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항마 ‘정세균 대망론’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01 10:46:52
  • 호수 12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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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2인자끼리 붙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항마를 찾아라. 대권 레이스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심상치 않은 ‘정세균 대망론’을 쫓았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 ⓒ문병희 기자

“대선 생각이 있느냐”는 박병석 당시 청문위원의 질의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총리직에 충실하겠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정 후보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두 거대 잠룡
친문 선택은?

지난 1월7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서 나온 질의응답 중 일부다. 전임 국무총리이자 대권주자로 불리는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처럼, 정 후보자가 총리직을 마치고 대권 레이스에 도전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청문회를 통과한 정 후보자는 지난 1월14일 제46대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청문회서 대권 도전을 묻는 질의가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지원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18일 정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후 가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정 총리는)대권의 꿈을 갖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또 총리로 가더라도 대권의 꿈을 접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21대 총선이 끝났다. 높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보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됐다. 종로는 그동안 ‘정치1번지’라 불리며, 차기 대권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20대 국회 때까지 종로는 정 총리의 지역구였다.


종로 승리 후 이 총리는 차기 대권 레이스서 독주 중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27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38.4%로 1위를 달렸다. 

2위는 17.4%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1·2위 간 두 배 이상 격차가 나는 상황이다(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여론조사기관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쟁자가 없다.
 

▲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이낙연 의원 ⓒ문병희 기자

이 전 총리는 또 한 번의 비상을 노리고 있다. 바로 당권이다. 이 전 총리는 최근 8월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몸집을 키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 전 총리의 대권 레이스는 현재 순항 중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후 총선서 승리해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또 당내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만약 당권까지 거머쥔다면 그렇지 않아도 독주하고 있는 차기대권주자 후보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저평가 우량주 비상할까
코로나19 이후 대권 탄력

여러 모로 이 전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에 열린다. 1년10개월이 남았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언제 구도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당권 도전을 굳힌 이 전 총리 입장서 이런 불안 요소에도 휘둘리지 않을 한 방이 필요하다.


또 당권 레이스 과정서 이 전 총리의 이미지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역대 전대는 총선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지난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 전 총리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정 총리는 코로나19로 존재감을 키웠다. 시작은 위기였다. 지난 1월 정 총리가 취임한지 6일 만에 국내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본부장을 맡은 정 총리는 현장 시찰 중 상인에게 “손님이 적어 편하시겠다”고 해 구설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후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에 내려가 3주 동안 현장을 지휘했다.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해 마스크 대란을 돌파해내기도 했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로 당정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설득한 사람도 정 총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노력이 더해져 ‘K-방역’은 전 세계서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됐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돼 코로나19를 종식시킨다면, ‘코로나19 극복 총리’로 불리며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큰 가산점을 얻을 전망이다.

정 총리는 새로운 도약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그린뉴딜’이다.

대권의 꿈
놓지 않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서 “경제 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가 출범한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그린뉴딜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출범은 정 총리의 지시로 앞당겨졌다. 당초 수소경제위원회의 출범은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컨트롤타워였던 중대본의 참석을 줄이고, 경제 행보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 5회 중대본 회의 참석을 주 2회로 줄이면서, 경제 관련 참석을 늘리고 있다는 것. 최근 정 총리는 노사 대표들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개최했다. 

‘경제총리’를 자처했던 취임 초기로 돌아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쌍용그룹 상무이사 출신이자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인 정 총리의 전공 분야가 바로 경제다. 정가 안팎에선 정 총리의 경제 관련 행사 참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총리’서 ‘경제 책임총리’로의 변화를 바라보는 정치권은 정 총리가 이 전 총리와의 민주당 대권후보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총선에 뛰어들어 민주당 압승을 견인, 당권까지 노리는 이 전 총리에게 맞서 전공인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는 시선이다.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주변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대선으로 가자는 제안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최근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주당 대권주자 선호도 1위와 잠재적 대권주자의 만남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이 전 총리다. 당권 출마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의 등장에 취재진이 몰렸다. 사실상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지도부가 앉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았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형석·남인순 최고위원과 같은 테이블이었다.

경제 총리
변신 시도

정 총리의 등장은 그 이후였다. 깜짝 등장이었다. 정 총리의 참석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정 총리의 깜짝 등장에 관심을 보였다. ‘정세균계’ 의원들이 일어나서 정 총리를 맞았다.

정 총리는 연단에 올라 “국민께서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주신 것은 집권여당이 위기상황 대응에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성과를 내라는 엄중한 명령”이라며 “예뻐서 찍어준 게 아니라 책임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인 만큼 과제가 많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정 총리는 “전력투구해 목표를 100% 달성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당정은 서로 협력하면서 국민을 섬겨야 한다. 앞으로 4년간 보람 있는 의정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축사를 마친 정 총리는 테이블을 돌며 당선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21대 총선 후 정 총리는 가까운 민주당 당선자들 위주로 비공개로 당선 축하 자리를 여러 차례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호남 출신이다. 정 총리는 전라북도 진안, 이 전 총리는 전라남도 영광서 각각 태어났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였으며, 후임자는 지금의 정 총리다.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선 호남 출신 인사가 정권재창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호남대망론’을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정권재창출 과정서 호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호남대망론의 선두주자이며,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 총리가 호남대망론을 달성할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과연 ‘포스트 DJ(김대중)’라는 타이틀은 누구의 차지가 될 것인가.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DJ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며,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기반은 더 단단해”
묘한 긴장감 연출

대권에 도전할 후보마저도 가뭄이었다. 이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생당 정동영 전 의원이 DJ 이후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였다. 정 총리, 이 전 총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사람이 대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정가서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 지역 단독으로는 대권주자를 당선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DJ는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정치권은 두 사람에게 필요한 플러스 알파로 ‘친문’을 꼽는다. 두 사람은 공통의 약점 역시 궤를 같이 한다.

정 총리와 이 전 총리는 민주당 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범정세균계는 30여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낙연계’는 21대 총선 이후 세를 불려나가는 단계다. 아직 대권을 말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대권을 위해서는 민주당 주류인 친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침 친문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군으로는 이낙연·이재명·박원순·김경수·정세균·김부겸 등이 꼽힌다. 친문 적통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장 대권이라는 정치적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공개 회동
보폭 넓혔다

친문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김 지사가 대권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친문은 정 총리와 이 전 총리 중 한 사람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두 사람은 내각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이끌었다. 결국 친문의 선택이 ‘대망론’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세균 ‘광폭 회동’ 왜?

정세균 국무총리가 군소정당 당선인들과 회동을 가지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정 총리는 최근 정의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지난달 27일 정 총리는 심상정·배진교·강은미·이은주·장혜영·류호정 의원을 총리 공관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서 정 총리는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시절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과 협업한 인연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리는 군소정당과의 만찬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의당·열린민주당 의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정 총리 측은 대화의 기회가 많지 않은 군소정당을 만나 원활한 국정 운영을 부탁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 총리가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직의 역할을 십분 활용하는 쪽으로 대권 행보에 서서히 속도를 높일 것이라 분석의 목소리도 나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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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