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상간녀’ 한소희가 직접 밝힌 ‘부부의 세계’ 후일담

“결혼? 안 했지만 하고 싶지 않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드디어 JTBC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시청자마저 감정 소모를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불린 이 드라마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28.3%)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러 스타가 조명된 가운데, 가장 화제의 인물은 ‘국민 상간녀’의 닉네임을 획득한 배우 한소희다. 욕하지 않을 수 없는 불륜녀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여다경을 버리는 게 숙제”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 배우 한소희 ⓒJTBC

배우 한소희가 <부부의 세계>서 맡은 ‘여다경’의 4년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부모의 재력 안에서 호위호식하며 자랐을 뿐 아니라, 미모와 교양도 갖췄다. 그야말로 ‘엄친딸’에 해당하는 그가 유부남 ‘이태오’(박해준 분)를 사랑한다.

악역?
호감도↑

남의 남자를 뺏는 것도 모자라, 내연남 아내 ‘지선우’(김희해 분)의 직장에 찾아가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의 치부를 들춰냈다고 뒤통수를 후린다. 온갖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내연남과 결혼하고, 살던 동네를 떠난다. 그러더니 무슨 연유인지 모르게 다시 돌아와 지선우를 이기려고 덤벼든다.

온갖 못된 짓에 술수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태오에게 있어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뒤 이혼한다. 그리고 이태오 사이서 낳은 딸 ‘제니’는 이제 혼자 키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20대 여성으로서 쉽게 겪을 수 없는 파도같은 인생을 배우 한소희가 감당했다. 이 작품전까지만 해도 한소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국민  상간녀’라 불릴 정도로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악역을 맡았음에도 좋은 연기력 덕에 호감도 많이 얻었다.


하루아침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 한소희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라며 크게 인사하는 한소희는 여다경과는 달리 소탈했다. 울산 출신이라 그런지, 집중하는 순간 사투리 억양도 곧잘 튀어나오는 그였다. 여다경과는 다른 수더분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럼에도 수개월간 여다경을 표현한 한소희는 아직 캐릭터를 털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는 내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직 떠나보내기가 싫다. 마음이 이상하기도 하고. ‘처음 촬영으로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돌아갈 것 같다. 애착이 남아 있다. 이제 여다경이 자연스러워졌는데, 끝난다고 하니 아쉽고 슬프다.”

<부부의 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 중 하나가 “여다경은 왜 이태오를 좋아하는가?”였다. 유부남을 거둬줄 정도로 여다경은 이렇다 할 부족함이 없었다. 환경은 물론 부모의 사랑과 관심도 독차지한 그다. 딱히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질하고 못난, 심지어 성공한 적조차 없는 이태오를 사랑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애착 큰 명작 드라마…아쉬움만 남아”
“김희애는 지선우 그 자체, 무력감 느껴”

“사실 나도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게 있다. 다경이 금수저 집안에 태어났음에도, 하고 싶었던 게 없었을 것이다. 인생에 열정이 있지는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예술에 대한 열정만 갖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다경의 눈에는 태오가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그런 열정이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태오가 아내한테 빌붙어먹고 사는 인생은 맞지만, 다경에게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유부남 이태오를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한 이태오가 유부남이었다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했다. 그리고 박해준 선배님이 찐으로 잘 생기셨다. 사랑, 가능하다.”


<부부의 세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여다경과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지선우가 알고 폭로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결혼한 이태오와 여다경이 다시 고산으로 돌아올 때부터 시작된다. 태오·선우의 아들 ‘준영’(전진서 분)과 고산 인맥 간의 복잡한 관계, 여다경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등 후반부로 갈수록 관계가 혼란 양상을 띤다. 또 하나의 질문, 여다경은 왜 지선우를 이기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 열연 중인 배우 한소희 ⓒJTBC

“선우와 다경 사이엔 묘한 동질감이 있다. 아마 2년 후에 태오에게는 선우의 존재가 남아 있었겠지만, 다경은 선우를 배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선우가 ‘이태오 믿지 마’라고 하는 부분부터 충격을 받는다. 사실 고산에 와서 선우를 의식한 순간부터 다경이 진 것이다. 다경은 태오와의 관계가 단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우가 건드릴 때마다 흔들린다. 내 가정을 지키고 싶은 다경이지만, 현실서 보이는 강력한 불안 때문에 선우를 이기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여다경과 지선우가 맞부딪히는 장면 중에는 명장면이 수두룩하다. 초반부 서스펜스 가득한 진료실 시퀀스, 6화 지선우가 모든 진실을 폭로하는 장면, 후반부 지선우로부터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 등이 <부부의 세계>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한소희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6화였다. 

선우와 다경 
묘한 동질감

“아침부터 토할 것 같았다. 원작에선 머리통을 깨버리더라. 어설프게 때리기도, 세게 때리기도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김희애 선배님을 그렇게 때리나. 상황 자체가 너무 불편했다. 그날 리허설하는데, 연출부 스태프가 김희애 선생님 대역을 했다. 한 번 세게 쳐보라고 해서 쳤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너무 아프게 때렸다. 그때부터 머리가 하얘졌다. 혹시 실수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시종일관 지선우의 안타고니스트였던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김희애를 극찬했다. 언제나 지선우의 모습으로 촬영장에 도착하는 점이 늘 경이로웠다고 했다. 덕분에 촬영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한소희가 지선우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것이다. 

“김희애 선배님은 늘 지선우로 오셨다. 현장서도 저와 해준 선배님과 거리를 뒀다. 몰입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나 같은 신인은 쉽게 집중하기 힘든데,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선배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지선우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선배님의 눈을 봤는데 너무 불쌍하더라. 맞상대를 해야 하는데, 혼자 울컥해버렸다. 혼란스러웠다. 그런 상황서 여다경을 연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사투였다고 할만한 <부부의 세계>를 통해 결국 한소희에게 돌아간 건 찬사였다. 역할이 가진 그릇된 행동 때문에 욕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초반부에 언뜻 보였던 부자연스러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여다경의 얼굴만 남았다.

“배움이 크니 박탈감도 컸던 것 같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따라갈 수 없는 격차를 느꼈다. 예를 들어, 나는 슬픔을 두 갈래로만 표현 가능한데, 선배님들은 여러 갈래로 표현을 하더라. 무기력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다면 ‘여다경을 놓지 않은 것’은 기특하다. 왜 태오를 사랑했으며, 왜 지선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가 등 이해 못할 상황을 던져두지 않았다. 그래도 그건 잘 한 것 같다.”

후반부까지 욕만 먹던 다경에게 반전이 일어난다. 다경이 사용했던 화장품과 의상, 속옷, 심지어 웨딩드레스까지, 모든 것이 선우가 사용했던 것과 일치했다. 그저 다경은 선우의 대용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몰랐으면 괜찮았을 텐데, 선우가 이 사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 ▲배우 한소희 ⓒ아토엔터테인먼트

다경이 받았을 충격은 곧 벌이었다. 시청자들은 벌을 받은 다경 역시 피해자라고 인지한다. 다경을 향한 좋지 않았던 인식은 이 장면 이후 가라앉는다.

“촬영하면서도 의상이나 이런 것들을 선우의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보니까 너무 비슷했고, 그 충격에 집중하기 편했던 것 같다. 선우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태오를 붙잡으려 하지만, 다경은 감정적인 것 같다. 바로 이혼하지 않나. 그것만으로 다경이 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다경이 더 망가져야 한다고 하시더라.”


“당분간 남자에
감정 안 들 것”

모든 파도가 끝난 뒤 다경은 도서관서 공부를 한다. 그런 다경에게 한 남자가 커피를 주며 다가온다. 그것을 명확히 무시한 뒤 애매한 웃음으로 사라지는 게 이 작품서 비치는 다경의 마지막 모습이다. 

“사실 다경은 이제부터가 지옥이다. 혼자 아이를 스스로 키우면서 살아야 한다. 아마 남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못 믿지 않겠나. 지겨울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 남자한테는 아무 감정도 안 들 것 같다. 아마 백전노장이 이등병을 보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 남자와 그저 귀여웠을 것 같다. 잘 되긴 힘들 것 같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불륜극이 이 정도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0%에 육박하는 최고시청률은 평일 밤 미니시리즈에선 쉽지 않은 대기록이다. 한소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작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연령대서만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대까지 이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촬영장서 이 드라마가 더 역대급으로 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기분을 받았다. 모두가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느낌,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작품에 애정을 갖고, 몰입하고 있었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집중했다. 보통 감정신이 끝나면 ‘컷’하고 다들 제 할 일을 하는데, 그 신의 분량을 다 찍어도 카메라 감독님도 계속 카메라를 주시하시고, 배우들도 감정을 유지한다.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돈 때문에 혹은, 유명해지고자 배우를 시작한 게 아니다. 미술 분야서 업무하다 우연히 경험한 광고촬영을 통해 꿈을 발견했다. 그리고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 <돈꽃> <백일의 낭군님> 등 다양한 작품서 조금씩 얼굴을 비췄다. 그러다 <부부의 세계>로 의도와 상관없이 핫한 셀럽이 됐다.

“이 일을 시작으로 꿈이라는 게 생겼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됐다. 이제는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 성공은 아마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통해 기초공사를 더 튼튼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흉내를 내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인물에 대해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기초적인 부분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후 비혼주의자 됐다”
“큰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

극 초반, 한소희에게 불현듯 논란이 찾아온다. 과거 흡연과 타투를 한 모습이 공개된 것.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반대로 ‘이게 무엇이 문제’냐며 옹호하는 세력도 있었다. 작품에 몰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뜻밖의 논란은 타격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에 ‘아 이런 모습도 회자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직업을 쟁취히기 위해 좀 달라져야 할 필요는 있겠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잠을 포기하는 것처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을 거친 여다경과 한소희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여다경에게 한소희는 얼마나 녹아있는지 물어봤다. 

“감정적인 부분은 나와 다경이 비슷한 것 같다. 다경 입장에선 사랑 하나만 보고 가정을 꾸렸다. 사랑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점은 비슷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히려 비혼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이태오와 손재혁 같은 남자를 만나느니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결심을 한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소희도 비혼주의자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막장이라고 표현하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예림(박선영 분)과 재혁(김영민 분)처럼 불신과 의심 때문에 사랑이 깨지기도 한다. 비혼주의자인 설명숙(채국희 분) 역시 부조리하다. 나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

“사랑만 보고 결혼한다고 하는데,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사랑한다고 신뢰가 쌓이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랑이 영원할 수도 없고. 만약 선우 같은 일이 내게 벌어지면 너무 비참할 것 같다. 무책임한 태오를 보면서, 이건 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니 같은 아이를 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최대한 미룰 계획이다.”

혼자가
낫겠다

<부부의 세계>를 막 끝낸 그는 허탈감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 그의 1차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다. “제 일상을 빨리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여다경 버리기가 첫 번째 숙제다. 내 몸에 있는 여다경을 빨리 빼야 될 것 같다. 대중의 눈에서 어느정도는 잊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다경을 버리고 새로운 얼굴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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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