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LG화학 인도 참사 전말

어린이까지…흙바닥에 픽픽 쓰러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LG화학 인도공장서 발생한 유독가스 유출 사고로 10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LG화학은 노국래 부사장을 단장으로 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고 당시 담당자 부재 사실과 환경 규정 위반 의혹으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세계 역사상 가장 참혹한 환경 및 산업재해사고로 기록된 보팔 참사와 비교하기도 했다.
 

▲ LG화학 사고 현장

LG화학 인도공장서 지난 7일, 유독가스 유출 사고로 적어도 11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CNN과 AP 통신, NDTV,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30분께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서 유독가스인 스티렌(Styrene)이 누출되면서 지금까지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소 11명 사망
1000여명 부상

사망자 대부분은 사고 당시 현장 주변서 운전 중이었거나 집 테라스에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일부는 잠을 자다가 그대로 숨을 거뒀다. 또 1000여명에 이르는 인원이 유독가스에 노출돼 부상을 당했고, 이중 20∼25명은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매체는 전했다.

안드라프라데시주 재난긴급대응팀 칸나 바부 팀장은 최소한 285명이 가스중독으로 비샤카파트남 전역의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밝혔다. 공장 인근 마을들에 거주하는 1만명의 주민 가운데 약 5000명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비샤카파트남 지구 고위관리 테지 바라트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곳곳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으며 1000명 정도를 즉각 분산시키고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고팔라파트남 경찰은 수백명을 구급차와 순찰차, 관용버스에 태워 현장을 벗어나게 도왔고 상당수 주민은 제 발로 탈출했다고 현지 경찰 라마나야가 말했다.

800명에 달하는 부상자는 눈이 타는 듯한 고통을 호소했으며 호흡 곤란, 발진, 구토, 의식불명 등의 증상을 보였다. 누출 가스 영향은 반경 1.5㎞ 이내였지만, 냄새 등은 3㎞ 5개 마을까지 퍼졌다. 병원으로 이송됐던 피해자 일부는 퇴원했다.

현지 당국 관계자는 “LG폴리머스 공장서 합성 화학물질인 스티렌이 유출됐다”며 “화재가 발생한 뒤 가스가 누출됐고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LG폴리머스 공장 내 화학물질을 담은 탱크서 가스가 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계자는 “탱크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고 기화하면서 가스가 샜다”고 밝혔다. 인디아투데이는 “2000t 용량의 탱크서 가스가 누출됐고, 3000t짜리 탱크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독가스 유출 1000여명 사상자 발생
책임자 부재 의혹…근무자 절반 계약직

재난긴급대응팀은 가스누출을 최소한도로 막으면서 사고를 수습했으며 “전반적으로 상황이 진압됐고 이제는 복구와 부상자를 치료하는 수순”이라고 발표했다. 인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25일부터 전국 봉쇄령을 내려 다행히 공장 내부에서 근무 중인 인원은 거의 없었다.


지난 4일부터 봉쇄 조치를 완화함에 따라 공장의 조업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인근 상점과 제조업 등 일부 경제활동은 재개된 상태다.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LG화학은 “현지 주민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주민과 임직원의 보호를 위해 최대한 필요한 조치를 관계기관과 협조해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당국과 LG화학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즉각적으로 가스누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당국은 공장이 정상 가동을 위해 정기보수와 점검 작업 동안 가스가 새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은 저장탱크서 화학물질이 유독가스로 기화해 누출되는 것을 발견하고 화학물질 중화에 나서는 한편 1시간 만에 공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서 유출 가스가 퍼져 나가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 당국은 오전 3시30분께야 신고전화를 받았고 긴급대응팀이 출동 명령을 받은 것이 5시30분,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6시라고 밝혔다.

더욱이 유출 가스의 냄새가 독해 진입하는데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사이 유독가스는 공장 굴뚝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 바람을 타고 주위로 퍼졌다.

언론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호흡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빠져나가려고 뛰다가 거리에 쓰러지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중계됐다.

한 목격자는 안개와 같은 가스가 지역을 덮으면서 공황에 빠졌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는 “사람들이 그들의 집에서 호흡 곤란을 겪었고 도망치려고 했다”며 “어둠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지방 관리와 해군 소속 인력은 인근 마을 5곳의 주민을 대피시켰고,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기 중인 구급차에 부상자를 옮기는 등 사고 수습을 도왔다.

한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지역 환경단체, 노동조합, 전문가집단 등이 인도서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일으킨 LG화학에 희생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과 건강영향조사,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에서처럼”
환경단체 성명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는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을 통해 LG화학에 인도서 발생한 사고가 한국서 일어난 것으로 간주해 피해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시아 전역 20여개 국가의 100여개 피해자 단체, 노동조합, 환경 및 노동단체 그리고 의학 및 법학전문가들의 연합체인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이하 피해자네트워크)는 직장과 지역사회 건강과 안전의 개선 및 피해자의 권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피해자네트워크는 LG화학에 “이번 인도공장 가스 유출사건을 한국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인도주민 사상자에 대한 대책과 인도공장 주변지역의 오염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것이 LG가 말해온 글로벌스탠다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이 보팔 참사서 미국기업 유니언카바이드가 남긴 교훈이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영국기업 레킷벤키저가 옥시사태로 남긴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 LG화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또 성명을 통해 “LG화학의 과실로 인한 가스누출 참사의 비극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즉시적이고, 온전한 보상과 생존자들에 대한 치료 및 재활을 요구했다. 

또 재난에 대한 조사와 노출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급성 및 만성 건강영향조사가 지체 없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네트워크는 “현장 폐쇄 조치 후 작업장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현장 실사가 지역사회 및 피해자대표의 참여로 실행돼야 한다.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시스템과 강력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인도 현지의 피해주민들은 유해가스 유출과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이중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 멤버들은 사망한 희생자를 기억하고, 살아 있는 자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네트워크가 언급한 보팔 참사는 1984년 12월3일, 인도 중부지역인 보팔에 위치한 미국 국적의 유니언카바이드 사(현재는 다우케미칼)의 살충제 제조 공장서 유해화학물질인 아이소사이안화메틸이 누출돼 50만명이 노출되고 공식 집계상 2250명이 사망한 사고를 말한다. 

보팔 참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참혹한 환경 및 산업재해사고로 기록된 사고기도 하다. 2006년 제출된 인도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가스 유출로 인해 3만8478명의 경상자와 3900명의 중증장애자를 포함해 모두 55만8125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 

사고 후 미국과 인도서 다수의 민·형사 재판이 이어졌지만 사고를 일으킨 회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희생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고, 사고발생 지역은 오염된 채 방치돼있다.

인도 주정부는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LG화학 측에 사고 원인 물질로 알려진 스티렌을 한국으로 모두 옮기라고 지시했다.

제2의 보팔 참사
스티렌 한국행?

지난 12일 인도 업계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YS 자간모한 레디 안드라프라데시 주총리는 LG화학 계열 LG폴리머스 측에 1만3000t 분량의 스티렌 재고를 한국으로 반송하라고 명령했다.

안드라프라데시 주 당국은 이미 8000t은 한국행 선박에 선적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LG폴리머스 측은 “인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 공장 등에 보관하고 있던 모든 스티렌을 한국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전했다.

화학제품 원료로 쓰이는 고농도 스티렌에 노출되면 신경계가 자극받아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현지 일부 주민은 공장 폐쇄 등을 요구했으며 당국도 환경 규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장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과 현지 일부 언론은 LG폴리머스가 공장의 설비 확장 과정에서 환경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LG폴리머스가 2019년 5월 당국에 신청한 설비 확장 신청 진술서를 토대로 당시 LG폴리머스는 감독관청으로부터 환경 규정과 관련해 유효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도 환경부도 지난 8일,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LG폴리머스 측이 지난 3월 설비 확장 허가 신청을 했는데 승인이 떨어지기 전에 가동에 들어갔다”며 “이는 환경 규정위반”이라고 지적했다.
 

▲ LG화학 본사

이에 대해 LG폴리머스 측은 “2006년 이전부터 설치 허가(CFE), 운영 허가(CFO) 등 환경 관련 인허가를 받은 상태”라며 “가디언 등에서 제기한 환경 규정위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도 정부가 2006년 환경허가(EC)라는 새 규정을 도입했는데 LG폴리머스는 EC 취득 대상 회사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인도 중앙정부의 확실한 판단을 받기 위해 자진 신고 신청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출 사고 당시 관리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현지 조사단의 발언도 나왔다. 또 현장 근무자 중 절반이 권한이 없는 계약직이라는 증언이 제기되는 등 관리 소홀을 입증하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실상 사고를 사전에 통제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제2 보팔 참사 되지 않도록…”
노국래 부사장 현지로 파견

시바 샹카르 레디 비사카파트남 감찰관은 13일(현지시각) 인도 매체 <인디안 익스프레스(IE)>와의 인터뷰서 “공장을 안전하게 재가동할 책임은 찬드라 모한 라오 LG폴리머스 매니저 겸 운영국장에게 있었으나 사고 발생한 6일 밤부터 7일 새벽까지 그는 공장에 없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사건 발생 당시 공장에는 24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상황 통제가 가능한 상급 관리자는 한 명도 있지 않았다”며 “상급자의 감독 하에서 일해야 하는 엔지니어들이 몇 명 있었으며 근무 인원 중 절반은 계약직 노동자였다”고 덧붙였다.

라지브 쿠마르 미나 비사카푸트남 경찰서장은 “사고 공장 운영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고 IE에 밝혔다. 사고를 조사 중인 전문가 위원회 역시 당시 책임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이 스티렌모노머 유출 관련 사고 초기 보고서(FIR)에서 발생 장소가 LG폴리머스 공장임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 노국래 LG화학 부사장

<IE>가 입수한 FIR에 따르면 사고 발생 5시간여 뒤인 오전 7시 현지 경찰 기록에는 ‘공장서 연기가 나고 나쁜 냄새도 풍기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경찰이 스티렌모노머 유출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회사 이름 역시 보고서에 없었다고 IE는 보도했다.

LG화학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을 단장으로 8명으로 구성된 인도 현장 지원단을 파견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우선 국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고 수습을 계속해서 총괄 지휘한다.

현장 지원단은 공장 안전성 검증과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신속하고 책임 있는 피해복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사고원인 조사와 현장의 재발방지 지원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해 현장 지원단은 생산·환경안전 등 기술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똥
지원단 파견

노국래 지원단장은 피해주민들을 직접 만나 지원 대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국이 제한된 상황이지만 한국과 인도 정부기관, 대사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신속한 입국이 이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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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