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폐지’ <개그콘서트> 몰락한 이유

웃기지 않은 재미없는 개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무려 21년간 국민과 일요일 밤을 함께했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잡지 못하고 있는 <개콘>이 휴식기를 갖는 것.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코미디의 산실이기도 했던 <개콘>의 몰락은 한국 코미디의 위기를 의미한다.
 

▲ KBS 개그콘서트 ⓒKBS

지난 14일 KBS는 KBS2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갖는다고 알렸다. 지난 1999년 9월4일 첫 방송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개콘>은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수많은 예능 스타를 배출했다. 수많은 유행어는 물론 시대를 통찰하는 풍자 등 코미디 트렌드를 선도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한 없는 휴식기에 접어든다. 

끝난 황금기

1000회를 맞이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개콘>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성대모사했을 때 무려 49.8%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평균 30%에 육박하던 <개콘> 시청률은 어느덧 10% 이하로 떨어졌다. 

새로운 코너가 나올 때마다 온라인을 휩쓸었던 화제성도 언제부턴가 유튜브에 밀리게 됐다. 최근에는 사회에서 황당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에나 ‘<개콘>이 재미없는 이유’라는 우스개로 언급될 뿐이었다. 위기론이 크게 불거졌던 지난해 5월, 황금기를 이끈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추억의 개그를 선보였다.

1000회는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그 이후 추락 폭은 더욱 커졌고, 올해의 경우 시청률 2%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개그맨들 역시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코미디의 상징과도 같은 <개콘>의 몰락이 씁쓸하기는 하나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콘>의 ‘달인’ 등에서 활약한 노우진은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노우진TV’서 “<개콘> 폐지설이 나왔는데 조금 씁쓸하다. 저뿐 아니라 MBC, SBS 공채 개그맨들도 같은 생각이 들 것”이라며 “더 씁쓸한 건 ‘<개콘>이 왜 없어져?’라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개콘>이 재미가 없다. 이건 누구나 공감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개콘>은 왜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됐을까. 그 배경 중 하나로 시대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웃음으로 받아들여졌던 외모 비하, 가학성, 인권 비하적인 소재에 대한 비판적인 시민의식이 높아진 탓이다. 재밌자고 한 무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늘어났고, 자극적인 소재를 피하다 보니 재미마저 잃게 됐다. 

원종재 PD는 1000회 특집 기자회견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에 했던 코미디 소재를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재밌자고 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더는 하면 안 된다. 자극적인 소재로 코미디를 할 수 없어서 더 힘들어진 건 맞다”고 밝혔다. 

신봉선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있었을 때보다 제약이 많아졌더라. 불과 10년 전에 했던 코너를 지금 무대에 못 올린다. 그런데 후배들이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주일 내내 쳇바퀴 돌듯 열심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변화하는 시대 공개 코미디의 한계
세대교체 실패 웃기는 스타가 없다 

과거 황현희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남성보장인권위원회’, 박영진과 김영희의 ‘두분토론’ 등의 코너는 현시대에는 감히 꺼내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박준형과 정종철, 오지헌이 못생긴 표정으로 웃고만 있었던 ‘사랑의 가족’도 가학적이라는 측면서 쉽게 손댈 수 없다.


‘민상토론’  ‘대통형’ 등 과거 정치권과 기득권을 향해 예리하게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프로그램도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다. 최근 <개콘>은 손발이 묶인 채 무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직감적으로 웃기는 개그 코너보다 이야기와 연기를 바탕으로 하는 코너가 늘어났다. 

이는 재미의 부재로 이어졌다. 개그맨들의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졌던 아이디어의 권한은 작가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황현희는 오래전 팟캐스트 ‘썰빵’서 “후배들이 새로운 개그를 짜기보다는 연기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짜기보다는 작가진이 써준 대본에만 의지하더라. 그러니 재미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장수 코너로 인기를 얻었던 KBS &lt;개그콘서트&gt; 달인

선배인 황현희의 일침이 매우 적절하긴 하나, 선정적인 내용이 조금만 포함돼도 집중포화를 맞았던 당시 현실을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도 분석된다. 

그 빈틈을 치고 들어온 것이 유튜브다. 욕설은 물론 적나라한 실제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유튜브 방송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진짜 자극적이고 사실적인 웃음이 유튜브서 표출되고 있다. 그러면서 연기와 설정 위주의 <개콘>은 유튜브 콘텐츠가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 동력을 잃어갔다. 공개 코미디의 한계라는 지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대 개그가 요새 시대에는 안 맞는 부분이 실제로 많다. <개콘>이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보려 했지만, 이 상황으로 유지하는 게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개콘>서 인기를 얻은 선배 개그맨들이 줄줄이 유튜브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면서 스타의 부재가 있다. 과거 <개콘>은 신구 조화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선배 개그맨의 계보가 끊기면서 세대교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스타 탄생의 명맥이 끊겼고, 이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개콘>을 통해 인기를 끈 개그맨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과거 김대희·김준호·유세윤·김준현·장동민·신봉선·안영미·강유미·황현희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개콘>이 등용문의 역할을 하지 못한 지는 오래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예능인들도 변화해야 한다. 제작자로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변화와 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비록 코미디계가 타격을 입겠지만,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서 종영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냉정하게 폐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수백명 희극인의 일자리를 책임졌던 <개콘>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연계 형편도 좋지 않아 근심은 커질 전망이다.

각자도생

그럼에도 <개콘>이 폐지 수순을 밟는 마당에 개그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대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시대의 문물일 수 있는 <개콘>에 기대는 것을 벗어나, 개그맨 개개인이 각자도생할 수 있는 치열함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 개그맨은 “<개콘>의 폐지로 인해 개그맨들이 혼돈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위기가 위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편으로는 사회, 트렌드의 변화에 맞게 우리 역시 변해야 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유병재나 송은이 선배가 보인 행보처럼 다양한 영역으로 변모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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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