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역풍 맞는 노태우 일가의 광주 방문

광주 방문 때마다 사진기자 대동…진상규명보다 언론 의식 비판 목소리

▲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의 잇따른 광주 방문을 놓고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노씨가 지난해부터 광주를 찾아 부친을 대신해 사과하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혀 공염불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5∙18 단체들은 진실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노씨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말 뿐인 사과는 오히려 독(毒)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광주 민심으로부터 직격탄 맞은 허울뿐인 사과

노씨는 지난달 29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국립 5∙18 민주묘지와 인근 망월동 묘역을 찾아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옥숙씨 명의의 조화를 바치고 피해자 묘역 앞에서 참배했다.


그는 옛 전남도청을 둘러본 뒤 5∙18 피해 여성들의 쉼터인 오월 어머니집도 방문했다.

노씨의 광주 방문은 지난해 8월과 12월에도 비슷한 동선으로 광주를 찾아 부친을 대신해 사과한 것까지 포함해 벌써 3번째다.

5∙18 피해자 가족들은 노씨가 지난해 노 전 대통령 회고록 수정 등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왔다.

하지만 의례적인 방문 및 사과만 반복하고 진실규명에는 진전을 보이지 않자 광주 민심은 싸늘해졌다.

급기야 5∙18기념재단과 5월3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는 지난 3일 “노씨가 5∙18 민주묘지를 찾은 것을 참회라고 보는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몇 번의 묘지 참배로 마치 5.18 학살의 책임을 다했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무 사죄와 반성 없이 추모 화환을 전달하고 일부 언론서 이를 대단한 것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서 한참 벗어난 것”이라며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책임 인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 사과 뜻이 있다면 노태우 회고록부터 수정해야


5∙18 피해자들은 노씨가 지난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힌 ‘<노태우 회고록> 수정’이야말로 진정한 사과의 첫 발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출간한 회고록서 5∙18 민주화운동의 원인과 관련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했다”고 기술해 5∙18 피해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노씨는 지난해 광주 방문서 “조만간 집을 정리하는 과정서 5∙18 관련 자료가 나오면 공개하고 아버지 회고록 개정판 출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두환씨와 함께 신군부 주역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회고록 개정을 통해 5∙18 민주항쟁의 진실규명에 나선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의 물꼬를 트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씨는 여전히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진정 5·18에 대한 참회의 뜻이 있다면 5·18 학살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회고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언론 보도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 비판 제기

5∙18 단체의 이 같은 비판은 노씨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진상규명 등 본질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자신의 광주 방문을 알리는 데만 신경 쓴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노씨가 지난해 8월과 12월, 그리고 지난달 광주를 방문했다는 뉴스는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특별한 행사에 참석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 방문임에도 노씨 주변에는 늘 사진기자가 대동했다.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자신의 방문을 언론에 사전 공지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5∙18 단체들은 “노씨는 말로는 사죄한다고 하지만 실천은 전혀 하지 않고, 언론보도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광주 방문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때문에 일각에선 노씨의 잇따른 광주 방문은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을 국민묘지에 안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의 국민묘지 안장은 현재 “헌정질서 파괴범은 국립묘지에 안치할 수 없다”는 국가보훈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소영∙재헌씨 남매, 우호적 여론 조성에 나선 속사정 있나

노씨 뿐만 아니라 누나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공교롭게 노 관장도 지난해 12월 전남대병원을 방문하거나 전남대 어린이병원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광주∙전남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노씨 자매가 광주∙전남을 찾는 배경에 대해서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얽힌 수사와 재판 등 송사(訟事) 때문에 우호적 여론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노씨는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차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노씨의 민주당 입당설이 돌았다.


민주당 입당을 위해서는 반드시 광주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노씨의 광주행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거액의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 중인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도움으로 SK그룹이 성장했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아져야 하는 것은 기본 전제다.

노 관장은 지난 2018년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물건을 던지고 막말을 하는 등 갑질 언론 보도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던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선거 유세를 직접 지원할 만큼 영남∙보수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혼소송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혼소송 중에 여론전 펼친 노소영 관장

실제로 노 관장은 이혼 소송 중에도 언론을 활용, 이미지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개최된 재산분할 재판 이후 “최 회장이 가정으로 돌아오면 이혼소송을 취하하겠다” “최 회장의 혼외자도 내가 키우겠다”고 언론에 공개된 노 관장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노 관장 진술이 공개되자 최 회장 측 변호인은 “비공개로 진행돼야 할 법정 내 진술 내용을 노 관장 측이 외부에 언급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노 관장도 이혼 의사가 확고함에도 언론에는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나오는 것은 대중 감성을 이용한 여론전일 뿐 진정성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 관장이 최 회장과 동거인 사이서 난 자녀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야기며 당사자인 자녀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전근대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노 관장은 지난 2015년 말 최 회장이 혼외사실을 고백했을 때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며, 가정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취지와는 정반대로 노 관장은 최 회장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프레임이 실제 재판에 유리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초동의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재판서 여론전은 늘 있는 일이지만 적정한 선을 넘어서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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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