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많을수록 프리미엄

GTX,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강북횡단선 등 굵직한 교통 호재들이 착공에 들어가거나 예정에 있어, 단일 역세권에서 더 나아가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수혜지역 단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종전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도보 5분 이내면 ‘역세권’이라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어떤 노선이 몇 개 겹치느냐가 역세권을 결정짓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많은 노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부각된다는 의미다.

도보 5분
경쟁력으로

직주근접, 워라밸 등 다양한 요구들이 늘면서 교통수단이 편리한 지역의 주택, 소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9개 지하철노선 등 수도권에만 19개의 전철 노선이 지나는 만큼, 1개 노선만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보다는 더블역세권, 트리플역세권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더블, 트리플에 이어 4개의 지하철노선이 중복되는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단연 ‘교통’이다. 지하철이 교통의 편리함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더 가까울수록, 또 더 많이 겹칠수록 역세권의 의미는 강력해진다.

멀티 역세권 단지들이 매매 수요를 꾸준히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대세다. 서울 강서구 ‘마곡엠벨리 7단지’의 전용면적 84㎡ 경우 올해 3월 KB시세는 1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3월 11억원에서 약 5000만원 올랐다. 2014년 6월 입주한 단지는 지하철 7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과 5호선 마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에 해당한다.


반면 이곳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M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10억6500만원으로 1년 전(10억90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500만원 떨어졌다. 같은 2014년 6월에 입주한 이 단지는 9호선 신방화역 단일 역세권이다. 노선을 몇 개 이용할 수 있느냐에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단지 ‘각광’

상황은 수도권도 마찬가지. 2018년 5월 입주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 롯데캐슬 더퍼스트’의 전용 84㎡는 올 3월 4억7250만원으로 1년 만에 약 8000만원 상승했다. 이곳은 지하철 4호선·서해선 환승역인 초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더블 역세권이지만 수인선·신안산선·인천발 KTX가 예정돼 있어, 이들 노선들이 개통되면 펜타 역세권으로 확장된다.

반면 한 정거장 떨어진 4호선 고진역 인근의 L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18년 10월 입주해 롯데캐슬 더퍼스트보다 새 아파트임에도 상승폭은 절반에 머문 것이다.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도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서울 잠원동에서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평균 82.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강남 재건축이기도 하지만, 멀티 역세권이라는 이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황금노선인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다.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료 수준도 환승역세권과 단일 역세권의 차이를 극명히 나타낸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 인근 오피스텔인 ‘충정로 대우디오빌’ 전용 29㎡의 임대수익률은 연 5.5%선이다. 매매가격이 1억8000만원선인 이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77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단일역인 3호선 경복궁역 역세권인 ‘경희궁의 아침’ 임대수익률은 연 3.4  %선으로 시세는 2억9000만원,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이다.

실제 환승역에서 공급한 수익형 부동산의 분양 성적도 좋았다.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에 서 분양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평균 13.7대 1로 분양개시 7일 만에 100% 계약했다. 또 5·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 환승역인 공덕역 일대에서 GS건설이 분양했던 공덕역 역세권 ‘공덕 파크자이’ 상가 역시 57실 공개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약 68대 1, 최고 29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하루 만에 100% 분양을 완료했다.


매매 수요
꾸준히 자극

보미건설이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노량진 드림스퀘어’는 최고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분양 마감했다. 단지는 전용면적 24㎡, 26㎡ 타입의 소형 원룸형으로 구성됐으며 지하철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노량진역이 단지 마로 앞에 있는 것을 비롯해 도보권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학원가, 수산시장, 동작구청, 동작경찰서 등의 관공서 및 생활편의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노선이나 기존 지하철의 연장으로 단일역 신분에서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생기고 있다”며 “단일역보다는 멀티 역세권이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로 떠오르면서 실거주자는 물론 투자자, 임차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멀티 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여러 노선 동시에 이용 가능?
가격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더블 역세권 신풍역 일대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아파트 단지 내 상가)=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337-246번지 일대에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지구역) 12구역에 속하며 아파트 1008세대 배후로 한 독점상권으로, 기존 7호선 신풍역 역세권 입지에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개통 시 환승 역세권이 되어 투자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역이 몇 개?
가치 달라져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는 신길 센트럴자이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로 희소가치가 높다. 투자자 및 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전용면적 기준 3만76553.32㎡로 소규모 업종 위주의 면적으로 공급되며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커피전문점, 문구점, 중개업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권장업종이다.

신길뉴타운 초입 상가로 1000여세대 고정 수요는 물론 인근 초·중·고 및 근린공원 조성으로 인근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용이하다. 신길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신길뉴타운 완성 시 8733세대를 배후로 하는 항아리 상권형태로 소비력이 높은 3040대 젊은층이 많다. 여의도나 7호선 라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초·중·고가 많아 학생수요도 많다는 장점을 지녔다. 

아파트는 지난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영등포, 여의도, 강남 지역 일대의 약 50만 임대수요를 품고 있는 만큼 공실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신안산선(확정)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는 데다 해군회관 사거리 경전철(신림선)이 예정돼 있다.
 

▲ 신사역 멀버리힐스/트리플 역세권 신사역 일대

▲신사역 멀버리힐스(메디컬 전문 상가)=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멀버리힐스’ 메디컬 전문 상가가 분양 중이다. 10년간 공급이 없었던 신사역 일대에 공급되는 신축상가로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 시설동 등 총 2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복합건물이다. 지난해 5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전 세대, 상업시설 및 메디컬 1차분이 성공적으로 분양 완료됐으며, 현재 상업시설 및 메디컬 2차분을 분양하고 있다. 

도보 1분 거리에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신사역은 서울 중심업무지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을 품고 있다. 압구정은 2분, 종로3가는 15분대, 광화문 20분대 등 서울 주요 지역 대부분을 30분 내로 이동 가능하다. 여기에 ‘신분당선 서울구간 연장 사업’과 ‘위례신사선’등이 예고돼 있다. 

주거, 업무시설, 상업지구가 밀집한 핫플레이스에 위치해 있고 잠원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KCC건설, 셀트리온, 한국야쿠르트, 현대제철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해 고정수요 확보에 유리하다. 206대의 주차공간을 확보, 강남의 일반적인 건물보다 넓어 최고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복합문화 시설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들어서는 현장으로, 획일적인 박스형태가 아닌 독창적인 건축미가 반영된다.
 

▲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쿼드러플 역세권 청량리역 일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오피스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최대 65층의 아파트 4개 동, 오피스텔과 함께 업무시설·호텔·판매시설이 들어서는 42층 건물인 랜드마크타워로 이뤄진다. 오피스텔은 랜드마크타워 27~42층에 자리 잡게 된다. 

청량리역과 직접 연결된다. 청량리역의 경우 철도 노선 10개가량, 버스노선이 60개가량 지나가는 대형 역세권으로 오피스텔 단지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미 높은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보유한 청량리역에 또 다른 개발 호재가 예정돼 있다. 청량리역(GTX) B노선이 현재 기본계획에 착수했으며, C노선의 경우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올 연말에 고시한다고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상황이다. 

단일역보다
멀티 역세권

랜드마크타워는 쇼핑몰과 문화시설,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으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단지다. 일부 세대에는 입주자 선호도가 높은 분리형 원룸으로 설계돼 보다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코인 세탁실, 라운더리 라운지, 스카이 가든 등으로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했다. 외부 오픈 데크, 입주자용 세대 창고가 설치돼 입주민들의 편리함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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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