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상징’ 한기총 몰락기

기독교 앞세워 정치욕 채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때 보수 교계의 상징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역사상 최악의 해체 위기에 놓였다. 출범 이후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덕에 교계와 정계서도 한기총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한기총의 기나긴 몰락기를 조명했다.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문병희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법원으로부터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판정을 받았다. 앞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지난 1월 총회에 대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전 목사가 일부 대의원들에게 총회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의원들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침해당했다고 명시했다.

흥망성쇠
어쩌다…

정관에 따라 법원이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한기총의 최고 연장자인 김창수 목사가 직무대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 역시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분골쇄신해 한기총이 명실공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발돋움을 하겠다”며 한기총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기총은 전 목사를 끌어내린 비대위와 전 목사를 지지하는 세력, 그리고 김 목사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다. 한동안 한기총의 내홍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기총은 장기간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무실 반환 소송마저 진행 중이다. 한기총의 재정난은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한기총은 임대료 7000여만원과 직원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뒤 회원 교단들이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다.


한기총은 왜 이렇게까지 몰락했을까. 우선 한기총의 태생적 한계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기총은 1989년 평화통일을 강조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한기총은 출범 당시 정권과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우뚝 성장하게 된다.

일각에선 한기총의 설립 당시 배후에 독재정권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80년 8월 한기총 설립에 크게 기여했던 보수 개신교 지도그룹이 전두환 당시 국보위장을 불러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다는 사실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보수 교계 몸통…독재정권 등에 업고 출범
2011년 금권선거 파문·잇단 대형교단 탈퇴

2005년 4월에는 당시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오충일 목사가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은 출범 이후 꾸준히 보수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1992년 대선에는 개신교 장로 출신인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했고,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는 주한미군 철수 반대,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며 수구 성향을 고수했다. 또 2007년엔 17대 대선을 앞두고 전 목사가 교인들에게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비위 및 막말 논란 역시 한기총이 교계서 외면 받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 문재인 하야 범투본서 발언하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시 이광선 목사는 2010년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길자연 목사의 부정선거로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돈 선거’를 폭로했다.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교단 목회자들이 길 목사로부터 1인당 100만원씩 4000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내용이 드러났다.

이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투표장서 길 목사 쪽 선거운동본부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폭로까지 터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한기총에 속했던 대형 교단들이 행정보류를 결정하거나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기총은 고립의 길을 걷게 됐다.

구멍난 재정
리더십 공백

주요 교단이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단체들을 한기총이 받아준 점도 한기총이 내홍을 겪는 데 큰 화근이 됐다. 현재 한기총에는 55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 교단이 대부분이다. 2010년까지 한국개신교계를 대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곳으로 볼 수 없게 된 셈이다.

게다가 한기총은 목사들의 비상식적인 막말로 인해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당시 한기총 부회장이었던 조광작 목사는 긴급 임원회의서 “가난한 집 아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갔으면 될 것을 왜 제주도로 배 타고 가다가 이런 일이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너무 소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어 이해 못 하겠다” 등의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조 목사는 부회장직서 사퇴했지만, 이는 한기총의 수준을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가 됐다.

전 목사의 막말도 유명하다. 그는 2005년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됐는지 알아보려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 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발언해 ‘빤스목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전 목사는 지난해에 “대통령이 간첩” “문재인은 벌써 하나님이 폐기처분” 등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막말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기총의 법인 해산과 대표회장 전 목사의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이 올라왔고, 그에 대한 동의가 20만명을 넘기도 했다.

우클릭
돈 선거

당시 청원인은 ‘대표회장 전 목사를 중심으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종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설립목적과 위반된 사항들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허가 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다. 전 목사는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와 같은 막말로 개신교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 목사는 21대 총선까지 네 차례나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 진출을 시도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서 기독사랑실천당의 공동대표로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 약간 미달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로도 정계 진출을 위한 전 목사의 행보는 계속됐다. 2012년 기독자유민주당 당고문, 2016년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권 주변을 배회했다. 지난 1월에는 21대 총선에 대비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했으나 이번 역시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전 목사는 지난해부터 21대 총선을 위한 세력 결집을 해왔다. 지난해 6월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위해 한기총이 지향하는 국민운동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9월에는 전 목사가 문 대통령의 하야를 목표로 하는 시위 조직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를 결성해, 광화문 일대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단체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갔다. 당시 전 목사의 막말 논란, 불법 모금 혐의 등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한기총은 국민적인 비호감을 얻게 됐다.

전광훈 목사 사심으로 운영?
정계 선 긋고, 교계 “사라져야”

교계서도 전 목사와 한기총의 이 같은 극우 정치 행보를 두고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 목사의 시국선언 이후에는 개신교 원로들이 나서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 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과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광화문광장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서 관계기관 등록 없이 불법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목사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광장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달라” “대통령은 간첩” 등의 연설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가 집회 금지와 보증금 5000만원 등을 조건으로 56일 만에 보석 석방됐다.
 

▲ 악수 나누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판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국민일보> 광고에 스스로를 ‘한기총 대표회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광고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도 주사파 선동과 문재인의 거짓 역사 왜곡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관을 재정립하고 시대적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며 신학 특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가 속한 한기총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기총의 몰락을 막기는 여러 모로 어려운 모양새다. 교계와 정계 모두 이들의 극우적인 정치논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한기총 세력들과 장외투쟁을 함께하는 등 지나친 ‘우클릭’으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극우정치적 편향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며 이들과는 선을 긋고 있다.

불법 모금
막말 논란

개신교 관련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한기총에 대한 유감을 표현했다. 지난해 개혁연대는 “한기총은 과거 금권선거와 부정부패, 사회기득권층과 유착으로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한기총은 한국교회와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한기총은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며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 연합 조직의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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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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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