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노리는 ‘검은 그림자’ 실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01 10:55:53
  • 호수 12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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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관인가, 변죽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검은 그림자’가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공식석상서 검은 그림자의 존재를 언급했다.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노리는 세력이 여전하다는 것. <일요시사>는 그 실체를 추적했다.
 

▲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대통령님이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뒤에도, 그 뒤를 이은 노무현재단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함을 받고 공작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도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끝이 없습니다. 참말로 징합니다(‘징그럽다’의 전라남도 방언).”

“모함을 받고 
공작의 대상”

지난달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읽은 추도사의 일부 내용이다. 이 대표는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겨냥한 검은 그림자가 여전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은 그림자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달 23일 진 전 교수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색을 하고 미리 초를 치는 것을 보니, 노무현재단과 관련해 곧 뭔가 터져 나올 듯(하다).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작년부터 그 얘기를 해왔고, 이번에는 이해찬(민주당 대표)까지 그 얘기를 한다. 뭘까? 변죽 그만 울리고 빨리 개봉해라. 우리도 좀 알자’고 밝혔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검찰 불법사찰 의혹 발언이 더해져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 이사장은 “어느 은행이라고는 말 안 하겠지만, 노무현재단의 주거래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연막작전? 차명계좌 의혹도
검찰 향한 경고…해석 분분

여기에 더해 유 이사장은 검찰이 본인의 개인 계좌는 물론 아내의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혹을 추가했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검찰은 악의적 허위주장이라며 맞섰다.

검은 그림자의 실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추모식 발언대로라면, 이 대표는 검은 그림자의 움직임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읽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연막작전설’을 주장한다. 민주당이 연루된 무엇을 막고자 사전에 연막을 치는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노무현재단 관련 차명계좌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 대화 나누는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 의원과 함께 한국미래발전연구원서 일했던 직원이 윤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윤 의원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로, 노무현재단과 다수의 활동을 함께해왔다.

윤 의원 측은 즉각 부인했다. 노무현재단 관련 차명계좌 운영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얼마든지 소명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 이 대표의 검은 그림자 발언을 윤 의원과 연결시키는 일도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갑자기?
심리전

이 대표의 발언이 연막작전설까지 진화된 데는, 앞서 발생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영향이 크다. 관련 사건은 총선 전 발생했지만, 총선 후 불거졌다. 이 때문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오 전 시장 사건 발표를 총선 후로 지연시켰다고 의심한다.

민주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검은 그림자 발언이 검찰의 전반적인 수사 행태를 꼬집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검은 그림자 발언이 있고난 후 “끊임없는 정치검찰의 기도에 대해 일반론적인 경고를 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의 음습한 기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부당한 기소, 그 후에도 이어지는 정치검찰의 행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검찰을 향한 경고라는 측면서 바라봤을 때, 이 대표가 민주당의 검찰개혁 추진을 위해 당위성을 부각시키려 검은 그림자를 언급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민주당 확대해석 경계
전반적인 수사 지적용?

최근 민주당은 ‘한명숙 사건 재수사론’을 펼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재판서 증거로 채택됐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강압에 의한 검찰의 증언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오는 7월에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한 전 총리 사건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적어도 검찰 개혁, 사법 개혁 측면서 이 과정(한 전 총리 사건)은 한번 엄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식서 발언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조계 안팎에선 민주당이 검찰 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해 한 전 총리 재수사론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서 이 대표가 검은 그림자 발언으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서 이 대표가 역대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민주당 인사들을 수사해온 검찰에게 경고를 날렸다는 것.

한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0년 4월까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 개혁
동력 얻기?

통합당 김영우 의원은 지난달 26일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을 한 전 총리 구명운동이라 규정하며 “슈퍼 거대여당 대표까지 검은 그림자 운운하는 걸 보면 참으로 음모론의 대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 여당의 대표가 박해받고 탄압받으면서 쫓기는 약자의 언어와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고도의 심리적 기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박 사면 가능성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 원내대표 오찬회동을 앞두고서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26일 원내부대표단 회의와 중진 당선인 회동을 연달아 갖고 청와대 오찬 의제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그 결과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의제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통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통합당 측은 말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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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