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많을수록 프리미엄

GTX,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강북횡단선 등 굵직한 교통 호재들이 착공에 들어가거나 예정에 있어, 단일 역세권에서 더 나아가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수혜지역 단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종전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도보 5분 이내면 ‘역세권’이라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어떤 노선이 몇 개 겹치느냐가 역세권을 결정짓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많은 노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부각된다는 의미다.

도보 5분
경쟁력으로

직주근접, 워라밸 등 다양한 요구들이 늘면서 교통수단이 편리한 지역의 주택, 소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9개 지하철노선 등 수도권에만 19개의 전철 노선이 지나는 만큼, 1개 노선만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보다는 더블역세권, 트리플역세권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더블, 트리플에 이어 4개의 지하철노선이 중복되는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단연 ‘교통’이다. 지하철이 교통의 편리함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더 가까울수록, 또 더 많이 겹칠수록 역세권의 의미는 강력해진다.

멀티 역세권 단지들이 매매 수요를 꾸준히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대세다. 서울 강서구 ‘마곡엠벨리 7단지’의 전용면적 84㎡ 경우 올해 3월 KB시세는 1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3월 11억원에서 약 5000만원 올랐다. 2014년 6월 입주한 단지는 지하철 7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과 5호선 마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에 해당한다.


반면 이곳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M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10억6500만원으로 1년 전(10억90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500만원 떨어졌다. 같은 2014년 6월에 입주한 이 단지는 9호선 신방화역 단일 역세권이다. 노선을 몇 개 이용할 수 있느냐에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단지 ‘각광’

상황은 수도권도 마찬가지. 2018년 5월 입주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 롯데캐슬 더퍼스트’의 전용 84㎡는 올 3월 4억7250만원으로 1년 만에 약 8000만원 상승했다. 이곳은 지하철 4호선·서해선 환승역인 초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더블 역세권이지만 수인선·신안산선·인천발 KTX가 예정돼 있어, 이들 노선들이 개통되면 펜타 역세권으로 확장된다.

반면 한 정거장 떨어진 4호선 고진역 인근의 L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18년 10월 입주해 롯데캐슬 더퍼스트보다 새 아파트임에도 상승폭은 절반에 머문 것이다.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도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서울 잠원동에서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평균 82.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강남 재건축이기도 하지만, 멀티 역세권이라는 이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황금노선인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다.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료 수준도 환승역세권과 단일 역세권의 차이를 극명히 나타낸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 인근 오피스텔인 ‘충정로 대우디오빌’ 전용 29㎡의 임대수익률은 연 5.5%선이다. 매매가격이 1억8000만원선인 이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77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단일역인 3호선 경복궁역 역세권인 ‘경희궁의 아침’ 임대수익률은 연 3.4  %선으로 시세는 2억9000만원,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이다.

실제 환승역에서 공급한 수익형 부동산의 분양 성적도 좋았다.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에 서 분양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평균 13.7대 1로 분양개시 7일 만에 100% 계약했다. 또 5·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 환승역인 공덕역 일대에서 GS건설이 분양했던 공덕역 역세권 ‘공덕 파크자이’ 상가 역시 57실 공개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약 68대 1, 최고 29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하루 만에 100% 분양을 완료했다.


매매 수요
꾸준히 자극

보미건설이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노량진 드림스퀘어’는 최고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분양 마감했다. 단지는 전용면적 24㎡, 26㎡ 타입의 소형 원룸형으로 구성됐으며 지하철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노량진역이 단지 마로 앞에 있는 것을 비롯해 도보권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학원가, 수산시장, 동작구청, 동작경찰서 등의 관공서 및 생활편의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노선이나 기존 지하철의 연장으로 단일역 신분에서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생기고 있다”며 “단일역보다는 멀티 역세권이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로 떠오르면서 실거주자는 물론 투자자, 임차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멀티 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여러 노선 동시에 이용 가능?
가격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더블 역세권 신풍역 일대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아파트 단지 내 상가)=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337-246번지 일대에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지구역) 12구역에 속하며 아파트 1008세대 배후로 한 독점상권으로, 기존 7호선 신풍역 역세권 입지에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개통 시 환승 역세권이 되어 투자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역이 몇 개?
가치 달라져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는 신길 센트럴자이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로 희소가치가 높다. 투자자 및 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전용면적 기준 3만76553.32㎡로 소규모 업종 위주의 면적으로 공급되며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커피전문점, 문구점, 중개업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권장업종이다.

신길뉴타운 초입 상가로 1000여세대 고정 수요는 물론 인근 초·중·고 및 근린공원 조성으로 인근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용이하다. 신길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신길뉴타운 완성 시 8733세대를 배후로 하는 항아리 상권형태로 소비력이 높은 3040대 젊은층이 많다. 여의도나 7호선 라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초·중·고가 많아 학생수요도 많다는 장점을 지녔다. 

아파트는 지난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영등포, 여의도, 강남 지역 일대의 약 50만 임대수요를 품고 있는 만큼 공실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신안산선(확정)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는 데다 해군회관 사거리 경전철(신림선)이 예정돼 있다.
 

▲ 신사역 멀버리힐스/트리플 역세권 신사역 일대

▲신사역 멀버리힐스(메디컬 전문 상가)=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멀버리힐스’ 메디컬 전문 상가가 분양 중이다. 10년간 공급이 없었던 신사역 일대에 공급되는 신축상가로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 시설동 등 총 2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복합건물이다. 지난해 5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전 세대, 상업시설 및 메디컬 1차분이 성공적으로 분양 완료됐으며, 현재 상업시설 및 메디컬 2차분을 분양하고 있다. 

도보 1분 거리에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신사역은 서울 중심업무지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을 품고 있다. 압구정은 2분, 종로3가는 15분대, 광화문 20분대 등 서울 주요 지역 대부분을 30분 내로 이동 가능하다. 여기에 ‘신분당선 서울구간 연장 사업’과 ‘위례신사선’등이 예고돼 있다. 

주거, 업무시설, 상업지구가 밀집한 핫플레이스에 위치해 있고 잠원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KCC건설, 셀트리온, 한국야쿠르트, 현대제철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해 고정수요 확보에 유리하다. 206대의 주차공간을 확보, 강남의 일반적인 건물보다 넓어 최고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복합문화 시설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들어서는 현장으로, 획일적인 박스형태가 아닌 독창적인 건축미가 반영된다.
 

▲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쿼드러플 역세권 청량리역 일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오피스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최대 65층의 아파트 4개 동, 오피스텔과 함께 업무시설·호텔·판매시설이 들어서는 42층 건물인 랜드마크타워로 이뤄진다. 오피스텔은 랜드마크타워 27~42층에 자리 잡게 된다. 

청량리역과 직접 연결된다. 청량리역의 경우 철도 노선 10개가량, 버스노선이 60개가량 지나가는 대형 역세권으로 오피스텔 단지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미 높은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보유한 청량리역에 또 다른 개발 호재가 예정돼 있다. 청량리역(GTX) B노선이 현재 기본계획에 착수했으며, C노선의 경우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올 연말에 고시한다고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상황이다. 

단일역보다
멀티 역세권

랜드마크타워는 쇼핑몰과 문화시설,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으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단지다. 일부 세대에는 입주자 선호도가 높은 분리형 원룸으로 설계돼 보다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코인 세탁실, 라운더리 라운지, 스카이 가든 등으로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했다. 외부 오픈 데크, 입주자용 세대 창고가 설치돼 입주민들의 편리함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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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