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험한 재조사론’ 한명숙 전 총리

‘친노 대모’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여권의 재수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가 법정서 번복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피해자’로 지칭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에선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직후 국회를 나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된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였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2001년 신설된 초대 여성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만호 대표 
옥중록 보니…

2003년에는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장관이 됐다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도전서 나서 고양시 일산갑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경륜은 물론 여성으로서 갖는 상징성 덕분에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내렸고,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총리가 되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가 됐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조정능력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말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단일화한 뒤 대선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그의 불운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시작됐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된다.  ‘한명숙 뇌물 사건’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으로 나뉜다.


검찰이 2009년 12월에 기소한 1차 사건은 대한통운 전 곽영욱 사장이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혐의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법정서 “5만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꾸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으로 회자된 1차 사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뉴스타파>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2차 사건으로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경기도 고양서 한신건영이라는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대표는 2008년 부도 이후 사기죄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통영교도소서 복역 중이던 한 대표는 2010년 3월 갑자기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후 곧바로 검찰 특수부에 불려갔다. 한 대표의 검찰 출정은 여러 번 이어진다. 

그는 검찰서 엄청난 사건을 진술한다. 2007년 당시 고양시 일산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줬다는 내용이었다.

한명숙 뇌물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4월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는 6월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이 온갖 언론을 통해 보도되던 당시 한 전 총리는 불과 0.6%포인트, 약 2만6000여표 차이로 여당이었던 오세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년 복역 
결정적 증언 뒤집는 비망록 공개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 끝에 선거 직후인 7월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한명숙 사건의 반전은 2차 공판기일서 벌어졌다. 검찰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연히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나왔다. 

이 자리서 한 대표는 검찰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1년 6월13일 한명숙 사건 공판이 한참 진행되던 때, 한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받은 징역 3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만이 한 대표를 만났다.

당시 한 대표는 구 기자와 인터뷰서 “법정서 진술한 것이 진실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곧 누명을 벗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사람의 말을 믿고 잘못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잘못된 목적으로 당시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돕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세력을 척살하기 위해 저질러진, 잘못된 수사”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구 기자에게 검찰이 자신을 불러 여러 차례 ‘교육’을 시켰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법정서 진술을 뒤집은 한 대표는 검찰의 보복이 두려워 이 부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 기자는 지난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이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약 73차례의 조사 과정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를 특정하는 방법, 상대 변호인의 질문을 피하는 방법까지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비망록서 한 대표는 자신을 ‘검찰의 강아지’였다고 썼다. 
 

한 대표는 비망록에 ‘11억원 중 당시 6억원이 ○○○ 친박(친 박근혜)계로 제공됐다. 검찰이 알고 있으면서 제공 사실이 나오자 덮어버리고 한 총리 쪽으로 조작한 것임. 특수부 소환 첫날 자금이 한나라당 의원 쪽으로 제공되었음을 얘기했다. 종료했다. 급히 덮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서술했다. 검찰이 사준 초밥을 먹은 뒤에는 ‘한 전 총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기분’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한 대표는 본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찰의 약속을 믿고 검찰에게 협조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결국 1심 재판서 증언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돈을 준 건 
친박계 의원”

당시 한 대표는 “9억원 가운데 6억원은 H교회 건물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한 전 총리 측과 무관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돈을 줬다고 지목한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 한 대표와의 대질 신문까지 이뤄졌으나,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재판에서는 나머지 3억원이 쟁점이었다. 한 대표가 3억원을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씨에게 빌려준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돈의 성격이 사적 대여금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인지, 한 전 총리가 이 돈에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3억원 가운데 2억원은 검찰 기소 전에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가 한 대표에게 갚았다. 남은 1억원이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1억원은 한 대표가 제공한 9억원 중 일부로 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전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인이자 언니 측근인 김모씨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당시 공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011년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한 전 총리는 무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했고, 2013년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진행한 2심서 유죄 판결이 났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겨우 4차례 공판을 통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2015년 8월20일 3심 양승태 대법원(대법원 3부,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했다. 2심과 같은 형량으로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0만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한 전 총리가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 중 5명(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일부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5명은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뤄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의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해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서도 “1차 정치자금 수수(3억원)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해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며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에게 이 사건 1억원 수표와 현금 1억5000만원 및 5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 부분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건넨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이 과정서 한 대표도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인생 무참히 
짓밟은 검찰”

대법원 판결 이후 약 2년간 복역한 한 전 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졌다. 무려 12년간의 피선고권을 상실당했으며, 당시 1년이 채 남지 않은 의원직도 박탈당했다.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이날 의정부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홍영표·정성호·박남춘·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마중나왔다. 지지자 200여명도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노란 풍선과 함께 “사랑해요 한명숙”을 외쳤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약 3년이 지나 <뉴스타파>를 통해 한 대표의 비망록이 보도됐고,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대표가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혔으나, 한 전 총리 쪽으로 몰고 간 점과 치욕스러운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교육시켰다는 점 등 검찰이 억지로 증인을 만들어내 위증을 꾸민 것 아니냐는 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서 언급한 한만호씨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비망록을 모두 검토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반론에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마치 비망록 등 자료가 모든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 비망록은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은 1심서만 인용됐다. 2심과 3심서도 인용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돈 줬다 진술은 검찰 회유”
여권 중심으로 재조사 주장

이번 비망록에 대해서도 심 기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한 대표가 살아서 얘기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는데 현재 한 대표가 고인이다.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입증하기보다, 검찰이 조사 과정서 고인을 압박한 부분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망록이 주목을 받자 범여권 내에서는 재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비망록을 언급하며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 이대로 넘어가야 하나.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면서도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재심청구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본인들 스스로도 재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은 아니냐”며 “그럼에도 이제와 새삼스레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 하는 것은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서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진상 조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추 장관이 공감을 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권 최고위원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사법 불신이고 재판불복이며,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관계를 외면하고자 하는 게 사법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수사?
여야 대치

비망록은 작성된 지 무려 10년이나 지났다. 비망록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면 쓴 사람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나, 비망록을 쓴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조국 수사 등으로 인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는 수세에 몰린 검찰. 공작을 통해 거물급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날려버린 것일 수도 있는 이번 사안에 여야는 물론 국민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쪽은 재심 검토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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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