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코로나19 버티다 피어난 꽃 ‘침입자’

▲ ▲ 영화 침입자 ⓒ에이스 메이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무려 두 번이나 개봉을 미뤘다. 당초 2월 말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침입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개봉 시기를 늦춰, 5월 초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다가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이 번지면서 다시 한 차례 미뤘고, 내달 4일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한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예정됐던 모든 영화들이 개봉을 포기했다. 한때 사랑을 받았던 재개봉 영화들이 신작의 빈자리를 메웠다.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는 누구보다도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 관객의 이목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영화계에는 역대급 한파가 불어닥쳤다. 저예산 독립영화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창고 영화만이 겨우 신작으로 간판을 걸었다. 

이 같은 상황서 <침입자>가 개봉을 한다. 배우 송지효와 김무열이 출연하는 <침입자>는 수십억대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의 틀을 갖춘 첫 작품이다. 워낙 어려운 형편에 용기를 낸 것. 꽁꽁 얼어붙은 영화계에 한 줄기 희망이 되길 바라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았다. 타 종사자들로부터 응원을 받기도 했다. 

많은 기대와 응원 속에서 베일을 벗은 <침입자>는 아쉬움이 더 크다. 초중반 서스펜스가 중심을 잘 잡으며 나가다 후반부에 무너진다. 뒷부분 중요한 존재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오히려 어그러진다.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며, 일부 장면은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하이라이트도 아쉽다. 편집 기간이 여유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씁쓸한 결과다. 

영화는 어린 시절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자신 앞에서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아내와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동생의 손을 놓친 것으로 평생을 트라우마로 살던 서진 앞에 여동생이라고 밝힌 유진이 찾아온다. 자신이 여동생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경계를 놓지 않던, 서진은 친자가 확인된 후 마음을 놓는다. 너무도 빠르게 가족의 테두리에 스며드는 동생의 모습이 좋으면서도 불안하다. 

평화로운 일상 속 조금씩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오랫 동안 집안일을 해주던 이모가 실종되고, 딸은 이상한 소리만 되뇐다. 부모도 뭔가 넋이 나간 듯하다. 유진의 출몰로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눈치챈 서진은 유진의 뒤를 캐던 중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다. 

소설 <아몬드>로 더 익숙한 손원평 감독은 베스트셀러 작가 출신이다. 영화를 전공한 씨네필로도 알려졌고, 굵직한 정치 인사의 딸로도 유명하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등 다수의 단편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서 수상도 했다. 초중반부까지는 매우 촘촘한 구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간다.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커다란 갈등이 일어날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를 지속하는 중반부까지의 흐름은 상당히 좋다. 유진과 서진 사이의 묘한 갈등은 흥미진진하다.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는 대목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진다.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침입자>만의 색다른 분위기가 존재한다. 중반부까지는 확실히 미덕이 있다. 

문제는 후반부다. 서진이 자신의 딸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부터 영화는 던져놓은 떡밥을 처리하는데, 산만한 느낌이다. 감정만 과하게 남는다. 다수 인물의 행동에 개연성이 떨어진다. 

거짓말을 앞세우며 집안을 통째로 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찾아온 유진에게 겨우 소리 지르는 게 “거짓말 하지 마”가 전부인 서진의 모습이 한 예다. 마지막 낭떠러지 신과 CG는 예산인지, 촬영 때 문제가 있었는지, 편집이 잘못됐는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몰입감을 깬다. 
 

▲ ⓒ에이스 메이커

이야기의 화자 서진을 연기한 김무열은 영화임에도 너무 연극적인 톤으로 연기를 한다. 너무 지나치게 표정을 찡그리는 등 감정이 너무 격하다. 인물 특성상 더욱 담담하게 가는게 현명하지 않았을까. 해석 면에서는 미스가 있어 보인다.


유진 역의 송지효는 안정적으로 연기를 펼친다. 오랜 기간 예능에 주로 주력했음에도, 연기에서는 여전히 무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송지효에게 흠으로 보이는 장면은 없다. 좋은 연기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다만 인간적인 모습과 이색적인 반전서 더 큰 차이를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일정 부분 남는다. 정체가 드러났을 때 더욱 화려하게 표현했다면 극의 몰입감이 더 커졌을 것 같다. ‘<화차> 김민희나 <친철한 금자씨>의 이영애 같은 미스터리 여성들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약간의 아쉬움일 뿐이지, 비교적 준수한 연기를 펼친다. 

서진의 부친 역의 최성훈 배우는 아침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연기를 보인다. 서스펜스를 유지해야 하는 형사 역은 어설프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악인의 정체 역시 눈을 사로잡기는 하나, 부담스러운 연극을 선보인다. 이런 부족함에 대한 화살은 연기자보다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감독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로 보인다. 

잘못된 신념이 어떤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으나, 집중력을 놓친 후반부로 인해 딱히 남는 게 없다. 재수사를 배정받은 형사가 출연할 때부터 영화는 이상하게 꼬인다. 미스터리 스릴러인데, 웃음이 나오고야 만다.

그럼에도 <침입자>는 코로나19의 추위를 버티다 어렵게 피어난 작품. 많은 응원을 받았고, 스릴러 장르로서의 좋은 면을 보여주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이 영화를 개봉하는 제작자들의 용기에는 응원하고 싶다. 조금은 더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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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