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래퍼서 배우로 ‘멋진 언니’ 치타

“랩과 다른 표현법을 배웠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랩 하나만으로 무대를 뒤집어놓는 래퍼 치타(김은영)가 본명을 내세워 배우로 데뷔한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서다. 아무런 연기 경험 없는 그가 주인공이자 극의 화자 역할을 맡았다. 지난 18일 베일을 벗은 이 영화서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임이 없었던 치타의 배우 입문기를 들어봤다. 
 

▲ ▲ 가수서 배우로 변신한 래퍼 치타 ⓒ고성준 기자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 우승자인 치타는 폭발력 있는 카리스마로 대중에 각인됐다. 대중은 물론 동료 래퍼들 사이서도 ‘멋진 언니’고, 10대 소녀들에게는 워너비로 꼽힌다. M.net <프로듀스 101>에서는 랩 트레이너로서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으며, 유튜브 ‘쎈 마이웨이’에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무대면 무대, 예능이면 예능 어디서든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전

이미 자신의 위치서 제일 높은 곳에 오른 치타. 그는 이제 영화계라는 새로운 영역서 신인 배우로 시작점에 서 있다. 신작 <초미의 관심사>가 그 데뷔작이다. 돈을 갖고 잠적한 막내딸을 찾기 위해 정반대 성격을 가진 엄마(조민수 분)와 하루 동안 함께하는 순덕을 연기한다. 

순덕은 아버지 없는 가정서 자라나 남자에게 정신 팔린 엄마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혼자 나와 살며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사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냉소적이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다. 직업은 재즈 가수, 래퍼 치타와 매우 닮아있다.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치타였기에 그의 연기력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연기자 치타의 내공은 신인 수준이 아니었다. 현실감 있는 자연스러움은 물론 감정 신에서조차 절제미가 돋보인다. 


<초미의 관심사> 주인공 맡아
스크린 뒤집어놓은 재능 발견

연기자로서도 재능을 드러낸 치타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서 만났다. 이미 수차례 영화를 봤다는 그는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전에 세 번 봤었는데, 계속 울었어요. 언론시사회 때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감격해서 울었는데, 이번에는 작품에 이입하면서 눈물이 난 것 같아요. 여러 사적인 생각과 추억에 젖어서 운 것 같아요.”

래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가 연기라는 생소한 영역에 뛰어드는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을 터. 7∼8년 전 즈음 3개월 정도 연기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는 그였다. 말투를 세련되게 고치려는 의도였지, 연기 준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영화 주인공이라는 놀라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기보다는 낯설더라도 하는 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맨 처음에는 영화 삽입곡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으로 출발했다가, 연기는 어떻겠냐고 물어서 자신 있게 하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쉽게 결정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그 때부터 부담감이 확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극중 순덕은 재즈 가수로 활동 할 땐 블루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인기도 꽤 많다. 이태원 주위서 콘서트도 한다. 어느정도 입지를 갖춘 재즈가수다 보니, 랩보다 노래를 더 많이 한다. 영화서 여러  곡을 부른다. 생소하기도 한 이 장면은 <초미의 관심사>의 미덕 중 하나다.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제게 시사하는 바가 커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어요. 되돌아보면 김은영이라는 사람은 도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험난한 곳에 몰아넣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래퍼 치타로 무대를 만들 때도 꽤 도전적인 걸 해왔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도 도전이었고, 재밌었어요.”
 

▲ ▲ 래퍼 치타 ⓒ트리플픽쳐스

치타가 먼저 주인공으로 결정되고, 조민수가 이어 캐스팅됐으며, 이후 남연우 감독이 연출가로 뽑혔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치타는 남연우 감독에게 의지하고자 했다. 남 감독은 “시나리오를 많이 읽으라”는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남 감독님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보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순덕이 무슨 생각과 마음을 가졌는지 분석하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는데, 이런 게 준비하는 과정이구나 싶었죠. 다른 표현법 혹은 언어를 배운 기분이에요. 연기를 통해서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무대서의 치타와 스크린서의 치타는 비슷한 듯 다르다. 강하고 센 이미지는 유지되지만, 폭발력과 절제라는 큰 차이가 있다. 치타는 공을 스태프에게 돌렸다. 

망설임 없이 스크린 입문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기

가수 활동할 때는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를 하면서 ‘내가 혼자 한 게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반면 영화는 규모가 더 크고 혼자서 하는 게 많지 않아요. 많은 분 덕분에 제가 예쁘고 멋있게 나온 것 같아요.” 

<초미의 관심사>는 치타의 일상도 바꿔 놨다. 치타는 남 감독과 공개 연애 중이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설렘이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풋풋한 연애는 많은 사람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했다. 서로 간에 가식없는 진실된 모습은 온라인서 크게 화제가 됐다. 

“영화 때문에 만났는데, 보면 볼수록 차오르는 감정이 억눌러지지 않았어요. 스스로에게 ‘너 좋아하지 마. 프로답지 못해’라면서 최면도 걸었는데, 결국 드러난 것 같아요. 언젠가 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을 한 병밖에 안 마셨는데도 엄청 취했어요. 그리고 그날 감독님이 데려다 주시다가 ‘내일 영화 볼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이어졌죠.”

언제나 카리스마로 무장한 치타는 연애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홍조를 띤 다소곳한 여인으로 변했다. “남자친구는 멋있고요. 감독님일 때는 더 멋있어요”라며 미소를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자기 생각을 가사 또는 이야기로 정리해왔던 치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있는 편견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 ▲ 가수서 배우로 거듭난 치타 ⓒ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편견이 속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세련되게 표현한 작품이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흑인, 온 몸에 타투를 한 미혼모, 성실한 고깃집 사장이었던 트렌스젠더, 깡패 출신의 경찰 등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대거 나온다. 영화 속 이들을 향한 시선은 우리네 옆집 사람들을 대하듯 자연스럽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 자신은 과연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 영화서 이야기하는 바가 편견 속에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보통의 사람들처럼 대하자는 건데, 과연 나는 그런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배우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시간이 없잖아요. 우리가 언제 하늘로 갈지 모르는데, 후회 없이 살아야죠.”

편견


‘언제 하늘로 갈지 모른다’는 말이 불과 31세인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17세의 나이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이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의 영향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어요. 그래서 더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또 이번 연기를 통해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연기로서 많은 표현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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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