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험한 재조사론’ 한명숙 전 총리

‘친노 대모’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여권의 재수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가 법정서 번복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피해자’로 지칭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에선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직후 국회를 나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된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였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2001년 신설된 초대 여성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만호 대표 
옥중록 보니…

2003년에는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장관이 됐다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도전서 나서 고양시 일산갑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경륜은 물론 여성으로서 갖는 상징성 덕분에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내렸고,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총리가 되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가 됐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조정능력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말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단일화한 뒤 대선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그의 불운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시작됐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된다.  ‘한명숙 뇌물 사건’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으로 나뉜다.


검찰이 2009년 12월에 기소한 1차 사건은 대한통운 전 곽영욱 사장이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혐의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법정서 “5만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꾸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으로 회자된 1차 사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뉴스타파>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2차 사건으로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경기도 고양서 한신건영이라는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대표는 2008년 부도 이후 사기죄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통영교도소서 복역 중이던 한 대표는 2010년 3월 갑자기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후 곧바로 검찰 특수부에 불려갔다. 한 대표의 검찰 출정은 여러 번 이어진다. 

그는 검찰서 엄청난 사건을 진술한다. 2007년 당시 고양시 일산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줬다는 내용이었다.

한명숙 뇌물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4월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는 6월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이 온갖 언론을 통해 보도되던 당시 한 전 총리는 불과 0.6%포인트, 약 2만6000여표 차이로 여당이었던 오세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년 복역 
결정적 증언 뒤집는 비망록 공개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 끝에 선거 직후인 7월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한명숙 사건의 반전은 2차 공판기일서 벌어졌다. 검찰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연히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나왔다. 

이 자리서 한 대표는 검찰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1년 6월13일 한명숙 사건 공판이 한참 진행되던 때, 한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받은 징역 3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만이 한 대표를 만났다.

당시 한 대표는 구 기자와 인터뷰서 “법정서 진술한 것이 진실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곧 누명을 벗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사람의 말을 믿고 잘못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잘못된 목적으로 당시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돕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세력을 척살하기 위해 저질러진, 잘못된 수사”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구 기자에게 검찰이 자신을 불러 여러 차례 ‘교육’을 시켰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법정서 진술을 뒤집은 한 대표는 검찰의 보복이 두려워 이 부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 기자는 지난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이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약 73차례의 조사 과정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를 특정하는 방법, 상대 변호인의 질문을 피하는 방법까지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비망록서 한 대표는 자신을 ‘검찰의 강아지’였다고 썼다. 
 

한 대표는 비망록에 ‘11억원 중 당시 6억원이 ○○○ 친박(친 박근혜)계로 제공됐다. 검찰이 알고 있으면서 제공 사실이 나오자 덮어버리고 한 총리 쪽으로 조작한 것임. 특수부 소환 첫날 자금이 한나라당 의원 쪽으로 제공되었음을 얘기했다. 종료했다. 급히 덮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서술했다. 검찰이 사준 초밥을 먹은 뒤에는 ‘한 전 총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기분’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한 대표는 본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찰의 약속을 믿고 검찰에게 협조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결국 1심 재판서 증언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돈을 준 건 
친박계 의원”

당시 한 대표는 “9억원 가운데 6억원은 H교회 건물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한 전 총리 측과 무관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돈을 줬다고 지목한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 한 대표와의 대질 신문까지 이뤄졌으나,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재판에서는 나머지 3억원이 쟁점이었다. 한 대표가 3억원을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씨에게 빌려준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돈의 성격이 사적 대여금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인지, 한 전 총리가 이 돈에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3억원 가운데 2억원은 검찰 기소 전에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가 한 대표에게 갚았다. 남은 1억원이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1억원은 한 대표가 제공한 9억원 중 일부로 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전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인이자 언니 측근인 김모씨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당시 공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011년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한 전 총리는 무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했고, 2013년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진행한 2심서 유죄 판결이 났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겨우 4차례 공판을 통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2015년 8월20일 3심 양승태 대법원(대법원 3부,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했다. 2심과 같은 형량으로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0만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한 전 총리가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 중 5명(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일부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5명은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뤄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의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해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서도 “1차 정치자금 수수(3억원)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해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며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에게 이 사건 1억원 수표와 현금 1억5000만원 및 5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 부분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건넨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이 과정서 한 대표도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인생 무참히 
짓밟은 검찰”

대법원 판결 이후 약 2년간 복역한 한 전 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졌다. 무려 12년간의 피선고권을 상실당했으며, 당시 1년이 채 남지 않은 의원직도 박탈당했다.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이날 의정부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홍영표·정성호·박남춘·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마중나왔다. 지지자 200여명도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노란 풍선과 함께 “사랑해요 한명숙”을 외쳤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약 3년이 지나 <뉴스타파>를 통해 한 대표의 비망록이 보도됐고,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대표가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혔으나, 한 전 총리 쪽으로 몰고 간 점과 치욕스러운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교육시켰다는 점 등 검찰이 억지로 증인을 만들어내 위증을 꾸민 것 아니냐는 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서 언급한 한만호씨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비망록을 모두 검토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반론에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마치 비망록 등 자료가 모든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 비망록은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은 1심서만 인용됐다. 2심과 3심서도 인용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돈 줬다 진술은 검찰 회유”
여권 중심으로 재조사 주장

이번 비망록에 대해서도 심 기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한 대표가 살아서 얘기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는데 현재 한 대표가 고인이다.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입증하기보다, 검찰이 조사 과정서 고인을 압박한 부분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망록이 주목을 받자 범여권 내에서는 재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비망록을 언급하며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 이대로 넘어가야 하나.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면서도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재심청구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본인들 스스로도 재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은 아니냐”며 “그럼에도 이제와 새삼스레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 하는 것은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서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진상 조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추 장관이 공감을 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권 최고위원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사법 불신이고 재판불복이며,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관계를 외면하고자 하는 게 사법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수사?
여야 대치

비망록은 작성된 지 무려 10년이나 지났다. 비망록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면 쓴 사람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나, 비망록을 쓴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조국 수사 등으로 인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는 수세에 몰린 검찰. 공작을 통해 거물급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날려버린 것일 수도 있는 이번 사안에 여야는 물론 국민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쪽은 재심 검토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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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