하지 않은 특수관계자로 알려졌다. 최 전무는 수증으로 지분율이 2.44%까지 올라갔다.

조 회장은 증여로 보유 주식 수가 122만7033주(지분율 8.83%)서 42만7033주(지분율 3.07%)로 줄었다. 최 전무의 보유 주식 수는 33만8692주(지분율 2.44%)로 늘어나게 됐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최 회장의 장녀인 최 전무가 조 회장의 장남과 차남보다 여전히 앞서고 있다.

조 회장 두 아들과 최 회장 딸이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2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너 2세 3명은 2008∼2010년부터 삼진제약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조규석씨와 최지현씨가 2017년 말 동시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동시에 전무로 승진하고 지분도 비슷한 시기에 확보하면서 1세대에 이어 2세대도 양 집안이 공동경영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삼진제약의 경우 1세대 창업주들이 여전히 공동경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너 2세들도 그동안 소유 지분이 없어 두 회장의 증여 과정을 통해서만 지분 보유가 이뤄졌다. 그러다 올해 오너 2세인 조 상무와 조 이사, 최 상무 등이 나란히 승진했다. 창업자 2명이 8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2세 경영체제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구도서 2세 경영으로 전환되면 이 체제는 변화를 겪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선 삼진제약은 이 회장 퇴임 후 장홍순 부사장과 최용주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해 4각 체제를 이뤘다. 더 나아가 2세 경영이 본격화된다면 5각 체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조용하던 경영 2세들의 지분 확보는 1세대 경영인들의 퇴진 시점과 맞물려 있어 더 눈에 띈다. 조 회장과 최 회장 모두 오는 2021년 임기가 만료된다. 두 사람 모두 올해 80세로 적지 않은 나이라 경영승계 구도를 가시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먼저 증여에 나섰기 때문에 조만간 조 회장 측도 본격적인 증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 회장 역시 11% 보유주식을 한쪽으로 몰지 않고 형제에게 분산해 증여할 경우 창업주에 이어 창업 2세도 가족공동경영 체계가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할 말 없다”

특히 삼진제약은 실적감소, 창업자의 고령화 등의 이유로 2세 경영 분위기가 역력하다. 창업주 경영 임기만료 시점인 2021년부터는 2세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2세 주식 증여에 대해서 삼진제약 측은 “많은 사람들이 지분증여를 보고 2세 경영을 위한 밑그림이라고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본사 내부에서는 딱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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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