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상징’ 한기총 몰락기

기독교 앞세워 정치욕 채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때 보수 교계의 상징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역사상 최악의 해체 위기에 놓였다. 출범 이후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덕에 교계와 정계서도 한기총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한기총의 기나긴 몰락기를 조명했다.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문병희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법원으로부터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판정을 받았다. 앞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지난 1월 총회에 대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전 목사가 일부 대의원들에게 총회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의원들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침해당했다고 명시했다.

흥망성쇠
어쩌다…

정관에 따라 법원이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한기총의 최고 연장자인 김창수 목사가 직무대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 역시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분골쇄신해 한기총이 명실공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발돋움을 하겠다”며 한기총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기총은 전 목사를 끌어내린 비대위와 전 목사를 지지하는 세력, 그리고 김 목사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다. 한동안 한기총의 내홍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기총은 장기간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무실 반환 소송마저 진행 중이다. 한기총의 재정난은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한기총은 임대료 7000여만원과 직원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뒤 회원 교단들이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다.

한기총은 왜 이렇게까지 몰락했을까. 우선 한기총의 태생적 한계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기총은 1989년 평화통일을 강조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한기총은 출범 당시 정권과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우뚝 성장하게 된다.

일각에선 한기총의 설립 당시 배후에 독재정권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80년 8월 한기총 설립에 크게 기여했던 보수 개신교 지도그룹이 전두환 당시 국보위장을 불러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다는 사실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보수 교계 몸통…독재정권 등에 업고 출범
2011년 금권선거 파문·잇단 대형교단 탈퇴

2005년 4월에는 당시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오충일 목사가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은 출범 이후 꾸준히 보수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1992년 대선에는 개신교 장로 출신인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했고,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는 주한미군 철수 반대,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며 수구 성향을 고수했다. 또 2007년엔 17대 대선을 앞두고 전 목사가 교인들에게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비위 및 막말 논란 역시 한기총이 교계서 외면 받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 문재인 하야 범투본서 발언하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시 이광선 목사는 2010년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길자연 목사의 부정선거로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돈 선거’를 폭로했다.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교단 목회자들이 길 목사로부터 1인당 100만원씩 4000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내용이 드러났다.

이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투표장서 길 목사 쪽 선거운동본부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폭로까지 터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한기총에 속했던 대형 교단들이 행정보류를 결정하거나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기총은 고립의 길을 걷게 됐다.

구멍난 재정
리더십 공백

주요 교단이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단체들을 한기총이 받아준 점도 한기총이 내홍을 겪는 데 큰 화근이 됐다. 현재 한기총에는 55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 교단이 대부분이다. 2010년까지 한국개신교계를 대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곳으로 볼 수 없게 된 셈이다.

게다가 한기총은 목사들의 비상식적인 막말로 인해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당시 한기총 부회장이었던 조광작 목사는 긴급 임원회의서 “가난한 집 아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갔으면 될 것을 왜 제주도로 배 타고 가다가 이런 일이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너무 소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어 이해 못 하겠다” 등의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조 목사는 부회장직서 사퇴했지만, 이는 한기총의 수준을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가 됐다.

전 목사의 막말도 유명하다. 그는 2005년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됐는지 알아보려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 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발언해 ‘빤스목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전 목사는 지난해에 “대통령이 간첩” “문재인은 벌써 하나님이 폐기처분” 등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막말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기총의 법인 해산과 대표회장 전 목사의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이 올라왔고, 그에 대한 동의가 20만명을 넘기도 했다.

우클릭
돈 선거

당시 청원인은 ‘대표회장 전 목사를 중심으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종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설립목적과 위반된 사항들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허가 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다. 전 목사는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와 같은 막말로 개신교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 목사는 21대 총선까지 네 차례나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 진출을 시도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서 기독사랑실천당의 공동대표로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 약간 미달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로도 정계 진출을 위한 전 목사의 행보는 계속됐다. 2012년 기독자유민주당 당고문, 2016년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권 주변을 배회했다. 지난 1월에는 21대 총선에 대비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했으나 이번 역시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전 목사는 지난해부터 21대 총선을 위한 세력 결집을 해왔다. 지난해 6월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위해 한기총이 지향하는 국민운동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9월에는 전 목사가 문 대통령의 하야를 목표로 하는 시위 조직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를 결성해, 광화문 일대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단체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갔다. 당시 전 목사의 막말 논란, 불법 모금 혐의 등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한기총은 국민적인 비호감을 얻게 됐다.

전광훈 목사 사심으로 운영?
정계 선 긋고, 교계 “사라져야”

교계서도 전 목사와 한기총의 이 같은 극우 정치 행보를 두고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 목사의 시국선언 이후에는 개신교 원로들이 나서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 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과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광화문광장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서 관계기관 등록 없이 불법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목사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광장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달라” “대통령은 간첩” 등의 연설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가 집회 금지와 보증금 5000만원 등을 조건으로 56일 만에 보석 석방됐다.
 

▲ 악수 나누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판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국민일보> 광고에 스스로를 ‘한기총 대표회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광고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도 주사파 선동과 문재인의 거짓 역사 왜곡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관을 재정립하고 시대적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며 신학 특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가 속한 한기총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기총의 몰락을 막기는 여러 모로 어려운 모양새다. 교계와 정계 모두 이들의 극우적인 정치논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한기총 세력들과 장외투쟁을 함께하는 등 지나친 ‘우클릭’으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극우정치적 편향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며 이들과는 선을 긋고 있다.

불법 모금
막말 논란

개신교 관련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한기총에 대한 유감을 표현했다. 지난해 개혁연대는 “한기총은 과거 금권선거와 부정부패, 사회기득권층과 유착으로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한기총은 한국교회와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한기총은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며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 연합 조직의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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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