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사회적기업인> ‘웹툰 속 그 남자’ 곽경수

징글징글한 남자의 개인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웹툰 캐릭터가 전시회를 연다? 경기 파주시 소재의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준비한 ‘곽경수 개인전’의 주인공 곽경수 작가는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웹툰 속 ‘꼰대 예술가’로 통하는 곽경수는 어떤 작품으로 관람객과 만날까.
 

▲ 곽경수, 호숫가에서, acrylic on canvas, 53×45.5cm, 2020

‘곽경수 개인전’은 마영신 작가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재 웹툰 <아티스트>와 <곽경수의 길>의 주인공 곽경수가 실제 전시를 연다는 발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아티스트>는 예술판에 모인 온갖 인간군상을 다룬 장편 만화다. 화가 곽경수, 소설가 신득녕, 뮤지션 천종섭으로 구성된 예술가 모임 ‘오락실’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꼰대 예술가

<곽경수의 길>은 곽경수를 단독 주인공으로 삼은 외전이다. 곽경수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됐는지, 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가난한 환경서 자란 재능 많은 소년, 청소년기의 좌절과 방황, 순수한 청년 시절, 연애와 결혼 그리고 몰락을 치열하게 그려냈다. 본인 탓, 사회 탓, 주변 사람들 탓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 곽경수는 지금의 그가 됐다. 

이혼한 중년의 미대 강사인 곽경수는 작품 활동보다 미술계서 권력을 잡기 위해 연줄을 대기 급급한 ‘꼰대 예술가’로 묘사된다. 그는 동료이자 소설가 신득녕의 재기를 통해 작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비로소 진짜 작업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곽경수가 과거 자신이 그린 그림 위에 새롭게 드로잉을 더한 작업과 추상작업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새 작품 등 10점의 신작으로 구성됐다. 김오키 새턴 발라드와 협업한 ‘곽경수 오케스트라’의 애니메이션, 곽경수가 탄생하게 된 작품 <빅맨> 등 곽경수라는 캐릭터의 탄생과 관련해 마영신 작가의 이전 작업을 아카이브룸에 함께 전시했다. 


<아티스트> <곽경수의 길> 주인공
가상의 인물 실제 전시회 작가로

작품 ‘삼각형의 힘’에 대해 곽경수는 “셋이 모이면 이상적인 균형이 생긴다. 정치는 삼국지, 명랑만화는 삼총사, 축구 공격은 삼각편대, 술자리는 둘보단 셋, 연애의 재미는 삼각관계, 은메달보단 3위 동메달, 소주엔 삼겹살”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은 “살다 보면 필요에 의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우연에 의해 인연을 맺기도 한다.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나와 묘하게 결이 맞지 않아서 어긋나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별로라고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도 사실은 나와 잘 맞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말하기엔 애매한 감정들을 그림에 담아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 곽경수, 관객들, acrylic on canvas, 53×45.5cm, 2020

<아티스트>서 곽경수의 아는 형으로 등장하는 소설가 박민규가 전시의 서문을 집필했다. 또 곽경수의 친한 동생 김오키가 새 앨범 <곽경수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이며 <아티스트>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실제로 구현됐다. 

박민규는 전시 서문을 통해 ‘피카소는 X도 아니다, 곽경수를 처음 봤을 때 그가 건넨 말이다. 20년도 훨씬 넘은 일인데, 어느 술자리에서였다’며 ‘그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고 초면인 나에게 진짜 또박또박 그렇게 얘기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미술의 본질, 데생의 역학에 대해 역설했고, 그런 면에서 피카소는 너무 나이브하다’고 썼다. 

20년 전 10년 전 그저께
변해가는 예술가의 모습 

이어 ‘며칠째 씻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그는 역시나 그림을 그리다 나왔다고 했다. 결코 나이브하지 않은 땀 냄새와 암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스로의 예술혼을 확인한 적 있냐고 내게 물었다’며 ‘(중략) 아무리 작은 오점도 그는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안주를 많이 먹었다. 그리고 풋,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띄워가며 그렇게 말한 것이다. 피카소는 X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0년이나 시간이 지나서였다. 역시나 우연한 술자리였는데 동명이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변해 있었다. 우선 풋, 입바람으로 띄워 올릴 앞머리가 사라졌고 그래서인지 핏, 사사건건 비아냥대고 조소를 날리는 인간이 돼있었다’고 전했다. 
 

▲ 곽경수,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 acrylic on canvas, 145.5×112.1cm, 2020

또 ‘그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저께였다. 무슨 만화도 아니고…. 느닷없이 자신의 개인전 소개글을 써달라는 전화였다’며 ‘(중략) 그림에 대해 내가 뭘 아나.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고 또 알게 뭐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비로소 자신을 용서한 인간의 그림이라고는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보는 세상

박민규는 ‘경수가 잘됐으면 좋겠다. 이런 인간도 저런 인간도. 그러니 당신도 / 부디 잘됐으면 좋겠다 / 그림자를 가진 인간은 누구라도 자신의 그림을 가진 화가이며 / 그러니 그 / 그림자라는 그림을 위해 / 그저 봄날 / 단 하루’라는 시로 서문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마영신 작가는?]

마영신 작가는 <19년뽀삐> <남동공단> <벨트 위 벨트 아래> <삐꾸래봉> <엄마들> <연결과 흐름> <콘센트> 등 현실적이고 사회성 짙은 만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최근에는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중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아무리 얘기해도>를 출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 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마영신은 <아무리 얘기해도>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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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