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향수를 부르는 기차여행 ‘맛은 덤이요’ - 삼랑진역

시속 50km로 천천히~ 750리 ‘경전선’이 시작되는 그곳

자동차로 3시간30분이면 갈 거리를 장장 6시간 동안 시속 50km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가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유일한 철도노선 ‘경전선열차’이다. 밀양 삼랑진역에서 호남선 광주 송정역까지 가는 동안 창원, 마산, 진주, 북천, 횡천, 하동, 광양, 순천, 벌교, 보성, 화순 등 경상도와 전라도의 크고 작은 역들을 지난다. 경부선이 개통되던 해인 1905년에 영업을 시작한 삼랑진역에는 1920년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의 흔적인 급수탑도 마스코트처럼 남아 있다. 

경상도-전라도 잇는 유일한 철도노선 ‘경전선열차’
장터 명물 찹쌀도넛·어묵·선지국수와 밀양 별미 돼지국밥

“덜커덩 덜컹, 덜커덩 덜컹”
자동차로 고작 3시간30분이면 갈 거리를 장장 6시간 동안 시속 50km의 속도로 달리는 철도가 있다. 바쁜 속도전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 기찻길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유일한 철도노선 ‘경전선’이다. 경부선 서울 기점 394.1km 지점의 삼랑진역에서 시작해 호남선 광주 송정역까지 306.8km를 천천히 달려가는 동안 창원, 마산, 진주, 북천, 횡천, 하동, 광양, 순천, 벌교, 보성, 화순 등 경상도와 전라도의 크고 작은 역들을 지난다.

107년 역사 삼랑진역
증기기관차 흔적 찾기

삼랑진역은 경부선이 개통되던 1905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10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한국철도의 역사와 함께 해온 셈이다. 증기기관차가 디젤기관차로, 디젤기관차가 전기기관차로 바뀌는 동안 삼랑진역도 몇 번의 신축을 거쳐 1999년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역 구내에는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20년대의 흔적도 남아 있다.

당시 규모가 큰 주요 역에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해 주기 위한 급수탑이 설치돼 있었는데, 삼랑진역도 그중 하나였다. 온통 덩굴식물로 뒤덮여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이 급수탑(등록문화재 제51호)은 1923년에 설치되어 1950년대 디젤기관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제 기능을 다한 후 은퇴, 지금은 삼랑진역의 명물로 사랑받고 있다.
승강장으로 건가는 지하통로에는 옛 삼랑진역의 흑백사진들이 걸려 있어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던 호시절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삼랑진역은 승강장이 3개다. 1번 플랫폼은 경부선 하행열차가, 2번 홈은 경부선 상행열차가, 3번 홈은 경부선과 경전선을 경유하는 열차가 정차한다. 상하행선을 합쳐 경부선 무궁화호가 하루 36번, 경전선 무궁화호는 하루 10번 운행하며, 새마을호와 KTX는 무정차 통과한다.

오전 7시25분, 삼랑진역으로 들어오는 경전선 첫차는 6시40분에 부전역을 출발한 목포행 1951호 열차다. 간혹 노선과 열차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부선이니 경전선이니 하는 것은 열차가 아니라 노선 즉, 기찻길을 일컫는 말이다. 부전역을 출발한 1951호 열차가 삼랑진까지 경부선을 이용하고, 삼랑진부터 광주 송정역까지는 경전선을, 광주 송정역부터 종착역인 목포까지는 호남선을 경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삼랑진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마산, 창원, 부산 등 인근 대도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부터 삼랑진고등학교 학생들, 부전역으로 장보러 가는 아주머니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주말이면 경전선 투어에 나선 철도애호가들과 낙동강 자전거길을 이용하려는 바이크족까지 가세해 역에서 읍내까지 제법 떠들썩하다. 4·9장인 삼랑진 오일장이 주말과 겹쳐 열리는 날이면 특히 더 그렇다.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 또 하나의 물줄기를 만드는, 이른바 ‘세 갈래 물줄기가 만나는 나루(三浪津)’라는 지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장터에는 붕어, 미꾸라지, 가물치와 같은 민물고기가 풍성하고, 선지국수를 파는 간이식당과 꼼장어집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무섭게 식욕을 자극한다. 장터의 명물인 쫄깃한 찹쌀도넛과 꽈배기, 즉석에서 바로 반죽해 튀겨내는 매콤한 어묵도 꽤 훌륭한 요깃거리가 되어 준다.

밀양 8경 중 제1경
강물에 비친 영남루 야경

삼랑진읍 만어산(670.4m) 8부 능선에 자리 잡은 만어사는 여러모로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이른 새벽이나 비오는 날 절 마당에서 바라보는 자욱한 운해는 밀양 8경의 하나다. 너덜지대를 가득 메운 바위를 두드리면 ‘챙챙’ 종소리와 쇳소리가 난다. 이런 위치에 이 큰 바위들이 있는 것도 불가사의하고, 돌에서 종소리가 나는 것도 신기하다.

옛날 이곳에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녀 다섯과 독룡이 있어 서로 사귀면서 횡포를 일삼다가 부처님의 설법으로 돌로 변했는데, 이때 동해바다의 수많은 물고기들도 함께 돌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삼랑진읍은 행정구역상 밀양시에 속하지만, 산과 강이 가로막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옛날부터 생활권이 서로 달랐다. 그래서인지 밀양까지 열차로는 10분 내외의 거리이지만 버스는 아주 드물게 다닌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신대구부산고속도로로 20여 분을 가야 한다.


밀양강을 굽어보는 절벽 위에 우뚝 선 영남루(보물 제147호)는 조선후기 목조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누각이다. ‘밀양’하면 ‘영남루’라고 할 만큼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지만, 밀양 시민들에게는 가볍게 산책하듯 찾는 친근한 휴식처다.

강물에 비친 영남루 야경은 밀양 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며,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조선 3대 누각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3시에는 밀양아리랑 상설공연이 펼쳐지는데,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로 시작되는 경쾌한 밀양아리랑 장단을 배우고 다함께 따라 부르는 시간도 갖는다.

영남루에 필적하는 밀양 명소가 한군데 더 있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에 원효대사가 산정에 올라 오색채운이 이는 것을 보고 터를 잡았다는 재약산 표충사다. 삼층석탑, 청동향로 등 귀한 문화유적들을 감상한 후에는 우화루에 신을 벗고 올라가 앉아 보자. 발 아래로 남계천 맑은 물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표충사관광지구에는 밀양이 자랑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흑염소불고기를 내는 식당들이 있고, 깨끗한 숙소도 많다. 오토캠핑이 가능한 야영장과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드는 표충사계곡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밀양 시내의 기회송림도 캠핑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잘생긴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은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피해 캠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송림 앞으로는 밀양강이 흐르고 있어 아이들 물놀이하기도 좋다.
나라에 큰 일이 닥칠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는 표충사가 아니라 무안면 홍제사 경내에 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해 왜적에 맞섰던 사명대사의 공을 기려 영조 18년(1742년)에 건립한 비다.

표충비·얼음골·만어사 경석
‘밀양 3대 신비’

비각 옆에 적힌 ‘표충비 땀 흘린 역사’에는 경술국치 17일 전에 4말 6되, 8·15 해방 3일 전 3말 8되, 한국전쟁 이틀 전 3말 8되, 1960년 4·19 당일 19시간 동안 땀을 흘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표충비는 얼음골, 만어사 경석과 함께 ‘밀양 3대 신비’의 하나다.

표충비를 본 뒤에는 밀양 별미 ‘돼지국밥’을 맛보자. 혹자는 ‘순대국밥과 비슷한 음식’ 정도로 알고 있고, 혹자는 ‘부산 음식’이라고 알고 있기도 하지만, 돼지국밥은 순대국밥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음식일 뿐 아니라 부산식과 밀양식도 서로 다르다.

부산식이 돼지뼈를 기본으로 하는 데 반해 밀양식은 소뼈가 기본이다. 그래서 육수가 갈비탕 국물처럼 맑다. 얇게 썬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소면 한 덩어리를 따로 접시에 담아 내오는데 잡냄새도 없고 깔끔하며, 먹고 난 후 텁텁한 느낌도 전혀 없다. 돼지국밥 원조집이 무안면에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삼랑진역 → 삼랑진오일장 → 만어사 → 영남루 → 표충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삼랑진역 → 삼랑진오일장 → 만어사 → 표충사(표충사관광지구 1박)
둘째 날 : 얼음골 → 영남루 → 기회송림 → 표충비각

대중교통 정보
[ 열차 ]
서울역 → 삼랑진역 : 무궁화호 일일 10회 운행, 약 4시간50분 소요
순천역 → 삼랑진역 : 무궁화호 일일 4회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부전역 → 삼랑진역 : 무궁화호 일일 7회 운행, 약 45분 소요
대구역 → 삼랑진역 : 무궁화호 일일 16회 운행, 약 1시간 소요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 대전JC → 동대구JCT → 신대구부산고속도로 → 삼랑진IC
중앙고속도로 → 대구IC → 동대구JCT → 신대구부산고속도로 → 삼랑진IC

주요 먹거리
동부식육식당 : 무안면 무안리, 돼지국밥 055)352-0023
밀양돼지국밥 : 밀양시 내이동, 돼지국밥 055)354-9599
밀양설봉돼지국밥 : 밀양시 내이동, 돼지국밥 055)356-9555
가마솥추어탕 : 하남읍 수산리, 추어탕 055)391-5932
열두대문 : 밀양시 교동, 한정식 055)353-6682
밀성청국장 : 밀양시 교동, 청국장 055)355-2928
쌈밥촌 : 밀양시 교동, 쌈밥 055)356-3494
아랑장어구이 : 상동면 가곡리, 장어구이 055)355-3895

숙박정보
재약콘도모텔 : 단장면 055)351-1194 (굿스테이)
물안개피는마을 : 단장면 고례리 055)352-4300, www.mtourpension.com
펜션아름드리 : 단장면 범도리 055)351-0082, www.areum-dri.com
얼음골한옥펜션 : 산내면 삼양리 055)356-3596

주변 볼거리
가지산, 재약산, 얼음골, 시례 호박소, 밀양연극촌, 밀양향교, 사명대사생가지, 예림서원, 시립박물관, 미리벌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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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