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 윤미향-이용수 와해 풀스토리

어쩌다…길 갈린 옛 동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둘은 지난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함께 해왔다. <일요시사>는 이 할머니의 입장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을 조명했다.
 

▲ 최근 이용수 할머니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윤미향 당선인을 향한 논란은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후원금 회계 처리 논란 ▲후원금 불법 유용 및 횡령 의혹 ▲윤 당선인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협정 사전 인지 여부라는 세 가지 축으로 크게 나뉜다. 윤 당선인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대표를 거쳐 정의연의 이사장을 맡았다. 이후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한일협정
무슨 일이…

논란은 윤 당선인과 지난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투쟁해온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촉발됐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수요집회 후원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2015 한일협정 이전에 윤 당선인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할머니에 대한 사과와 함께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이 운동을 같이 해오며 가족같이 지내셨던 할머님의 서운함, 불안감,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후원금 관리 의혹에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의 활동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후원금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조성하는 등 다른 여러 사업에도 후원금이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의연은 지난 2017∼2019년 3년간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도 공개했다.

정의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처가 지정된 ‘목적기금 기부금’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기부금 총 22억1900여만원 중 약 41%에 해당하는 9억1100여만원을 ‘피해자 지원 사업비’로 집행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건강 치료 지원, 정기 방문, 생활 물품 지원 등에 후원금을 써왔고, 정의연의 설립 취지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만약 정의연이 위안부 생활안정만을 위한 지원단체였다면 1990년대 초반 피해자 지원법이 만들어졌을 때 해산해야 했다“며 “그랬다면 역사 교과서에 성 노예제 문제는 한 줄도 포함되지 못했고, 유엔서도 성노예제 문제로 규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수요집회 후원금 의혹
“할머니에 쓴 적 없어”

현재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수요집회 ▲평화비 건립 지원▲전시성 폭력 재발방지 사업 ▲기림 사업 ▲장학사업 등 인권 운동을 위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금은 1990년대 초반에 제정된 ‘위안부피해자법’에 따라 정부가 지급하고 있다.


정의연은 190년대 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대할머니 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를 설립해, 모금 활동 후 재정적·의료적 지원 등을 가능토록 하는 지원법 제정 운동을 전개해 국내 입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다수 언론에선 22억원 공시 누락, 3300여만원 맥주집 행사, 후원금 수혜 인원 임의 기재 논란 등으로 정의연의 회계 처리에 대한 문제를 보도했다.

정의연은 지난 2018년 ‘기부금품 모집·지출명세서’에서 22억730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2019년으로 이월한다고 공시했지만, 정작 2019년 이월 수익금은 ‘0원’으로 표시했다. 이에 정의연은 “회계처리의 오류가 아니라, 회계감사를 마친 회계자료를 국세청 공시에 입력하는 과정서 누락이 발생한 것”이라 해명했다.
 

▲ 수요집회 ⓒ고성준 기자

또 맥주 체인점서 지난 2018년 3339만원을 지출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세청에 제출하는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란에는 대표 지급처 한 곳만을 작성하게 돼있어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 중 사업비 지출액이 가장 컸던 후원의 밤 지급처를 대표로 기재했음을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자를 ‘999명’ ‘99명’ 기재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활동 특성상 수혜자가 특정되지 않아 임의로 기재했음을 설명했다.

한국공익법인협회 소속 김덕산 회계사는 정의연 회계 논란과 관련해 한 라디오 방송서 “국세청 홈택스에 공개된 정보들만 보고 있는데 이게 빙산의 일각과 같은 제한적 정보라서 이것만 가지고 문제가 있다,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금 더 세심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녀 유학비
형사 배상금

정의연이 임의의 수를 넣은 것은 논란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어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세무 당국은 정의연의 공시 서류를 확인한 결과 기부금 수익 이월 부분과 지원사업 수혜자 등에서 오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탈세 등의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의연에 고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공시를 요청할 계획으로, 추가 조사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후원금 불법 유용 및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의연은 전혀 그럴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수요집회에서도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운용이 절대 없고,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았고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후원금 운용 등을 놓고 윤 당선인의 딸 유학자금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자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선 윤 당선인 부부의 연수입에 비해 딸의 미국 유학자금 비용이 커 출처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이용수 할머니

윤 당선인 딸은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UCLA)로 유학해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윤 당선인 부부가 신고한 연수입으로 이를 지원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남편의 간첩조작사건 배상금으로 딸의 유학자금을 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남편 김삼석씨는 친동생 은주씨와 함께 1993년 남매간첩단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무죄 선고를 받아 지난 2018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서도 승소했다.

“중요 사안
빼고 알렸다”

당시 윤 당선인 남편에게는 형사배상금은 1억9000만원이, 남편 모친과 당선인, 딸 등 가족에게 지급된 민사배상금은 8900만원이 지급됐다. 윤 당선인은 딸 학비 등으로 현재까지 지출한 돈은 한화로 1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다음 논란은 윤 당선인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사전 인지 의혹과 윤 당선인이 일본의 합의금 10억엔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받지 않도록 피해 할머니들을 회유했다는 의심으로부터 비롯됐다.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실제로 전날 외교부가 합의 내용 일부를 알린 것은 사실이다. 다만 책임 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거출 등의 내용이 있었고,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판자제, 소녀상 철거 등 예민한 사안들은 모두 빠져 있었다.

외교부 역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기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의 결론이 맞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할머니들 회유 주장에 대해서 정의연 측은 “당시 민변서 2015 한일합의에 대한 국가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서 할머니들 의사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만나봤다. 기금을 받아도 그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드렸다. 화해·치유재단의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시게끔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정의연은 화해·치유재단 지원금을 받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모금액으로 1억원씩 지급했다.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는 30년간 역사 속에서 잊혀지던 위안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여성 인권을 위해 맞서 싸워온 동지다. 두 인물 모두 인권유린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에 기여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 및 추모 사업 등에 크게 힘써왔다.

쏟아지는 의문·질문들
회계 논란 정의연 사과

이 할머니의 측근인 최봉태 변호사는 “할머니는 정의연과 30년간 동지다. 할머니께서 정의연이나 윤 당선인에게 섭섭한 말씀을 하셨더라도 좀 더 잘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든지, 수요시위를 안 해야 한다는 것은 할머니의 진의를 100%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이 할머니에게 윤 당선인에게 부정적인 기자회견을 하면 본래 취지가 전달이 되지 않고,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며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 수요집회서 발언하는 정의연 대표

최 변호사는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과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느냐”며 최 변호사에게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여러 논란에 대해 “정의연과 (이 할머니의)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움직임은 일본 극우의 먹잇감밖에 더 되지 않는다”며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권서도 이를 둘러싼 설전이 한창이다. 미래통합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시민당 윤 당선인과 관련한 회계 부정 의혹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며 윤 당선인에 대한 업무상 횡령 의혹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사과와 강력한 징계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의연이 설혹 작은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활동의 의미와 성과가 부정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21대 당선인들 중 일부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정의연 운동이 없었다면 전시상황서 인권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일본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세상에 드러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공방전 왜?

정의당도 역시 기부금 논란과 위안부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본 사안을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아 시민운동의 의의를 훼손하고 이전 정권의 과오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규탄받아야 한다”며 “정의연의 기부금 의혹 문제와 특정 정치인의 자질 문제, 위안부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의 의의와 박근혜정권 당시 이뤄진 한일 합의의 문제점은 각각 별개의 사안으로 접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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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