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조건

칼 차고 돌아온 ‘여의도 차르’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사회주의로 비난하지 말라.” 지난달 27일 출범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종인 위원장이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 앞에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 과연 ‘김종인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쇄신을 책임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에 공식 출범했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지도부 공백기가 지속된 지 42일만이다. 통합당과 김 위원장은 임기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보였으나, 당내서 총선 패배에 대한 수습이 시급하다는 절박감이 돌면서 결국 비대위가 꾸려졌다.

돌고 돌아
또 김종인

통합당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말 추인된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를 연장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헌 개정으로 오는 8월30일까지로 규정한 부칙에 ‘비대위를 둘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비대위 출범의 가장 큰 과제였던 임기 문제를 해결했다.

이로써 김종인 비대위는 보궐선거가 있는 내년 4월까지 통합당의 쇄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좌우 이념에 매몰된 당을 탈피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 비공개 특강서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념으로 나누지 말자. 더 이상 ‘보수’ ‘자유우파’라는 말을 강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여권 세력과 정책을 ‘좌파’와 ‘사회주의’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지나치게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불필요한 이념 논쟁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긴 점이 21대 총선 패배의 큰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당 내부에선 새로운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고 중도층 민심을 얻어야 통합당이 쇄신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김 위원장은 “시대가 바뀐 만큼, 당의 정강·정책 등에서부터 시대정신에 맞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며 탈이념을 강조했다.

통합당 비대위는 앞으로 통합당이 강조해왔던 신자유주의와 친기업적인 경제 정책 노선을 탈피해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보수·진보를 막론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정책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큰 변화를 시사했다.

쇄신 닻 올려…여연 개혁 과제
청년·여성 두루 발탁, 중도 확장

당시 특강서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독일 사례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신자유주의가 한계를 보일 때 보완을 잘했다. 배워야 한다”고 했다. 독일의 기민당은 보수정당이지만 진보 정책 등을 수용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독일 유학 경험을 살려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기민당은 보수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지원금 확대와 같은 공약을 펼쳐 집권에 성공했다.

기본소득제는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등에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성공한 전례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에 합류해 정강정책을 갈아 엎고 ‘경제민주화’를 제시해, 중도 표심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특강 후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소득은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비대위는 임기 초반에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에 대한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여연은 지난 20년 동안 정책 발굴 및 당의 비전과 전략 연구, 여론조사 등에 기여하며 당의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당 대표가 이사장을 겸임하기 시작한 후로부터 겸직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당 대표 친위부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연 원장을 맡았던 통합당 김세연 전 의원 역시 여연이 당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론조사 데이터를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총선 과정서 미래한국당과 함께 과반을 얻을 것이라는 장밋빛 관측을 내세운 것은 여연 개혁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김종인 키즈
세대 교체

일각에선 여연이 해체에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회의서 ‘여연 해체’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여연에 대해 “연구소 간판만 붙인다고 연구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제대로 안 되면 싱크탱크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비대위 출범으로 소위 ‘태극기부대’로 지칭되는 극우세력과의 거리를 두고 중도층의 확장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지도부는 지난해부터 여러 장외투쟁서 극우 세력들과 범여권에 대항해오면서 이들과 선을 긋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통합당은 차명진 전 후보의 ‘세월호 막말’과 같은 논란들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면서 이번 총선서 유례없는 대패를 당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비대위를 청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꾸려야 한다는 의견을 당에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통합당이 지난 달27일 발표한 비대위 9인 중에는 여성으로는 초선의 김미애 의원·김현아 전 의원이, 청년으로는 김병민 서울 광진구갑 조직위원장·김재섭 서울 도봉갑 조직위원장·정원석 청사진 공동대표가 합류했다.

김병민 위원은 1982년생으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다 이번 총선서 영입인재로 발탁돼 서울 광진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김재섭 위원은 1987년생으로 청년 정당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총선서 퓨처메이커로 발탁돼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정원석 위원은 청년단체 청사진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번 총선서 당 중앙선거대책위 상근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병민 위원은 “비대위원의 면면을 보면 당연직을 제외하고 물리적 나이를 3040으로 맞췄고, 수도권, 중도층의 민심을 무겁게 청취하고 국민이 원하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쪽으로 비대위원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선거서 패배한 당은 어김없이 비대위를 꾸려왔다. 통합당만 해도 이번 김종인 비대위까지 합치면 8번째 비대위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는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임시직에 불과해 짧은 기간 선거 패배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전 무기한 전권을 당에 요구했던 이유기도 하다.

대선 후보
어디 없나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자신의 역할은 다음 대선서 당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승리를 이끄는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당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야권의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 당 내부에서는 전국 단위 선거를 4번 연속 패배한 상황서 다음 대선까지 패배하면 당이 그대로 무너질 것이라는 절박함이 감지되고 있다.
 

▲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차 전국위원회서 구호 외치는 주호영 원내대표

한국갤럽서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권 후보들이 큰 강세를 보이는 반면 야권서 선두를 달리던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도 지지율이  1%까지 떨어진 상태다.

통합당 안팎의 대선주자들이 비대위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 역시 김 위원장에게 큰 부담이다.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 ‘1970년대생 경제전문가’를 내세운 것이 첫 화근이 됐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70년대에 출생한 사람 중 비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가적 지도자로 부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통합당 홍준표 전 대표는 “대한민국을 이끌 만한 능력과 자질이 되는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며 “30대, 40대가 그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세대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당을 제대로 혁신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당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면서도 ‘대선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김 위원장으로부터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의 면전서 “무상급식을 주민투표 한 건 참 바보 같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을 시행할지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33.3%에 미달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투표율이 25%에 그쳐 그는 사퇴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수긍한다”며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이념 정책 “사회주의로 비난 말라”
2년 남은 대선 ‘강한’ 리더십 변수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해왔던 의원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중진 의원들 사이서 민주당과 통합당을 왔다갔다 한 김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데다, 대대적인 정책 노선 수정으로 인해 당내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공천권이 없어진 만큼 이전 비대위 만큼 칼날이 예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강한 리더십이 통합당과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 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선 그를 ‘여의도 차르(전제군주)’라고 일컫는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전권을 휘두르며, 친노(친 노무현)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당의 전권을 쥐고 있던 그는 중요 결정들을 독점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당내 주요 인사들 공천을 탈락시키는 등 전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 미래통합당 청년인재 회동에 앞서 대화 나누는 참석자들

친노 세력의 공천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김 위원장은 당시 자택 칩거에 들어가면서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앞으로 통합당의 이념, 정책 등 모든 것을 대대적으로 혁신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않으면 국민의 관심을 가질 수 없다”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세상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정당이 되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비대위는 6월 첫날부터 임기를 시작해 여러 정책들은 당내 논의를 거치며 구상을 구체화하고 단계적으로 공개할 전망이다.

닳고 닳아
무딘 칼날?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에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조건을 “반성 없는 정당의 극복”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아니 상상조차 못할 정도의 근본적 변화와 대혁신이 아니면 국민들의 야당에 대한 비호감을 바꿀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통합당의 환골탈태와 근본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과제”라며 “어물쩍 혁신하는 모양만 갖추거나 대충 변화하는 시늉만으로는 민주당에 헌납하는 야당이 반복되고 말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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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