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⑥> ‘포스트 코로나’ 바뀌는 재계 판도

변화 없이 생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사회 곳곳에 변화가 감지된다. 규모와 범위는 상당하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한 변환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점쳐진다. ‘포스트 코로나’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 문재인 대통령 ⓒ문병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는 ‘접촉 제한’으로부터 비롯됐다. 코로나19의 폭발적 전염력은 거리두기를 동반했다. 시민과 정부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택하고 권유했다. 그 결과 이전과 상이한 일상이 시작됐다. 예고 없이 다가온 생활 방식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특히 경제 분야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접촉 제한
거리두기

국내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접촉을 기반으로 한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서 최소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접촉한다. 물론 1인 사업장 등 몇몇 예외가 있지만, 국가 경기에 영향을 줄 만한 경제적 요소들은 대부분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빗장을 걸었다. 경제 전반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경제활동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전과 다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한된 접촉은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당기게 했다.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전까지 변화된 생활 패턴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국회를 찾아 “경제 분야는 이전보다 훨씬 큰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법과 제도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예측불허의 질병이 경제 전반을 타격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정착된 생산·유통·소비 방식은 사실상 훼손된 상태다. 기업 상황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기업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상장사 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제힘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분기를 포함해 국내 기업 성적표가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20년 1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592개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0%(8조8328억원)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47.80%(10조1032억원) 내려앉은 11조336억원이었다. 흑자를 낸 기업은 411개사(69.43%)였지만, 181개사(30.57%)가 적자를 봤다. 10개사 중 3개사가 적자를 본 셈이다.

대인 접촉 막히면서 뒤바뀐 생활상
기존 경제·산업구조 전방위적 타격

매출액이 증가한 업종은 ▲의약품(16.62%) ▲음식료품(9.07%) ▲운수장비(6.53%) ▲통신업(3.52%) ▲건설업(3.29%) ▲전기전자(3.22%) ▲기계(1.88%) ▲서비스업(1.47%) 등이다.

감소한 곳은 ▲의료정밀(-12.18%) ▲철강금속(-7.05%) ▲섬유의복(-6.61%) ▲운수창고업(-5.66%) ▲유통업(-4.86%) ▲전기가스업(-4.37%) ▲비금속광물(-1.99%) ▲종이목재(-1.65%) ▲화학(-0.17%) 등이다.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156.33%) ▲의약품(110.13%) ▲종이목재(52.14%) ▲의료정밀(5.36%) 등이다. 반면 흑자가 깎인 곳은 ▲서비스업(-75.70%) ▲철강금속(-57.97%) ▲유통업(-39.08%) ▲운수장비(-34.00%) ▲통신업(-11.03%) ▲건설업(-5.20%) ▲전기전자(-2.85%) 등이었다.

종합해봤을 때, 매출과 흑자가 모두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과 의약품이다. 나란히 100% 이상 성장했다. 두 업종은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회를 찾아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음식료품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식당을 찾는 발길은 자연스레 줄었다. 반면 모바일·온라인 쇼핑을 통한 음식료품 수요는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그달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11.8%(12조5825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91.8%), 음식서비스(75.8%), 음·식료품(59.4%)에서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유형이 신선식품, 간편식, 배달음식 등으로 고스란히 넘어간 셈이다.

흑자 회사
적자 회사

의약품은 코로나19에 따라 수요가 늘었다. 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점이 작용했다. 또한 제약업체들의 주력제품인 만성질환제가 코로나19와 관련 없이 꾸준한 수요를 보였기 때문이다.

매출과 흑자 모두 감소한 업종은 철강·금속과 유통업이다. 철강금속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깎였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발주 등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것이다.

철강·금속 가격의 하락도 그 연장선에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마저 엿보이면서 철강금속 업계에 먹구름이 낀 형국이다.

유통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시설에 대한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RBSI는 66으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은 긍정적 전망을, 100 미만은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66은 지난 2002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이 줄었지만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종이 목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 다양한 지각변동이 관측되면서 정부 차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구체적 사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을 내세웠다. 모두 코로나19와 접촉 제한에 따른 경제 전반적 변화로 등장한 과제들이다.
 

문 대통령은 “비교적 튼튼했던 기간산업이나 주력 기업들마저 어려움이 가중되며 긴급하게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고용충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그린 뉴딜이 포함되기로 결정됐다. 그린 뉴딜이란 친환경 산업을 형성, 기후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을 위한 고려도 동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비대면 산업 육성에 이목이 쏠린다. 비대면 관련 사업은 IT업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업무는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전반에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시에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비대면 산업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IT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예상외로 별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서도 비대면 업무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업체를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재택근무 중”이라며 “내근을 해야 하는 몇몇 직원 외 나머지 인원은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공공 분야서도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률은 지난 1월에 비해 300∼800% 수직상승했다. PC와 노트북 등을 활용한 영상회의나 자택, 출장지서 원격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도 늘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된다.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선 텍사스A&M대학교 교수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동향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이 멈추면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라며 주요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소개했다.

중국은 2월 초부터 3월 중순 사이 공장 폐쇄로 약 18%, 유럽은 3월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미국은 약 7% 감소가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4%가 하락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교수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지만, 경기회복 후 리바운딩 효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바운딩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중국서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자 대기오염 및 탄소 배출 수치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 선제적 대응 될까
코로나 후 주목받는 신산업은?

특히 보고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에너지전환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부품의 공급사슬이 마비되고, 노동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 달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관련 분야서만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 ⓒ문병희 기자

우리 정부는 신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올해 수소추출시설 구축사업 지원 대상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업계 안팎서도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현대차·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 등은 지난 20일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강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존 경유 화물차를 수소전기 화물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새로 정착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 1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S.H.O.C.K.(쇼크)’를 제시했다. 일시적 변화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키워드 ‘S’는 ‘온라인(Switching On-line)’서 비롯됐다. 오프라인 중심 소비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H’는 ‘홈라이프(Home-life Sourcing)’로 감염병 우려로 인한 외출 자제로 주거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비대면
친환경

‘O’는 ‘건강·위생(On-going Health)’서 가져왔다. 코로나19로 건강과 위생 등에 대한 소비가 확산될 것을 의미한다. ‘C’는 ‘패턴변화(Changing Pattern)’를 뜻한다. 고정돼있던 소비 시간·연령·구매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30세대 중심의 서비스가 4060세대로 확산된 점이 언급됐다. 마지막 ‘K’는 ‘디지털 경험(Knowing Digital)’으로 대면접촉과 외출자제가 요구되면서 생활 속 디지털 경험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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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