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계 이낙연 ‘책사그룹’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37:44
  • 호수 12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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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 드림팀 뭉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거대 잠룡이 꿈틀댄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NY계’(친 이낙연계) 세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이 위원장 당권·대권의 주요 변수인 NY계를 해부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일에는 총선 낙선인들과, 15일에는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은 당선인들, 18일에는 광주·전남 당선인 14명과 만찬을 가졌다. 21일에는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인 시민당서 일정 취소를 알려와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시민당과 지난 20일에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이낙연계
세 확장

이 위원장 측은 잇단 ‘식사’의 목적이 지난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고 말한다. 순수하게 당선인은 축하하고 낙선인은 위로하는 자리라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광주·전남 당선인들과의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당대회(이하 전대) 얘기나 특정인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전대 얘기를)안 꺼냈고 누구도 꺼낸 적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의도 생각은 다르다. 이 위원장이 ‘NY계’ 세 확장을 위해 잇단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총선 전 38명의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맡았으며, 그중 22명이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이들 당선인·낙선인이 NY계로 합류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NY계는 크게 다섯 그룹으로 나뉜다. ▲전남도그룹 ▲총리실그룹 ▲구NY계 ▲신NY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신NY계는 ▲재선그룹 ▲초선그룹으로 구분된다.

‘전남도그룹’은 이 위원장이 과거 전남도지사를 역임했을 당시 만들어진 측근그룹이다. 이들은 이 위원장이 전남도정을 살필 때 지근거리서 이 위원장을 보좌했다. 

최충규 전 전남도청 도민소통실 실장이 전남도그룹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의원실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이 위원장을 보필했다. 21대 총선에선 이 위원장 캠프서 선거사무를 총괄했다. 이 위원장이 종로서 당선된 후에는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의 사무국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잇따른 ‘식사정치’ 다음은?
전남도·총리실 측근이 주축

이경호 전 전남도청 정무특보도 전남도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던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위원장 캠프에 들어가 조직과 일정 등을 총괄했다.

‘총리실그룹’과 전남도그룹 사이에는 교집합이 상당하다. 모두 이 위원장을 오랜 기간 곁에서 보좌한 사람들이다. 전남도청서 근무했던 이 위원장의 측근들은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임명되자 대거 총리실로 옮겨갔다. 

총리실그룹으로 꼽히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역시 이에 해당한다. 앞서 그는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총리실 민정실장을 거쳐 21대 총선서 공동선대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선 전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게 이해찬 대표와 함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을 제안했고, 이 위원장은 이를 수락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와 투톱을 이뤄 전국 선거를 이끌었고,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달성했다.

남 전 실장은 김근태계로 분류된다. 이에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치적 동지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을 규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실장은 현재 이 위원장이 맡고 있는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운영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노창훈 전 국무총리실 정무과장 역시 앞서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서 근무한 바 있다. 이후 21대 총선서 이 위원장 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았고, 당선인인 이 위원장의 보좌관으로 갈 예정이다.

측근부터
신입까지

양재원 전 국무총리실 민정팀장은 이낙연 의원실 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21대 총선 과정서 이 위원장 캠프 부대변인 겸 민주당 중앙당 상근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양 전 팀장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서 일하고 있다.

앞서 양 전 팀장은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책에서 그는 ‘NY(이낙연)의 정치 인생 곁에 늘 함께해온 보좌관 최충규, 총리의 길이 늘 바른 곳이길 바라며 헌신해온 남평오, 길을 가르쳐주고 손을 잡아주는 든든한 형님 이경호,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동지 노창훈, 김대경을 비롯해,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희망찬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보좌진 여러분께 이 글을 바친다’고 전했다. 

국무총리실서 연설팀장이었던 이영옥 전 팀장도 이번 선거서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총괄했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서도 메시지 담당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어록으로 본 이낙연>의 저자인 이제이 전 국무총리실 연설비서관은 이 위원장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할 예정이다. 성공회대 외래교수이자 방송작가 출신인 그는 국무총리실서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2년7개월간 맡은 바 있다. 의원실서도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NY계’는 원내서 활동했던 기존 현역 국회의원들을 지칭한다. 민주당 이개호, 설훈, 오영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중진인 이들은 이 위원장이 정치권으로부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 가운데도 NY계를 지켜온 버팀목이다. 세 명의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서 모두 당선됐다. 
 

▲ 남평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들은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 국가적 어려움을 놓고 볼 때 강력하고 질서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중에 하나인 이 위원장 같은 분들이 당을 추스르고 이끌어주시면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탄탄해진
보좌라인

‘신NY계’는 이 위원장이 21대 총선서 후원회장을 맡았던 사람들을 통틀어 지칭한다. 신NY계는 ‘재선그룹’과 ‘초선그룹’으로 나뉜다.

재선그룹은 강훈식·김병욱·백혜련·김한정·고용진·정춘숙 의원 등이다. 이들은 21대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그룹에는 김용민·김주영·문진석·소병철·이소영·이탄희·허종식 당선인 등이 꼽힌다. 

다만, 정치권 안팎서 신NY계로 분류하는 초재선 당선인들은 대체로 계파 정치를 경계하는 성향이 강해, 21대 국회서 실제 신NY계로 활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정치권이 NY계 세력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 때문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종료된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차기 전대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잠룡인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 주변서 출마 권유가 있었다. 지난 15일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초재선 당선인들과의 오찬서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는 신NY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물론 이 위원장 측근인 남 전 실장도 자리했다.

이 위원장이 먼저 참석자들에게 “전대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찬이 끝난 후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전대 출마와 관련해 “유불리의 프레임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를 중요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으며, 참석자 중 한 명인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기자들에게 참석자들 중 전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다섯 그룹’ 합심?
집중 견제 우려도

당시 자리서 고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대권 도전한 분 중 당권을 안 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엔 없었다”며 “잘못하면 피해 간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유는 임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대선 1년 전부터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열린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즉 이 위원장이 당권을 잡더라도 2021년 3월 이전에는 대표직서 내려와야 한다.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인 셈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점, 당권 도전 과정에서의 잡음 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전대는 총선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지난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은 전대 레이스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전제로 민주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각변동
일어나나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명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9일 “이 위원장이 출마하면 나는 불출마한다는 입장”이라며 “180석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당권 경쟁이 격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다른 대권 주자들도 있고, 같이 대결하는 구도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대발표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27일 열리는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 이후 이 위원장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싱크탱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싱크탱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남지사·국무총리로 재임했을 당시 주말에 개인적으로 해왔던 공부모임을 확대·개편, 싱크탱크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싱크탱크가 2년 뒤 열릴 대선을 위한 정책연구소 역할을 할 것이라 분석한다. 경제·외교·안보·사회·교육 등 각계 전문가 100여명 정도가 싱크탱크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문가의 참여도 예상된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미 공부를 해 왔고, 앞으로도 공부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드는 건 필요하다”라며 “나 개인의 기구”라고 설명했다.

향후 싱크탱크는 이 위원장이 내놓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대 잠룡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을 남겨두고 싱크탱크를 발족, 대권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위원장의 싱크탱크를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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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