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래퍼서 배우로 ‘멋진 언니’ 치타

“랩과 다른 표현법을 배웠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랩 하나만으로 무대를 뒤집어놓는 래퍼 치타(김은영)가 본명을 내세워 배우로 데뷔한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서다. 아무런 연기 경험 없는 그가 주인공이자 극의 화자 역할을 맡았다. 지난 18일 베일을 벗은 이 영화서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임이 없었던 치타의 배우 입문기를 들어봤다. 
 

▲ ▲ 가수서 배우로 변신한 래퍼 치타 ⓒ고성준 기자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 우승자인 치타는 폭발력 있는 카리스마로 대중에 각인됐다. 대중은 물론 동료 래퍼들 사이서도 ‘멋진 언니’고, 10대 소녀들에게는 워너비로 꼽힌다. M.net <프로듀스 101>에서는 랩 트레이너로서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으며, 유튜브 ‘쎈 마이웨이’에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무대면 무대, 예능이면 예능 어디서든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전

이미 자신의 위치서 제일 높은 곳에 오른 치타. 그는 이제 영화계라는 새로운 영역서 신인 배우로 시작점에 서 있다. 신작 <초미의 관심사>가 그 데뷔작이다. 돈을 갖고 잠적한 막내딸을 찾기 위해 정반대 성격을 가진 엄마(조민수 분)와 하루 동안 함께하는 순덕을 연기한다. 

순덕은 아버지 없는 가정서 자라나 남자에게 정신 팔린 엄마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혼자 나와 살며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사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냉소적이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다. 직업은 재즈 가수, 래퍼 치타와 매우 닮아있다.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치타였기에 그의 연기력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연기자 치타의 내공은 신인 수준이 아니었다. 현실감 있는 자연스러움은 물론 감정 신에서조차 절제미가 돋보인다. 


<초미의 관심사> 주인공 맡아
스크린 뒤집어놓은 재능 발견

연기자로서도 재능을 드러낸 치타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서 만났다. 이미 수차례 영화를 봤다는 그는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전에 세 번 봤었는데, 계속 울었어요. 언론시사회 때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감격해서 울었는데, 이번에는 작품에 이입하면서 눈물이 난 것 같아요. 여러 사적인 생각과 추억에 젖어서 운 것 같아요.”

래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가 연기라는 생소한 영역에 뛰어드는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을 터. 7∼8년 전 즈음 3개월 정도 연기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는 그였다. 말투를 세련되게 고치려는 의도였지, 연기 준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영화 주인공이라는 놀라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기보다는 낯설더라도 하는 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맨 처음에는 영화 삽입곡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으로 출발했다가, 연기는 어떻겠냐고 물어서 자신 있게 하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쉽게 결정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그 때부터 부담감이 확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극중 순덕은 재즈 가수로 활동 할 땐 블루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인기도 꽤 많다. 이태원 주위서 콘서트도 한다. 어느정도 입지를 갖춘 재즈가수다 보니, 랩보다 노래를 더 많이 한다. 영화서 여러  곡을 부른다. 생소하기도 한 이 장면은 <초미의 관심사>의 미덕 중 하나다.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제게 시사하는 바가 커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어요. 되돌아보면 김은영이라는 사람은 도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험난한 곳에 몰아넣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래퍼 치타로 무대를 만들 때도 꽤 도전적인 걸 해왔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도 도전이었고, 재밌었어요.”
 

▲ ▲ 래퍼 치타 ⓒ트리플픽쳐스

치타가 먼저 주인공으로 결정되고, 조민수가 이어 캐스팅됐으며, 이후 남연우 감독이 연출가로 뽑혔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치타는 남연우 감독에게 의지하고자 했다. 남 감독은 “시나리오를 많이 읽으라”는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남 감독님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보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순덕이 무슨 생각과 마음을 가졌는지 분석하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는데, 이런 게 준비하는 과정이구나 싶었죠. 다른 표현법 혹은 언어를 배운 기분이에요. 연기를 통해서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무대서의 치타와 스크린서의 치타는 비슷한 듯 다르다. 강하고 센 이미지는 유지되지만, 폭발력과 절제라는 큰 차이가 있다. 치타는 공을 스태프에게 돌렸다. 

망설임 없이 스크린 입문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기

가수 활동할 때는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를 하면서 ‘내가 혼자 한 게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반면 영화는 규모가 더 크고 혼자서 하는 게 많지 않아요. 많은 분 덕분에 제가 예쁘고 멋있게 나온 것 같아요.” 

<초미의 관심사>는 치타의 일상도 바꿔 놨다. 치타는 남 감독과 공개 연애 중이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설렘이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풋풋한 연애는 많은 사람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했다. 서로 간에 가식없는 진실된 모습은 온라인서 크게 화제가 됐다. 

“영화 때문에 만났는데, 보면 볼수록 차오르는 감정이 억눌러지지 않았어요. 스스로에게 ‘너 좋아하지 마. 프로답지 못해’라면서 최면도 걸었는데, 결국 드러난 것 같아요. 언젠가 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을 한 병밖에 안 마셨는데도 엄청 취했어요. 그리고 그날 감독님이 데려다 주시다가 ‘내일 영화 볼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이어졌죠.”

언제나 카리스마로 무장한 치타는 연애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홍조를 띤 다소곳한 여인으로 변했다. “남자친구는 멋있고요. 감독님일 때는 더 멋있어요”라며 미소를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자기 생각을 가사 또는 이야기로 정리해왔던 치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있는 편견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 ▲ 가수서 배우로 거듭난 치타 ⓒ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편견이 속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세련되게 표현한 작품이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흑인, 온 몸에 타투를 한 미혼모, 성실한 고깃집 사장이었던 트렌스젠더, 깡패 출신의 경찰 등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대거 나온다. 영화 속 이들을 향한 시선은 우리네 옆집 사람들을 대하듯 자연스럽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 자신은 과연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 영화서 이야기하는 바가 편견 속에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보통의 사람들처럼 대하자는 건데, 과연 나는 그런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배우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시간이 없잖아요. 우리가 언제 하늘로 갈지 모르는데, 후회 없이 살아야죠.”

편견


‘언제 하늘로 갈지 모른다’는 말이 불과 31세인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17세의 나이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이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의 영향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어요. 그래서 더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또 이번 연기를 통해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연기로서 많은 표현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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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