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험한 재조사론’ 한명숙 전 총리

‘친노 대모’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여권의 재수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가 법정서 번복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피해자’로 지칭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에선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직후 국회를 나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된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였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2001년 신설된 초대 여성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만호 대표 
옥중록 보니…

2003년에는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장관이 됐다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도전서 나서 고양시 일산갑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경륜은 물론 여성으로서 갖는 상징성 덕분에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내렸고,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총리가 되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가 됐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조정능력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말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단일화한 뒤 대선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그의 불운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시작됐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된다.  ‘한명숙 뇌물 사건’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으로 나뉜다.

검찰이 2009년 12월에 기소한 1차 사건은 대한통운 전 곽영욱 사장이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혐의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법정서 “5만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꾸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으로 회자된 1차 사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뉴스타파>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2차 사건으로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경기도 고양서 한신건영이라는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대표는 2008년 부도 이후 사기죄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통영교도소서 복역 중이던 한 대표는 2010년 3월 갑자기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후 곧바로 검찰 특수부에 불려갔다. 한 대표의 검찰 출정은 여러 번 이어진다. 

그는 검찰서 엄청난 사건을 진술한다. 2007년 당시 고양시 일산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줬다는 내용이었다.

한명숙 뇌물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4월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는 6월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이 온갖 언론을 통해 보도되던 당시 한 전 총리는 불과 0.6%포인트, 약 2만6000여표 차이로 여당이었던 오세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년 복역 
결정적 증언 뒤집는 비망록 공개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 끝에 선거 직후인 7월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한명숙 사건의 반전은 2차 공판기일서 벌어졌다. 검찰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연히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나왔다. 

이 자리서 한 대표는 검찰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1년 6월13일 한명숙 사건 공판이 한참 진행되던 때, 한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받은 징역 3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만이 한 대표를 만났다.

당시 한 대표는 구 기자와 인터뷰서 “법정서 진술한 것이 진실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곧 누명을 벗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사람의 말을 믿고 잘못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잘못된 목적으로 당시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돕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세력을 척살하기 위해 저질러진, 잘못된 수사”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구 기자에게 검찰이 자신을 불러 여러 차례 ‘교육’을 시켰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법정서 진술을 뒤집은 한 대표는 검찰의 보복이 두려워 이 부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 기자는 지난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이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약 73차례의 조사 과정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를 특정하는 방법, 상대 변호인의 질문을 피하는 방법까지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비망록서 한 대표는 자신을 ‘검찰의 강아지’였다고 썼다. 
 

한 대표는 비망록에 ‘11억원 중 당시 6억원이 ○○○ 친박(친 박근혜)계로 제공됐다. 검찰이 알고 있으면서 제공 사실이 나오자 덮어버리고 한 총리 쪽으로 조작한 것임. 특수부 소환 첫날 자금이 한나라당 의원 쪽으로 제공되었음을 얘기했다. 종료했다. 급히 덮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서술했다. 검찰이 사준 초밥을 먹은 뒤에는 ‘한 전 총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기분’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한 대표는 본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찰의 약속을 믿고 검찰에게 협조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결국 1심 재판서 증언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돈을 준 건 
친박계 의원”

당시 한 대표는 “9억원 가운데 6억원은 H교회 건물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한 전 총리 측과 무관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돈을 줬다고 지목한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 한 대표와의 대질 신문까지 이뤄졌으나,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재판에서는 나머지 3억원이 쟁점이었다. 한 대표가 3억원을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씨에게 빌려준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돈의 성격이 사적 대여금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인지, 한 전 총리가 이 돈에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3억원 가운데 2억원은 검찰 기소 전에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가 한 대표에게 갚았다. 남은 1억원이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1억원은 한 대표가 제공한 9억원 중 일부로 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전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인이자 언니 측근인 김모씨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당시 공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011년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한 전 총리는 무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했고, 2013년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진행한 2심서 유죄 판결이 났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겨우 4차례 공판을 통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2015년 8월20일 3심 양승태 대법원(대법원 3부,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했다. 2심과 같은 형량으로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0만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한 전 총리가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 중 5명(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일부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5명은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뤄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의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해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서도 “1차 정치자금 수수(3억원)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해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며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에게 이 사건 1억원 수표와 현금 1억5000만원 및 5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 부분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건넨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이 과정서 한 대표도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인생 무참히 
짓밟은 검찰”

대법원 판결 이후 약 2년간 복역한 한 전 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졌다. 무려 12년간의 피선고권을 상실당했으며, 당시 1년이 채 남지 않은 의원직도 박탈당했다.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이날 의정부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홍영표·정성호·박남춘·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마중나왔다. 지지자 200여명도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노란 풍선과 함께 “사랑해요 한명숙”을 외쳤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약 3년이 지나 <뉴스타파>를 통해 한 대표의 비망록이 보도됐고,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대표가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혔으나, 한 전 총리 쪽으로 몰고 간 점과 치욕스러운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교육시켰다는 점 등 검찰이 억지로 증인을 만들어내 위증을 꾸민 것 아니냐는 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서 언급한 한만호씨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비망록을 모두 검토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반론에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마치 비망록 등 자료가 모든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 비망록은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은 1심서만 인용됐다. 2심과 3심서도 인용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돈 줬다 진술은 검찰 회유”
여권 중심으로 재조사 주장

이번 비망록에 대해서도 심 기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한 대표가 살아서 얘기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는데 현재 한 대표가 고인이다.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입증하기보다, 검찰이 조사 과정서 고인을 압박한 부분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망록이 주목을 받자 범여권 내에서는 재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비망록을 언급하며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 이대로 넘어가야 하나.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면서도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재심청구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본인들 스스로도 재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은 아니냐”며 “그럼에도 이제와 새삼스레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 하는 것은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서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진상 조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추 장관이 공감을 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권 최고위원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사법 불신이고 재판불복이며,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관계를 외면하고자 하는 게 사법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수사?
여야 대치

비망록은 작성된 지 무려 10년이나 지났다. 비망록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면 쓴 사람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나, 비망록을 쓴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조국 수사 등으로 인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는 수세에 몰린 검찰. 공작을 통해 거물급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날려버린 것일 수도 있는 이번 사안에 여야는 물론 국민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쪽은 재심 검토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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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