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지기’ 경찰관 친구 살인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36:04
  • 호수 12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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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스트레스 때문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1년 지기 친구 간에 끔찍한 살해 사건이 벌어졌다. 가벼운 몸싸움서 시작해 무자비한 폭행에 이은 살인으로 이어졌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실화탐사대 ⓒ유튜브 캡처

승무원이었던 김모(29)씨는 경찰관 친구 A씨에게 힘든 일을 토로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20일, 자신이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11년 지기

어떤 혐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에 이른다. 그는 처벌을 받을 경우 미국 비자 등을 받을 수 없어 항공사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이에 따른 실직 스트레스로 인해 불기소처분이 내리기 전까지 그는 평소 즐겨 마시던 술도 3개월간 끊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당시 김씨가 불기소처분을 받기까지 경찰로서 수시로 조언을 해줬고, 두 사람은 김씨가 불기소된 후인 지난해 12월13일 술자리 약속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20분부터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주점서 소주 4병을 마신 뒤 자리를 옮긴 2차 자리서 소주 2병과 맥주 1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3차는 강서구로 자리를 옮겨 700㎖ 위스키 2분의 1가량과 칵테일 60㎖ 1잔을 나눠 마셨다고 한다.


둘의 실랑이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졸고 있던 A씨에게 “술에 취했으니 그만 가자”며 주점서 나왔다. 김씨는 당초 약속했던대로 자신의 집으로 A씨를 데려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으나 A씨가 택시 타기를 거부했다.

김씨는 A씨를 억지로 택시에 태워 자신의 거주지 인근으로 이동했지만, A씨는 김씨의 집으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 이 과정서 실랑이는 계속됐으며 집에 도착해서도 A씨는 김씨 집에서 자지 않으려고 했다.

김씨는 이전에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바닥에 누운 A씨 위에 올라타는 식으로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A씨가 빠져나가려고 하자 거친 몸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그러자 김씨는 A씨와 나눈 말다툼으로 인해 쌓였던 분노, 경찰 조사를 받았던 과정서 누적된 스트레스, 내면에 숨겨온 폭력적인 성향 등이 폭발하며, 결국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씨 얼굴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내리쳤고, A씨가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려고 하자 다시 안면부를 가격했다. 저항능력을 상실한 A씨 머리를 붙잡고 방바닥에 얼굴을 수차례 내리찍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A씨 머리서 흐른 혈액이 김씨 몸과 방 벽면에 비산될 정도로 A씨를 추가 가격한 후 자신의 몸만 닦고 방치했다. 결국 A씨는 ‘머리덮개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및 얼굴 손상에 따른 기도 막힘 질식’으로 사망했다.

집에서 실랑이 중 다투다 우발적
계획적인 범행? 무기징역 선고

사건 당일 김씨는 “남성이 죽은 상태로 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확인해 최초 신고자인 김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건 당일 비번이었던 경찰관인 A씨에게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 뒤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봤다. 김씨는 경찰 조사서 심신 미약을 주장하며 범행에 대해선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17일 ‘11년 지기 절친에게 살해된 경찰관 사건의 명백한 진상 규명 및 엄중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A씨의 아내라고 소개를 시작한 청원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청원인은 “둘은 대학교 시절부터 11년 지기 단짝 친구였다. 1년 전 저희들의 결혼식 사회를 부탁할 만큼 남편과 친한 사이였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12월13일 남편은 피의자와의 저녁 약속으로 오후 6시30분경 집을 나섰고 그후 오후 11시경 남편의 전화가 와,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피의자와 통화를 했다”며 “김씨로부터 오늘 술 좀 마시고 집에서 재우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늦게까지 술을 마신 후라 먼 집보다는 가까운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돼 아무런 의심 없이 남편의 첫 외박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바라는 것은 남편의 죽음이 한 치의 억울함 없이 철저하게 수사돼야 할 것이며, 음주로 인해 감형되는 일이 발생해 피해자와 유가족이 두 번 살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잔인한 범죄에 대한 합당한 형벌로써 이 사회가 공정한 법의 집행과 정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께 증명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청원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심리로 열린 김씨의 살인 혐의 결심공판서 검찰은 재판부에 무기징역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은 구형 의견을 통해 “무엇보다도 범행이 살인이고,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가장 나쁜 죄질”이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상당히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려졌고, (결혼식)사회를 봐줄 정도의 사이인데 범행 방법이나 상황 등은 어떤 원한관계의 살인보다 처참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어머니는 피해자가 돌연사했다고 생각하고 피고인에게 ‘친구인 네가 얼마나 놀랐겠느냐’고 말할 정도의 사이였다”며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배신감이 처참한 만큼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서 “두 사람은 그날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고 만취상태였다”며 “피고인이 절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기억을 못하거나 숨기는 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평생 빌겠다”

이어 “수사 초기부터 (피고인이)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친한 친구를 흥겨운 술자리 끝에 고의로 살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며 “범행 당시 술자리 등 여러 가지를 볼 때 원인미상의 싸움 도중 상대방을 제압하다가 폭행이 발생한 것이고, 고의로 살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서 “(피해자의)부모님께서 친아들처럼 대해주셨다. 평생 참회하고 빌며 살겠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0년 지기 살해 재판 결과는?

대구고등법원 형사1부는 지난 21일 함께 술 마시던 친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1심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6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자신을 폭행하는 것에 격분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1심의 선고 형량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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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