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⑥> ‘포스트 코로나’ 바뀌는 재계 판도

변화 없이 생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사회 곳곳에 변화가 감지된다. 규모와 범위는 상당하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한 변환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점쳐진다. ‘포스트 코로나’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 문재인 대통령 ⓒ문병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는 ‘접촉 제한’으로부터 비롯됐다. 코로나19의 폭발적 전염력은 거리두기를 동반했다. 시민과 정부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택하고 권유했다. 그 결과 이전과 상이한 일상이 시작됐다. 예고 없이 다가온 생활 방식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특히 경제 분야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접촉 제한
거리두기

국내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접촉을 기반으로 한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서 최소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접촉한다. 물론 1인 사업장 등 몇몇 예외가 있지만, 국가 경기에 영향을 줄 만한 경제적 요소들은 대부분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빗장을 걸었다. 경제 전반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경제활동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전과 다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한된 접촉은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당기게 했다.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전까지 변화된 생활 패턴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국회를 찾아 “경제 분야는 이전보다 훨씬 큰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법과 제도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예측불허의 질병이 경제 전반을 타격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정착된 생산·유통·소비 방식은 사실상 훼손된 상태다. 기업 상황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기업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상장사 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제힘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분기를 포함해 국내 기업 성적표가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20년 1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592개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0%(8조8328억원)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47.80%(10조1032억원) 내려앉은 11조336억원이었다. 흑자를 낸 기업은 411개사(69.43%)였지만, 181개사(30.57%)가 적자를 봤다. 10개사 중 3개사가 적자를 본 셈이다.

대인 접촉 막히면서 뒤바뀐 생활상
기존 경제·산업구조 전방위적 타격

매출액이 증가한 업종은 ▲의약품(16.62%) ▲음식료품(9.07%) ▲운수장비(6.53%) ▲통신업(3.52%) ▲건설업(3.29%) ▲전기전자(3.22%) ▲기계(1.88%) ▲서비스업(1.47%) 등이다.

감소한 곳은 ▲의료정밀(-12.18%) ▲철강금속(-7.05%) ▲섬유의복(-6.61%) ▲운수창고업(-5.66%) ▲유통업(-4.86%) ▲전기가스업(-4.37%) ▲비금속광물(-1.99%) ▲종이목재(-1.65%) ▲화학(-0.17%) 등이다.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156.33%) ▲의약품(110.13%) ▲종이목재(52.14%) ▲의료정밀(5.36%) 등이다. 반면 흑자가 깎인 곳은 ▲서비스업(-75.70%) ▲철강금속(-57.97%) ▲유통업(-39.08%) ▲운수장비(-34.00%) ▲통신업(-11.03%) ▲건설업(-5.20%) ▲전기전자(-2.85%) 등이었다.

종합해봤을 때, 매출과 흑자가 모두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과 의약품이다. 나란히 100% 이상 성장했다. 두 업종은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회를 찾아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음식료품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식당을 찾는 발길은 자연스레 줄었다. 반면 모바일·온라인 쇼핑을 통한 음식료품 수요는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그달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11.8%(12조5825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91.8%), 음식서비스(75.8%), 음·식료품(59.4%)에서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유형이 신선식품, 간편식, 배달음식 등으로 고스란히 넘어간 셈이다.

흑자 회사
적자 회사

의약품은 코로나19에 따라 수요가 늘었다. 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점이 작용했다. 또한 제약업체들의 주력제품인 만성질환제가 코로나19와 관련 없이 꾸준한 수요를 보였기 때문이다.

매출과 흑자 모두 감소한 업종은 철강·금속과 유통업이다. 철강금속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깎였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발주 등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것이다.

철강·금속 가격의 하락도 그 연장선에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마저 엿보이면서 철강금속 업계에 먹구름이 낀 형국이다.

유통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시설에 대한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RBSI는 66으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은 긍정적 전망을, 100 미만은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66은 지난 2002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이 줄었지만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종이 목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 다양한 지각변동이 관측되면서 정부 차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구체적 사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을 내세웠다. 모두 코로나19와 접촉 제한에 따른 경제 전반적 변화로 등장한 과제들이다.
 

문 대통령은 “비교적 튼튼했던 기간산업이나 주력 기업들마저 어려움이 가중되며 긴급하게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고용충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그린 뉴딜이 포함되기로 결정됐다. 그린 뉴딜이란 친환경 산업을 형성, 기후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을 위한 고려도 동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비대면 산업 육성에 이목이 쏠린다. 비대면 관련 사업은 IT업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업무는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전반에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시에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비대면 산업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IT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예상외로 별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서도 비대면 업무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업체를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재택근무 중”이라며 “내근을 해야 하는 몇몇 직원 외 나머지 인원은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공공 분야서도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률은 지난 1월에 비해 300∼800% 수직상승했다. PC와 노트북 등을 활용한 영상회의나 자택, 출장지서 원격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도 늘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된다.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선 텍사스A&M대학교 교수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동향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이 멈추면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라며 주요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소개했다.

중국은 2월 초부터 3월 중순 사이 공장 폐쇄로 약 18%, 유럽은 3월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미국은 약 7% 감소가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4%가 하락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교수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지만, 경기회복 후 리바운딩 효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바운딩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중국서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자 대기오염 및 탄소 배출 수치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 선제적 대응 될까
코로나 후 주목받는 신산업은?

특히 보고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에너지전환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부품의 공급사슬이 마비되고, 노동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 달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관련 분야서만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 ⓒ문병희 기자

우리 정부는 신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올해 수소추출시설 구축사업 지원 대상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업계 안팎서도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현대차·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 등은 지난 20일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강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존 경유 화물차를 수소전기 화물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새로 정착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 1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S.H.O.C.K.(쇼크)’를 제시했다. 일시적 변화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키워드 ‘S’는 ‘온라인(Switching On-line)’서 비롯됐다. 오프라인 중심 소비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H’는 ‘홈라이프(Home-life Sourcing)’로 감염병 우려로 인한 외출 자제로 주거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비대면
친환경

‘O’는 ‘건강·위생(On-going Health)’서 가져왔다. 코로나19로 건강과 위생 등에 대한 소비가 확산될 것을 의미한다. ‘C’는 ‘패턴변화(Changing Pattern)’를 뜻한다. 고정돼있던 소비 시간·연령·구매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30세대 중심의 서비스가 4060세대로 확산된 점이 언급됐다. 마지막 ‘K’는 ‘디지털 경험(Knowing Digital)’으로 대면접촉과 외출자제가 요구되면서 생활 속 디지털 경험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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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