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⑥> ‘포스트 코로나’ 바뀌는 재계 판도

변화 없이 생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사회 곳곳에 변화가 감지된다. 규모와 범위는 상당하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한 변환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점쳐진다. ‘포스트 코로나’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 문재인 대통령 ⓒ문병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는 ‘접촉 제한’으로부터 비롯됐다. 코로나19의 폭발적 전염력은 거리두기를 동반했다. 시민과 정부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택하고 권유했다. 그 결과 이전과 상이한 일상이 시작됐다. 예고 없이 다가온 생활 방식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특히 경제 분야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접촉 제한
거리두기

국내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접촉을 기반으로 한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서 최소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접촉한다. 물론 1인 사업장 등 몇몇 예외가 있지만, 국가 경기에 영향을 줄 만한 경제적 요소들은 대부분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빗장을 걸었다. 경제 전반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경제활동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전과 다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한된 접촉은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당기게 했다.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전까지 변화된 생활 패턴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국회를 찾아 “경제 분야는 이전보다 훨씬 큰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법과 제도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예측불허의 질병이 경제 전반을 타격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정착된 생산·유통·소비 방식은 사실상 훼손된 상태다. 기업 상황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기업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상장사 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제힘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분기를 포함해 국내 기업 성적표가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20년 1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592개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0%(8조8328억원)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47.80%(10조1032억원) 내려앉은 11조336억원이었다. 흑자를 낸 기업은 411개사(69.43%)였지만, 181개사(30.57%)가 적자를 봤다. 10개사 중 3개사가 적자를 본 셈이다.

대인 접촉 막히면서 뒤바뀐 생활상
기존 경제·산업구조 전방위적 타격

매출액이 증가한 업종은 ▲의약품(16.62%) ▲음식료품(9.07%) ▲운수장비(6.53%) ▲통신업(3.52%) ▲건설업(3.29%) ▲전기전자(3.22%) ▲기계(1.88%) ▲서비스업(1.47%) 등이다.

감소한 곳은 ▲의료정밀(-12.18%) ▲철강금속(-7.05%) ▲섬유의복(-6.61%) ▲운수창고업(-5.66%) ▲유통업(-4.86%) ▲전기가스업(-4.37%) ▲비금속광물(-1.99%) ▲종이목재(-1.65%) ▲화학(-0.17%) 등이다.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156.33%) ▲의약품(110.13%) ▲종이목재(52.14%) ▲의료정밀(5.36%) 등이다. 반면 흑자가 깎인 곳은 ▲서비스업(-75.70%) ▲철강금속(-57.97%) ▲유통업(-39.08%) ▲운수장비(-34.00%) ▲통신업(-11.03%) ▲건설업(-5.20%) ▲전기전자(-2.85%) 등이었다.

종합해봤을 때, 매출과 흑자가 모두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과 의약품이다. 나란히 100% 이상 성장했다. 두 업종은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회를 찾아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음식료품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식당을 찾는 발길은 자연스레 줄었다. 반면 모바일·온라인 쇼핑을 통한 음식료품 수요는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그달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11.8%(12조5825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91.8%), 음식서비스(75.8%), 음·식료품(59.4%)에서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유형이 신선식품, 간편식, 배달음식 등으로 고스란히 넘어간 셈이다.

흑자 회사
적자 회사

의약품은 코로나19에 따라 수요가 늘었다. 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점이 작용했다. 또한 제약업체들의 주력제품인 만성질환제가 코로나19와 관련 없이 꾸준한 수요를 보였기 때문이다.

매출과 흑자 모두 감소한 업종은 철강·금속과 유통업이다. 철강금속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깎였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발주 등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것이다.

철강·금속 가격의 하락도 그 연장선에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마저 엿보이면서 철강금속 업계에 먹구름이 낀 형국이다.

유통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시설에 대한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RBSI는 66으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은 긍정적 전망을, 100 미만은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66은 지난 2002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이 줄었지만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종이 목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 다양한 지각변동이 관측되면서 정부 차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구체적 사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을 내세웠다. 모두 코로나19와 접촉 제한에 따른 경제 전반적 변화로 등장한 과제들이다.
 

문 대통령은 “비교적 튼튼했던 기간산업이나 주력 기업들마저 어려움이 가중되며 긴급하게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고용충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그린 뉴딜이 포함되기로 결정됐다. 그린 뉴딜이란 친환경 산업을 형성, 기후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을 위한 고려도 동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비대면 산업 육성에 이목이 쏠린다. 비대면 관련 사업은 IT업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업무는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전반에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시에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비대면 산업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IT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예상외로 별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서도 비대면 업무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업체를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재택근무 중”이라며 “내근을 해야 하는 몇몇 직원 외 나머지 인원은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공공 분야서도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률은 지난 1월에 비해 300∼800% 수직상승했다. PC와 노트북 등을 활용한 영상회의나 자택, 출장지서 원격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도 늘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된다.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선 텍사스A&M대학교 교수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동향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이 멈추면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라며 주요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소개했다.

중국은 2월 초부터 3월 중순 사이 공장 폐쇄로 약 18%, 유럽은 3월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미국은 약 7% 감소가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4%가 하락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교수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지만, 경기회복 후 리바운딩 효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바운딩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중국서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자 대기오염 및 탄소 배출 수치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 선제적 대응 될까
코로나 후 주목받는 신산업은?

특히 보고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에너지전환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부품의 공급사슬이 마비되고, 노동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 달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관련 분야서만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 ⓒ문병희 기자

우리 정부는 신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올해 수소추출시설 구축사업 지원 대상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업계 안팎서도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현대차·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 등은 지난 20일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강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존 경유 화물차를 수소전기 화물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새로 정착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 1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S.H.O.C.K.(쇼크)’를 제시했다. 일시적 변화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키워드 ‘S’는 ‘온라인(Switching On-line)’서 비롯됐다. 오프라인 중심 소비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H’는 ‘홈라이프(Home-life Sourcing)’로 감염병 우려로 인한 외출 자제로 주거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비대면
친환경

‘O’는 ‘건강·위생(On-going Health)’서 가져왔다. 코로나19로 건강과 위생 등에 대한 소비가 확산될 것을 의미한다. ‘C’는 ‘패턴변화(Changing Pattern)’를 뜻한다. 고정돼있던 소비 시간·연령·구매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30세대 중심의 서비스가 4060세대로 확산된 점이 언급됐다. 마지막 ‘K’는 ‘디지털 경험(Knowing Digital)’으로 대면접촉과 외출자제가 요구되면서 생활 속 디지털 경험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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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