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영화제’ 대종상 무용론

고마해라! 욕 마이 묵었다 아이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대종상 영화제(이하 대종상)가 코로나19 여파로 밀리고 밀리다 지난 3일 개최됐다. 대종상의 권위는 90년대부터 약 30년간 서서히 떨어졌다. 이번의 경우 개최조차 불투명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촌극이나 다름없었던 2018년에 비하면 배우 참석률이나 실수의 빈도서 나아진 측면이 있긴 하나, 국내 최고령 영화제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멀기만 해 보인다. 
 

▲ ⓒ문병희 기자

‘대종상 영화제’는 1958년 정부서 ‘우수국산영화 시상제’라는 명칭으로 출발했다. 1962년 명칭을 대종상으로 변경했다. 그 과정서 국산 영화상 기간은 대종상 수상 약력서 제외다. 그런 이유로 63년의 역사를 지닌 영화제는 2020년이 56회가 된다. 

어용?

첫 단추부터 정부가 세운 영화제다 보니 공정성과는 담쌓은 후진국형 행사였다. 시상식서 수상자나 수상작에 논란이 생기는 것은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 등 권위 있는 시상식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대종상은 정도가 지나쳤다. 

과거에는 유일무이한 영화제로서 권위가 있었고, 특히 국내서 유일하게 언론사가 아닌 영화인들이 직접 꾸리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상징성 있는 시상식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한편 정부서 주도하는 관제 행사였던 탓에 ‘어용 영화제’로도 불렸다. 의식 있는 영화인에게 있어 대종상은 적폐나 다름없었다. 

특히 사회 비판적인 영화가 수상하는 일은 전무했다. 사회 부조리를 다룬다거나, 유력 인물을 비판하는 작품은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수상은 커녕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1980년대까지 대종상 수상작은 대부분 반공영화가 차지했다.

유신시대에는 정부 주도로 수상을 통제했을 뿐 아니라 ‘우수 반공 영화상’을 따로 개설해 시상할 정도였다.

더구나 대종상 수상작을 만든 제작사는 막대한 이권이 주어졌다. 해외 영화 수입권을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과 우수 작품상 수상작을 내놓은 영화사에 수여했다. 반공영화가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화 수입권은 당시 기준으로 억 단위로 거래되고 있었으니 대종상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나오는 것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1984년이 돼서 외화수입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반공영화 제작이 줄어들었다. 돈 주고 상을 구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종상의 비리는 90년대부터 만천하에 드러난다.

1996년 ‘애니깽 사태’는 영화 <애니깽> 연출자인 김호선 감독을 밀어주고자 편집조차 완성되지 않은 영화에 최우수 작품상을 수여한 사건이다. 대종상 최악의 흑역사로 꼽힌다. 이 영화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안기부가 후원한 영화라는 소문이 돌았고, 본선 시상식은 <애니깽>의 싹쓸이로 끝났다. 

상징적인 영화제? ‘적폐’였던 과거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오래된 시상식

인터넷이 발달한 2000년에 들어와서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할 행보는 지속됐다. 2011년 <써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심은경이 불참을 선언하자, 그를 후보서 제외시키기도 했으며,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15개의 상을 몰아주는 기현상도 있었다. 

2015년에는 조근우 집행위원장이 시상식 전 기자회견서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기 때문에 대리수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이 불가능하면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고, 대부분의 배우들은 물론 감독과 제작자 및 스태프까지 대거 불참하는 파행으로 이어졌다. 

2017년에는 이준익 감독이 모욕을 느낄 만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는가 하면, 2018년에는 대리수상 향연이 이어졌다. 특히 영화 <남한산성>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상을 수상할 때 영화와 전혀 무관한 트로트 가수 한사랑이 무대에 오르는 황당한 상황도 연출됐다.

거론된 것은 굵직한 이슈다. 비교적 작은 잘못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대종상은 한국 영화 100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열리지도 않았다.
 

▲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했던 가수 박봄 ⓒ문병희 기자

올해만큼은 쇄신하겠다면서 개최 시기도 2월로 옮기는 등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대종상은 가수 박봄의 몸매와 패션만 화제가 되며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영화제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던 <기생충>의 주역들은 대다수 참석하지 않았다. 감동의 수상 소감 대신 하나마나한 내용의 신속한 대리수상이 빈자리를 메웠다.

칸 국제영화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전 세계를 뒤집어놓은 <기생충>은 대종상 5관왕에 올랐지만, 봉준호 감독과 정재일 음악 감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작사인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와 공동 각본가로 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가 수상을 대신했고, 배우 중에서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정은만이 홀로 참석했다. 

2011년부터 MC를 맡았던 신현준 대신 예능인 이휘재와 모델 한혜진이 진행을 맡은 것도 이색적이다. 영화상의 경우 배우들이 진행을 맡는 것이 관례였는데, 영화인이 아닌 다른 업계 종사자가 나온 것도 위상이 떨어진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참석자가 적어 무관중으로 진행된 올해 대종상은 더욱 쓸쓸했다. 연이은 대리수상 탓에 기억에 남는 수상 소감은 없었다. 

주요 부문인 여우주연상의 정유미, 남우조연상의 진선규 등은 불참했다. 대종상의 권위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시상식에 임박해서 섭외하는 졸속 행정으로 인해 일정 조율이 어려워 불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올해도 대종상 측은 시상식 축하무대에 옥주현이 나온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가 불참한다는 소식에 재배포하기도 했다. 섭외 요청한 뒤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도 발표한 탓이다. 이슈로 남은 건 다소 달라진 외형의 가수 박봄뿐이다. 영화인들 행사에 가수의 자극적인 내용만 회자되는 것이 대종상의 현주소다. 

그나마 배우 이병헌·이정은·정해인·진서연·김소진·박해수 및 장준환 감독 등 이름 있는 영화인들이 꽤 참석했던 점이 유일한 위안으로 보인다. 

엉성

2018년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 출품제를 폐지하고, 개봉작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변화를 꾀했다. 올해도 시상식을 2월로 옮기면서 한 해 개봉한 영화만을 심사하며 영화계를 결산하도록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악재를 넘기는 것도, 이미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위상을 되돌리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오래된 시상식 외에 내세울 것이 없고, 여전히 엉성함이 가득한 대종상이 재기할 수 있을지, 씁쓸함만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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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