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토막 살인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08 10:59:33
  • 호수 12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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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꿈꾼 치밀한 부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3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과 그의 부인은 이 여성을 살해한 뒤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치밀한 행동과 거짓말로 경찰을 속이려 했다. <일요시사>는 잔혹한 이들 부부의 뻔뻔한 범행 과정을 살펴봤다. 
 

최근 치밀한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범죄 수법의 공통점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피해자의 시체를 훼손 후 은닉해 증거인멸을 꾀했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이유에 대해 증거 인멸, 완전범죄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민 신고

지난달 8일 자신의 아내가 차를 타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8일 뒤인 16일, 임진강 주변에 차량 한 대가 오래 주차돼있는 걸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해당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같은 날 파주시 자택서 30대 남성 A씨는 50대 여성인 B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동갑내기 부인 C씨와 함께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6일 B씨가 A씨 부부 집에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이들을 용의선상에 올려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CCTV 확인 결과, 실종된 B씨가 A씨 부부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왔으며, 자신의 차량을 자유로에 버리고 홀연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다각적인 수사를 펼친 경찰은 끝내 사실관계를 밝혀냈다.

지난달 26일 경기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같은 달 21일 오후, 충남 행담도 인근 갯벌 해상서 머리와 왼쪽 팔 등 시신의 일부가 낚시객에 의해 발견됐다. 지문 감식 결과 토막 시신의 신원은 사흘 전 실종신고됐던 B씨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부부를 범행 나흘 뒤인 20일에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검거 직후 “내연관계인 B씨에게 이별을 요구했는데 집으로 찾아와 다투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며 치정 범죄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또 시신을 유기하러 갈 때 차량에 딸도 대동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방 들통났다. 

경찰 추가 조사 결과 이들의 범행 동기가 내연관계 청산에 따른 치정문제가 아닌 금전적 문제에 의한 범죄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A씨와 B씨의 관계는 과거 한 상가 분양사무소서 일하던 팀장과 직원 관계였으며, 당시 B씨는 분양 성과에 따라 일정액의 성과 수당을 받았다. 당시 팀장은 A씨였다.

B씨는 분양 성과로 받을 수당 중 상당 금액을 지급받지 못하자 당시 분양사무소 팀장이었던 A씨에게 지급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B씨처럼 수당을 받지 못한 직원을 대상으로 당시 미지급금 내역을 파악하고 있다.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남편 A씨와 달리 사체유기 혐의로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가 기각된 A씨의 부인 C씨가 범행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나왔다.

치정범죄 아닌 금전문제로 드러나
부인 개인 정황···차에 딸 태우기도

지난달 18일 파주 자유로 갓길에 버려져 있다가 발견된 B씨의 차량을 현장으로 몰고 온 당사자가 부인 C씨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초기 CCTV 분석을 통해 B씨가 A씨의 집을 나와 자신의 차량을 타고 빠져나가는 장면을 확보했다.

한편 해경 등이 나머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국화도 서쪽 약 0.4해리(740m) 해상서 시신 일부가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평택해양경찰서 당진파출소는 이날 국화도 인근 해상서 순찰하던 중 시신 일부를 발견해 인양했다.

해경이 발견한 시신은 파주 살인사건 피해자인 B씨와 동일 인물로 확인됐다. 평택해양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 같은 감정 결과를 지난 2일 통보받았다. 


해경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라 사건을 파주경찰서로 이송했다”며 “파주 사건 피해자의 시신 일부가 해상에 더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어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해대교

한편 A씨에 대해 신상공개는 하지 않기로 28일 결정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공개로 인한 범죄예방·재범방지 등 공익보다 피의자 및 피해자 가족의 2차·추가적 피해 등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됐다”며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현행법에 따라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해 신상공개를 검토했다. 최근 경찰은 전북 전주와 부산서 여성 2명을 살해한 최신종(31)과 ‘한강 몸통 살인사건’의 장대호(38) 등 강력 범죄 피의자의 신원을 공개했던 바 있다.

하지만 A씨와 피해자 B씨 등 각각의 가족이 평소 교류가 많고 일하는 공간이 비슷해 A씨의 얼굴 공개 시 주변인들이 피해자를 쉽게 특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특히 A씨와 B씨는 각각 미성년자인 딸이 있어, 공개할 경우 이들이 받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변 가족들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질 것을 우려했다.

신상 비공개

한 범죄심리학자는 “범행 직후 용의자 관점서 가장 큰 부담은 시신의 존재”라며 “빨리 시신의 부피와 무게를 줄여서 눈앞에서 안 보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파주 사건 무관 아라뱃길 시신은?

최근 인천 경인아라뱃길 수로에서 발견된 훼손 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발견된 시신은 지난달 경기 파주서 발생한 살인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지난달 29일 아라뱃길 수로서 발견된 시신의 DNA와 최근 파주서 발생한 살인 사건 피해자의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여성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다만 국과수 등이 보유한 DNA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을 때 시신과 일치하는 유전자를 확인하지 못해 나이 등 정확한 신원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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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