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항마 ‘정세균 대망론’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01 10:46:52
  • 호수 12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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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2인자끼리 붙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항마를 찾아라. 대권 레이스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심상치 않은 ‘정세균 대망론’을 쫓았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 ⓒ문병희 기자

“대선 생각이 있느냐”는 박병석 당시 청문위원의 질의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총리직에 충실하겠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정 후보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두 거대 잠룡
친문 선택은?

지난 1월7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서 나온 질의응답 중 일부다. 전임 국무총리이자 대권주자로 불리는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처럼, 정 후보자가 총리직을 마치고 대권 레이스에 도전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청문회를 통과한 정 후보자는 지난 1월14일 제46대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청문회서 대권 도전을 묻는 질의가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지원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18일 정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후 가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정 총리는)대권의 꿈을 갖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또 총리로 가더라도 대권의 꿈을 접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21대 총선이 끝났다. 높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보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됐다. 종로는 그동안 ‘정치1번지’라 불리며, 차기 대권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20대 국회 때까지 종로는 정 총리의 지역구였다.

종로 승리 후 이 총리는 차기 대권 레이스서 독주 중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27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38.4%로 1위를 달렸다. 

2위는 17.4%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1·2위 간 두 배 이상 격차가 나는 상황이다(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여론조사기관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쟁자가 없다.
 

▲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이낙연 의원 ⓒ문병희 기자

이 전 총리는 또 한 번의 비상을 노리고 있다. 바로 당권이다. 이 전 총리는 최근 8월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몸집을 키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 전 총리의 대권 레이스는 현재 순항 중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후 총선서 승리해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또 당내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만약 당권까지 거머쥔다면 그렇지 않아도 독주하고 있는 차기대권주자 후보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저평가 우량주 비상할까
코로나19 이후 대권 탄력

여러 모로 이 전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에 열린다. 1년10개월이 남았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언제 구도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당권 도전을 굳힌 이 전 총리 입장서 이런 불안 요소에도 휘둘리지 않을 한 방이 필요하다.

또 당권 레이스 과정서 이 전 총리의 이미지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역대 전대는 총선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지난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 전 총리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정 총리는 코로나19로 존재감을 키웠다. 시작은 위기였다. 지난 1월 정 총리가 취임한지 6일 만에 국내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본부장을 맡은 정 총리는 현장 시찰 중 상인에게 “손님이 적어 편하시겠다”고 해 구설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후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에 내려가 3주 동안 현장을 지휘했다.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해 마스크 대란을 돌파해내기도 했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로 당정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설득한 사람도 정 총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노력이 더해져 ‘K-방역’은 전 세계서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됐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돼 코로나19를 종식시킨다면, ‘코로나19 극복 총리’로 불리며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큰 가산점을 얻을 전망이다.

정 총리는 새로운 도약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그린뉴딜’이다.

대권의 꿈
놓지 않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서 “경제 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가 출범한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그린뉴딜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출범은 정 총리의 지시로 앞당겨졌다. 당초 수소경제위원회의 출범은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컨트롤타워였던 중대본의 참석을 줄이고, 경제 행보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 5회 중대본 회의 참석을 주 2회로 줄이면서, 경제 관련 참석을 늘리고 있다는 것. 최근 정 총리는 노사 대표들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개최했다. 

‘경제총리’를 자처했던 취임 초기로 돌아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쌍용그룹 상무이사 출신이자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인 정 총리의 전공 분야가 바로 경제다. 정가 안팎에선 정 총리의 경제 관련 행사 참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총리’서 ‘경제 책임총리’로의 변화를 바라보는 정치권은 정 총리가 이 전 총리와의 민주당 대권후보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총선에 뛰어들어 민주당 압승을 견인, 당권까지 노리는 이 전 총리에게 맞서 전공인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는 시선이다.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주변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대선으로 가자는 제안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최근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주당 대권주자 선호도 1위와 잠재적 대권주자의 만남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이 전 총리다. 당권 출마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의 등장에 취재진이 몰렸다. 사실상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지도부가 앉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았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형석·남인순 최고위원과 같은 테이블이었다.

경제 총리
변신 시도

정 총리의 등장은 그 이후였다. 깜짝 등장이었다. 정 총리의 참석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정 총리의 깜짝 등장에 관심을 보였다. ‘정세균계’ 의원들이 일어나서 정 총리를 맞았다.

정 총리는 연단에 올라 “국민께서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주신 것은 집권여당이 위기상황 대응에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성과를 내라는 엄중한 명령”이라며 “예뻐서 찍어준 게 아니라 책임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인 만큼 과제가 많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정 총리는 “전력투구해 목표를 100% 달성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당정은 서로 협력하면서 국민을 섬겨야 한다. 앞으로 4년간 보람 있는 의정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축사를 마친 정 총리는 테이블을 돌며 당선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21대 총선 후 정 총리는 가까운 민주당 당선자들 위주로 비공개로 당선 축하 자리를 여러 차례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호남 출신이다. 정 총리는 전라북도 진안, 이 전 총리는 전라남도 영광서 각각 태어났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였으며, 후임자는 지금의 정 총리다.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선 호남 출신 인사가 정권재창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호남대망론’을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정권재창출 과정서 호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호남대망론의 선두주자이며,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 총리가 호남대망론을 달성할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과연 ‘포스트 DJ(김대중)’라는 타이틀은 누구의 차지가 될 것인가.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DJ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며,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기반은 더 단단해”
묘한 긴장감 연출

대권에 도전할 후보마저도 가뭄이었다. 이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생당 정동영 전 의원이 DJ 이후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였다. 정 총리, 이 전 총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사람이 대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정가서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 지역 단독으로는 대권주자를 당선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DJ는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정치권은 두 사람에게 필요한 플러스 알파로 ‘친문’을 꼽는다. 두 사람은 공통의 약점 역시 궤를 같이 한다.

정 총리와 이 전 총리는 민주당 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범정세균계는 30여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낙연계’는 21대 총선 이후 세를 불려나가는 단계다. 아직 대권을 말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대권을 위해서는 민주당 주류인 친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침 친문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군으로는 이낙연·이재명·박원순·김경수·정세균·김부겸 등이 꼽힌다. 친문 적통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장 대권이라는 정치적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공개 회동
보폭 넓혔다

친문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김 지사가 대권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친문은 정 총리와 이 전 총리 중 한 사람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두 사람은 내각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이끌었다. 결국 친문의 선택이 ‘대망론’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세균 ‘광폭 회동’ 왜?

정세균 국무총리가 군소정당 당선인들과 회동을 가지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정 총리는 최근 정의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지난달 27일 정 총리는 심상정·배진교·강은미·이은주·장혜영·류호정 의원을 총리 공관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서 정 총리는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시절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과 협업한 인연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리는 군소정당과의 만찬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의당·열린민주당 의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정 총리 측은 대화의 기회가 많지 않은 군소정당을 만나 원활한 국정 운영을 부탁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 총리가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직의 역할을 십분 활용하는 쪽으로 대권 행보에 서서히 속도를 높일 것이라 분석의 목소리도 나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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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