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명당 잡은’ 의원들 백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08 10:42:41
  • 호수 12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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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층 로열층 입주자 누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명당’을 차지하라. 국회 개원을 앞두고 벌어지는 의원실 쟁탈전은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의원들은 각자의 이유를 내세워 4년간 동고동락할 장소를 결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일요시사>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만큼이나 치열한 의원들의 명당 찾기 대작전을 추적했다.
 

▲ 국회 의원회관 전경

국회의원들이 입주를 완료했다.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통상 의원실 배정은 원내대표가 당선인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관례상 다선·실세 의원이 우선권을 갖는다. 그럼에도 선택이 겹칠 경우 추첨 과정을 거친다. 사실상 4년간 의정활동 공간을 결정하는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다.

○○○호

의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호실을 선택했다. 크게 ▲명당 선호형 ▲의미 부여형 ▲전망 선호형 ▲실리형 등으로 유형이 나뉜다.

‘명당 선호형’은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성공한 정치인들이 사용한 호실을 선택하는 경우다. 325호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사용했던 장소다. 20대 총선 때 국회에 첫 입성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21대 총선서 재선에 성공, 325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정무특보를 역임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원이었을 당시 사용했던 545호는 굴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이후 545호에 입주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이하 통합당) 이완영 전 의원은 임기 중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 이수진 의원이 사용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312호는 초선인 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사용한다. 20대 국회에선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이 주인이었다. 21대 총선서 재선에 성공한 조 의원은 847호로 옮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썼던 638호는 초선인 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배정됐다. 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의원실 배정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참 놀랐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28호는 유서가 깊은 곳이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사용했으며, 이후 ‘민주화운동의 대부’ 고 김근태 전 의원이 이어받았다. 21대 국회에선 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사용하게 됐다.

454호는 역대 국회의장을 두 명이나 배출한 명당이다. 앞서 16대 국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이만섭 전 의장과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이었던 문희상 전 의장이 454호의 주인이었다. 21대 총선을 통해 5선에 성공한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문 전 의장으로부터 이 사무실을 물려받았다.

718호는 ‘관운’(관리로 출세하는 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곳서 내리 6선에 성공하고,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거친 후 국무총리까지 맡으면서 ‘명당 중의 명당’으로 떠올랐다. 50여명의 민주당 의원이 718호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곳의 주인이 됐다. 

‘관운’ ‘의미’ ‘조망’…자리 해석 제각각
‘이왕이면 다홍치마’ 기운 받고 용꿈까지?

호실 번호를 좇은 ‘의미 부여형’도 있다. 문 대통령을 거쳐 권 의원에게 돌아간 325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23일을 뒤집은 숫자라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518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린다. 그래서 호남 지역구 의원들 사이서 특히나 인기가 많은 사무실이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호남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21대 국회에선 기존 사무실 주인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생환해 그대로 사용한다.

6·15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하는 615호는 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차지했다. 615호는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이 지난 12년 동안 사용했다. 21대 총선서 박 전 의원이 낙선하면서, 누가 615호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 국회 의원회관 복도

민주당 지도부는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인 6·15남북공동선언의 상징성을 고려, 김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 의원에게 615호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 측은 “(민주)당서 먼저 615호 제안이 들어와 고마웠다”고 밝혔다.

‘전망 선호형’은 7·8층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적당한 고층서 한강 뷰 또는 광장 뷰를 조망할 수 있다. 다만 소통관이 들어서면서 한강 뷰 ‘로열층’은 8·9층으로 올라간 상태다. 여성 최초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된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같은 당 송영길 의원 등 중진들이 한강 조망권에 입주했다. 7층 광장 뷰에는 김진표·남인순·변재일·주호영 의원, 8층 광장 뷰에는 박진·이인영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의원들이 둥지를 틀었다.

‘실리형’의 대표주자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다. 그는 공실이던 746호에 빠르게 입주했다. 이 방은 통합당 최경환 전 의원이 사용하고 있었다. 앞서 최 전 의원은 ‘국정원 뇌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때문에 로열층임에도 의원들 사이서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 의원 측은 746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빨리 일하기 위해 공실로 남아 있던 방을 지망했다”고 설명했다.

10층은…

10층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인기가 없는 층이다.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0층에는 초선 30대 의원들이 다수 배치됐다. 민주당 김남국·오영환·장경태·전용기 의원, 통합당 배현진 의원 등이 10층에 자리 잡았다. 당초 경호상의 이유로 10층에 배정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통합당 태영호·지성호 의원은 각각 9층과 6층에 배정받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배지 둥지’ 의원회관은?

국회 의원회관은 지난 1989년에 준공된 구관에 2012년 신관이 증축되면서 지금의 ‘ㅂ’자 형태를 갖추게 됐다.

전체 10층으로 총 300명의 국회의원과 각 의원당 ‘9명의 식솔’까지 더하면 3000여명의 인원이 이곳서 근무한다.

국회 사무처, 선거관리위원회, 청소근로자 사무실 등도 의원회관에 있어 실제 근무자는 훨씬 많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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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