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험한 재조사론’ 한명숙 전 총리

‘친노 대모’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여권의 재수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가 법정서 번복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피해자’로 지칭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에선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직후 국회를 나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된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였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2001년 신설된 초대 여성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만호 대표 
옥중록 보니…

2003년에는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장관이 됐다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도전서 나서 고양시 일산갑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경륜은 물론 여성으로서 갖는 상징성 덕분에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내렸고,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총리가 되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가 됐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조정능력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말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단일화한 뒤 대선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그의 불운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시작됐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된다.  ‘한명숙 뇌물 사건’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으로 나뉜다.


검찰이 2009년 12월에 기소한 1차 사건은 대한통운 전 곽영욱 사장이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혐의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법정서 “5만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꾸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으로 회자된 1차 사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뉴스타파>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2차 사건으로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경기도 고양서 한신건영이라는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대표는 2008년 부도 이후 사기죄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통영교도소서 복역 중이던 한 대표는 2010년 3월 갑자기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후 곧바로 검찰 특수부에 불려갔다. 한 대표의 검찰 출정은 여러 번 이어진다. 

그는 검찰서 엄청난 사건을 진술한다. 2007년 당시 고양시 일산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줬다는 내용이었다.

한명숙 뇌물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4월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는 6월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이 온갖 언론을 통해 보도되던 당시 한 전 총리는 불과 0.6%포인트, 약 2만6000여표 차이로 여당이었던 오세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년 복역 
결정적 증언 뒤집는 비망록 공개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 끝에 선거 직후인 7월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한명숙 사건의 반전은 2차 공판기일서 벌어졌다. 검찰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연히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나왔다. 

이 자리서 한 대표는 검찰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1년 6월13일 한명숙 사건 공판이 한참 진행되던 때, 한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받은 징역 3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만이 한 대표를 만났다.

당시 한 대표는 구 기자와 인터뷰서 “법정서 진술한 것이 진실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곧 누명을 벗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사람의 말을 믿고 잘못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잘못된 목적으로 당시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돕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세력을 척살하기 위해 저질러진, 잘못된 수사”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구 기자에게 검찰이 자신을 불러 여러 차례 ‘교육’을 시켰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법정서 진술을 뒤집은 한 대표는 검찰의 보복이 두려워 이 부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 기자는 지난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이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약 73차례의 조사 과정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를 특정하는 방법, 상대 변호인의 질문을 피하는 방법까지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비망록서 한 대표는 자신을 ‘검찰의 강아지’였다고 썼다. 
 

한 대표는 비망록에 ‘11억원 중 당시 6억원이 ○○○ 친박(친 박근혜)계로 제공됐다. 검찰이 알고 있으면서 제공 사실이 나오자 덮어버리고 한 총리 쪽으로 조작한 것임. 특수부 소환 첫날 자금이 한나라당 의원 쪽으로 제공되었음을 얘기했다. 종료했다. 급히 덮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서술했다. 검찰이 사준 초밥을 먹은 뒤에는 ‘한 전 총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기분’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한 대표는 본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찰의 약속을 믿고 검찰에게 협조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결국 1심 재판서 증언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돈을 준 건 
친박계 의원”

당시 한 대표는 “9억원 가운데 6억원은 H교회 건물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한 전 총리 측과 무관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돈을 줬다고 지목한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 한 대표와의 대질 신문까지 이뤄졌으나,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재판에서는 나머지 3억원이 쟁점이었다. 한 대표가 3억원을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씨에게 빌려준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돈의 성격이 사적 대여금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인지, 한 전 총리가 이 돈에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3억원 가운데 2억원은 검찰 기소 전에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가 한 대표에게 갚았다. 남은 1억원이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1억원은 한 대표가 제공한 9억원 중 일부로 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전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인이자 언니 측근인 김모씨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당시 공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011년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한 전 총리는 무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했고, 2013년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진행한 2심서 유죄 판결이 났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겨우 4차례 공판을 통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2015년 8월20일 3심 양승태 대법원(대법원 3부,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했다. 2심과 같은 형량으로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0만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한 전 총리가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 중 5명(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일부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5명은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뤄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의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해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서도 “1차 정치자금 수수(3억원)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해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며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에게 이 사건 1억원 수표와 현금 1억5000만원 및 5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 부분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건넨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이 과정서 한 대표도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인생 무참히 
짓밟은 검찰”

대법원 판결 이후 약 2년간 복역한 한 전 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졌다. 무려 12년간의 피선고권을 상실당했으며, 당시 1년이 채 남지 않은 의원직도 박탈당했다.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이날 의정부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홍영표·정성호·박남춘·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마중나왔다. 지지자 200여명도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노란 풍선과 함께 “사랑해요 한명숙”을 외쳤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약 3년이 지나 <뉴스타파>를 통해 한 대표의 비망록이 보도됐고,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대표가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혔으나, 한 전 총리 쪽으로 몰고 간 점과 치욕스러운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교육시켰다는 점 등 검찰이 억지로 증인을 만들어내 위증을 꾸민 것 아니냐는 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서 언급한 한만호씨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비망록을 모두 검토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반론에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마치 비망록 등 자료가 모든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 비망록은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은 1심서만 인용됐다. 2심과 3심서도 인용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돈 줬다 진술은 검찰 회유”
여권 중심으로 재조사 주장

이번 비망록에 대해서도 심 기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한 대표가 살아서 얘기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는데 현재 한 대표가 고인이다.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입증하기보다, 검찰이 조사 과정서 고인을 압박한 부분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망록이 주목을 받자 범여권 내에서는 재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비망록을 언급하며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 이대로 넘어가야 하나.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면서도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재심청구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본인들 스스로도 재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은 아니냐”며 “그럼에도 이제와 새삼스레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 하는 것은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서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진상 조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추 장관이 공감을 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권 최고위원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사법 불신이고 재판불복이며,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관계를 외면하고자 하는 게 사법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수사?
여야 대치

비망록은 작성된 지 무려 10년이나 지났다. 비망록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면 쓴 사람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나, 비망록을 쓴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조국 수사 등으로 인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는 수세에 몰린 검찰. 공작을 통해 거물급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날려버린 것일 수도 있는 이번 사안에 여야는 물론 국민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쪽은 재심 검토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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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