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영화제’ 대종상 무용론
‘꼰대 영화제’ 대종상 무용론
  • 함상범 기자
  • 승인 2020.06.08 11:01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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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해라! 욕 마이 묵었다 아이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대종상 영화제(이하 대종상)가 코로나19 여파로 밀리고 밀리다 지난 3일 개최됐다. 대종상의 권위는 90년대부터 약 30년간 서서히 떨어졌다. 이번의 경우 개최조차 불투명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촌극이나 다름없었던 2018년에 비하면 배우 참석률이나 실수의 빈도서 나아진 측면이 있긴 하나, 국내 최고령 영화제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멀기만 해 보인다. 
 

▲ ⓒ문병희 기자
▲ 최근 무용론마저 대두되고 있는 대종상영화제 ⓒ문병희 기자

‘대종상 영화제’는 1958년 정부서 ‘우수국산영화 시상제’라는 명칭으로 출발했다. 1962년 명칭을 대종상으로 변경했다. 그 과정서 국산 영화상 기간은 대종상 수상 약력서 제외다. 그런 이유로 63년의 역사를 지닌 영화제는 2020년이 56회가 된다. 

어용?

첫 단추부터 정부가 세운 영화제다 보니 공정성과는 담쌓은 후진국형 행사였다. 시상식서 수상자나 수상작에 논란이 생기는 것은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 등 권위 있는 시상식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대종상은 정도가 지나쳤다. 

과거에는 유일무이한 영화제로서 권위가 있었고, 특히 국내서 유일하게 언론사가 아닌 영화인들이 직접 꾸리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상징성 있는 시상식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한편 정부서 주도하는 관제 행사였던 탓에 ‘어용 영화제’로도 불렸다. 의식 있는 영화인에게 있어 대종상은 적폐나 다름없었다. 

특히 사회 비판적인 영화가 수상하는 일은 전무했다. 사회 부조리를 다룬다거나, 유력 인물을 비판하는 작품은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수상은 커녕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1980년대까지 대종상 수상작은 대부분 반공영화가 차지했다.

유신시대에는 정부 주도로 수상을 통제했을 뿐 아니라 ‘우수 반공 영화상’을 따로 개설해 시상할 정도였다.

더구나 대종상 수상작을 만든 제작사는 막대한 이권이 주어졌다. 해외 영화 수입권을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과 우수 작품상 수상작을 내놓은 영화사에 수여했다. 반공영화가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화 수입권은 당시 기준으로 억 단위로 거래되고 있었으니 대종상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나오는 것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1984년이 돼서 외화수입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반공영화 제작이 줄어들었다. 돈 주고 상을 구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종상의 비리는 90년대부터 만천하에 드러난다.

1996년 ‘애니깽 사태’는 영화 <애니깽> 연출자인 김호선 감독을 밀어주고자 편집조차 완성되지 않은 영화에 최우수 작품상을 수여한 사건이다. 대종상 최악의 흑역사로 꼽힌다. 이 영화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안기부가 후원한 영화라는 소문이 돌았고, 본선 시상식은 <애니깽>의 싹쓸이로 끝났다. 

상징적인 영화제? ‘적폐’였던 과거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오래된 시상식

인터넷이 발달한 2000년에 들어와서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할 행보는 지속됐다. 2011년 <써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심은경이 불참을 선언하자, 그를 후보서 제외시키기도 했으며,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15개의 상을 몰아주는 기현상도 있었다. 

2015년에는 조근우 집행위원장이 시상식 전 기자회견서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기 때문에 대리수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이 불가능하면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고, 대부분의 배우들은 물론 감독과 제작자 및 스태프까지 대거 불참하는 파행으로 이어졌다. 

2017년에는 이준익 감독이 모욕을 느낄 만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는가 하면, 2018년에는 대리수상 향연이 이어졌다. 특히 영화 <남한산성>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상을 수상할 때 영화와 전혀 무관한 트로트 가수 한사랑이 무대에 오르는 황당한 상황도 연출됐다.

거론된 것은 굵직한 이슈다. 비교적 작은 잘못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대종상은 한국 영화 100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열리지도 않았다.
 

▲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했던 가수 박봄 ⓒ문병희 기자
▲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했던 가수 박봄 ⓒ문병희 기자

올해만큼은 쇄신하겠다면서 개최 시기도 2월로 옮기는 등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대종상은 가수 박봄의 몸매와 패션만 화제가 되며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영화제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던 <기생충>의 주역들은 대다수 참석하지 않았다. 감동의 수상 소감 대신 하나마나한 내용의 신속한 대리수상이 빈자리를 메웠다.

칸 국제영화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전 세계를 뒤집어놓은 <기생충>은 대종상 5관왕에 올랐지만, 봉준호 감독과 정재일 음악 감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작사인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와 공동 각본가로 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가 수상을 대신했고, 배우 중에서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정은만이 홀로 참석했다. 

2011년부터 MC를 맡았던 신현준 대신 예능인 이휘재와 모델 한혜진이 진행을 맡은 것도 이색적이다. 영화상의 경우 배우들이 진행을 맡는 것이 관례였는데, 영화인이 아닌 다른 업계 종사자가 나온 것도 위상이 떨어진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참석자가 적어 무관중으로 진행된 올해 대종상은 더욱 쓸쓸했다. 연이은 대리수상 탓에 기억에 남는 수상 소감은 없었다. 

주요 부문인 여우주연상의 정유미, 남우조연상의 진선규 등은 불참했다. 대종상의 권위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시상식에 임박해서 섭외하는 졸속 행정으로 인해 일정 조율이 어려워 불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올해도 대종상 측은 시상식 축하무대에 옥주현이 나온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가 불참한다는 소식에 재배포하기도 했다. 섭외 요청한 뒤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도 발표한 탓이다. 이슈로 남은 건 다소 달라진 외형의 가수 박봄뿐이다. 영화인들 행사에 가수의 자극적인 내용만 회자되는 것이 대종상의 현주소다. 

그나마 배우 이병헌·이정은·정해인·진서연·김소진·박해수 및 장준환 감독 등 이름 있는 영화인들이 꽤 참석했던 점이 유일한 위안으로 보인다. 

엉성

2018년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 출품제를 폐지하고, 개봉작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변화를 꾀했다. 올해도 시상식을 2월로 옮기면서 한 해 개봉한 영화만을 심사하며 영화계를 결산하도록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악재를 넘기는 것도, 이미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위상을 되돌리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오래된 시상식 외에 내세울 것이 없고, 여전히 엉성함이 가득한 대종상이 재기할 수 있을지, 씁쓸함만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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