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빛바랜’ 창업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02 09:15:42
  • 호수 12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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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힘들어 홀로서기 한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힘들었다”던 한 재벌 총수가 모든 특권을 뒤로한 채 창업의 길에 올랐다.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일구겠다는 일념하에 내디딘 첫 발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미심쩍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기대했건만, 평생 쥐어온 금수저 특권이 그의 진짜 능력처럼 비춰졌다는 사실만 입증되고 있다.
 

▲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지난 2018년 11월28일 코오롱원앤온리타워서 열린 ‘성공 퍼즐 세션’은 뜻하지 않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션 종료 직전, 예고 없이 연단에 오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돌발 선언을 한 여파였다.

말만 거창

이 회장의 발언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었다. 사임 표명 직후 이 회장이 직접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편지에는, 재벌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40년 가까이 ‘코오롱맨’을 자처해야 했던 인간 이웅열의 말 못할 고통이 절절하게 담겨있었다.

특히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는 구절과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언급을 통해 재벌 총수 이전에, 늦깎이 청년이고픈 인간적 고뇌마저 느껴졌다.

한 달 뒤 이 회장은 수십년 간 따라다닌 ‘회장 타이틀’을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그룹 총수 꼬리표는 여전했지만, 복귀 의사가 없다는 건 한층 명확해졌다. 퇴임 후에는 탈세 혐의에 따른 도피성 퇴진 논란, 골치 아픈 '넷째 아들' 문제로 간혹 지면상에 얼굴을 드러낸 게 전부였다.


이 전 회장의 창업 프로젝트는 그룹을 떠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아르텍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회장의 도전 정신이 투영된 아르텍스튜디오는 지난해 12월23일부로 등기를 완료한 상태다.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그룹 회장 출신답게 자본금 1억원 전액을 본인이 출자했고, 강남구 신사역 인근 ICT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 우군이었던 백기훈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법인 등기를 보면 평소 이 전 회장은 ‘뷰티·위생’ 업종을 예의주시했다는 걸 대략이나마 파악 가능하다. 아르텍스튜디오 사업목적 항목에는 화장품 소품 제조 및 연구 등이 포함돼있다.

원대한 계획의 시작은 꼭 한 번 만져보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터치미’라는 이름의 항균폼 스티커로 구체화됐다. 최근 아르텍스튜디오는 터치미 공식 판매를 앞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권 뒤로한 채…포부 드러냈는데
코오롱 업고 탄탄대로 질주하나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지난 3월 개설한 회사 SNS를 통해 터치미의 우수성을 열심히 뽐내고 있다. 생소한 회사 및 제품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홈페이지에 터치미의 원재료에 대한 한국표준시험연구원(KSTR)의 테스트 리포트를 노출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 (왼)코롱 사옥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터치미와 아르텍로고

테스트 리포트를 보면 ‘슈베일’이라는 원재료 명칭이 눈에 띤다. 리포트상 슈베빌 개발처로 명시된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였다. 코오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맞다.


슈베일 개발처가 코오롱인더스트리였다는 사실은 코오롱그룹 공식 블로그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또 99.9% 항균력 구현, USDA(미국 농무부) 친환경 성분 함유 인증 등 블로그서 슈베일을 설명하는 문구는 아르텍스튜디오 홈페이지에 기재된 터치미의 특성과 일치한다.

공교롭게도 원재료 제조회사에 불과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사 공식 채널을 할애하면서까지 고객회사 제품에 대한 간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공식 블로그서 사옥 엘리베이터에 내부 버튼에 적용된 터치미 제품의 사진을 노출시키고, 위생적인 환경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잠재적 주요 고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 혹은 옛 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 쯤으로 읽힌다.

종합하자면 회사를 떠난 이 전 회장이 궁극적으로 원한 분야는 뷰티·위생 업종이었고, 이마저도 옛 직장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이룰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홀로서기 단계부터 옛 직장에 기댄 셈이다. 새로운 창업을 하겠다던 원대한 포부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아르텍스튜디오가 현재까지 넘겨 받은 슈베일 물량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터치미를 아직 대량 유동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넘긴 슈베일 물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물론 터치미 생산이 본격화 될 시 양 사 간 거래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빵빵한 지원

코오롱그룹 측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아르텍스튜디오에 어느 정도의 물량을 얼마의 비용을 받고 납품했는지 묻는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단지 “슈베일은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아르텍스튜디오에게 판매한 것이고, (무상)지원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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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