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계 이낙연 ‘책사그룹’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37:44
  • 호수 12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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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 드림팀 뭉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거대 잠룡이 꿈틀댄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NY계’(친 이낙연계) 세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이 위원장 당권·대권의 주요 변수인 NY계를 해부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일에는 총선 낙선인들과, 15일에는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은 당선인들, 18일에는 광주·전남 당선인 14명과 만찬을 가졌다. 21일에는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인 시민당서 일정 취소를 알려와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시민당과 지난 20일에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이낙연계
세 확장

이 위원장 측은 잇단 ‘식사’의 목적이 지난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고 말한다. 순수하게 당선인은 축하하고 낙선인은 위로하는 자리라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광주·전남 당선인들과의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당대회(이하 전대) 얘기나 특정인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전대 얘기를)안 꺼냈고 누구도 꺼낸 적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의도 생각은 다르다. 이 위원장이 ‘NY계’ 세 확장을 위해 잇단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총선 전 38명의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맡았으며, 그중 22명이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이들 당선인·낙선인이 NY계로 합류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NY계는 크게 다섯 그룹으로 나뉜다. ▲전남도그룹 ▲총리실그룹 ▲구NY계 ▲신NY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신NY계는 ▲재선그룹 ▲초선그룹으로 구분된다.

‘전남도그룹’은 이 위원장이 과거 전남도지사를 역임했을 당시 만들어진 측근그룹이다. 이들은 이 위원장이 전남도정을 살필 때 지근거리서 이 위원장을 보좌했다. 

최충규 전 전남도청 도민소통실 실장이 전남도그룹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의원실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이 위원장을 보필했다. 21대 총선에선 이 위원장 캠프서 선거사무를 총괄했다. 이 위원장이 종로서 당선된 후에는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의 사무국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잇따른 ‘식사정치’ 다음은?
전남도·총리실 측근이 주축

이경호 전 전남도청 정무특보도 전남도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던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위원장 캠프에 들어가 조직과 일정 등을 총괄했다.

‘총리실그룹’과 전남도그룹 사이에는 교집합이 상당하다. 모두 이 위원장을 오랜 기간 곁에서 보좌한 사람들이다. 전남도청서 근무했던 이 위원장의 측근들은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임명되자 대거 총리실로 옮겨갔다. 

총리실그룹으로 꼽히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역시 이에 해당한다. 앞서 그는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총리실 민정실장을 거쳐 21대 총선서 공동선대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선 전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게 이해찬 대표와 함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을 제안했고, 이 위원장은 이를 수락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와 투톱을 이뤄 전국 선거를 이끌었고,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달성했다.

남 전 실장은 김근태계로 분류된다. 이에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치적 동지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을 규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실장은 현재 이 위원장이 맡고 있는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운영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노창훈 전 국무총리실 정무과장 역시 앞서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서 근무한 바 있다. 이후 21대 총선서 이 위원장 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았고, 당선인인 이 위원장의 보좌관으로 갈 예정이다.

측근부터
신입까지

양재원 전 국무총리실 민정팀장은 이낙연 의원실 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21대 총선 과정서 이 위원장 캠프 부대변인 겸 민주당 중앙당 상근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양 전 팀장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서 일하고 있다.

앞서 양 전 팀장은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책에서 그는 ‘NY(이낙연)의 정치 인생 곁에 늘 함께해온 보좌관 최충규, 총리의 길이 늘 바른 곳이길 바라며 헌신해온 남평오, 길을 가르쳐주고 손을 잡아주는 든든한 형님 이경호,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동지 노창훈, 김대경을 비롯해,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희망찬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보좌진 여러분께 이 글을 바친다’고 전했다. 

국무총리실서 연설팀장이었던 이영옥 전 팀장도 이번 선거서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총괄했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서도 메시지 담당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어록으로 본 이낙연>의 저자인 이제이 전 국무총리실 연설비서관은 이 위원장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할 예정이다. 성공회대 외래교수이자 방송작가 출신인 그는 국무총리실서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2년7개월간 맡은 바 있다. 의원실서도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NY계’는 원내서 활동했던 기존 현역 국회의원들을 지칭한다. 민주당 이개호, 설훈, 오영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중진인 이들은 이 위원장이 정치권으로부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 가운데도 NY계를 지켜온 버팀목이다. 세 명의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서 모두 당선됐다. 
 

▲ 남평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들은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 국가적 어려움을 놓고 볼 때 강력하고 질서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중에 하나인 이 위원장 같은 분들이 당을 추스르고 이끌어주시면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탄탄해진
보좌라인


‘신NY계’는 이 위원장이 21대 총선서 후원회장을 맡았던 사람들을 통틀어 지칭한다. 신NY계는 ‘재선그룹’과 ‘초선그룹’으로 나뉜다.

재선그룹은 강훈식·김병욱·백혜련·김한정·고용진·정춘숙 의원 등이다. 이들은 21대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그룹에는 김용민·김주영·문진석·소병철·이소영·이탄희·허종식 당선인 등이 꼽힌다. 

다만, 정치권 안팎서 신NY계로 분류하는 초재선 당선인들은 대체로 계파 정치를 경계하는 성향이 강해, 21대 국회서 실제 신NY계로 활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정치권이 NY계 세력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 때문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종료된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차기 전대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잠룡인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 주변서 출마 권유가 있었다. 지난 15일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초재선 당선인들과의 오찬서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는 신NY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물론 이 위원장 측근인 남 전 실장도 자리했다.

이 위원장이 먼저 참석자들에게 “전대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찬이 끝난 후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전대 출마와 관련해 “유불리의 프레임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를 중요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으며, 참석자 중 한 명인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기자들에게 참석자들 중 전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다섯 그룹’ 합심?
집중 견제 우려도

당시 자리서 고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대권 도전한 분 중 당권을 안 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엔 없었다”며 “잘못하면 피해 간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유는 임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대선 1년 전부터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열린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즉 이 위원장이 당권을 잡더라도 2021년 3월 이전에는 대표직서 내려와야 한다.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인 셈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점, 당권 도전 과정에서의 잡음 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전대는 총선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지난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은 전대 레이스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전제로 민주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각변동
일어나나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명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9일 “이 위원장이 출마하면 나는 불출마한다는 입장”이라며 “180석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당권 경쟁이 격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다른 대권 주자들도 있고, 같이 대결하는 구도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대발표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27일 열리는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 이후 이 위원장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싱크탱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싱크탱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남지사·국무총리로 재임했을 당시 주말에 개인적으로 해왔던 공부모임을 확대·개편, 싱크탱크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싱크탱크가 2년 뒤 열릴 대선을 위한 정책연구소 역할을 할 것이라 분석한다. 경제·외교·안보·사회·교육 등 각계 전문가 100여명 정도가 싱크탱크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문가의 참여도 예상된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미 공부를 해 왔고, 앞으로도 공부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드는 건 필요하다”라며 “나 개인의 기구”라고 설명했다.

향후 싱크탱크는 이 위원장이 내놓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대 잠룡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을 남겨두고 싱크탱크를 발족, 대권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위원장의 싱크탱크를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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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