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만난’ 다이어트 식품의 이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08 11:41:35
  • 호수 12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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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진다면 양잿물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 바람이 불면서 자연스레 다이어트 식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 효과’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일부 식품서 부정물질이 검출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보리가루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 즈음이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옷이 얇고 짧아지면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여름휴가 때 바다나 계곡 등에서 입게 될 수영복을 떠올리기도 한다.  

여름만 되면…

국내 20∼30대 남녀 직장인의 80%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응답을 내놓은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도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운동으로 살을 빼려고 하기보단 음식 섭취를 통해 살을 빼고 싶어한다. 이들을 타깃 삼아 많은 회사가 다이어트 식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위생과 안전성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싹보리 분말 제품 일부서 기준치를 초과한 이물질과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새싹보리 분말 2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서 기준을 초과한 금속성 이물이나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조사 결과 총 11개 제품이 기준에 미달했다. 7개 제품에선 금속성 이물이 최소 13.7mg/kg에서 최대 53.5mg/kg 검출돼 허용기준(10mg/kg)을 초과했다. 또 8개 제품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대장균이 검출됐다. 특히 4개 제품은 금속성 이물과 대장균이 모두 기준에 부적합했다.


식품유형 및 품목보고번호 등 표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1개 제품이 식품유형을 잘못 기재하거나 용량·유통기한·품목보고번호·주의사항 등을 기재하지 않았다. 특히 이 중 7개 제품은 금속성 이물 및 대장균 기준에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들이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업체에 부적합 제품의 자발적 회수·폐기 및 판매중지와 표시사항 개선을 권고했다. 또 해당 업체들은 이를 수용해 조치를 완료했다.

향후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새싹보리 분말제품에 대한 위생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사실 다이어트 식품서 문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5일에도 이와 비슷하게 부정물질이 검출됐다. 해외직구 인터넷 사이트서 다이어트 효과, 성 기능 개선 등을 광고한 식품 중 7개 제품서 실데나필 등 부정물질이 나왔던 바 있다.

식약처는 올해 1분기 해외 인터넷 사이트서 다이어트 효과, 성 기능 개선 등을 광고한 274개 식품을 직접 구매해 검사한 결과 7개(2.6%) 제품서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부정물질이 검출됐다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노출의 계절’ 불티나는 보조제
‘도움’ 효과 내세워 소비자 현혹

식약처가 검사한 274개 식품은 다이어트 효과(190개), 성 기능 개선(42개), 근육 강화(42개)제 식품 등이다. 부정물질은 다이어트 효과를 표방한 제품의 2.1%인 4개 제품에서 성 기능 개선을 표방한 제품의 7.1%인 3개 제품서 나왔다.


다이어트 제품 가운데 ‘비키니 미’와 ‘슬림 미’에서는 아세틸시스테인이, ‘투미앤바디 팻 리듀싱 티’와 ‘키세키 티 디톡스 퓨전 드링크‘에서는 ‘센노사이드’가 각각 검출됐다. 성 기능 개선 제품의 경우 ‘해머 진생&커피’에서는 타다라필이 ‘임팩트라 골드’에서는 실데나필, ‘라이즈’에서는 이카린이 각각 검출됐다.

아세틸시스테인은 후두염 등의 해독작용을 하는 성분이며 센노사이드는 변비 치료제로 쓰인다.
 

▲ 소비자보호원

또 성 기능 개선 효과를 광고한 ‘Hamer ginseng앤coffee’에서는 타다라필, ‘Impactra Gold’는 실데나필, ‘Rise’ 제품에서는 이카린이라는 의약품 성분이 나왔다. 타다라필과 실데나필, 이카린은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지난해 6월에는 SNS 마켓서 판매되는 ‘다이어트’ ‘헬스’ ‘이너뷰티’ 등 관련 제품 총 136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9개 제품이 기준·규격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돼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또 다이어트 표방 제품을 허위·과대 광고한 판매업체 415곳과 제품 124개를 적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켓 이용이 급증하면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조사 대상은 회원 수가 10만명 이상인 카페, 페이스북 등 SNS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다이어트’ ‘헬스’ ‘이너뷰티’ 표방 제품 총 136건이었다.

식중독균 검사 등 기준규격 검사 등을 통해 9개 제품이 적발됐다.

‘다이어트 효과’를 표방 제품 중 새싹보리 분말 5개 제품이 부적합했으며, 부적합 사유로는 ▲대장균(2건) ▲금속성 이물(2건) ▲타르색소(1건) 검출이었다. ‘헬스’를 표방한 ‘단백질 보충용 식품’ 3개 제품은 모두 단백질 실제 함량이 제품에 표시된 양보다 적었다.

단백질 보충 식품에 불법으로 첨가되기도 하는 스테로이드제 성분은 이번 검사를 통해 검출되지 않았다. ‘레몬밤’ 액상차 1개 제품은 세균 수가 기준을 초과했다. 식약처는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된 1930개 사이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검색 차단을 요청했다. 적발된 유형은 ▲다이어트 등 건강기능식품 오인·혼동(1559건) ▲원재료 효능·효과 소비자 기만(328건) ▲부기 제거 등 거짓·과장(29건) ▲비만 등 질병 예방 치료 및 효능 효과(8건) ▲체험기(6건) 등이었다.

제품표시 확인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새싹보리 분말식품 구입·섭취 시 제품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구입하길 바란다”며 “구매 이후에는 유통기한과 주의사항을 확인 후 섭취하고, 제품은 밀봉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이어트 보조제 효과는?


여름이 부쩍 다가온 만큼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제대로 된 다이어트 보조제를 선택해 적절히 먹게 된다면 체중감량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 보조제는 지방연소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이어트로 떨어지기 쉬운 기초 대사량을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 탄수화물 흡수를 더디게 하는 제품도 있다.

국내의 경우 건강보조식품의 성분·제조환경 등을 철저히 관리해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구입한 체중관리 보조제는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체중감량 보조제는 애초에 약이 아닌 ‘식품’이기 때문에 누가 먹어도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말은 곧 보조제만 먹는다고 해서 극적인 지방 감소 효과를 얻기도 힘들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박윤찬 부산365mc 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서 “활동량이 떨어진 사람들이 약간의 ‘부스팅’ 효과를 위해 먹는다면 추천할 만하지만, 보조제 섭취만을 통해 ‘한 달에 10㎏ 감량’ 같은 급격한 체중 변화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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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