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상간녀’ 한소희가 직접 밝힌 ‘부부의 세계’ 후일담

“결혼? 안 했지만 하고 싶지 않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드디어 JTBC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시청자마저 감정 소모를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불린 이 드라마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28.3%)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러 스타가 조명된 가운데, 가장 화제의 인물은 ‘국민 상간녀’의 닉네임을 획득한 배우 한소희다. 욕하지 않을 수 없는 불륜녀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여다경을 버리는 게 숙제”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 배우 한소희 ⓒJTBC

배우 한소희가 <부부의 세계>서 맡은 ‘여다경’의 4년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부모의 재력 안에서 호위호식하며 자랐을 뿐 아니라, 미모와 교양도 갖췄다. 그야말로 ‘엄친딸’에 해당하는 그가 유부남 ‘이태오’(박해준 분)를 사랑한다.

악역?
호감도↑

남의 남자를 뺏는 것도 모자라, 내연남 아내 ‘지선우’(김희해 분)의 직장에 찾아가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의 치부를 들춰냈다고 뒤통수를 후린다. 온갖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내연남과 결혼하고, 살던 동네를 떠난다. 그러더니 무슨 연유인지 모르게 다시 돌아와 지선우를 이기려고 덤벼든다.

온갖 못된 짓에 술수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태오에게 있어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뒤 이혼한다. 그리고 이태오 사이서 낳은 딸 ‘제니’는 이제 혼자 키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20대 여성으로서 쉽게 겪을 수 없는 파도같은 인생을 배우 한소희가 감당했다. 이 작품전까지만 해도 한소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국민  상간녀’라 불릴 정도로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악역을 맡았음에도 좋은 연기력 덕에 호감도 많이 얻었다.

하루아침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 한소희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라며 크게 인사하는 한소희는 여다경과는 달리 소탈했다. 울산 출신이라 그런지, 집중하는 순간 사투리 억양도 곧잘 튀어나오는 그였다. 여다경과는 다른 수더분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럼에도 수개월간 여다경을 표현한 한소희는 아직 캐릭터를 털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는 내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직 떠나보내기가 싫다. 마음이 이상하기도 하고. ‘처음 촬영으로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돌아갈 것 같다. 애착이 남아 있다. 이제 여다경이 자연스러워졌는데, 끝난다고 하니 아쉽고 슬프다.”

<부부의 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 중 하나가 “여다경은 왜 이태오를 좋아하는가?”였다. 유부남을 거둬줄 정도로 여다경은 이렇다 할 부족함이 없었다. 환경은 물론 부모의 사랑과 관심도 독차지한 그다. 딱히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질하고 못난, 심지어 성공한 적조차 없는 이태오를 사랑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애착 큰 명작 드라마…아쉬움만 남아”
“김희애는 지선우 그 자체, 무력감 느껴”

“사실 나도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게 있다. 다경이 금수저 집안에 태어났음에도, 하고 싶었던 게 없었을 것이다. 인생에 열정이 있지는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예술에 대한 열정만 갖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다경의 눈에는 태오가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그런 열정이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태오가 아내한테 빌붙어먹고 사는 인생은 맞지만, 다경에게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유부남 이태오를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한 이태오가 유부남이었다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했다. 그리고 박해준 선배님이 찐으로 잘 생기셨다. 사랑, 가능하다.”

<부부의 세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여다경과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지선우가 알고 폭로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결혼한 이태오와 여다경이 다시 고산으로 돌아올 때부터 시작된다. 태오·선우의 아들 ‘준영’(전진서 분)과 고산 인맥 간의 복잡한 관계, 여다경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등 후반부로 갈수록 관계가 혼란 양상을 띤다. 또 하나의 질문, 여다경은 왜 지선우를 이기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 열연 중인 배우 한소희 ⓒJTBC

“선우와 다경 사이엔 묘한 동질감이 있다. 아마 2년 후에 태오에게는 선우의 존재가 남아 있었겠지만, 다경은 선우를 배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선우가 ‘이태오 믿지 마’라고 하는 부분부터 충격을 받는다. 사실 고산에 와서 선우를 의식한 순간부터 다경이 진 것이다. 다경은 태오와의 관계가 단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우가 건드릴 때마다 흔들린다. 내 가정을 지키고 싶은 다경이지만, 현실서 보이는 강력한 불안 때문에 선우를 이기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여다경과 지선우가 맞부딪히는 장면 중에는 명장면이 수두룩하다. 초반부 서스펜스 가득한 진료실 시퀀스, 6화 지선우가 모든 진실을 폭로하는 장면, 후반부 지선우로부터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 등이 <부부의 세계>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한소희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6화였다. 

선우와 다경 
묘한 동질감

“아침부터 토할 것 같았다. 원작에선 머리통을 깨버리더라. 어설프게 때리기도, 세게 때리기도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김희애 선배님을 그렇게 때리나. 상황 자체가 너무 불편했다. 그날 리허설하는데, 연출부 스태프가 김희애 선생님 대역을 했다. 한 번 세게 쳐보라고 해서 쳤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너무 아프게 때렸다. 그때부터 머리가 하얘졌다. 혹시 실수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시종일관 지선우의 안타고니스트였던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김희애를 극찬했다. 언제나 지선우의 모습으로 촬영장에 도착하는 점이 늘 경이로웠다고 했다. 덕분에 촬영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한소희가 지선우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것이다. 

“김희애 선배님은 늘 지선우로 오셨다. 현장서도 저와 해준 선배님과 거리를 뒀다. 몰입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나 같은 신인은 쉽게 집중하기 힘든데,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선배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지선우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선배님의 눈을 봤는데 너무 불쌍하더라. 맞상대를 해야 하는데, 혼자 울컥해버렸다. 혼란스러웠다. 그런 상황서 여다경을 연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사투였다고 할만한 <부부의 세계>를 통해 결국 한소희에게 돌아간 건 찬사였다. 역할이 가진 그릇된 행동 때문에 욕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초반부에 언뜻 보였던 부자연스러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여다경의 얼굴만 남았다.

“배움이 크니 박탈감도 컸던 것 같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따라갈 수 없는 격차를 느꼈다. 예를 들어, 나는 슬픔을 두 갈래로만 표현 가능한데, 선배님들은 여러 갈래로 표현을 하더라. 무기력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다면 ‘여다경을 놓지 않은 것’은 기특하다. 왜 태오를 사랑했으며, 왜 지선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가 등 이해 못할 상황을 던져두지 않았다. 그래도 그건 잘 한 것 같다.”

후반부까지 욕만 먹던 다경에게 반전이 일어난다. 다경이 사용했던 화장품과 의상, 속옷, 심지어 웨딩드레스까지, 모든 것이 선우가 사용했던 것과 일치했다. 그저 다경은 선우의 대용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몰랐으면 괜찮았을 텐데, 선우가 이 사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 ▲배우 한소희 ⓒ아토엔터테인먼트

다경이 받았을 충격은 곧 벌이었다. 시청자들은 벌을 받은 다경 역시 피해자라고 인지한다. 다경을 향한 좋지 않았던 인식은 이 장면 이후 가라앉는다.

“촬영하면서도 의상이나 이런 것들을 선우의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보니까 너무 비슷했고, 그 충격에 집중하기 편했던 것 같다. 선우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태오를 붙잡으려 하지만, 다경은 감정적인 것 같다. 바로 이혼하지 않나. 그것만으로 다경이 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다경이 더 망가져야 한다고 하시더라.”

“당분간 남자에
감정 안 들 것”

모든 파도가 끝난 뒤 다경은 도서관서 공부를 한다. 그런 다경에게 한 남자가 커피를 주며 다가온다. 그것을 명확히 무시한 뒤 애매한 웃음으로 사라지는 게 이 작품서 비치는 다경의 마지막 모습이다. 

“사실 다경은 이제부터가 지옥이다. 혼자 아이를 스스로 키우면서 살아야 한다. 아마 남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못 믿지 않겠나. 지겨울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 남자한테는 아무 감정도 안 들 것 같다. 아마 백전노장이 이등병을 보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 남자와 그저 귀여웠을 것 같다. 잘 되긴 힘들 것 같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불륜극이 이 정도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0%에 육박하는 최고시청률은 평일 밤 미니시리즈에선 쉽지 않은 대기록이다. 한소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작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연령대서만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대까지 이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촬영장서 이 드라마가 더 역대급으로 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기분을 받았다. 모두가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느낌,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작품에 애정을 갖고, 몰입하고 있었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집중했다. 보통 감정신이 끝나면 ‘컷’하고 다들 제 할 일을 하는데, 그 신의 분량을 다 찍어도 카메라 감독님도 계속 카메라를 주시하시고, 배우들도 감정을 유지한다.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돈 때문에 혹은, 유명해지고자 배우를 시작한 게 아니다. 미술 분야서 업무하다 우연히 경험한 광고촬영을 통해 꿈을 발견했다. 그리고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 <돈꽃> <백일의 낭군님> 등 다양한 작품서 조금씩 얼굴을 비췄다. 그러다 <부부의 세계>로 의도와 상관없이 핫한 셀럽이 됐다.

“이 일을 시작으로 꿈이라는 게 생겼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됐다. 이제는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 성공은 아마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통해 기초공사를 더 튼튼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흉내를 내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인물에 대해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기초적인 부분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후 비혼주의자 됐다”
“큰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

극 초반, 한소희에게 불현듯 논란이 찾아온다. 과거 흡연과 타투를 한 모습이 공개된 것.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반대로 ‘이게 무엇이 문제’냐며 옹호하는 세력도 있었다. 작품에 몰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뜻밖의 논란은 타격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에 ‘아 이런 모습도 회자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직업을 쟁취히기 위해 좀 달라져야 할 필요는 있겠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잠을 포기하는 것처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을 거친 여다경과 한소희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여다경에게 한소희는 얼마나 녹아있는지 물어봤다. 

“감정적인 부분은 나와 다경이 비슷한 것 같다. 다경 입장에선 사랑 하나만 보고 가정을 꾸렸다. 사랑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점은 비슷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히려 비혼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이태오와 손재혁 같은 남자를 만나느니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결심을 한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소희도 비혼주의자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막장이라고 표현하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예림(박선영 분)과 재혁(김영민 분)처럼 불신과 의심 때문에 사랑이 깨지기도 한다. 비혼주의자인 설명숙(채국희 분) 역시 부조리하다. 나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

“사랑만 보고 결혼한다고 하는데,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사랑한다고 신뢰가 쌓이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랑이 영원할 수도 없고. 만약 선우 같은 일이 내게 벌어지면 너무 비참할 것 같다. 무책임한 태오를 보면서, 이건 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니 같은 아이를 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최대한 미룰 계획이다.”

혼자가
낫겠다

<부부의 세계>를 막 끝낸 그는 허탈감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 그의 1차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다. “제 일상을 빨리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여다경 버리기가 첫 번째 숙제다. 내 몸에 있는 여다경을 빨리 빼야 될 것 같다. 대중의 눈에서 어느정도는 잊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다경을 버리고 새로운 얼굴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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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