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논란’ 용산장애인복지관엔 무슨 일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1 15:24:40
  • 호수 1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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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 받는 사회복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공익제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선 복지관 비리를 고발한 제보자를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당 제보자는 자신이 노동조합 활동과 제보 등으로 복지관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 피켓 시위 중인 용산장애인복지관 피해자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지난 2월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복지관의 후원금 수천만원을 재단 계좌로 빼돌린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제보실천운동에 따르면 대한성공회유치재단은 대한성공회가 만든 재단법인으로,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보복?

해당 재단은 2010년부터 구립 용산장애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해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복지관 공식 회계기록에 없는 5021만9000원을 조성해 성공회 재단으로 송금한 사실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조사로 드러났다.

권익위 조사는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의 내부 제보로 시작됐다.

사회복지사 A씨는 해당 복지관에 지난해 7월 입사했다. 그 후 복지관 후원금 불법전출 비리 포함, 회사 내 부조리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복지관의 후원금 불법전출 비리를 제보함으로써 장애인 복지를 위해 모금됐던 후원금들이 실제로 수년간 법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복지관 운영 법인을 변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지속됐고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3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공익제보와 노동조합 활동서 오는 직장 내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신이 지쳤던 A씨는 B 팀장으로부터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일관성이 없냐” 등 반말로 40∼50분간 폭언을 들었다.

또 지난해보다 증가한 업무량으로 인해 A씨의 부담은 날로 커졌다.

이 같은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환경에 지친 A씨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그 후에도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노동조합원으로서 다른 직원을 만나는 행위 자체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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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참지 못한 그는 결국 지난달 20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결정한 사직인 만큼 사직서 철회를 비롯해 ▲유급휴가 부여 ▲해당 팀장 근무 장소 변경 ▲업무 분담 재조정 ▲사내 괴롭힘에 대한 공식 사과 ▲노조탄압에 대한 사측 및 당사자의 사과 ▲사내 괴롭힘 재발 방지 등을 요청했다. 

신고서 내용에는 괴롭힘이 발생한 게 지난해 9월11일, 올해 3월13일 등 다수이며 이때 폭언, 따돌림·차별, 부당지시가 있었다고 기록됐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A씨는 B 팀장과 시장조사를 하던 중 진행비 2100원이 남았다. 남은 금액은 B 팀장이 자신의 펜을 사는 데 사용했다. A씨는 B 팀장에게 금액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B 팀장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닌 A씨의 잘못을 질책했다.


후원금 비리 고발 이후 ‘미운털’
업무 늘어나고 반말에 폭언까지

같은 날 B 팀장 책상에 누군가 ‘직장 내 괴롭힘 법’ 관련 서류를 올렸고 A씨가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다. 

A씨의 업무 재배치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었다.

A씨는 “B 팀장은 업무 재배치가 올해 1월13일 메신저로 국장과 제 업무 분장과 관련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3월25일 사무국장과 나눈 대화서 자신은 A씨가 뇌병변 장애인 일회용품지원사업을 통해 외근을 나가면서 협회 등에 기관에 대한 비방을 하지 못하도록 그 업무는 다른 직원한테 주라는 이야기만 했다”며 “다른 업무는 B 팀장이 알아서 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둘 중 한명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결과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유인즉슨 직장 내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것은 ‘직속관리자’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업무상 발생하는 지시, 독려 등을 수차례 실시하는 정도의 행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었으며, 폭언, 차별 등 양태가 사회 통념상 상당하지 않다고 보기 어려운 적정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근로자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는 이유를 덧붙여 해당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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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제출한 자료를 보고도 그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건 해석의 차이가 아닌 은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게 인정된다면 사직서 철회를 비롯한 공식적인 사과 등 사측에서 여러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부담이 따를 수 있어, 괴롭힌 사실을 은폐하고 내 사직서를 처리한 것 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제보와 노조활동 등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나오게 돼 슬프다”며 “공익제보자로서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인데, 어떤 사회복지사가 업계의 비리나 자신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겠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복지관은 사직서상 마지막 출근날인 4월29일 퇴근하고 나서야 괴롭힘이 없었다는 공문을 한 장 보낸 게 끝이었다. 이쪽 업계가 좁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직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복지관 측은 “업무가 늘어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데 직무와 무관한 업무를 줬을 때 해당되는 것이다. 조사 과정서 A씨가 밝혔듯이 본인 직무와 무관한 업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업무가 조정된 이후 개인별로 업무량 편차가 날 때 재분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당한 업무 추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가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때문에 복지관이 휴관했다. 실제적으로 A씨는 늘어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또 괴롭힘에 해당하는 업무량도 아니었다. 업무 배정 관련해서는 조율하는 과정서 본인이 다 동의했다. 임의로 업무를 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직철회?

그는 “사직서 철회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사직을 철회해줘야 하는 의무는 나와 있지 않다. 사직철회를 요청할 때는 요청서나 내용증명 등으로 사직철회를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나 과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사직서를 제출하고 30일이 지나면 사업주가 사직처리를 하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법을 따른 것이며 특별한 이유로 사직철회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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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