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4:20:05
  • 호수 1271호
  • 댓글 0개

악마의 탈 벗겨 보니 멀쩡한 대학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또 악마의 탈을 쓴 인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온라인서 온갖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던 그가 현실에선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의 동창들은 이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텔래그램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성 착취물 동영상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던 악마 조주빈에 이어 ‘갓갓’ 문형욱(24·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의 최초 개설자다. 문씨는 경찰 소환조사 초기부터 “나는 갓갓이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소환조사 당시에도 버티던 그는 ‘마라톤 조사’가 이어진 당일 오후 늦게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세 청년
얼굴 공개

문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된 문형욱의 이름과 나이, 얼굴(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경찰관 3명과 변호사, 대학교수 등 내외부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문씨는 대화명 갓갓으로 활동하면서 텔레그램 내에 N번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24)이 운영한 ‘박사방’ 등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했다.

경찰은 문씨에게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배포, 아동복지법 위반, 형법상 강요·협박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문씨는 경기도 시흥의 한 중학교를 졸업 후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건축학도를 꿈꾼 그는 현재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경대학교(4년제) 이공계열 4학년(2014학번)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며 “그러나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었다”고 신상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10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2018년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내가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2018년 12월 대구 시내 한복판서 만난 여고생 A씨를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 이모씨는 “SNS(소셜미디어)서 만난 한 성명불상자로부터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를 성폭행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성명불상자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모씨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에 본사가 있는 메신저 회사 측에 가입 정보와 접속 기록을 요청했음에도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문씨의 학과 지도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서 “프로젝트나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면담할 때 만났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면서도 “문씨가 속한 팀의 졸업작품을 지도하던 한 달 전쯤 전화가 와서 ‘학교를 갑자기 쉬게 됐다. 사정이 정리되면 나중에 찾아뵙고 설명해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 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 개설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시초 격

이 시점은 경찰이 갓갓 추적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던 시기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려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 관계자도 “문씨가 따로 서류를 통해 휴학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주 대면강의가 시작된 뒤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 확인하려고 했다”며 “휴학 등 신변 조치는 경찰 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학교를 생활을 한 주변 학생들도 문씨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씨의 대학 동기는 “1학년 때는 문씨가 학부 단체활동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튀거나 공부를 잘하는 등의 특징 없이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전공 수업을 함께 들었다는 다른 동기 역시 “대인관계가 정말 무난했다. 그런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현재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문씨의 동기들 중 일부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갓갓’ 문형욱 ⓒ경북지방경찰청

또 학교 관계자 및 주변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문씨는 별도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학생 논문발표대회에 참가했고, 평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긴 하지만 착실했다.

다만 문씨와 같은 학과에 속한 한 학생은 “경찰이 신원을 공개하기 전부터 학교 내에선 암암리에 문형욱이 갓갓이라는 소문이 돌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같은 과에 그런 파렴치범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한경대 측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서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확실히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퇴학은 학칙 내 최고 징계다.

한경대 학칙 학생포상 및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학교에서 징계가 가능하다. 퇴학은 재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평범한 학생
동창들 경악

문씨의 중·고교 동창들에 따르면 문씨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투거나 누군가에게 화 한번 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었다. 초중고 등 학창시절을 모두 경기도서 보낸 문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런 이유로 문씨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갓갓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동창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문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B씨는 “학창시절에는 아무 문제도 없고 교우관계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를 끔찍한 범죄자로 만들었는지 저도 궁금할 따름”이라며 “성인이 된 이후 동네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어두워진 느낌은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문씨는 비행, 일탈행위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고 한다. 친구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반 아이들과도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남들이 하는 만큼 공부도 곧잘 했다. 친구들 눈에 비친 그는 ‘반마다 한 명씩 있는’ 조용하고 소심한 학생이었다.

문씨의 중학교 동창 C씨는 “(문씨는)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친구가 한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심한 면도 있었다”며 “선생님께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던 친구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문씨는 공부에도 힘쓰고 교우관계서도 중학교 때보단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그의 학창 시절은 평범했다는 게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고교 2학년부터 문씨와 같은 반이었다는 D씨는 “공부도 적당히 했던 것 같고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았다”며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함께 하던 그가 갓갓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다른 동창생 E씨는 “그냥 평범한 친구로 기억한다.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이상한 부분도 일절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문씨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텔레그램에 가입해 단체 대화방서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음란물을 공유하면서부터 그의 악마적 본성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텔레그램은 소위 ‘일탈계 운영자’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나체 사진이나 영상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었다. ‘일탈계 운영자’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나체 사진, 음란 행위 등을 공개하며 이를 보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즐기는 이들을 지칭한다.

문씨는 일탈계 운영자들의 신상을 캐고 이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신상을 캐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준비할 것은 두 개의 가상 계정이면 충분했다. 우선 문씨는 일탈계 운영자들에게 ‘제보자’라는 계정으로 접근한다. 이후 ‘당신의 얼굴이 지금 유출됐다. 내가 도와주겠다’며 간단한 신상정보를 요구했다.

추적 피해
휴학 결정

그 다음엔 ‘협박범’ 계정으로 연락해 입수한 신상정보를 거론하며 주변 지인과 가족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실제로 일탈계 운영은 음란물 제작 및 유포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겁먹은 일탈계 운영자들이 앞선 ‘제보자’ 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문씨는 해킹 코드를 심은 링크를 보내 이들의 트위터 계정과 암호를 알아냈다.

이후 문형욱은 범행 대상자(주로 여성)들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불러 모은 뒤, 카메라 앞에서 나체로 온갖 엽기적인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이 비밀 대화방은 입소문을 타며 ‘입장객’이 순식간에 늘어나게 됐고, 문형욱은 대화방을 여러 개로 나눠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방에는 미성년자 여학생부터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가학적인 성 착취 영상들이 연일 수십개씩 업로드됐다. 

문씨가 개설한 N번방은 방마다 300∼700명의 입장객이 참여했다고 한다. 심지어 문형욱은 N번방 이용자인 이모씨에게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보내며 ‘내 노예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성폭행을 종용했다. 

문씨는 주로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수위가 높은 사진을 올린 피해자를 물색한 뒤 ‘음란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으니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사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었다고 한다.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하니 신체 사진 일부를 보낼 것을 요구하고,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피해자가 뒤늦게 덫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그동안 알아낸 신상정보와 성 착취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또 다른 성 착취물을 보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씨는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와치맨’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전모(38)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문씨는 범행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일탈”이라고 답했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안해. 이제 안 할게”라고 답하면서도 “아직 연락하는 피해자가 있느냐”는 추가 질문엔 “있을 걸”이라고 답했다.

1∼8번 방마다 300∼700명 입장객 참여
‘노예니 하고 싶은 대로’ 성폭행 종용도

잠적하기 직전까지도 일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지속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시 등장한 문씨는 “내 제자(와치맨 전씨)가 잡혔다고 해서 분위기를 보러 왔다”며 “나는 잡히지 않는다”고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만약 내가 경찰에 잡히면 갖고 있는 자료를 다 유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박사방’ 조씨와 나눈 대화에서는 “피해자를 한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 명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나머지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학대를 가했다”며 자신의 범행 수법을 자랑스레 설명하기도 했다.

문형욱과 조주빈, 강군, 이원호 등 N번방 일당의 평균 나이는 21.3세다. 또 다른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인 고담방을 운영해 문형욱, 조주빈과 함께 3대 주범으로 불리는 아이디 ‘와치맨’ 전모(38)씨를 포함해도 24.6세에 불과하다.
 

▲ 문형욱 ⓒ온라인 커뮤니티

피해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유희의 도구로 여기며 그들의 삶을 짓밟은 충격적인 범죄 수법에 비춰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이한 데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박사방을 운영한 아이디 ‘박사’는 조주빈(24)으로 전문대를 졸업했다. 조주빈의 공범 격인 아이디 ‘부따’와 ‘이기야’는 각각 강훈(18)과 이원호(19)로, 이들은 10대다. 특히 강군은 미성년자인 10대 피이자로는 처음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조주빈은 전문대 재학시절 성적이 우수하고 학보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서 1등 상을 받았으며 장애인시설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신체 사진으로
신원 확인 인증

조주빈은 본인이 고백한 바와 같이 수익을 목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다. 하지만 문형욱은 자신의 비인간적인 지시에 노예처럼 따르며 괴로워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 그저 ‘즐겁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실제로 문형욱은 자신에게 복종한 피해자들을 1년 뒤엔 해방해줬고, 신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N번방서 생겨난 수익을 피해자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문형욱에게 있어서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이었던 셈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