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라젠 문은상 일가 수상한 부동산 투자 추적

속초 호텔·독산 타워에 260억 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지난 2017년 말 주식을 대거 처분해 1325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세금 납부와 채무변제를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문 대표 일가는 주식 매각 후 부동산사업에 착수했다. 사용된 자금 규모만 260억원대. 막대한 사업자금은 어디서 나왔을까.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미공개 정보로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하고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발단은 ‘펙사백(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임상시험 중단 공고’였다. 펙사벡은 신라젠을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려준 일등공신이었다. 한때 신라젠 주가는 13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 사실이 공개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그 많은 돈 
어디서 났나

신라젠 관계자들은 의혹에 휩싸였다. 문 대표 등은 펙사벡 중단 공시 전까지 신라젠 주식 292만765주를 매각한 바 있다. 모두 2515억원어치였다. 이 가운데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12월28일부터 이듬해인 2018년 1월2일부터 3일 동안 신라젠 주식 156만2844주를 팔았다. 매각대금은 1325억원이었다.

최대주주 매각 소식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신라젠은 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가 주식을 처분한 목적은 세금 납부와 체무변제였다고 설명했다. 펙사벡 임상 과정에 이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주식 매각 직후 부동산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일었다.

문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한남동 소재 단독주택과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 대표 부인 곽모씨는 그 다음달에 부동산 개발·공급업체 ‘람다홀딩스’를 설립했다. 주식 처분 4개월 안에 발생한 일이었다.


일각에선 문 대표의 신라젠 주식 매각 배경을 부동산 투자로 꼽았다. 다만 별다른 추가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문 대표를 향한 의심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관련 의혹에 무게가 실릴 만한 근거가 확인됐다.

임상 중단 전 주식 매각 1325억 확보
부인·특수관계 부동산 회사 속속 설립

문 대표 부인 곽모씨는 람다홀딩스를 설립한 뒤 ‘주상복합단지 상가 분양권’을 취득하고 ‘호텔 신축사업’에 투자금을 유치했다. 람다홀딩스가 뛰어든 2건의 부동산사업은 ‘오르페움’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람다홀딩스 임원은 2명으로 대표이사 곽모씨와 감사 김모씨다. 오르페움을 앞세운 회사들의 대표이사는 다름 아닌 람다홀딩스 감사 김모씨다. 람다홀딩스와 오르페움 관련 회사들은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공교롭게도 관련 회사들은 문 대표가 신라젠 주식을 처분한 이후 설립됐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람다홀딩스는 ‘독산 오르페움 타워’서 분양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독산 오르페움 타워는 주상복합단지다. 주변에는 지하철역과 고속도로가 위치해 있어 강남권 진입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산 오르페움 타워의 위탁사는 ‘㈜오르페움독산’이다. 대표이사는 김모씨다. 오르페움독산은 상가 일부를 람다홀딩스에 분양했다. 람다홀딩스는 지난 2018년 분양대금으로 67억2000여만원을 오르페움독산에 지급했다. 오르페움독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특수관계자 거래로 명시됐다. 람다홀딩스는 상가 일부를 분양 받은 만큼, 분양사업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오르페움독산은 지난 2018년 ‘오르페움제이차’라는 회사에게 117억1000만원을 투자 받기도 했다. 이곳 대표이사 역시 김모씨다.

특수관계 회사
손잡고 함께

람다홀딩스는 호텔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강원도 속초시에 신규 설립될 ‘오르페움호텔’이 그 대상이다. 호텔은 지하2층에서 지상20층 크기의 생활숙박시설로 모두 150세대를 수용할 수 있다.

공사 발주는 ‘오르페움제일차’서 맡았다. 김모씨가 대표이사인 회사다. 오르페움제일차는 지난 2018년 4월 호텔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한 신탁회사가 수탁한 상태다. 오르페움제이차도 호텔사업과 관련이 있다.

람다홀딩스는 오르페움제일차, 오르페움제이차와 투자약정을 맺었다. 람다홀딩스는 지난해 오름페움제일차에 7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018년에는 오르페움제이차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모두 195억원이다.

투자 내용에 따르면 람다홀딩스는 총사업비와 기타 제반 지출 경비 일체를 제외하고 발생 경상이익의 85%를 지급받게 된다.
 

람다홀딩스의 투자는 특수관계자 거래로 분류됐다. 오르페움제일차 등은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통해 람다홀딩스에게 받은 투자금을 특수관계자 거래에 적시했다.

람다홀딩스는 특수관계자 회사를 통해 분양사업과 호텔 투자에 나섰고, 모두 262억원이 사용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관련 회사들의 설립 시기다. 람다홀딩스는 지난 2018년 4월9일 설립됐다. 오르페움제일차는 같은 날 개설됐다. 오르페움제이차는 그 다음달인 5월29일에 세워졌다. 오르페움일차와 오르페움이차의 지점 설립일 역시 람다홀딩스와 동일하다.

매각 시점
사업 시점

종합해보면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말 주식 매각으로 1325억원을 확보했고 ▲한남동 고가 단독주택 매입 ▲람다홀딩스 설립 ▲오르페움제일차 설립 ▲오르페움제이차 설립 등이 5개월 안에 차례로 이뤄졌다. 부동산사업도 진행됐다. 문 대표의 신라젠 주식 매각 배경에 부동산사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문 대표 일가가 부동산사업을 지속할 가능성도 확인됐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곽모씨는 지난해 11월21일 ‘라무스’라는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를 추가로 설립했다. 라무스 임원은 람다홀딩스와 마찬가지로 대표이사 곽모씨, 감사 김모씨다.

 


눈길이 가는 건 라무스의 주소지다. 라무스는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김모 대표이사의 오르페움제일차, 오르페움제이차도 같은 주소를 사용한다. 이들의 지점마저 주소지가 같다. 5개 업체가 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들은 모두 소호 사무실에 주소지를 등록한 상태였다.

람다홀딩스도 소호 사무실에 주소지만 등록했다. 같은 주소지에 ‘오르페움㈜’라는 회사도 함께 있었다. 람다홀딩스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이곳 대표이사 역시 김모씨다.

추가로 확인된 라무스와 오르페움은 주상복합단지 분양사업과 호텔 신축사업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 회사를 통한 별도의 부동산사업이 준비 또는 진행 중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일요시사>는 람다홀딩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전화번호마저 등록돼있지 않아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람다홀딩스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오르페움은 전화번호가 등록돼있어 관계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관계자는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통화가 어렵다”며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분양권 취득·호텔 투자에 262억 사용
사측 “신라젠·문 대표와 무관한 별건”


<일요시사>는 오르페움제일차, 오르페움제이차에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신호음만 계속될 뿐이었다. 오르페움독산과 연락이 닿았지만 김모씨는 출근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모씨의 연락처를 문의했지만 관계자는 자신을 분양대행사 직원이라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라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곽모씨의 부동산 사업에 대해 “별개의 건”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신라젠이나 문 대표와 연관이 있었다면 이미 검찰서 수사했을 것이고 언론에도 보도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문 대표의 1325억원에 대해 “60∼70%는 세금 변제를 위해 사용됐고 일부는 BW(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사용됐다”면서도 “세금과 부채 해결에 1325억원이 모두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 대표를 비롯한 대주주 3인의 주식 처분에 대한 사적 이익 취득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신라젠 측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부산지방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BW가 증여세 부과 대상으로 결정돼 당시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세금 1700억원(증여세 1000억원+양도세 700억원)이 부과됐다”며 “이와 함께 BW 행사를 목적으로 의사 주주들에게 대여한 주식 부채가 총 310만주로 3000억원(2018년 1월 평가금액)에 해당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를 비롯한 신라젠 대주주 3인에게 부과된 세금이 모두 4700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개인 자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였기 때문에 보유주식으로 현물납세를 하고자 했지만, 주식으로 세금 납부가 불가하다는 부산지방국세청의 통보를 지난 2017년 12월24일 받았다”며 “세금 납부를 위해 부득이하게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금 때문에
부득이 처분”

신라젠 측은 “일부 언론서 대주주 부당이익으로 거론하고 있는 수천억원은 국세청 요구에 따라 이미 세금으로 납부한 상태”라며 “사적 이익으로 취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주주 3인 중 세금과 부채를 모두 해결한 사람은 없기에 항간에 떠도는 수천억원 부당 이익 취득이라는 허위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향후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기사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은상 한남동 집 가압류 왜?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대량으로 주식을 처분한 뒤 매입한 한남동 소재 고가 단독주택이 현재 가압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26일 해당 주택과 부지를 모두 매입한 바 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건물과 토지 모두 지난 6일을 기준으로 가압류됐다.

등기원인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추징보전명령에 의한 검사의 명령’으로 적시됐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추징보전액은 854억8570만1600원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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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